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는
우리 나라와 다른나라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래 동화를 중심으로
인성 지도에 적합하다고 판단 되는 내용을 재 편집 한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인성 카드를 작성해 보는 방법으로 자료로 활용 하시고
포트폴리오로 정리 해 두면
좋은 인성지도 결과를 얻을 것입니다.
목 차
까치의 판결 1
큰 그 릇 3
무례한 행동 5
지혜로운 임금 6
지성이면 감천 7
강수의 책임감 9
친구의 의리 10
사랑과 존경 11
혼자사는 사람 12
아버지의 마음 13
이황 부인 14
욕심많은 개 15
애 국 심 16
아버지의 유물 17
형제의 우애 19
함 홍 차 사 20
삼 년 고 개 21
끊을 수 없는 우애 23
베풀고 또 베풀고 24
목숨을 건 우정 25
효 도 26
율곡 선생의 효도 28
호랑이도 구해준 명의 허준 29
고 려 장 31
삼형제의 우애 34
책임있는 행동 36
게으른 농부에게 얻은 교훈 37
정직한 사회 38
줏대없는 사람 39
자신있는 사람이 되자 40
남을 위하는 자신의 일 41
최고의 사랑 43
용기있는 행동 45
극기의 첫걸음 46
믿음의 다리 47
사람이야기 48
타이타닉 호 49
서로 사는 길 51
봉 사 정 신 52
금과 은으로 만든 빵 53
사랑의 매 55
촉 없는 화살 56
튼튼한 다라 57
황희 정승의 마음 58
절 약 정 신 59
엄장스님과 광덕 61
앙 리 뒤 낭 62
인 간 존 중 63
세종대왕의 눈 64
임금님의 병 65
토끼의 꾀에 넘어간 호랑이 68
어리석은 호랑이 69
토끼의 꾀 70
가자미와 복쟁이 71
섬을 찾아온 세 사람 72
박 쥐 73
토끼들의 고민 74
양초 도깨비 75
거지의 아내 78
깃털과 소문 79
봉이 김선달 80
세 친 구 81
땅벌에 쏘인 얼룩말을 보고 놀란 사자 82
달 래 83
효자와 불효자 84
자 린 고 비 85
도둑을 회개시킨 삶 86
아버지의 친구와 아들 친구 88
정성들여 찐 감자 90
해와 달이 된 오누이 91
용왕의 아들과 옥황상제 아들의 내기 92
서동 이야기 93
단군의 건국 이야기 94
착한 정씨 96
도깨비 감투 97
띠와 열두마리의 동물 98
고지식한 농부 99
수달과 혜통 스님 100
저승이 있는 곳간 101
죽림동 이야기 105
선비의 친구 107
황영감과 칠복이 108
말 채 나 무 109
반 쪽 거 울 110
파 랑 도 111
땅속에서 태어난 아기 113
붕이 형제 115
감목관 김씨 118
광정당과 이목사 120
신선의 놀이터 123
산신 이야기 124
저승 할망 128
영등 대왕 130
까마귀 모르는 제사 131
꾀 많은 양반 133
사 만 이 136
돌 하르방 139
장사 구운문 141
채 똑똑이 142
더벅머리 도깨비 144
고 부 윤 149
천 지 왕 152
도깨비 형제 155
애기 업게 돌 157
도깨비 방망이 159
신기한 산삼 161
정월 초하루 163
몽당 빗자루 164
백발의 노인 166
고 려 장 168
방 선 문 170
힘과 기예가 뛰어난 강씨 171
오 서 자 173
김명현 참관 174
소 빠져 죽은 못 175
구 슬 할 망 176
오도롱의 양훈장 178
너븐밭 장사 180
도 승 182
한동리 도깨비 184
용의 머리 186
닭 잡아 먹기 187
가령 양장이 189
뱀 신 191
평대 부대각 193
범 천 종 195
도 깨 비 방 쉬 197
외 돌 개 199
고 전 적 201
절 부 암 203
인 성 카 드 205
까치의 판결
참새와 파리가 살았습니다. 참새는 노래하고 파리는 춤을 추며 의좋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여름, 그 마을에 심한 가뭄이 들어서 밭에도 논에도 곡식 한 톨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참새는 모이를 찾아 정신없이 헤맸지만 좁쌀 한 톨도 얻지 못했습니다. 참새는 몹시 배가 고파서 마침내 파리를 잡아먹어야겠다는 무서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참새는 파리를 쪼으려고 덤벼들었습니다. 깜짝 놀란 파리는 날쌔게 몸을 피했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짓이니?"
"배가 고파 죽겠단 말야."
"아무리 그렇더라도."
파리는 벌벌 떨었습니다.
참새는 별안간 기운이 솟은 듯 말했습니다.
"이것봐. 죄가 없다니?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무슨 죄?"
"그걸 일일이 설명해야 되겠니?"
참새는 파리의 죄를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애써 빨아 널어 놓은 흰 빨래에 검은 똥을 누어 망쳐 놓거나 자개장롱에 똥을 누어 더럽히는 것은 누구지? 잠자는 아기 콧등을 간지럽혀 깨우는 것은 또 누구고? 어디 그뿐인가, 먹음직한 음식을 보면 사람들이 손을 대기 전에 실례를 하니 그게 죄가 아니고 무엇이니?"
참새는 신이 나서 떠들었습니다.
참새의 말에 파리도 지지 않고 대들었습니다.
"그래 네 말이 맞는다고 치자. 그럼 너는 남을 위해 한 것이 무엇이니? 너는 세상에 나와 한 가지 죄도 짓지 않았다는 말이냐?"
참새는 얼굴을 붉히며 대꾸했습니다.
"뭐라고? 내가 잘못한 게 뭐란 말이야?"
파리는 비웃는 듯한 얼굴로,
"사람들이 정성 들여 기른 벼나 조 따위 곡식을 채 여물기도 전에 마구 쪼아먹고, 또 너를 쫓느라고 농사철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게 만들다니 이게 어디 이만저만한 죄가 아니란 말이냐."
파리는 핏대를 올려 가며 말했습니다.
"뭣이 어째?"
참새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럼 네가 할 말이 있단 말이야?"
파리도 참새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큰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럼 있고 말고."
참새가 말했습니다.
"내가 만약 곡식을 갉아 먹는 벌레를 잡아먹지 않는다면 이 세상 곡식들은 하나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하니?"
참새는 자기가 옳다고 내 새웠습니다.
"그럼 이럴 것이 아니라 척척박사인 까치에게 가서 판결을 받도록 하자."
"좋아."
둘은 까치에게 가서 자기네가 이때까지 다툰 이야기를 하고 판결을 내려 달라고 말했습니다. 까치는 파리와 참새에게 판결을 내렸습니다.
"파리는 우리 까치를 해치는 경우가 많지 않으니 특별히 용서해 준다."
"참새는 사람들이 애써지어 놓은 농사를 많은 축을 내고, 사람들이 황금 같은 시간에 너를 쫓느라고 허비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사이좋게 지내던 파리까지 잡아먹으려고 한 죄는 더욱 용서할 수 없다."
참새는 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곤장 20대!"
재판장 까치가 때리는 매가 어찌나 아프던지 참새는 매를 내리칠 때마다 한 대라도 덜 맞으려고 깡충깡충 뛰었습니다.
파리는 죄를 용서받자 하도 기뻐서 까치의 머리 위에서 맴돌았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재판장님. 죄를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습니다.
참새가 깡충깡충 뛰어다니고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는 버릇은 이때부터 생겼다고 합니다.
큰 그 릇
고구려 영양왕 때 수나라는 113만이라는 엄청난 대군으로 침입해 왔습니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수나라 군사와 고구려 군사가 진을 쳤습니다. 이때 을지문덕 장군이 장수들에게 말했습니다.
"적진을 직접 살펴보고 오겠노라!"
장수들이 말렸습니다.
"안됩니다! 위험합니다!"
그렇지만 을지문덕은 거짓 항복 문서를 만들었습니다.
작은 배에 흰 기를 달고서 혼자 노를 저어 압록강을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고구려 군이다. 항복했다!"
수나라 군사들이 좋아했습니다.
을지문덕은 강기슭에 배를 대어놓고 수나라 군사들을 살피며 적의 장수들이 있는 막사로 갔습니다.
적의 장수 우중문이 있는 막사는 호화로웠습니다.
을지문덕과 우중문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습니다.
"항복한다는 게 사실이오?"
"그렇소."
"고구려가 우리 수나라를 모시고 해마다 조공을 바치겠소?"
"그것은 상감과 상의해 보겠소."
"이 놈! 이 따위 항복 문서가 나에게 통할 줄 알았느냐?"
우중문은 갑자기 을지문덕을 묶어 가두라고 하였습니다.
이때 을지문덕은 크게 호통치며 웃었습니다.
"이제보니 수나라는 큰 나라인 줄 알았더니, 왜국(일본)보다도 더 작은 나라 구려. 고구려가 무서워서 나를 잡아 가두고......"
"뭐라고?"
"그렇지 않소이까?"
"허허허, 당신이 어떻게 하나 보느라고 그랬소. 나도 한 나라의 장수이거늘 어찌 고구려의 장수를 졸개 취급하겠소?"
우중문은 슬쩍 말을 돌리고 을지문덕을 놓아주었습니다.
"어서 가서 고구려 왕에게 아까 그 문제를 허락 받아 오시오."
