잇단 공급망·경협 협정… ‘마지막 시장’ 아프리카로 큰 길을 열다
6월 4~5일 한-아프리카정상회의 개최 성과 따져보니...
자원·에너지 등 계약·협약 47건 달해
경제동반자협정 등 정부간 협정 12건
민간부문 상담 508건·1억 달러 규모
한국은 아프리카 국가를 상대로 6월 4~5일 한국에서 개최한 첫 다자 정상회의인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 23개국과 총 47건의 협정 및 협약을 체결하는 등 경제협력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회의 기간 한국은 12개국 장관급 인사 14명과 릴레이 회담을 하며 공급망 등 협력을 구체화했으며, 정·재계 핵심 인사들이 참석한 한-아프리카 비즈니스 서밋을 통해 공동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함께 그렸다.
아프리카 기업 50여 개사는 한국을 찾아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 48개국의 정상 또는 국가 대표와 ‘한-아프리카 핵심광물 대화’를 출범하기로 합의해 향후 아프리카 자원의 공급망 확보의 길도 열었다.
●아프리카 11개국 정부와 무역·투자협정 12건 체결 =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11개국과 12건의 무역 투자 및 광물 분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탄자니아와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 개시를 선언한 것을 비롯해 모로코와 EPA 협상 추진 체계에 합의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도 도출됐다.
협력 초기 단계에 있는 가나, 말라위, 코트디부아르, 짐바브웨 등 8개국과는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체결에 성공하며 관세 양허 요소가 없는 맞춤형 경제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는 성과를 냈다.
탄자니아, 마다가스카르와는 각각 핵심광물 협력 MOU를 맺어 이차전지 등 한국 핵심 산업의 공급망 기반을 튼튼히 다졌다.
6월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한-아프리카 비즈니스 서밋’에서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과 웸켈레 메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사무총장이 MOU 체결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무역·인프라·공급망 5800만 달러 계약 =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조달청과 공동 주최하고 KOTRA,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공동 주관하는 ‘2024 한-아프리카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열었다.
아프리카 17개 국가에서 ▷무역(ICT·자동차·소비재·의료·기자재) ▷에너지·플랜트(교통·건설 및 에너지 분야 민간·공공 발주처) ▷핵심광물 등 총 3개 분야의 56개 기업이 한국을 찾아 194개 한국 기업과 508건의 상담을 했다.
아프리카 측 기업과 기관들은 행사장에 부스를 차려 놓고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모색했다. 현장에서 계약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만 5790만 달러였고, 계약이 추진 중인 상담 실적은 508건·1억87만 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주요 성과를 보면 효성은 아프리카 모잠비크 전력청(EDM)과 ‘모잠비크 변전소 노후화 장비 교체 사업’을 위해 3000만 달러의 수주계약을 맺었다. 오영은 이집트 알로와드 케미컬(Alrowad Chemicals)과 1000만 달러 규모의 반응성 염료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와이즈브릿지는 케냐 DL 그룹, 에티오피아 BKG와 백색가전 제조·조립 공장 설립을 위한 합작법인(JV) 계약을 맺었다. 계약액은 각각 4400만달러다.
한국 식품을 수출·유통하는 A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M사와 상담 이후 현장에서 약 100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무역협회는 이 같은 협력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AfCFTA) 사무국과 한-아프리카 경제협력위원회 신설에 합의했다.
●아프리카 12개국 14명 장관과 양자회담 =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홈그라운드’ 이점을 십분 살려 각국 장관급 인사들과 릴레이 회담에 나섰다.
정 본부장은 지난 2일 모로코 외교부 장관과의 회동을 시작으로 지난 4일 시에라리온, 말라위, 코트디부아르, 탄자니아, 르완다, 케냐 등 8명의 산업·통상 관련 장관급 인사들과 회담을 갖고 TIPF를 바탕으로 한 협력 플랫폼 가동을 제안했다.
안 장관은 이날 모잠비크, 가나, 나이지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짐바브웨 등 6명의 산업·통상 장관들과 회담을 갖고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안 장관은 작년 5월 통상교섭본부장 재직 시절 면담했던 짐바브웨 외교통상부 장관과 서울에서 다시 조우해 지난해 제안했던 TIPF 최종 서명을 끌어내 주목받았다.
●비즈니스 서밋서 ‘투자 활성화’ 방안 등 모색 = 무역협회 등 6개 경제단체는 아프리카 정상급 인사와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급이 참석하는 한-아프리카 비즈니스 서밋을 공동 개최하고,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서밋에서는 한국과 아프리카의 산업화 및 투자 활성화, 교역 증대 및 일자리 창출, 식량 및 핵심 광물 안보 강화, 탈탄소 및 기후변화 대응 등 4개 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코트디부아르, 가나, 보츠와나 대통령 등 정상급 인사들이 자리했고, 김흥수 현대차 부사장, 윤창렬 LG 글로벌전략개발원장(사장), 박현성 포스코경영연구원장(사장),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 등이 발표자로 나서 한국의 산업화 과정과 성과, 아프리카 투자 계획, 탈탄소 등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경협 방안과 체결된 성과들이 가시화돼 아프리카와 함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아프리카 48개국 ‘핵심광물 공급협의체’ 출범 합의 = 윤석열 대통령은 4일 경기도에서 주재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 48개국의 정상 또는 국가 대표와 ‘한-아프리카 핵심광물 대화’를 출범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골자로 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 에너지와 같은 미래 산업 발전을 위한 광물 자원의 중요성이 증대되는 점을 고려한 전략적 행보다. 한국이 첨단 산업 분야 선도국이고, 아프리카가 핵심 광물 보유 측면에서 중요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양측은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고, 상호 합의에 기반해 핵심 광물과 관련된 기술협력을 촉진하는 데 있어 공동의 노력을 증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특히 양측은 현 정부의 ‘글로벌 중추 국가’와 아프리카 연합(AU)의 ‘아젠다 2063’의 비전의 공통성과 상호 보완성에 주목했다. 우선 동반성장 분야에서는 상호 호혜적 경제협력을 증진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구체적으로는 ▷교역·투자 증진 ▷한국의 아프리카 산업화 지원 ▷비즈니스 파트너십 강화 등이 담겼다.
또 아프리카대륙 자유무역지대(AfCFTA) 이행도 지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디지털 정부 운영 경험 등을 공유할 계획이다.
인프라 협력도 추진한다. 특히 도로, 철도, 교량, 항만, 공항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우리나라가 보유한 스마트 인프라 분야 기술을 접목할 방침이다.
●“아프리카에 자동차·농산물·제약·물류 투자 유망” =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웸켈레 메네 사무총장은 5일 “한국은 아프리카 산업화의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아프리카와 한국의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면 큰 기회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메네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비즈니스 서밋’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를 결정할 때 아프리카는 매우 매력적인 투자처이며,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는 아프리카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메네 사무총장은 아프리카 투자 분야로 자동차, 농산물, 제약, 수송·물류 등을 제시했다.
그는 “완성차뿐만 아니라 부품과 소재에 관한 기회가 아프리카 전역에 있다”며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아직 아프리카의 생산 역량은 부족하지만, 이는 곧 투자 기회가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업과 농산물 가공 산업도 유망한 분야로서 아프리카 청년들을 위해 수백 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식량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아프리카는 2019년 총 160억 달러가량의 의약품을 수입했다”며 “이를 아프리카 내 생산으로 대체하게 되면 수백 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철도와 해상운송 등의 인프라 투자를 통해 아프리카의 산업화를 촉진할 수 있다”며 “오늘 한국무역협회와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바탕으로 수익성 있는 투자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