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가 방향을 잡아갈 즈음, 악플러들이 그렇게 고대해 왔던 옥주현은 탈락했고 모두의 사랑을 받던 박정현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주 '나가거든' 연습무대때부터 엄청난 기대를 했던지라 1위나 2위는 당연해 보이기도 했는데요, 한편에서는 그녀의 1위를 두고서 어이없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1위를 받을만 했냐는 것입니다. 이날 같이 공연을 펼쳤던 장혜진의 '술이야'가 대단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많았고, 편곡이 잘못되었다는 의견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중요한 점은 그녀에게 있어서 '나가거든'은 엄청난 부담이었고 도전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조수미가 불렀던 '나가거든'은 OST로는 전무후무한 30만장의 판매 기록이 있습니다. 이 기록을 넘어서는 대작이 또다시 나올까 싶은, 어쩌면 가수들의 앨범 중에서도 있을까 말까한 기록을 말이죠, 그런 노래를 박정현이 부른 것입니다. 그것도 평가의 자리에서. 그렇기에 박정현은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녀 스스로도 말했듯이 엄청난 부담감을 지니고 연습했고, 최대한 원곡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처럼 다른 곡들과는 달리 편곡으로 원곡을 훼손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조수미가 불렀던 곡을 선택한 박정현은 이미 다른 가수들이 부른 편곡을 많이 들어봤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조수미의 곡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가장 한국적이기도 하고,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감수성이 풍부한 음악으로 들렸을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발음논란이 있었던 무대 다음이라 그런지, 그녀에게는 무엇보다도 가사를 틀리지 않고, 가사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노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또 알려진 곡이기는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한국어 발음 중에서도 가장 한국적인 음악을 부른다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렇기에 박정현은 정면승부를 택한 것입니다. 돌아가는 방법이 아닌, 자신의 음악에 다시한번 도전한 것이죠.
이미 그녀에 대한 비난은 이브의 경고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어쩌면 그날 있었던 공연에서 비난을 받지 않은 가수는 김조한 뿐이라는 말처럼 모두가 파격적인 변신을 했지만 너무나 보는 음악으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판단으로 보입니다.
나는 가수다가 추구하는 것은 '음악' 그 자체이지,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음악이라는 것은 콘서트와 같이 특정한 무대에 맞춰서 감동을 전달하기도 하고, 혼자서 들으면서 감동을 받기도 하는 것인데, 방송이라는 특성상 나는 가수다는 감동을 눈과 귀로 전달해야 하는 것입니다.
매주 가수들이 보는 음악으로서 변화를 시도하지 않은채, 정적으로 서서 노래만 한다면 과연 나는 가수다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가수들이 하는 손짓, 몸짓 하나에 따라 음악을 다르게 느낀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박정현이 발음논란에도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이고, 나가거든에서는 감정이 폭발하는 무대를 선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 사람들은 나가거든은 옥주현이 불렀어도 1위를 했을 곡이다라는 것이고, 장혜진이 진짜 1위라는 말들이었습니다. 또한 장혜진의 공연 순서가 7위였다면 1위를 했을 것이란 말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난들은 이미 나는 가수다를 제대로 모르고, 박정현을 몰라서 하는 소리일 것입니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은 1번부터 7번까지 경연 순서가 있고, 7번 무대가 끝이난 다음 거의 곧바로 투표가 이어집니다. 이것은 단순히 생각해 보더라도 1번보다는 7번 가수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렇기에 가수들에 대한 경연 순서는 추첨으로 이뤄지고, 비난을 피하기 위해 가수 자신이 뽑도록 했습니다. 가수에게 있어서 일종의 복불복 시스템을 도입한 나는 가수다는 노래 선택도 복불복이고, 경연 순서도 복불복입니다. 또한 자신이 부르는 노래가 1위 가능성이 매우 높더라도 상대 가수의 노래또한 중요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1위를 수상한 곡들만 가지고 하나의 경연이 탄생할 수도 있는 무대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가수다의 이런 특성을 이해한다면, 박정현이 7번째 순서라서 1위를 했다거나, 장혜진이 1번이라서 안타까웠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미 김범수는 1번으로 경연했지만 1위를 하기도 했고, 순서를 넘어서는 순위를 보여준 가수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비단 장혜진이 부족해서라기보다도 박정현에 대한 기대치가 엄청나다는 것이고, 박정현은 그것을 넘어섰다는 어쩌면 더욱 대단한 사실을 보여준 것입니다. 매주 박정현은 기대이하의 무대를 선보인 적도 없고 비난을 살만한 행동을 한 적도 없습니다. 더구나 그녀가 들려주는 노래는 언제나 심금을 울렸고,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랬기에 그녀가 부른 나가거든에 대해서는 어느때보다도 기대가 컸을 것이고,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면 그녀의 순위는 내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나는 가수다에서 박정현이 1위를 했다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닌, 박수받을 일이라는 사실입니다. 발음논란을 가뿐히 넘어서서 가장 한국적인 음악을 선보였고, 원곡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색으로, 무엇보다도 자신만의 목소리로 전달했다는 것, 그리고 모두를 감동시켰다는 것입니다. 옥주현이 7위로 탈락할만큼의 아쉬운 무대가 아니었다는 말도, 어쩌면 박정현과 장혜진의 무대가 너무나 강렬했기에 그녀가 받아야만 했던 안타까운 성적표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결코 그녀가 부족해서 받아든 결과는 아닐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가수다는 조금씩 조금씩 자신만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고, 몇 남지 않은 원년멤버들은 피나는 노력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가수들에 지지 않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가수들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할 것이 아니라 격려의 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쩌면 실력파 가수들이 언더그라운드 생활을 하고, 자금력이 없는 소속사로 인해서 아이돌보다도 못한 생계를 이어 나가는 그들을 보면서 한국의 가요계는 죽어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점에서 숨어있던 옥석을 가려주는 나는 가수다는, 이제 비난을 넘어서서 매주 한번씩 감상하는 하나의 드라마라고 생각됩니다. 이토록 완벽한 무대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게 해준 프로그램을, 그리고 매주 새로운 변신을 시도해야 하는 가수들을 비난하는 일은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까요. 언젠가 박정현도 하위권이 되어서 탈락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 스스로도 말했듯이, 나는 가수다는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고 가수들에게는 도전해볼만한 무대라는 것입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탈락하게 될때, 박수받으며 떠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어 있기를 기대합니다.
─━ ☆ 제왕회관공식카페 살며생각하며 ♬ 세상사는 이야기들 ☞ 클릭☜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