을지문덕은 다시 배를 타고 강을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배가 적진에서 멀어지자 을지문덕이 외쳤습니다.
"이 어리석은 우중문아! 싸워 보지도 아니하고 항복하는 장수가 어디 있느냐?"
우중문이 발을 동동 굴렀으나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강을 건너 온 을지문덕을 보자 고구려 군사들의 사기가 높았졌습니다.
"수나라 군사들은 굶주리고 지쳐서 건들기만 해도 쓰러질 것 같다. 그러나 다른 수를 쓸 것이다."
뜻밖에 을지문덕은 후퇴 명령을 냈습니다.
"적과 싸워도 되는데 왜 후퇴합니까?"
"우중문이 지금 약이 바짝 올랐다. 평양성까지 후퇴하며 곡식 한 톨도 남기지 말라."
을지문덕은 군사를 이끌고 일부러 평양성으로 후퇴했습니다. 이를 본 수나라 군사들은 압록강을 건너 물밀 듯이 쳐들어 왔습니다.
굶주리고 지친 수나라 군사들은 압록강만 건너면 먹을 것이 많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집에도 곡식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우중문은 은근히 겁이 나서 군사를 되돌렸습니다.
수나라 군사들이 살수를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을지문덕이 강 위쪽을 막아 놓은 물을 터 놓자 수나라 군사들은 물귀신이 되어 버렸습니다.
을지문덕 장군의 용기 하나가 이렇듯 적의 대군을 무찌를 수 있었습니다. 을지문덕이 용감하게 혼자 적진을 다녀왔을 때 싸움은 거의 이긴 거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을지문덕은 자신의 책임을 완수한 것입니다.
무례한 행동
추운 겨울날, 어느 시골의 논두렁길을 남루한 옷차림의 선비 한 분이 걸어가고 었습니다. 그런데 그 논두렁길 저쪽에서 어떤 젊은이가 말을 타고 오고 있었습니다. 젊은이는 좋은 비단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두 사람은 논두렁길 중간에서 마주쳤습니다. 선비는 조심조심 몸을 한쪽으로 틀며 논두렁길 가장 자리로 비켜섰습니다.
젊은이는 거만한 태도로 말에 채찍을 가해서 왈칵 몰았습니다. 너무 급히 몰았기 때문에 젊은이의 발이 선비의 머리와 부딪쳤습니다. 선비는 기우뚱해진 몸을 바로잡으려고 했으나, 중심을 잃고 차가운 논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흙투성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젊은이는 논바닥에 넘어진 선비를 돌아보지도 않고 말을 몰더니, 잠시 후에 말을 멈추었습니다. 자신의 발에 신겨져 있던 가죽신이 벗겨졌음을 알았던 것입니다. 선비와 부딪칠 때에 벗겨진 것입니다. 신은 선비가 쓰러져 있는 자리 옆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젊은이는 당황했습니다. 신을 줍자면 버선을 벗고 논바닥에 들어가야겠고, 그렇다고 자기의 잘못으로 선비에게 주워 달라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젊은이는 말 위에 엉거주춤 앉아서 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선비가 젊은이의 처지를 알아챈 모양이었습니다. 그는 자기 옆에 떨어져 있는 가죽신을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젊은이가 서 있는 쪽으로 말없이 걸어왔습니다. 그걸 보자, 젊은이는 얼굴이 새빨개졌습니다. 젊은이는 당장 그 자리에서 멀리 도망쳐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러자 선비는 조금도 거리낌없이, 흙투성이인 젊은이의 가죽신을 옷자락으로 잘 닦아서 젊은이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젊은이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습니다.
"내가 길을 잘못 비켜서 이 귀한 가죽신에 흙을 묻히게 됐군요. 미안합니다."
선비는 젊은이에게 가죽신을 내밀었습니다.
젊은이는 더 견디지 못하고 말 안장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선비님, 제 무례한 행동을 용서하십시오. 차라리 뻔뻔스러운 저의 뺨을 때려 주십시오. 그래야만 제 마음이 좀 편해지겠습니다. 제발, 제발 부탁입니다."
젊은이는 그 좋은 옷이 버려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논두렁에 엎드려 용서를 빌었습니다.
지혜로운 임금
옛날, 지혜로운 임금님이 계셨습니다. 임금님은 신하들에게 항상 몸가짐을 바르게 하라고 이르셨습니다. 걸음을 걸을 때에도 몸을 바르게 세우고 조심해서 걸으라고 하셨습니다. 임금님은 그렇게 바른 행동을 하고 조심을 해야 백성들이 따른다고 하셨습니다.
어느 날, 임금님께서 신하들에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몸과 마음이 깨끗한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어보시오."
임금님의 말씀에 신하들은 모두 자신이 없어 주위를 살피기만 하였습니다. 그런데 간사한 한 사람이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잠자코 있던 사람들은 속으로 비웃으며, '저 사람보다는 내가 더 정직하다.'며 손을 들었습니다.
그때, 임금님께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자, 그러면 모두들 자기 손바닥을 한번 보시어."
자기 손바닥을 본 신하들은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손바닥마다 시커먼 검댕이가 묻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임금님은 껄껄 웃으셨습니다. 신하들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임금님을 쳐다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러자 임금님께서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대궐로 들어오는 문기둥에 내가 남몰래 묻혀 놓았소. 내가 늘 행동을 조심하라 하지 않았소? 바르게 걸으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문기둥을 잡지 않고 바르게 걸은 사람이 한 사람도 없으니 참 슬프오. 마음의 때는 이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낄 수 있소. 그러니 항상 깨끗한 마음을 가지고 법을 두려워하면서 양심에 따라 살도록 하오. 그래야 나라가 바로 서지 않겠소?"
신하들은 그제야 임금님의 속뜻을 알아 차렸습니다.
지성이면 감천
일찍이 맹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성을 다하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없다"
'지성'은 정성을 다한다는 뜻입니다. 또 옛말에 <지성이면 감천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온갖 정성을 다 기울이면 감천, 즉 하늘도 감탄한다는 뜻이다.
옛날 '지성'이라는 아이와 '감천'이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두 아이는 모두 부모를 여의고 거지가 되어 떠돌아다니다가 만나서 의형제를 맺었습니다.
"형, 우리 돈 많이 모아서 집을 사 함께 살아요."
지성이가 말했습니다.
"그래, 하루빨리 거지 노릇을 그만두어야지."
얼마 뒤, 지성이는 지성껏 동냥을 하여 돈을 많이 모았습니다.
그렇지만 감천이는 게으름을 피워 돈을 많이 몹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감천이는 지성이를 때려 주고 돈을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지성이는 어느 오두막집의 담 밑에 쓰러졌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한밤중이었습니다. 그때 도깨비들이 나타나 말했습니다.
"지성이 아냐?"
"뒷산 옹달샘에 가서 눈을 씻으면 금방 나을 텐데..."
"김부잣집 딸의 병만 고쳐 주면 그 집 사위가 될 수 있어. 그 집 장작더미 아래 사는 큰 지네를 잡아 달여 먹이면 나아."
"김부잣집에 큰 고목나무가 있는데 그것만 뽑아 버리면 물이 펑펑 쏟아져."
도깨비들이 사라지자 지성이는 뒷산 옹달샘으로 가서 눈을 씻었습니다. 정말 앞이 잘 보였습니다.
이튿날 지성이는 김부잣집으로 찾아가 말했습니다.
"아가씨의 병을 고쳐 주려고 왔습니다."
지성이는 도깨비들이 말한 대로 장작더미를 치우고 지네를 잡아 달여 아가씨에게 주었습니다. 아가씨는 그것을 먹고 병이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김 부자는 지성이와 병이 나은 딸을 결혼시켜서 고목나무가 있는 넓은 땅을 주어 이웃 동네에 살도록 해 주었습니다. 그 땅은 물이 없어서 농사를 짓지 못하던 땅이었습니다.
지성이는 도깨비들이 말한 대로 고목나무를 뽑았습니다. 그러자 물이 펑펑 쏟아져 나왔습니다.
지성이는 넓은 땅에 농사를 지어 마을에서 제일 가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까치가 요란하게 울었습니습니습니다.
'오늘은 귀한 손님이 오시려나 보다.'
지성이는 대문 쪽을 바라보며 마당을 서성거렸습니다.
"동냥 한 푼만 줍소."
웬 거지가 찾아와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지성이는 그 거지를 안방으로 모셨습니다. 거지는 어리둥절했습니다.
"형님, 절 받으십시오."
지성이는 거지에게 큰절을 하였습니다.
"아니, 나를 형님이라니."
"형님, 저를 잘 보십시오. 지성이입니다."
"뭐라고?"
거지는 바로 감천이었습니다.
"오, 지성아! 너는 동냥도 지성으로 하더니 기어코 큰 부자가 되었구나. 나는 네 돈을 빼앗아 달아났어도 이 모양 이 꼴이다."
감천이는 감격하여 지성이의 손을 잡고 엉엉 울었습니다. 지성이는 감천이에게도 재산을 나누어 주어 한 마을에서 함께 살도록 하였습니다.
강수의 책임감
신라 때 문장에 뛰어난 강수는 책임감이 아주 강했습니다.
강수는 어릴 때부터 글을 잘 지었으며, 벼슬길에 나아가서는 당나라에 군대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어 큰 공을 세웠습니다. 또 당나라가 트집을 잡자 옳지 못하다는 항의 편지를 보내어 저들의 주장을 꺾기도 하였습니다.
