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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사비나 (30세이상 남자들만의 벳남 생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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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 주재원 생활 야그 스크랩 Britain 56> 대지의 가슴, 토르 언덕
LoBo 추천 0 조회 147 14.10.12 00:14 댓글 8
게시글 본문내용

 

 

 

 

글래스턴베리 (Glastonbury) 못 미쳐 스트리트 (Street) 라는 도시에 숙소를 예약해 뒀고, 번햄온씨 출발 후 30분 만에 도착했다

두 도시는 크기가 비슷한데 글래스턴베리가 워낙 글로벌하게 유명하다 보니 스트리트는 조용히 콩고물을 챙기고 있었다.

<클릭하면 확대됨>

 

 

스트리트의 첫 인상도 예사롭지 않은 것이, 마을이라고 부르기에 좀 큰 규모인데도 모든 건물들이 낮았다. 그래서 멀리있는 글래스턴베리의 토르 (Tor)언덕이 살짝 보였다. 

순간인데도 심장이 막 뛰었다.

스트리트는 알고 있다. 

글래스턴베리를 가리지 않게 납작 엎드려 있어야 자기가 산다는 것을 !

 

<인용사진>

 

 

호텔은 스트리트 북쪽 초입에 있다.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현주가 당황했다. 외관이 너무 후져 보인데다 호텔 이름마저... 

 

We...s..sex ?

현주가 차마 입술을 못 떼고  ...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대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는게 이 나라에선 얼마나 심한 모욕인지 익히 알고 있기에 

"  아니라구 !  위?스 웨식스는 여기 지명이라고... 억울해~ "  

 

호텔을 선택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이 하나 더 늘었다.

오해를 불러 일으킬 만한 이름도 안됨  -_-;

 

 

호텔은 낡았는데, 잘생긴 프런트 직원의 세련된 목소리와 친절함으로 근근히 버텨 내고 있었다

 

호텔 외관처럼 방도 좀 구닥다리 같은 느낌 ?

그런데 옷장 안에 다리미판이 있고 침대가 세개에, 결정적으로 욕조가 있었다, 영국와서 욕조 있는 객실을 첨 봤다.

그러고도 단돈 £79.50  (143,100원)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몸을 담그자 피로가 살살 녹아 나왔다.

 

 

원래 토르 언덕은 내일 가려 했지만,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려서 8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다시 나왔다

신성한 토르 언덕이 어떤 방향에선 발딱 선 젖꼭지 같아 ... (아~ 이 동네 왜 이러니 ?)  대지의 가슴처럼 보였다.

네비를 켤 필요도 없이 살짝살짝 보이는 대지의 젖가슴을 향해 차를 몰았다.

 

<클릭하면 확대됨>

 

 

토르 언덕은 글래스턴베리 남쪽 외곽도로만 타면 된다.

가까와질수록 언덕이 안 보이더니 급기야 숲에 완전히 가려져 오로지 감으로 길을 찾아야 했다. 집들이 양쪽으로 듬성듬성 숨어 있는 산길을 계속 올라가다 컴컴한 숲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했다.  

마침 산을 내려오는 중년부부에게 길을 물으니 기다렸다는 듯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  토르 언덕은 저기고, 이 길로 계속 직진해요 "

오른편으로 고개만 돌리자 토르 언덕이 어느덧 바로 옆에 있었다. 그리고 보이는 이정표 

 ' ← TOR THIS WAY '  

 

 

구루마 한대 밖에 못 다닐 좁은 길 끝은 내리막이었다. 아무래도 지나친 거 같아 다시 차를 돌려 입구를 찾았다.

현주를 먼저 내리게 하고 혹시 모를 구루마를 위해 나무 울타리에 차를 바싹 붙였다. 

 

입구에 세워놓은 안내문

『... 마을 남동쪽에 있는 토르 언덕은 한때 바다에 떠있던 섬이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사람들은 이 곳이 불가사의한 힘을 간직하고 있다고 믿는다...』

 

드디어 나무 문을 밀치고 한때는 섬이 었던 땅으로 들어섰다.

