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공지는 아니지만 제목이 주는 느낌 그대로 조금은 심각한 내용이 될 겁니다. 솔직한 마음 그대로를 얘기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저를 많이 만나온 회원들이라면 좀 알겠네요. 고인이 되신 이원진님을 제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 그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에코로 얘기가 끝맺음 될겁니다. 아마도...
한국 가요와 외국 팝의 열열한 팬이던 중고등학교 시절에 제가 좋아하던 가수를 꼽으라면 저도 남들 뒤지지 않게 많은 이름을 열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건방지게도 감히 그 가수들에게 '기대'라는 걸 가져 본 적도 있죠. 지금까지 딱 세 번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처음은 이현우님이었습니다. 다음은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세번째가 이원진님이었습니다.
이현우씨의 '슬픔속에 그댈 지워야만해'(이지영 작사/김홍순 작곡, 김홍순씨 맞던가? 기억이...)는 라디오에서 잠시 인기 끌다가 그 자릴 '꿈'이 대신했죠. 이현우씨 오랜 팬이라면 아마 '슬픔속에...'를 더 좋아하는 팬들도 많을 겁니다. 노래 말고는 모든게 어색하던 그의 모습이 참 좋았죠. 노래 실력이야 좀 문제가 있다고 나름대로 생각했지만 워낙 좋은 노래를 잘 불러서 또 그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알게 되면서 처음으로 가수에 대해서 기대라는 걸 품어봤죠. 가장 중요한, 그분이 밝혔던 대로 자신이 하고싶어 하던 음악들을 들려주면서 오래도록 사랑 받는 사람이 되어달라는 바람.
그런데 그런 마음을 한 번도 밝힌 적은 없죠. 뭐 주위 사람은 물론이고 그 흔한 팬레터 한 번 보낸 적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후 좋지 않은 사건이 터지면서 미국으로 떠났다고 하더군요. 그 즈음 라디오에서 박정운씨가 너무나 안타까워하시던 게 아직도 기억나네요. 솔직히 잘못을 했으니 마땅히 그 죄값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었죠. 제가 '기대'했던 사람인데... . 그래서 속으로 그랬습니다. 아주 돌아 오지 말던가 만약 돌아오려면 스스로에 대해 자신이 있으면 돌아오시라고... . 음악으로 말이죠.
솔직히 너무 안타까웠던건, 팬으로서 제 마음을 한 번도 전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돌아오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기회가 없을 테니까요. '당신 팬 가운데 이런 사람도 있습니다.'하는 걸 알려주고 싶기도 했는데...(뭐 이젠 저 같은 녀석은 영원히 뒤로 물러나도 되겠죠. 요즘의 그분을 보면...)
뭐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제가 군대 있을때 '헤어진 다음날'로 확실히 재기에 성공했지만 그동안의 실패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문차일드'라고 혹시 기억하시려나 모르겠네요. ^^;
그리고 작년에 10년 만에 처음으로 이현우씨를 가까이서 볼 일이 생겨서 1집 CD들고 가서 싸인 받았죠. 그 1집 CD 보고 본인이 더 당황하시더군요.(덕분에 싸인 받으면서 가장 많은 얘기를 나눴음. ^^;)
두번째 가수 '서태지와 아이들'.
제가 '기대'를 걸었다 가장 큰 실망을 하게된 가수죠. 그래서 '기대'를 갖는데 조심스러워지게 만든 장본인들이죠. 2집 부터는 아예 안 들어서 뭐 1집 말고는 잘 아는게 없습니다.
이들에게 기대를 갖게된 건, '내 모든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제가 이 노래 꼽으면 당황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특이하잖아요. 그런 걸 시도하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죠.
간단히 말하죠, 2집부터 미국에 진출하길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그거 깨지자 마자 속으로는 온갖 욕 다 해대며 다음부터는 관심 뚝 끊었죠. 싫어진 걸 어떻합니까? '하여가'가 어떻고 '발해를 꿈꾸며'가 통일을 어쩌구 한다네 해도 그저 제겐 '그러든지 말든지'였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말고도 좋아하는 가수들 많았스니까요. ^^;
어쩌면 제 기대가 너무 컸나봅니다. 10년전이나 지금이나 결론은 이거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실망감을 가지고 있던 시기에 조심스럽게 다시금 기대를 품어본 가수가 이원진님이었습니다.
엄청 감동적이던 가사. 앨범 그대로를 재현해내는 라이브 실력. 놀라운 음악적 역량. 그리고 무엇보다도 감동적이었던, 그의 소신.
그는 20대 초반이었고 자신의 소신이 있는 사람이었으며 그 뜻을 펼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죠.
'2집은 기대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3집 정도에선 그 뜻을 보여주고 또 이루기를 바랍니다.'