강수가 청년이 되었을 때 부모님은 신분 높은 가문의 색시를 맞으려고 하였습니다.
"저는 이미 대장간 집 딸과 혼인하기로 약속한 몸입니다."
이 말을 들은 부모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천한 집안의 딸과 혼인한다니 안된다."
"가난하고 신분이 낮은 집의 딸과 혼인한다는 게 부끄러운게 아닙니다. 제가 이미 한 말을 책임지지 않는다면 그게 더 부끄러운 일이지요."
부모님은 강수의 말을 듣고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말이란 한 번 입밖에 내 놓으면 다시 주워담지 못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구나. 네 맘대로하여라."
이렇게 하여 강수는 약속한 대로 대장간 딸과 혼인을 하였습니다.
친구의 의리
전국 시대 조나라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무현의 식객으로 지내던 인상여라는 사관이 있었습니다. 그는 진 진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임무를 훌륭히 해 냈습니다. 그 일로 인상여는 혜문왕의 신임을 받게 되었고 상대부라는 높은 벼슬에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3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조나라 혜문왕은 진나라 왕과 면지라는 곳에서 회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혜문왕을 모시고 회담에 나온 사람은 인상여입니다. 자기 나라 왕에게 창피를 주려는 진나라 왕을 가로막아 혜문왕의 수치를 면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진나라 왕에게 호통을 쳤습니다. 인상여는 그 공으로 본국에 돌아오자마자 상경이라는 더 높은 벼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조나라의 유명한 장수였던 염파는 인상여가 자기보다 높은 벼슬을 받았다며 몹시 화를 냈습니다. 염파는 이런 말을 지껄였습니다.
"그 동안 나는 여러 번 싸움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워 큰공을 세웠다. 그런데 인상여라는 놈은 겨우 세 치의 혓바닥을 놀렸을 뿐인데 나보다 높은 벼슬을 차지했단 말이다. 이름 높은 장수가 그까짓 약삭빠른 놈 밑에서 일할 수 없지."
염파는 흥분을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울분을 참지 못하던 염파 장군은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또 이런 말을 했었었습니다.
"인상여란 놈을 만나기만 해봐라. 내 반드시 그에게 욕을 보여 주리라.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인상여는 염파와 마주치기를 피하였습니다. 왕 앞에서 열린 회의에도 몸이 아프다며 핑계를 대고 나가지 않았습니다. 멀리서 염파가 나타나는 것이 보이면 얼른 숨어 버렸습니다.
이런 인상여의 태도를 보고 분해하던 사람은 그의 부하였습니다.
"나리. 저희들이 대감을 받들고 있는 것은 대감의 그 높으신 뜻과 훌륭하신 지혜를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하온데 지금 대감께서는 염파 장군을 무서워하고 계십니다. 염파 장군에게 그런 수모를 당하고도 그렇게 피해 다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말씀해 주십시오."
인상여는 부하의 말을 듣고 웃으면서 그에게 되물었습니다.
"그대는 진나라 왕과 염파 중 누가 더 무서우냐?"
"진나라 왕이 더 무섭지요."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했지? 진나라 왕을 혼을 내고 망신까지 주었네. 그 일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일세."
인상여는 말을 끊고 한숨을 내 쉬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지금 진나라가 우리 조나라에 쳐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염파 장군과 내가 있기 때문이야. 만약 우리 두 사람이 감정을 앞세워 싸운다면 어느 한 쪽은 죽을 수밖에 없지. 일이 그렇게 되고 나면 그 틈을 타고 진나라가 쳐들어 올 것은 뻔해. 알겠느냐? 나는 염파가 무서워서 이러는 것이 아니라 진나라가 쳐들어 올 것이 두려워서 염파 장군을 피하는 거야."
염파 장군은 그 후 그 말을 전해 듣고는 부끄러워서 몸둘 바를 몰라 했습니다. 그는 인상여를 찾아와서 용서를 빌었습니다.
"면목이 없소이다. 당신의 높고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했소. 용서해 주시오."
"원 별 말씀을......"
인상여는 염파 장군을 용서했습니다. 그 후 두 사람은 친구 사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사랑과 존경
옛날 어느 마을에 오장이라는 훌륭한 스승이 있었습니다.
오장은 높은 벼슬에 올라 학자로서 큰 존경을 받았습니다.
어느 날 오장은 왕망이라는 세도가가 행패를 부리자 점잖게 타일렀습니다.
"어찌하여 백성들에게 미신을 퍼뜨리는고? 그러면 나라가 어지러워지는 법이오."
"무엇이? 네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는 거냐?"
왕망은 오장을 죽여 버렸습니다.
임금을 쫓아내고 자신이 왕이 되려는 왕망은 눈에 거슬리는 자는 모조리 없애자고 하였던 것입니다.
'오장을 잡아 죽였으니 그 제자 놈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지?'
오장의 제자는 수천 명이나 되었습니다.
왕망은 오장의 제자들을 잡아다 놓고 한 사람씩 물어 보았습니다.
"오장의 제자이지?"
"아닙니다. 집에서 하도 공부를 하라고 꾸짖으니 며칠 드나들다 말았습니다.
"너는 오장의 제자이지?"
"나는 아닙니다."
모두들 오장의 제자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지 않았다가는 목이 날아갈 판이라서 발뺌을 한 것입니다. 맨 나중에 운창이라는 관리가 왕망 앞으로 불려 갔습니다. 운창은 관리였습니다.
"너는 오장의 제자가 아니겠지?"
"저는 오장 선생의 제자입니다."
"무엇이?"
"나를 낳아 주신 어른을 어찌 목숨이 위태롭다고 부모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아무리 악한 폭군이라 하더라도 부모와 스승은 알아본다 하옵니다. 스승을 알아보는 제가 나쁜 사람이라면 당장에 목을 치소서."
왕망은 흠칫 했습니다. 운창을 죽인다면 자신은 폭군보다도 더 흉악한 자가 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저의 스승의 시체를 거두게 하여 주십시오. 제자 된 도리를 다하게 해 주십시오."
왕망은 운창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과연 오장은 훌륭한 제자를 둔 스승이구나!'
마침내 왕망은 운창의 청을 들어주었습니다.
"운창의 스승이신 오장의 장례를 후하게 치르도록 하라!"
왕망이 부하들에게 일렀습니다. 오장의 장례는 운창이 정성껏 치뤄 주었습니다.
혼자사는 사람
옛날, 어느 마을에 자기만 아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다른 이웃을 돌아보거나 생각하지 않고, 자기 가족들만을 돌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이 마을에서 가장 부자인 이 진사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서 무관심했습니다. 돈이 필요한 사람이 찾아와 애걸을 해도 빌려주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이 진사댁에 좋지 못한 병에 걸린 사람이 생겼습니다. 전염병이어서 집안 식구들 모두 곧 병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도와 줄 생각은 않고, 전염병에 걸리지 않으려고 이 진사 집 주위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진사 집안 사람들은 모두 병에 걸려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습니다. 논과 밭의 곡식들은 주인의 손길이 닿지 않자 점점 시들어 가기만 하였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서 마을의 한 노인이 이 진사의 논에 나가서 팔을 걷어붙이고 잡초를 뽑고 물도 대 주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에 감동한 마을 사람들은 이 진사의 집에 가서 식구들을 치료하였으며 농사일도 도와주었습니다. 이 진사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이제까지 자기만 알고 살아 온 지난 세월을 후회하였습니다.
이러한 일이 있은 후에 마을 사람들은 한 자리에 모여서 이웃을 사랑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을 의논하였습니다.
그 후 마을 사람들은 착한 일은 서로 권장하고 나쁜 일은 서로 일깨우며 예이를 지키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와 주는 살기 좋은 마을이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마음
옛날 어느 집안에 아주 불효 막심한 아들이 있었습니다. 살림살이가 하도 가난하여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집안 형편에 늙으신 아버지마저 병들어 누워 있었습니다. 아들은 늙고 병든 아버지가 귀찮았습니다. 그래서 병든 아버지를 남몰래 내다 버리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버지를 꼬여 산책을 가자고 해 깊은 산속에 버리고 오는 것이 어떻겠소?"
"혹 사냥꾼이나 지나가던 사람이 있으면 집을 찾아 줄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무슨 좋은 수가 없겠소?"
아들이 걱정되어 묻자 며느리는 목소리를 낮추어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좋은 꾀가 있어요. 뒷산 마을 큰 저수지에 뱃놀이 가시자고 하여 물 속에 밀어 넣으면 되잖아요? 마을 사람들에게는 물에 뛰어 들어 자살하셨다고 하면 다들 믿을 거에요."
"그래, 정말 그게 좋겠군."
아들과 며느리는 이렇게 짜고 아버지를 꾀어 저수지로 모시고 왔습니다. 아들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을 알았지만 모른 척 하고는 물가에서 더 이상 나아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들과 아버지가 밀고 당기는 모습을 마침 지나가던 포졸이 보고 물었습니다.
"물가에서 다들 왜 이러시오?"
아들은 깜짝 놀라서 '이젠 죽었구나.' 아며 벌벌 떨며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아버지께서 사실대로 말하면 관가에 잡혀가서 큰 벌을 받은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정신을 가다듬은 아버지가 얼른 일어나서 포졸 앞으로 나서서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우리 집은 몹시 가난하오. 나는 병들고 늙어 차라리 죽어서 아들의 걱정을 덜어 주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이 저수지에 빠져 죽으려고 했더니 아들이 눈치를 채고 달려와서 지금 말리는 중이라오."