 

 

 

젊은 히피 커플이 무심히 나를 앞질러 올라 간다

 

 

태양이 --

 

-- 갈대 속으로 --

 

-- 숨어 들었다.

 

황홀한 석양에 홀려 버린 현주.

그 감동을 간직하려고 연신 셔터를 누르지만 작은 카메라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다

 

정상에 다가갈수록 심상찮은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Pow Wow 축제 인디언의 이 앓는 소리 같기도 하고, 칼 타는 선무당 신음소리 같기도 하고,.. 

나도 오싹한데, 현주가 겁에 질려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  엉,... 신에게 산자를 재물로 바치나본데 ...  " 

 

난간도 없는 비탈길을 현주보다 더 빨리 올라갔다.

악령에 씌우지 않고서는 이런 초인적인 힘이 나올 수가 없는데... 

 

현주는 힘들어 헉헉대고

 

 

난 현주를 기다리며 가장 경건한 표정과 자세를 유지했다.

여기선 신발을 벗어 바닥을 치며 사팔뜨기 바보 표정을 지으면 안될 것 같다. 그랬다간 TOR 의 저주를 받아 영영 못 내려올 것만 같았다

 

 

성질 급한 사람들을 위한 지름길이 있긴 했지만 

나에겐 인생 빨리 終치는 지름길이라서

 

좁고 멀지만 우회로를 선택했다

 

 

이 길도 나에겐 벅찬 도전이었는데

 

시꺼먼 개가 뒤에서 무섭게 쫓아오는 바람에 죽어라고 비비적거리며 올라갔다.

 

이번엔 나이가 좀 있는 히피 커플이 올라오고 있다.

 

역시 나를 스쳐가며 인사를 나누는데 의외로 목소리에서 교양이 느껴졌다.

 

 

꼬부랑 할머니처럼 거의 엎드려 한걸음 한 걸음 좁은 길을 올라가는데 그 시커먼 개새끼가 이번엔 내려오다 나랑 마주쳤다.

무섭지만 내가 양보할 공간은 없었다. 잠시 대치 정적이 흘렀다.

"  내가 비키리 ? " 

하자 개가 포기하고 돌아 내려갔다.

 

현주가 부르는 소리에 몸을 휘청이며 허리를 펴자

 

그녀가 바람부는 언덕위에 서서 (저승사자처럼) 나를 나즈막히 불렀다,

...  어여 와 ...

드디어 내가 저승에 도착했구나.  

 

언덕위에 외로이 서 있는 이 탑은 14세기에 만들어진 성 미카엘 탑 (st Michael's tower) 이다

 

정상에 올라서자 사람들이 언덕 주변에 쪼르르 앉아 장렬히 사라지는 태양을 환송하고 있었다

 

 

 

애기까지 들쳐 업고 온 커플

 

 

 

 

 

한쪽에선 젊은이들이 포터블오디오를 가져와 신나는 팝송을 틀어놓고 술을 마시며 떠들고 있었다

 

한쪽에선 둥그렇게 모여 집회를 하고 있었다

하체에 넓은 천을 두르고 서서 바지를 벗고 옷을 갈아 입더니 순식간에 모두 전형적인 히피가 되었다

그 중에 제사장인듯한 연장자 여인이 동쪽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린 채 주문 같은 소리를 반복했다

"  Wel... come....wel...come ... " 

태양을 보내고 달을 영접하는 의식같아 보였다.  나머지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채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히피스타일인 장발의 청년은 홀로 서서 서쪽 하늘을 향해 기타를 치고  

 

산비탈에선 헐렁한 히피 옷을 걸친 장년의 남녀가 서로의 몸을 안고 석양속에 서 있었다

 

 

건달같은 한 남자가 그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  

 

미카엘 탑 성문에 실루엣이 비쳤다.

 

누군가 ?

또 한명의 히피가 탄생하는 구나.  ...내 마누라

 

 

 

 

탑 내부

 

 

 

月光을 받으며 언덕에 앉아 참선을 하던 현주가

 

갑자기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여기만 오면 모든 사람들이 미쳐 돌아가는 건지, 아니면 미친 사람들만 올라오는 건지 ...

