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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이하나)의 안에는 무언가 키가 크고 있다. 눈앞에 보이지도 않고, 통장 잔고가 늘어난 것도 아니지만 3년 동안 쉬지 않고 노래했으니까. 하지만, 메리보다 훨씬 키가 큰 세상은 메리의 꿈을 비웃는다. 메리의 꿈은 돈 몇 만원에 자신의 꿈까지 무시하는 은자(안연홍)의 몇 마디 말에도 상처받을 만큼 연약하다.
MBC <메리대구공방전>에서 꿈이 중요한 건 현실보다 더 힘이 세기 때문이 아니다. 메리의 꿈은 재벌 2세도 아닌 도진(이민우)이 약속하는 안정된 삶 앞에서도 흔들린다. 그러나 꿈이 흔들릴 때마다 메리는 불행해진다. 꿈은 현실에 대한 ‘경쟁력’이나 ‘효용성’ 때문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세도처럼 세속적으로 성공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힘이다. 어떤 현실의 해결책도 어머니 없이 사는 비단이 그가 좋아하는 무협작가 대구(지현우)와 한적한 공원을 걷는 순간의 행복을 주지 못한다.
꿈은 성공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힘
그래서 <메리대구공방전>은 꿈이 현실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애써 설명하는 대신, 꿈 그 자체의 판타지를 즐긴다. 꿈이 현실의 성공을 위한 것이라면 메리와 대구는 성공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거나, 점차 성공에 다가서야 한다. 그러나 메리와 대구가 즐거움을 주는 것은 그들의 성공 때문이 아니라 돈 500원 때문에 티격태격하고, 슈퍼 아르바이트 취직을 위해 게임을 하는 모습 그 자체다. 메리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 대구가 ‘지금 이 순간’이라고 답한 것처럼, <메리대구공방전>은 청춘의 꿈이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쌓일수록 <메리대구공방전>은 내러티브의 논리 대신 에피소드의 나열에 담긴 캐릭터의 꿈과 사랑만으로도 드라마를 움직인다. 처음에는 장난 같던 메리와 대구의 에피소드도 그들이 그 꿈으로 인해 얼마나 행복했는지 하나씩 쌓일수록 ‘진심’이 되고, 진심은 연약한 꿈이 거친 현실과 부딪치는 순간 캐릭터의 마음만으로도 드라마틱한 상황을 만든다. 메리가 도진을 선택했다가 대구에게 돌아가고, 소란(왕빛나)이 메리의 뮤지컬 오디션 합격을 조건으로 메리와 대구를 헤어질 것을 요구하는 이야기는 전형적이지만, 그들의 행동은 늘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서로 사랑했던 수많은 에피소드의 회상을 통해 진심이 된다.
‘지금 이 순간’ ‘자라난 무엇’을 가진 청춘 드라마의 현재
내러티브대신 에피소드를, 결과대신 과정 그 자체를 강조하는 <메리대구공방전>은 현실의 고민을 재벌2세나 턱도 없는 성공으로 포장하는 기존 드라마의 구조를 해체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현실을 인정하되 캐릭터의 꿈을 마음껏 펼치는 판타지를 공존시킴으로써 캐릭터의 꿈과 사랑과 행복을 드라마의 설정이 아닌 살아있는 ‘진심’으로 되살렸다. 릭키(이영하)는 아예 현실을 벗어난 ‘풍운 도사’가 되고, 메리의 어머니 성자(이혜숙)는 릭키 대신 ‘공무원’ 도철(기주봉)과 결혼했다. 그러나 메리는 교사인 도진 대신 꿈을 안고 사는 대구를 선택하려 한다. <메리대구공방전>은 그렇게 현실에서 아주 도망치지도, 가까운 현실만을 선택하지도 않고, 현실을 꿈이 넘치는 곳으로 바라보며 청춘의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쓰기 시작했다. 물론, 시청률이 높아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메리대구공방전>은 ‘지금 이 순간’ 아무도 보지 않는 동안 ‘자라난 무엇’을 가진 한국 청춘 드라마의 현재다.
글 강명석
마지막 부분 읽으면서 왠지 가슴에서 뭔가 울컥하고 올라오면서 코끝이 찡하더라는요..아~~그동안 넘 많이 정들었던 게야..ㅠㅠ
첫댓글 최고! 그렇군요...드라마 결말도 '메리와 대구는 결국 성공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아닐것 같아요. 삐까뻔쩍한 성공은 보여주지 않을것 같은데, 그게 훨씬 더 좋아요. 아~ 그냥 드라마 포스터만 봐도 메리대구가 훨신 재밌어 보이는뎅~~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