이황 부인
속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황 선생은 깔끔하기로 이름이 나 있었습니다. 주변이 지저분한 걸 싫어했습니다. 서재는 늘 정돈이 되었습니다. 먹물 한 방울도 방바닥에 튀는 일이 없었습니다. 하물며 수염까지도 매일 가다듬어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그런 이황 선생이었기에 자기 부인에게도 엄했습니다.
"영감, 제발 좀 적당히 지내시구려."
부인은 참다 참다 이황 선생에게 말했습니다.
"허허, 대감의 부인으로서 그런 일쯤 해야 함이 마땅한데 어찌 부인은 잔소리가 많소?"
이황 선생은 부인의 말에 정색을 하며 화를 내었습니다. 그러니 부인은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루는 이황 선생이 부인을 불렀습니다.
"도포 자락이 헤어졌구려. 기워 놓아두구려. 조정에 들어 갈 때 입을 것이니 명심하고."
이황 선생은 신신 당부를 했습니다. 이황 선생의 신신 당부에 부인의 신경이 더욱 날카로워 졌습니다. 그러다 깜빡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부인은 흰 도포를 하필 빨간 헝겊으로 기워 놓았습니다. 시킨 대로 잘했으리라 믿었던 이황 선생은 아무 생각 없이 도포를 입었습니다.
"이 대감 그게 무슨 꼴이오?"
조정에 들어서는 이황 선생을 보고 다른 대감들이 놀렸습니다.
"아니? 왜 그러시오?"
이황 선생은 정색을 하며 되물었습니다.
"허허, 대감 이젠 망령이 들었나 보오."
대감들의 딴전에 이황 선생은 무슨 영문인지 몰랐습니다.
"하얀 천에 붉은 점이 무엇이오?"
대감들이 손으로 가리켜야 선생은 하얀 도포를 빨간 헝겊으로 기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조정에서 웃음거리가 되었다 합니다.
이처럼 너무 신경을 쓰다가 실수하는 꼴을 이황 부인 같다라고 말을 합니다.
욕심많은 개
"랄랄랄라......."
개 한 마리가 노래를 부르며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어! 무슨 냄새야?"
개는 코를 벌름거리다가 길에서 고기 한 점을 주웠습니다.
"오늘은 재수가 좋구나. 혼자 맛있게 먹어야지."
개는 고깃덩이를 물고 걸었습니다.
냇가에 이르러 다리를 건너면서 개는 물 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물 속을 보니 개가 보였습니다. 맛있는 고깃덩이를 물고 있었습니다.
개는 제 모습이 물에 비친 줄은 모르고 , 잠시 물 속을 노려보았습니다.
"음, 저 놈도 고깃덩이를 물고 있구나. 저 고기도 뺏어 먹어야지."
이렇게 생각한 개는 컹컹 짖었습니다.
그 바람에 물었던 고기가 그만 물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애 국 심
이스라엘에서 유학생과 이집트에서 온 유학생이 있었습니다. 두 유학생은 한 번도 결석을 해 본 일이 없었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여태껏 결석을 한번도 하지 않던 학생들이었는데."
교수가 그 영문을 알아보았습니다.
이스라엘 학생은 자기 나라로 가기 위해 공항에 나가고 이집트 학생은 어제 저녁에 하숙을 다른 데로 옮겼다고 했습니다.
교수는 곧장 공항으로 달려가서 이스라엘 학생을 만났습니다.
"왜 학생은 이스라엘로 가려고 하는가?"
"어제 이스라엘과 이집트간에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이 전쟁이 끝나고 난 뒤 저를 보고 전쟁 때 어디에 있었느냐고 물으면 무엇이라고 답하겠습니까?"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교수는 이어 이집트 학생을 찾아가서는 왜 하숙을 옮겼느냐고 물었습니다.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이스라엘 학생들을 피하려고요."
교수는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뒤 이스라엘이 전쟁에서 승리하자 교수는 이스라엘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았습니다.
아버지의 유물
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한 아버지와 삼형 제가 살았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몸이 아파 누워 있었고, 날이 갈수록 병이 심해져 거의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안 아버지는 세 아들을 불러 놓고 유언을 했습니다.
"얘들아, 이젠 내가 얼마 살지 못할 것 같구나. 너희들에게 뭘 주고 싶어도 워낙 가난 하다 보니 줄 것조차 없구나. 그러나 이것이라도 줄 테니 내가 죽거든 부지런히 일하고 의좋게 살아라."
아버지는 맏아들에게는 맷돌을, 둘째 아들에게는 표주박과 대지팡이를 막내에게는 장구를 각각 물려주었습니다.
아버지가 숨을 거두자 세 아들은 아버지의 장사를 치른 뒤, 물려준 물건을 가지고 일할 곳을 찾아 떠났습니다.
"우리 서로 헤어져서 자기가 가고 싶은 길로 가기로 하고, 다음에 약속한 날짜에 다시 이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자!"
형제는 제각기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큰아들은 무거운 맷돌을 짊어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걸어갔습니다. 이윽고 해가 저물어 더 이상 걸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잠이 들었을 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를 들렸고, 그 소리에 큰아들은 깜짝 놀라 눈을 떴습니다.
큰아들이 나뭇가지 사이로 소리나는 곳을 살펴보니, 도둑들이 서로 보물을 더 많이 갖겠다고 다투고 있었습니다.
큰아들은 달빛에 반짝이는 보물과 돈을 보자, 한 가지 꾀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곁에 놓아두었던 맷돌을 갈기 시작했습니다.
"지지직, 지지직, 지지직."
도둑들은 깜짝 놀라습니다.
"아이쿠, 이게 무슨 소리야?"
"아니, 하늘엔 구름 하나 없는데 웬 천둥소리지?"
"이건 하늘에서 우리에게 내리는 천벌 일거야."
"뭐라고, 도망가자!"
도둑들은 보물들을 다 내팽개친 채 달아났습니다.
큰아들은 나무에서 내려와 보물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하여 아버지가 물려주신 맷돌 덕분에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둘째 아들은 가운데 길로 걸었습니다.
갈수록 길이 험해지더니, 어떤 공동 묘지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미 해는 저물어 깜깜하고 찬바람이 불자, 여기저기서 이상한 소리가 났습니다.
'무서워 못 견디겠다.'
둘째 아들은 죽을 힘을 다해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마을 가운데에 대궐 같은 큰 기와집 담 너머로 울음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둘째 아들은 울음소리를 이상히 여겨 하인인 듯한 사람에게 우는 까닭을 물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습니까? 아무 탈없던 주인댁 아가씨가 밤새 별안간 돌아가셨지 뭡니까?"
"그래요? 그럼 내가 한 번 고쳐 보겠습니다. 주인께 아가씨를 살려 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여쭈어 주시오."
하인의 말을 전해들은 부잣집 주인은 둘째 아들을 딸의 시체가 있는 방으로 안내했습니다.
"으음, 내가 따님의 목숨을 살릴 때까지 아무도 이 방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문틈으로 들여 봐도 안 되오."
혼자 남은 둘째 아들은 옆구리에 찼던 표주박을 꺼내 딸의 콧구멍에 바싹대었습니다.
그러자 시체는 다시 핏기를 얻어 불그레해지더니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습니다.
딸이 되살아 난 것을 보고 부잣집은 온통 기쁨이 넘쳤습니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유물 덕분에 큰돈을 받았습니다.
막내아들은 장구를 지고 길을 걸었습니다.
막내아들은 본래 성격이 명랑한 편이어서 혼자였지만 쓸쓸해하지 않고 콧노래를 부르며 갔습니다.
며칠을 걸은 끝에 어느 숲에 다다랐습니다. 공기도 맑고 경치도 아름다워 노래를 부르며 길을 걸었습니다.
장구 장단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며 길을 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숲속에서 이상한 물체가 보였습니다.
호랑이였습니다. 호랑이도 장구 소리에 흥이 나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막내아들은 겁이 났지만 호랑이의 춤이 너무 신기해서, 무서움도 잊고 더욱 신나게 장구를 쳤습니다.
장구 소리에 호랑이의 춤은 그칠 줄을 모르고 마을까지 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신기한 호랑이의 춤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야, 정말 희한한 구경감이야."
"오래 살다 보니 호랑이 춤을 보게 되었네 그래."
사람들은 저머다 한 마디씩 하면서 돈을 마구 던져 주었습니다. 이렇게 이 마을 저 마을을 다니는 동안 많은 돈이 모아졌습니다.
이 신기한 호랑이 춤 이야기는 드디어 임금님에게까지 알려졌습니다.
"그런 희한한 호랑이가 있단 말이야? 여봐라, 그 호랑이를 불러오너라."
임금님 앞에 불려 온 막 내아들은 장구를 쳤고 호랑이는 신나게 춤을 추었습니다.
"돈은 얼마든지 낼 터이니 그 호랑이를 내게 줄 수 없겠느냐?"
임금님은 호랑이를 많은 돈을 주고 샀습니다.