 

 

 

 

 

 

 

내가 사진을 찍고 있는데 중학생 정도 되보이는 여자애 둘이 언덕을 뛰어 올라와 헉헉거렸다,

그러다 자신들이 내 사진기 앞을 가렸다는 걸 알고 엄청 미안해 했다.

"  괜찮아. 벌써 찍었어 " 라고 거짓말을 했는데도 몇번이나 사과를 했다. 심성이 착한 애들이란게 그냥 느껴졌다.  

 

아까 숙소를 나올 때 몰래 가방에 먹을 걸 챙겼다,

현주에게 ' 써프라이즈 ! ' 하며 보따리를 풀었더니 춤춰서 허기가 졌는지 미친듯이 먹어 치웠다.

 

 

 

해발 158 m 언덕위에서 어둠이 깔리는 마을과 푸르스름해지는 들판을 내려다보는데,  

마치 이 곳과 저 곳이 같은 세상이 아닌 것 같은 낯선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올라 온 동북쪽 길은 급경사고, 남서쪽은 아래 사진처럼 완만하다

 

 

 

 

퍼래지는 하늘에 하얀 풍선처럼 반달이 둥실 떠올랐다

 

 

붉은 해가 사라진 우주를 달이 차지하자 찬바람이 언덕을 긁고 지나갔다

더 어두워지면 길도 안 보일거 같아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길 자체가 약간 경사져서 걷기가 불편하고

밑으로 굴렀다간 골절도 다발성 복합분쇄는 각오해야 할 정도로 가파르고 높아서

바로 앞만 보며 한발 한발 정신을 집중하며 내려왔다 

 

어느 정도 안전한 중턱까지 내려오자 비로소 안도의 빛이 얼굴에 돌았다

 

늦은 밤인데도 꾸준히 사람들이 토르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현주가 ' 우연히 온 곳인데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다 ' 고 해서 서운해졌다

난 널 여기로 데려오기 위해 한국에서부터 준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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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색의 밤하늘아래,

다른 도시들과 달리 글래스턴베리 가로등은 더 붉어 보였다.

인적이 전혀 없는 텅빈 거리... 신비로운 분위기

 

약간 으스스한 기분에 ?기듯이 호텔로 돌아왔다.

한번 더 샤워를 하고 

 

과일을 씻으려는데 찬물 수도꼭지에서 온수만 나왔다. 

씻어먹는 건 포기하고 그냥 썩썩 닦아 먹었다 

 

 

<인용사진>

 

 

●   ●  

 

 

 

체로키 인디언의 축원 기도

 

하늘의 따뜻한 바람이

그대 집 위로 부드럽게 일기를

위대한 신이 그 집에

들어가는 모든 이들을 축복하기를

그대의 모카신 신발이

눈 위에 여기저기 행복한

흔적 남기기를

그리고 그대 어깨 위로

늘 무지개 뜨기를

 

 

 

Cherokee Prayer Blessing

 

May the warm winds of heaven

Blow softly upon your house

May the great spirit

Bless all who enter there

May your moccasins

Make happy tracks

in many snows

and may the rainbow

Always touch your shou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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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4.10.12 08:19

    첫댓글 인생에 황금기을 맞이하고 있는것 같아요

  • 14.10.12 10:01

    주말 아침 원장님의 글 잘보았습니다..정말 읽을때만다 감탄사 나오네요...늘 건강하시구요^^

  • 작성자 14.10.12 11:18

    사모님 중국에 들어오셨어요 ?

  • 14.10.13 08:41

    네..이전보다 조금 밝아져서 왔네요...감사합니다.

  • 14.10.12 11:36

    부럽네요

  • 14.10.12 15:57

    베트남부터 쓰신 여행기 정주행 했습니다.. 덕분에 여행(?) 잘 했습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작성자 14.10.12 22:52

    선생님 부산에 잘 도착하셨어요 ? 어젯 즐거웠습니다.
    과자 맛있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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