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설다목의 봄은...
2024년 4월 20일 토요일
甲辰年 음력 삼월 열이튿날
오늘은 비소식이 있어 그런지 아침 기온이
여느날에 비해 높은 영상 10도이고 서리도
내리지 않았다. 오늘부터 내일 새벽까지 꽤
많은 양의 봄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이다.
24절기 중에 여섯 번째 절기, 곡우(穀雨)가
어제였다. 곡우의 의미를 되짚어보면 농사비,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다.
옛부터 '곡우에 비가 내리면 풍년 든다' 라는
속담이 있는데 비록 하루가 지난 오늘 비가
내린다고 하지만 풍년이 들 것이라 믿고 싶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설다목 산골의 봄은
연두연두라고 할까? 아님 파릇파릇, 초록초록
이라고 할까? 수식어 종류가 중요하지는 않다.
오지않을 것 같던 봄이 성큼 다가왔다는 것이
반갑고 기쁘고 좋은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봄은 눈코 뜰새도 없이 금새, 후딱
지나가는 것이라서 아쉬움이 많은 계절이다.
비록 빠르고 짧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생략은
없다. 단지 곳곳에는 봄꽃들이 만발하고 온갖
야생초들이 고개 내밀어 봄이 왔음을 알린다.
나물밭에는 곤달비가 어느새 파릇파릇한 잎이
돋아나고 부추밭에는 온갖 훼방꾼 잡초들과의
자리다툼을 무릅쓰고 튼실함을 과시하는 듯이
부추가 쑥쑥 자라고 있다. 너무 반갑고 고맙다.
너무 반갑고 고마운 것은 꽃이나 야생초, 나물
뿐만이 아니다. 어제 일을 다녀왔더니 아침에는
보람환경에서 나와 정화조 청소를 하고 갔단다.
오전에는 이장인 마을 아우가 올라와 얼마전에
버섯목으로 쓰려고 적당한 크기로 알맞게 잘라
놓은 참나무를 버섯사 주변으로 옮겨주었다고
했다. 고마운 마음에 전화를 했더니 그게 무슨
고마운 일이냐고 하며 오히려 좋아하는 국수를
끓여주어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고 했다. 아우는
국수를 엄청시리 좋아하여 맛있게 잘 먹고 남들
보다 훨씬 많이 먹는 사람이다. 그런 식성을 잘
아는 이서방과 처제가 국수를 대접한 모양이다.
아무튼 내 일처럼 도와주는 아우가 참 고맙다.
지난 겨울 간벌도 해주고 이번에는 버섯목까지
옮겨주었으니 말이다.
이 봄날, 고마운 분이 또 계신다. 어제 저녁무렵
은경 엄마라고 부르는 마을 형수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며칠전에 마을분들과 함께 둘째네 카페
'날으는 구름섬'에 커피를 마시러 오셨던 그날
아내와 처제에게 대파를 갖다 먹으라고 했단다.
그 약속을 잊지않으시고 전화를 주신 것이었다.
이서방과 함께 내려갔더니 대파를 라면박스에
한가득 뽑아 담아주셨다. 또한 꽃파라고 하시며
꽃이 예쁘다고 가져가 심어보라시며 잎을 잘라
따로, 줄기와 뿌리가 붙은 것을 따로 담아주셨다.
이렇게 챙겨주시는 마음이 참 고맙고 감사하다.
급히 내려가느라 뭘 갖다드리면 좋을까 생각이
잘 안났다. 아내가 냉장고에서 곶감 한 꾸러미를
꺼내주며 약소하지만 이거라도 드리라고 했다.
대파를 받자마자 곶감을 드렸더니 왜 이런 것을
갖고오냐며 오히려 고맙다고 하셨다. 정이 많은
이런 분들과 더불어 함께하는 우리의 산골살이는
정겹고 다정하고 보람이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라서 큰 복이 아닐까 싶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
첫댓글
파릇이 돋아 나는
봄의 전령들이 눈 부신 나날 입니다
봄이 지쳐 가는 지금 ,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설다목의 풍경은
싱싱하기만 합니다.
이웃함께 다정다감이
넘쳐나네요.
비와함께 풍년을
기원합니다.
오고가는 인정이 훈훈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