아버지의 유물인 장구 하나로 막내아들은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드디어 약속한 날이 되었습니다. 삼형제는 다시 만났습니다. 그리하여 의좋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형제의 우애
허무는 한나라 때 양선 사람입니다. 태수 제오륜은 허무를 효심 깊고 결백한 사람으로 천거하여 벼슬에 오르게 했습니다. 태수는 군을 다스리던 지방 장관입니다. 각 고을에서는 매년 효도하는 사람과 마음이 곧고 깨끗한 사람을 한 명씩 천거해서 관리로 특별 채용하던 제도가 있었습니다. 그 고을 태수가 허무를 천거한 것입니다. 허무는 자신은 관리로 채용되었지만 아우인 안과 보가 아직도 세상에 나와 일을 하지 못함이 안타까웠습니다.
어느 날, 허무는 동생 안과 보를 불렀습니다.
"예법에는 서로 분별하는 뜻이 있고, 가정마다 따로 사는 도리가 있다. 그러니 우리도 재산을 셋으로 나누고 그와 같이 하는 것이 옳겠다."
허무는 재산을 나누었습니다. 넓고 좋은 집과 기름진 논과 밭, 그리고 힘세고 일 잘하는 종은 자기가 차지했습니다. 아우에게는 나쁜 것만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허무가 욕심을 많이 내는 것을 보고 나쁘다며 험담을 했습니다.
"벼슬을 하더니 사람이 달라졌어.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저는 벼슬 한자리를 하고 있으니, 동생들에게 재산을 줄만도 한데 빈 껍질만 동생에게 주다니 이거야 원........"
"그나저나 허무의 두 동생들을 보시오. 형이 그렇게 욕심을 부려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양보하고 있으니 말이요."
모두 허무를 욕했습니다. 두 아우를 칭찬하는 사람은 날로 늘어갔습니다. 고을 사람들은 허무의 두 아우를 천거하였습니다. 그래서 벼슬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친척들을 모아 자기가 했던 일을 설명했습니다.
"나는 벼슬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두 아우는 나이를 먹어 가는데 명예로운 벼슬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두 아우를 보게 되는 제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저 혼자 벼슬을 하면서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지내는 것이 살갗에 가시가 찔린 것처럼 아팠고 모래를 씹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궁리를 하게 되었죠. 재산을 나누되 좋은 것은 제가 갖고 나쁜 것은 아우에게 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제가 욕을 많이 듣게 됩니다. 제가 책망을 받는 길을 취하면 두 아우는 반대로 고을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게 됩니다. 그들은 결국 천거를 받아 지금은 두 사람 다 벼슬에 올랐습니다. 이것은 제가 바랐던 대로 된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나누어 가졌던 재산은 한푼도 쓰지 않은 채 지금은 세 곱으로 불었습니다 이제 이 재산은 내게 필요가 없습니다. 내 재산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허무의 친척들이 보는 앞에서 재산 문서를 두 아우에게 주었습니다.
이 소문은 온 고을에 퍼졌습니다.
"허무가 재산을 빼돌렸던 예전의 일은 동생들을 위하여 일부러 한 것이라네. 과연 허무는 달라. 우리가 깊은 마음도 모르고 욕만 하였으니 창피한 노릇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말이 맞아."
사람들은 허무의 착하고 생각 깊은 마음씨를 저마다 칭찬을 하였습니다.
함 홍 차 사
태조 이성계가 나라를 세울 때에 이방원이가 큰 공을 세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조는 계비인 강씨의 자식 방석을 세자로 봉했습니다. 이에 방원은 불만을 품고 방석을 옹호하는 정도전 등을 죽여 버렸습니다. 이렇게 되니 태조가 크게 노하여 큰아들인 정종을 임금자리에 앉히고 함흥으로 가서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후 태종 임금이 된 방원은 아버지의 노한 마음을 돌리려고 수없이 문안사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태조는 이들을 모조리 잡아 죽였습니다.
그 소문이 퍼졌습니다. 그러니 아무도 문안사가 되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판중추부사 박순이 문안사가 되었습니다. 박순은 새끼 달린 어미말을 타고 함흥에 들어갔습니다. 태조 있는 곳을 바라보고 일부러 그 새끼 말을 나무에 매어놓았습니다.박순은 어미말을 탔습니다. 그러나 어미 말이 머뭇거리면서 뒤를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아니 하였습니다. 이 광경을 태조가 보았습니다.
"괴이한 일이다. 어쩐 일로 저러는고?"
태조의 말에 박순이 아뢰기를
"새끼 말이 길 가는데 방해가 되어 매어 놓았더니 어미 말과 새끼 말이 서로 떨어지는 것을 참지 못합니다. 비록 미물이라 하더라도 부모와 자식의 정은 있는 모양입니다."
하고 풍자하여 비유하니 태조가 그 재주를 높이 샀습니다. 태조에게 문안사를 갔던 사람은 모두 죽어 소식이 없었지만 박순은 예외였습니다.
삼 년 고 개
옛날 옛날, 어느 시골에 미신을 잘 믿는 할아버지가 살았습니다.
이 할아버지의 집과 장터 사이에는 커다란 고개가 가로놓여 있었는데, 어느 날 할아버지는 장에 갔다 오다 잘못하여 돌부리에 걸려, 그만 고개에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는 넘어진 채 일어나지 않고 크게 한숨만 내쉬었습니다.
이상한 일 같지만, 거기에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었습니다.
그 고개는 '삼 년 고개' 라고 하는데, 그 곳에서 한 번 넘어지면 넘어진 그날부터 삼 년밖에는 살지 못한다고 하는 그 고약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개에서 넘어졌으니, 할아버지의 근심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한참 동안 넘어진 채 그곳에 주저앉다 있다가 허둥지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할아버지의 얼굴은 마치 죽은 사람의 얼굴과 같았습니다.
"여보, 어쩐 일이요? 장에 갔다 오시더니 어디가 몹시 편찮으신가 보군요?"
할머니가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아버지, 장에 가서 무슨 언짢으신 일이라도 있으셨나요?"
아들도 물었습니다.
할머니와 아들이 여러 번 그 이유를 물자, 할아버지는 그때서야 '후유' 하고 크게 한숨부터 내쉬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아니고, 이 일을 어쩜 좋단 말이냐? 난 이제 오래 살기는 틀렸다. 오늘 장에 갔다 오는 길에 삼 년 고개에서 넘어졌단 말야."
그들도 삼 년 고개의 무서운 전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할아버지께 위로해 드릴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리하여 할아버지는 매일 매일을 근심과 울음으로 보냈습니다. 이런 날이 계속될수록 할아버지위 몸은 점점 쇠약해져서 나중에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었습니다. 가족들은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의원을 부른다 약을 쓴다 하여 정성껏 할아버지를 간호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성도 필요 없이 할아버지의 병을 더해 갔습니다.
온 집안이 슬픔에 젖어 있을 때였습니다. 이웃에 사는 한 소년이 찾아왔습니다.
"할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쉬이 일어나실 수 있을 거예요."
"뭐? 쉬이 일어날 수 있다고? 약을 먹어도 효험이 없는 걸 보면 난 이제 영락없이 죽을 수밖에 없을 듯 싶은 데 어찌 일어날 수 있단 말이냐?"
"할아버지 염려하지 마세요. 삼 년 고개에서 넘어지셨다고 그렇게까지 걱정하실 건 없어요."
이 소리를 듣자, 할아버지의 두 눈이 밝은 빛을 내며 소년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습니다.
"얘야, 무슨 좋은 수라도 있단 말이냐?"
"할아버지, 그 삼 년 고개에 가셔서 한 번만 더 넘어지세요."
"예끼 이놈, 그게 무슨 소리냐? 그래, 네가 생각해 낸 좋은 수라는 것이 고작 그것이냐?"
할아버지는 금방 얼굴이 붉어지면서 소년을 무섭게 노려보았습니다.
"할아버지, 화만 내시지 말고 제발 제 말대로 해 보세요. 걱정만 하시고 누워 계시면 뭣합니까? 오래 사는 방법이 있는데 그걸 믿지 않으시니, 참 딱하군요!"
화가 잔뜩 난 할아버지는 베고 있던 목침으로 소년을 때리려고 했습니다.
"할어버지, 그러신다면 이 말씀만 드리고 가겠어요. 삼 년 고개에서 한 번 넘어지면 삼년은 살지 않아요?"
"그래서?"
"그러니까, 두 번 넘어지면 육년은 더 살 수 있고, 세 번 넘어지면 구 년, 네번 넘어지면 십이 년...... 할아버지, 이런 좋은 방법이 또 어디 있겠어요? 넘 어진 수의 세 배는 문제없이 더 살 수 있는 고개가 바로 삼 년 고개란 뜻이에요?"
"응, 옳거니! 네 얘기를 듣고 보니 정말 그럴 듯하구나. 아, 내가 미처 그걸 몰랐구나."
이렇게 말하면서 할아버지는 신나게 구르고 있는 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어리석은 늙은이 같으니라구. 그래, 이 이치도 모르고 끙끙 앓기만 했어? 십 팔만 년이나 살았다고 전해지는 동방석이란 사람도 옛날에 이 고개에서 육만번이나 굴렀단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어린 소년이었습니다.
"예, 예, 잘 알겠습니다. 그 동방석이가 이 고개에서 육만 번이나 굴렀다구요?"
할아버지는 신이 나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꾸자꾸 굴렀습니다.
이리하여 할아버지는 그 뒤 삼 년을 물론이고 아주 오래오래 살았다고 합니다.
끊을 수 없는 우애
옛날 유군랑이라는 집에는 4대가 함께 살았습니다. 때문에 식구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유군랑의 집안 식구들은 모두 형제들처럼 가깝게 지냈습니다.
어느 해에 큰 흉년이 들었습니다.