이런 정도의 생각으로 그의 음악을 들었습니다. 내 나름의 건방지면서 한 편 아주 소박한 바람이었죠. 그의 노래가 방송 차트 1위를 석권하거나 몇 백 만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리기를 기대한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저 그를 좋아하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그가 밝힌 그의 소망에 대해서 함께 이루어지기를 바랐다고나 할까? 그리고 좀 건방지지만 감히 나 보다 몇 살이나 많은 사람에 대해 '기대'라는 걸 걸어 보고 또 평가도 해보고 말이죠.
그의 2집은 1집만큼의 인기도 얻지 못한 채 사람들 기억 속에서 지워졌고 난 입대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입대한 날로부터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에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그로부터 며칠 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명상 중에 일어난 질식으로 인한 사망(추정). 그는 3집의 녹음까지 마친 상태에서 작업을 마무리를 하며 시집도 출간 준비 중이었다고 하는데 그 둘 다 세상에 공개된 적은 없습니다.
제 입대일과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 그가 죽은 날이라는 것에도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던 저였지만 무엇보다 그의 죽음 그 자체로 내게는 청천벽력이었죠. 그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였으며 작은 기대를 품었던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저는 제가 가장 좋아했던 가수에게 아예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다. 가까이서 그를 한 번 볼 기회도 없었을 뿐더러 그 흔한 팬레터 한 장 보낸 적이 없었죠. 그저 멀리서 그의 음악을 즐기며 그의 꿈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에 대한 마음은 키워갔지만, 그런 마음을 담아 편지를 한 번 써보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정작 행동에 옮길 용기가 내게는 없었습니다. 97년 봄은 그런 제 모습에 대해 한 없이 슬퍼했던 날이 있었습니다. 다시는 그렇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많이 고쳐왔지만 적어도 그때의 그 슬픔이 가져다준 후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죠.
예전에는 용기가 없어서 마음을 전하지 못했고 이제는 아예 그럴 방법 조차 사라진 거죠.
그래서 이후, '기대'라는 건 지우고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는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제대 후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겁니다. 좀 많은 나이에...^^;
그때 팬이던 '에코'의 팬으로서 활동을 마음먹은거죠.
같이 갈 사람도 없으면서 콘서트 표도 2장 예약하고, 팬클럽 회장이라는 사람에게 연락도 해보고... .
그리고 급기야 이 카페까지 만들었죠. 여기도 하나 쯤 있을 줄 알았는데 없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만들고 제가 운영에 나섰던겁니다. 뭐 이후의 운영에는 솔직히 자신 없었지만요.
그리고 에코를 만나기에 이르게 된거죠. 가장 큰 목적이었죠. 가수. '인기'가 곧 수명. 그게 사그러 들면 보기 어려워질 사람.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도 주저하다가는 결국 그걸 표현할 기회를 영원히 놓쳐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 팬으로서 더이상 후회를 남기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죠. 이젠 다시 만날 수 없게 된 이원진님에 대한 미련이 낳은 행동입니다. 분명히 그럴겁니다. 같은 실수는, 후회는 더는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기적인 욕심이죠.
그래서 전 나쁜 녀석입니다. 에코를 만나려는 목적은 팬으로서이기도 하지만 제 이기적인 욕심 때문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사실 다시 못 보게 되더라도 섭섭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제게는 그분들을 만났던 기억이 있고 또 언젠가 제가 담고 있던 말을 전한 적도 있으니까요. 저는 그걸로 만족합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이원진님에게 하지 못한 것을, 같은 실수를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욕심이었을 겁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가수가 에코 하나네요. 이현우씨도 그런 편에 속하겠지만 그래도 작년에 한 번 뵈었고... .
제대로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솔직히 하고 싶은 말을 한 듯 싶네요.
지금 제 휴대폰의 기능 가운데 가장 맘에 드는 것이 바로 'D-Day'기능입니다. 전 D-Day보다는 '언제로 부터 몇일'을 계산하는데 쓰고 있죠.
하나는 카페 개설일, 또 하나는 우리 에코의 데뷔일, 그리고 하나는 이원진님이 우리 곁을 떠난 날입니다.
그 분은 항상 제 마음에 남아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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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하면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글을 쓰니까 좀 어색하기는 하네요.
이 글을 읽고 같은 팬으로서 저를 많이 만나온 사람들이 특히 많이 화를 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언젠가는 이렇게 속마음을 밝히고 싶었어요. 언제까지나 감추기에는 도저히 제 마음이 편하지 못할거라서요. 두고두고 여러분을 속이고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갔겠죠.
그래요, 불만 있으면 얘기하세요. 당연히 그런 소리 들리겠죠.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요.
훗, 아무리 생각해도 좀 더 적나라하게(?) 쓰지는 못한 듯 싶네요. 더 솔직해야 되는데 우리말 실력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적절한 단어를 못 찾고 있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