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처음 입문담을 들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G선상의 아리아'를 꼽던데,
나는 지금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bach에 처음 입문을 하게 됐다.
벌써 십수년이 지난 일이다.
재수를 하던 5월 어느날...
그날따라 신록이 너무 싱그러워 학원을 땡땡이 치고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집으로
기어 들어왔는데.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를 끼고 살던 소위 라디오키드였는지라,
그날도 들어오자마자 그 시간대에 늘 듣던 프로에 채널을 고정시키고는 마루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혹시 아시는 분이 있을까 모르겠는데, KBS1 FM에서 오후 4시에 지금도 방송하는 "노래의
날개위에"라는 프로가 있다.
그때는 아나운서 이금희가 갓 방송국에 입사해 신입으로 뛰던 시절이었는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진행을 하던 그 프로에 흠뻑 빠져들어 듣기 시작해
진행자가 여러번 바뀐 지금까지도 계속 듣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그렇게 눈을 감고 큰 대자로 드러누워 신세 한탄을 하고 있었는데 이 음악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마치 천상에서 울려 나오는 듯, 시원한 고원의 바람 한 줄기가 내 가슴을 훑어 고뇌를
싣고 날아가는 듯한 느낌...
그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음악이 다 끝나고 이금희의 곡 소개 멘트가 흘러 나왔다.
"바하의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였습니다."
이때부터 한 소년은 바하의 팬이 되었다.
바하를 좋아하게 되니 바로크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러다 보니 헨델이나 비발디 등 다른 바로크 음악가들까지 덩달아 좋아하게 되었는데,
혹시나 바로크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팁 한가지를 소개해 드리자면,
국내에서 바로크 음악만 전문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딱 하나 있다.
새벽 6시에 KBS 1FM에서 아나운서 이규원씨가 진행하는 "새 아침의 클래식"이라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원래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싫어하는데도 불구하고
가끔씩 일어나 듣는 이 프로는...그야말로 청정한 새벽을 느끼게 해 준다.
클래식 얘기 나온 김에 하나 더 얘기하자.
KBS 9시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 정세진이 진행하는 클래식 전문 TV프로그램이
있다.
"정세진의 클래식 오딧세이"가 그것인데, 클래식이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감각적 영상을 통해 보여주는 아주 훌륭한 방송이라고 감히 추천하는 바이다.
정세진의 깔끔하면서도 섹쉬한 진행을 보고 있노라면 1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정세진이 개인적으로 땡기는 타입이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보는 건 아니다. 오해
마시길 -_-;;)
한가지 흠이라면 너무 늦게 한다는 것...일요일밤 1시에 한다.
(위성방송 KBS KOREA에서도 하니 참고 하시길. 토요일 낮 2시, 밤 10시에 한다)
복잡한 일도 많고 괴로운 일들도 많으시겠지만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떼들을 생각하며 여러분들도 편안한 나날들 보내시길....
ps- 이 글을 썼을 당시에는 '새아침의 클래식'을 이규원 아나운서가
진행했었는데,
요새는 홍소연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있으며, 이규원 아나운서는 아침 9시에 하는
'가정음악실'을 맡고 있다.
그리고 '노래의 날개위에'는 정세진 아나운서로 바뀌었음을 알린다.
배경음악 원제: Schafe kÖnnen sicher weiden from 'Hunting Cantata'BWV208 (J. S. B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