"큰일이다."
유군랑의 아내는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남편이 벌어 가지고 오는 것만으로는 많은 식구들이 함께 살아 나가지 못한 형편이었습니다.
"여보, 흉년이 들어서 모두 굶어 죽게 생겼어요."
아내는 걱정스럽게 유군랑에게 말했습니다.
"곡식이 모자라면 죽이라도 쑤어서 함께 나눠 먹읍시다. 어려움을 당할수록 우애 있게 지내야지."
유군랑이 타이르자 아내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 집안 뜰의 나뭇가지에서 까마귀들이 싸움을 벌였습니다. 까마귀들은 둥지에 깐 새끼를 아래로 떨어뜨리는 소동까지 벌였습니다.
"아니, 이게 웬일이오?"
유군랑이 나와서 그 광경을 쳐다보았습니다. 마침내, 아내도 그 광경을 보았습니다.
"저것 보세요. 먹을 것이 부족하면 새끼를 떨어뜨리지 않습니까?"
"그렇군."
"우리도 각자 살 길을 찾아 나서도록 합시다. 어려울 때는 각자 나서서 살 길을 찾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닙니까?"
아내의 말에 유군랑은 가족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제부터 헤어지기로 하자."
그리하여 많은 식구가 흩어져 살기로 하였습니다. 집에는 유군랑의 적은 식구만 남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아내가 유군랑에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끼리만 사니깐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사실은 까마귀 싸움은 제가 시킨 거예요."
"아니 당신이 까마귀 싸움을 시키다니...."
"까마귀 둥지를 바꾸어 놓아서 어미가 새끼를 땅바닥에서 떨어뜨려 죽인 거에요."
이 말을 들은 유군랑은 화를 벌컥 내었습니다. 그 길로 흩어졌던 가족들을 불러왔습니다.
"아내의 꾐에 빠져서 내가 우애를 저버렸으니 용서하게나."
유군랑은 아내를 내쫓아 버리고 형제들과 함께 우애 있게 살았습니다.
유군랑의 많은 형제들은 각자 열심히 일해서 해마다 드는 흉년을 걱정 없이 이겨내었습니다. 우애가 흉년을 이겨낸 것이었습니다.
베풀고 또 베풀고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알아보았습니다.
들판에서 사자가 기분 좋게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때 생쥐 한 마리가 지나가다가 사자의 수염을 건드리고 말았습니다. 깜짝 놀란 사자가 생쥐의 꼬리를 발로 꼭 밟았습니다.
"이 놈! 동물의 왕인 사자 대왕을 몰라보고 수염을 건드려서 낮잠을 깨게 해?"
"사자 대왕님, 잘못했습니다. 목숨만 살려 주신다면 꼭 은혜를 갚겠습니다.
"으하하, 너처럼 조그만게 어떻게 은혜를 갚아?"
"두고 보십시오. 꼭 갚겠습니다."
사자는 생쥐가 불쌍해서 놓아주었습니다.
며칠이 지난 후, 사자는 먹이를 찾다가 사냥꾼이 쳐 놓은 그물에 걸렸습니다. 사자는 큰 소리로 울면서 외쳤습니다.
"어흐흥, 나 좀 살려 다오."
다른 동물들은 사자에게 잡혀 먹힐까 봐 얼씬도 하지 않았으나, 전에 사자의 수염을 건드린 생쥐가 나타나 말했습니다.
"사자 대왕님, 제가 그 그물을 끊어 드리겠습니다."
생쥐는 그물을 끊었습니습니다. 그러니 사자가 빠져 나오게 되었습니다.
"고맙다, 생쥐야."
"보십시오. 제가 저번에 꼭 은혜를 갚아 드린다고 하지 않았어요?"
목숨을 건 우정
로마에 두 목동이 있었습니다.
두 목동은 친한 벗이었습니다.
어느 날, 한 목동이 황제의 사냥터에 들어갔다는 죄목으로 잡혀가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로마의 황제는 성질이 몹시 거칠어서 법을 조금이라도 어기면 누구라도 거침없이 죽이는 폭군이었습니다.
"황제의 사냥터에 들어온 놈은 당장 처형시켜라!"
그런데 처형을 당하게 된 목동은 어머니 장례를 치러야 할 처지에 있었습니다.
"페하, 부디 굽어 살피시어 소인이 어미의 장례를 치를 때까지만 사형을 연기하여 주옵소서."
목동이 자기가 처한 상황을 말하고 사정하자 비록 폭군인 황제였지만 국민들에게 나쁜 소문이 퍼질까 봐 두려워 조건을 붙여 승낙했습니다.
"좋다. 처형은 장례가 끝난 뒤로 미루겠다. 그러나 너 대신 붙잡아 둘 사람이 있어야 한다."
목동이 잠시 생각하다가 친구의 이름을 대었습니다.
그래서 친구 목동이 처형 날까지 대신 붙잡혀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장례식을 마친 친구는 처형 날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가 배신하는 건 아닐까? 아니야, 내가 어찌 그런 생각을.......'
친구 대신 붙잡혀 있던 목동은 친구를 의심하다가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집으로 간 목동은 장례식을 치르고 오는 길에 변을 당했습니다. 타고 오던 배가 뒤집혀 물에 떠내려가다가 간신히 강가에 기어올랐으나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처형 시간이 다가오자 폭군 황제는 친구 대신 붙잡혀 있는 목동을 비웃으며 말했습니다.
"이봐, 어리석은 목동아! 우정이니 벗이니 하고 떠들지만 목숨이 아까운데 우정 때문에 나타날 놈이 어디 있느냐?"
저녁에 황제는 사형을 시키려고 하였습니다.
그 때, 강가에서 정신을 잃었던 목동이 일어나 바람처럼 형장으로 달려왔습니다.
"잠깐, 처형을 중지해 주십시오! 사형 당할 사람은 여기 있습니다. "
황제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세상에 이런 우정도 있단 말이냐?"
황제는 두 목동의 우정에는 크게 감동하였습니다.
"두 사람 다 석방하라!"
두 목동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부둥켜 안았습니다.
효 도
옛날 가난한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너무 가난하여 어머니 생신을 차려 드리지 못했습니다. 겨우 마련한 밥과 생선으로 아침밥을 들게 하고는 어머니 앞에 나섰습니다.
"당신은 장단을 맞춰요."
아내는 춤을 추고 남편은 화로를 치며 장단을 맞췄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아내는 머리에 쓴 수건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남편도 놀라고 어머니도 놀랐습니다.
"아니, 너 왜 머리를 잘랐느냐?"
"당신 웬일이오?"
아내는 황급히 머리에 수건을 쓰고 말했습니다.
"머릿단을 잘라 주고 방물장수에게 쌀을 받았어요."
어머니는 통곡을 하였습니다.
"내 며느리 머리칼로....... 어이구 이노릇을 어찌할고?"
"어머님, 머리카락은 또 자라는 게 아니예요? 어머님이 우시면 제 마음이 좋지 못해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이 효성스런 부부는 나라에서 효자 효부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습니다.
이 이야기가 나라에 한창 퍼지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오늘은 효자 마을을 찾아가 보리라!"
상감마마가 행차를 하셨습니다.
효자 마을에 들어선 임금이 사또에게 물었습니다.
"효성이 지극한 사람에게 큰 상을 내리겠으니 데리고 오라."
사또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효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맨 처음에 농부가 소개되었습니다.
"이 농부는 늙으신 부모님의 대소변을 받아 내고 딱딱한 음식을 씹어서 입안에 넣어 드립니다."
"음, 효자임에 틀림없도다!"
다음에 젊은 청년이 소개되었습니다.
"이 청년은 아버님이 돌아가시자 산소 옆에 움막을 짓고 3년 상을 치렀습니다."
"효자임에 틀림 없도다.:
다음에는 나이 어린 소녀가 소개되었습니다.
"이 소녀는 부모님이 앓아 눕자 밭에 나가 농사를 짓습니다."
"틀림없는 효녀로다."
다음에는 부인이 소개되었습니다.
"이 분은 효부입니다. 시어머님은 업고 다니고 시아버님은 지게에 지고 다닙니다!"
"틀림없는 효부로다!"
임금님은 많은 효자, 효녀, 효부들을 만나 보았으나 웬일인지 탐탁하게 생각지 않았습니다.
"효자로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을 데려 오라."
사또는 뜻밖의 어명을 받고 10남매가 있는 식구들을 모두 데리고 왔습니다. 10남매는 모두 한 살 차이로 누가 형이고 누가 언니인지 알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상감 마마, 인사드리옵니다."
10남매가 절을 올리자 임금은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그래, 모두 형제들이란 말이냐?"
"그러하옵니다."
"너희 10남매들은 효자 효녀라고 생각하지 않으냐?"
"저희들은 부모님께서 단 한 번도 회초리를 때려 키우시지 않아 효도를 한번도 해 보지 못했나이다."
임금님은 부모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어찌하여 자식들을 한 번도 회초리를 대지 않고 키웠는고?"
"속을 썩어야 회초리로 때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호, 그렇도습니다! 회초리는 집에 있는고?"
"회초리가 없는 집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오나 꺾어다 둔 지가 오래어 어디 있는지 찾아보아야 하옵니다."
"그럼, 그 회초리를 가져오너라."
임금님의 명을 받고 가져온 회초리는 이상했습니습니다. 그 회초리에 싹이 돋아나 있었습니다.
"오! 그래그래, 바로 이것인게야. 여봐라. 상을 내려라."
율곡 선생의 효도
율곡 선생은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위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지극하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문안 인사를 드릴 때도 편안하신가를 걱정하였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잠자리에 들 때까지 언제나 예절바른 말과 행동으로 부모님을 위하였습니다.
율곡 선생이 다섯 살 때 있었던 일입니다. 율곡의 어머니인 사임당 신씨가 큰 병을 얻어 자리에 눕게 되었습니다. 여러 의원들이 다녀가고 온 집안 식구들이 걱정을 하여도 병은 낫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율곡의 집에서는 또 한 가지 큰 일이 생겼습니다. 다섯 살 난 율곡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온 집안 식구들이 나서서 율곡을 찾았지만, 밤이 되어도 율곡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깊은 밤이 되어서 율곡의 외할머니는 따님인 사임당의 병을 낫게 해 달라고 사당에 기도를 드리러 갔습니다. 외할머니는 사당 문을 열고 들어서다 말고 깜짝 놀랐습니다. 깜깜한 사당의 젯상 앞에 흰 물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흰 물체는 바로 어린 율곡이었습니다.
율곡은 어머니의 병환을 낫게 해 달라고 지성으로 빌고 있었습니다.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제가 이렇게 두 손 모아 빕니다. 제발 우리 어머님의 병을 낫게 해주십시오. 앞으로 어머님이 나으시기 전에는 밥도 안 먹고 계속 이렇게 빌겠습니다."
외할머니는 어린 율곡의 기특한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율곡의 정성 덕분이었던지 어머니의 병환은 며칠후 깨끗이 나았습니다. 또 율곡 선생이 열한 살 되던 때에는 아버님의 병환이 위독하게 되었습니다. 율곡 선생은 여러 날을 잠도 자지 않고 약을 구하러 다녔습니다. 그리고 사당에 들어가서는
"아버님의 병환이 위독하옵니다. 아버님 대신 제가 아플 테니 아버님을 낫도록 해 주십시오."
하고 모든 정성을 다하여 기도하였습니다.
호랑이도 구해준 명의 허준
선조 임금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허준을 비롯하여 사신 일행이 국경을 막 넘어 숲이 무성하게 우거진 산골 길에 닿았을 때였습니다.
난데없이 큰 호랑이 한 마리가 일행 앞에 나타났습니다.
일행은 모두 놀라 도망치려고 우왕좌왕하였습니다. 그런데 큰 호랑이가 허준 앞에 쭈그려 앉아, 옷자락을 앞발로 잡아 당겼습니다.
처음에는 그것을 보고 모두 놀랐으나, 사람을 헤치려는 생각이 아님을 곧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자 허준은 정신을 차리고 호랑이를 살펴보았습니다.
호랑이의 눈에는 눈물이 고인 듯 했습니다.
'음....... 무슨 사연이 있나 보다.'
허준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람 대하듯이 물어 봤습니다.
"너는 나를 헤칠 생각이냐, 아니냐?"
그러자 호랑이는 그 말을 알아듣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뒤를 돌아보면서 발을 허우적거렸습니다.
'음, 어디로 함께 가자고 하는가 보다.'
허준은 이렇게 생각하면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크게 끄덕였습니다. 그러자 호랑이는 허준 앞에 등을 납작하게 엎드렸습니다.
허준은 용기를 내서 호랑이 등에 올라탔습니다. 그때부터 호랑이는 허준을 엎고 우거진 숲과 산길을 나는 듯이 달렸습니다.
한참 동안 쏜살같이 달리다가 어느 동굴 앞에 도착하자 거기에서 멈췄습니다.
'여기가 호랑이 굴이구나!'
호랑이 등에서 내린 허준은 굴 안으로 호랑이를 따라 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호랑이 새끼 세 마리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사나운 짐승에게피해를 당한 모양이었습니다. 아직 숨은 끊어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허준은 약주머니에서 고약을 꺼내 정성껏 발라 주었습니다.
이것을 본 어미 호랑이는 마음이 놓였는지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좀 있으니 호랑이는 커다란 이리 한 마리를 물고 들어와서 비참하게 물어 뜯어 죽였습니다.
'이리들이 그랬나 보구나. 새끼의 원수를 갚는 걸 보니.......'
허준은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일행한테로 가려고 굴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러자 이것을 본 호랑이는 처음 허준을 데려 올 때와 똑같이 꿇어앉았습니다. 허준은 이 모습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상처가 아물 때까지 돌봐 달라는 뜻이구나.'
이리하여 다시 굴에 들어온 허준은 호랑이 새끼를 마치 사람처럼 정성껏 치료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밤이면 어미 호랑이가 물어다 주는 마른 풀 더미에서 잤습니다. 낮이면 잡아다 주는 토끼, 노루 새끼 등을 불에 구워 먹었습니다.
사흘이 지나가 호랑이 새끼는 상처가 아물어 힘차게 뒹굴고 뛰게 되었습니다. 그제야 어미 호랑이는 허준 앞에 큰절이라도 가 듯 꿇어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어흥거리며 기분 좋게 웃었습니다.
"이젠 다 나앗으니, 나를 돌려 보내 다오."
허준이 말하자, 어미 호랑이는 등을 내밀며 엎드렸습니다.
허준은 호랑이 등에 올라탔습니다. 호랑이는 또다시 쏜살같이 달렸습니다.
이윽고 어느 큰 거리가 보이는 언덕까지 오르더니, 호랑이는 거기서 발을 멈추고 엎드렸습니다.
이렇게 하여 허준은 인가로 내려가고 호랑이는 다시 산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곳 주막을 찾아 든 허준은 ,이틀이 지나자, 함께 가던 사절단 일행과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호랑이는 오히려 사절단 일행 보다 앞질러 데려다 준 셈이었습니다.
그 후, 허준이 호랑이 새끼를 구해 주었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고 려 장
높은 산이 있었습니다. 신비함은 변함없는 자랑이었습니다. 산 꼭대기에는 맑은 물이 고였습니다. 하늘에 사는 신선들이 내려와 목욕을 하였습니다. 그만큼 하늘 나라의 물보다 더 깨끗했고 맑았습니다.
"과연, 과연 천하 제일이로다."
옥황상제도 감탄을 했습니다. 신선들이 내려와 목욕하는 걸 남몰래 내려다보며 물이 맑음을 늘 칭찬했습니다. 어떤 땐 아무도 모르게 살짝 내려와 목욕을 하고 올라갈 만큼 옥황상제의 체면까지 빼앗은 좋은 물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감히 근처에는 얼씬도 못했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을 신선들은 그대로 놔 두지 않았습니다. 바람을 일으킨다든지 큰 비를 내리게 하고 눈을 뿌려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습니다.
하얀 뿔을 가진 사슴들이 많았습니다. 신선들은 꼭 사슴을 타고 산을 돌아다녔습니다.
"죽기 전에 산 구경이나 해 봤으면 원이 없으련만......."
사람들의 소원이었습니다.
"산에는 불로장생초가 있다는구먼."
사람이 먹으면 죽지도, 늙지도 않는 약초가 있다는 소문이 났습니다.
"나도 신선처럼 사슴을 타고 산을 돌아 다녀 봤으면 죽어도 한이 없을 텐데."
사람들은 산을 맘대로 돌아다니는 신선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신선이 되는 꿈을 꾸며 살았습니다. 그 꿈은 오래 살아야 이루어지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옛날에는 사람들은 별로 오래 살지 못했습니다. 한 대를 30 년으로 계산했으니 고작 30 년을 살면 수명을 다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70 살은 살아야 신선이 된다네."
사람들은 70 살을 신선이 되는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어느 마을에 70 살 되는 노인이 있었습니다. 그 노인은 동네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았습니다. 곧 신선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선이 되려면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하여 제사를 지내야 했습니다. 그 노인의 아들은 50을 바라보게 오래 살았습니다. 아들은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여 아버지가 70 살이 되는 날 한라산 꼭대기로 모셔다 제사를 지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보통 때에는 산에 발을 들여놓기가 무섭게 비바람이 치고 안개가 끼며 눈이 내리는데 그 날만은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과연, 신선이 될 사람이 가는 길이니 그렇구나."
사람들은 신선이 될 사람은 달라도 뭐가 다르다고 혀를 내 둘렀습니다.
"아버님, 편히 사십시오. 여기 음식을 장만했으니 맘대로 드십시오."
아들은 노인을 혼자 산꼭대기에 놔두고 내려 왔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목사는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으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신선이 된다는 건 영 이치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신선이 정말 되었는지도 알아 본 사람이 없었습니다.
"여봐라, 이방. 이게 무슨 영문인고?"
목사는 이방을 불러 자초지종을 알아보려 했습니다.
"황공하옵니다만 그 연유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는 줄로 아뢰오."
이방은 고개를 숙이며 황송한 말로 목사께 아뢰면서 눈치를 살피다 어렵게 말을 했습니다.
"항공한 말씀이오나 실은 내일이 저의 아버님이 70 살이 되는 날이라 관청 일을 하루 쉴까 합니다만."
이방의 말에 사또는 잠시 무슨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음, 그래야지. 그게 아버님을 잘 모시는 길이라면."
"고맙습니다. 그럼 내일은......."
"알았느니라. 그런데 한가지 부탁이 있느니라."
목사는 주위를 둘러 보다 귓속말로 이방에게 살며시 일렀습니다.,
"내, 어려운 부탁일세. 산꼭대기에는 아무 때나 아무나 갈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러니 거기 가거든 이 편지를 전해 주게나."
"편지라 하오면?"
"음, 옥황상제에게 보내는 편지라네."
"예에? 옥황상제에게 보내는 편지를 소인이 어찌 감히......."
"걱정 없음일세 자네 아버님이 신선이 될 게 아닌가? 자네 아버님 품에 이 편 지를 간직만 해 주게. 그럼 쉽게 전달이 될 게 아닌가?"
"예에, 그렇습죠."
이방은 이튿날 아버지를 지개에 태우고 맛있는 음식을 잔뜩 장만하고 목사가 옥황상제에게 보내는 편지를 잘 간직하여 산꼭대기에 올라가 제사를 지내고 아버지를 혼자 놔두고 내려 왔습니다.,
"그래, 잘 다녀왔느냐?"
목사는 궁금했습니다.
"그러하옵니다."
"편지는 틀림없이 아버님 품에 넣었느냐?"
"그야 이를 말이옵니까?"
"으음. 알았네. 참 뭘 잊은 게 있네 그려. 옥황상제로부터 답장을 받을 방도를 생각 하지 못했으니 이 일을 어찌할꼬?"
목사는 눈을 감았습니다.
"가만, 그렇군. 오늘 나와 함께 자네 아버님이 있는 곳에 가 봄세. 혹여나 옥 황상제가 알아서 답장을 보냈을런지 모르니......."
"그러시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목사와 이방이 산꼭대기에 올라갔습니다.
"아니? 이건?"
이방은 깜짝 놀랐습니다. 아버지를 놔두고 온 자리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구렁이가 죽어 있었습니다.
"이 사람아. 그걸 가지고 뭘 그러는가? 더 놀라운 일이 곧 벌어진다네."
목사는 허리에 찼던 칼을 빼 들더니 구렁이를 두 동강 냈습니다.
"이건? 아버님?"
구렁이 속에는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올라 가 있어야 할 이방의 아버지가 옷을 입은 채 죽어 있었습니다.
"잘 보게나. 옥황상제에게 보낸 편지는 독약이었다네. 어찌 사람이 옥황상제에 게 편지를 보낼 수 있겠는가? 내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 독약을 넣었음일 세."
"그러시다면?"
"그렇다네. 사람은 신선이 되지 못함일세. 이래도 그 풍습을 믿겠는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죽었단 말씀이옵니까?"
"허허, 그랬겠지."
이방은 아버지를 양지 바른 곳에 잘 묻고는 신선이 된다는 말을 믿은 걸 후회했습니다.
그후 70 살 된 노인을 산 꼭대기에 버려 죽게 하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삼형제의 우애
옛날 어느 집안에 잘 싸우는 삼형제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아버지가 삼형제에게 조용히 말했습니다.
"나가서 회초리 두 개씩 꺾어 가지고 오너라."
삼형제는 겁이 덜컥 났습니다.
'이젠 다리가 터지도록 회초리로 맞겠구나.'
아버지의 말씀을 거역할 수가 없어서 삼형제는 밖으로 나가 각각 회초리 두 개씩 꺾어 가지고 왔습니다.
아버지가 삼형제에게 말했습니다.
"회초리 한 개를 한 가지씩 꺾어 보아라."
삼형제는 뜻밖의 말씀을 듣고 회초리 한 개를 한 가지씩 뚝뚝 뿌려 뜨렸습니다.
그것을 본 아버지가 또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나머지 회초리 세 개를 겹쳐서 꺾어 보아라."
삼형제는 아버지가 시키는 데로 회초리 세 개를 겹쳐서 꺾으려고 하였으나 꺾지 못하였습니다.
"왜 꺾지 않느냐?"
"......."
"회초리 세 개를 삼형제라고 생각해 보아라. 회초리 세 개를 합친 것처럼 화 목하게 힘을 합치면 꺾이지 않을 것이고, 싸워서 하나씩 흩어지면 꺾여 버릴 것이다."
삼형제는 그 뒤부터 싸우지 않고 서로 마음을 합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집안도 화목해 지게 되었습니다.
삼형제가 어느 날 함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형! 저기 번쩍거리는 게 뭐요?"
"황금이다!"
"야, 이젠 우리도 큰 부자가 되었다!"
삼형제는 황금 덩이 앞으로 달려가서 서로 주우려고 하였습니다. 형이 그것을 주워 보더니 동생에게 말했습니다.
"둘째가 가져라."
둘째가 그것을 받아 보고는 막내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막내가 가져라."
막내는 황금 덩이를 들고 형들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나도 이거 안 가질 테야. 이것을 가지니까 형들이 막 미워하는 것 같아."
삼형제는 의논을 하여 황금 덩이를 제자리에 놓고 가기로 하였습니다.
"얘들아, 큰일 날 뻔했어. 황금 덩이를 주웠을 때는 마음이 이상해져서 너희들 이 동생들 같지가 않았어. 그것을 버리니깐 잃었던 동생을 찾은 것 같아."
"형, 나도 그것을 손에 쥐니깐 정신이 나간 것 같았어. 그래서 막내에게 준 거 야."
"나는 형들이 황금 덩이를 가진 나를 그 자리에서 죽일 것만 같았어."
막내도 유쾌하게 말했습니다.
삼형제는 손을 잡고 갈 길을 재촉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삼형제는 황금 덩이가 있는 곳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아니? 웬 뱀이!"
"정말......"
"그래, 그것은 황금이 아니라 우리 삼형제의 의를 갈라놓으려는 뱀이었어!"
삼형제는 굵은 나뭇가지를 하나씩 집어들어서 뱀을 후려 갈겼습니다.
그러자 뱀은 세 도막으로 끊어지면서 세 도막의 황금으로 변했습니다.
"어? 이젠 황금이 세 개가 되었어."
"한 개씩 나누어 가지라는 하늘의 분부인가 봐."
"그래. 첫 번째는 신령님이 우리의 마음을 떠보려고 황금 한 덩이로 보이 게 한 거야. 그것을 버리니깐 착하게 여겨 똑같이 나누어 준 거야."
삼형제는 황금 한 덩이씩을 주워 가지고 장가들어서 잘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책임있는 행동
옛날 한 젊은이가 살았습니다.
젊은이는 몸이 튼튼하였으나, 아무 일에나 게을러서 한 가지 일도 끝낸 적이 없었습니다.
매일 노는 게 일이었습니다. 잠만 잤습니다.
"여보게, 자네도 아무 일이나 해야 하지 않겠나?"
어떤 친구는 걱정을 하며 물었습니다.
"여보게, 이렇게 잠만 자면 하루 생활이 엉망이 되지 않겠나?
어떤 친구는 타이르기도 했습니다.
"걱정 말게. 많고 많은 시간 중에 잠 좀 실컷 잔다고 무슨 큰 일이 일어나겠 는가?"
젊은이는 짐짓 더 잠만 잤습니다.
1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젊은이의 친구들은 열심히 일한 덕분에 좋은 집에서 잘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젊은이는 늘 놀고 잠만 잤기에 조상이 물려준 논밭과 집까지 모두 팔아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불쌍한 거지가 되었습니다.
젊은이는 옛 친구를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내가 진작 자네들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한스러우네. 나를 다시 옛날로 돌 려준다면 매일 새벽에 일어나 더욱 열심히 일하겠는데......."
젊은이는 뉘우쳤습니다.
게으른 농부에게 얻은 교훈
게으른 농부가 있었습니다. 남들은 들에 나가 일을 하는데도 집안에서 빈둥거리고 어쩌다 밖에 나가서도 남의 논두렁이나 돌아다니며 말참견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농부가 농사철을 놓치면 가난을 면하기 어려운 법이에요. 날씨도 좋으니, 내 일은 제발 논갈이를 합시다."
아내가 간곡히 조르는 바람에 농부는 마지못해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이튿날 아침 일찍 밥을 먹은 농부가 밭에 가려고 쟁기를 챙기는데, 이웃 친구가 찾아와서 고기를 잡으러 가자고 했습니다.
"허허, 글쎄 오늘은 논갈이를 해야 하는데."
"예끼, 하필이면 오늘 논갈이를 하려고 그러나, 기왕 늦었는데 내일 하세."
친구가 권하자 농부는 그만 따라 나서고 말았습니다. 그날 강가에 가서 마신 술 탓으로 농부는 이튿날 논갈이를 가지 못했습니다.
"내일은 꼭 논갈이를 해야지."
그러나 이튿날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또 그 다음날은 소가 병이 나서 쟁기를 질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모를 낼 시기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듬해 봄이 되기도 전에 그의 집에는 식량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게으름 때문에 굶게 되었습니다.
정직한 사회
어느 무더운 여름날입니다. 말과 당나귀가 무거운 짐을 잔뜩 등에 지고, 주인과 함께 먼길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당나귀는 더위에 시달리고 지쳐서, 완전히 힘이 빠져 버렸습니다.
당나귀는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말아, 제발 부탁한다. 내 짐을 조금만 져 다오."
당나귀는 사정했습니다. 그러나 말은 당나귀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가엾게도 당나귀는 얼마 못 가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주인은 당나귀의 짐을 전부 말 등에다 다시 지웠습니다.
말은 갑자기 무거운 짐을 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짐을 조금 덜어 줄 걸 잘못했구나. 아이, 무거워."
말은 후회했습니다.
여러분도 후회할 수 있는 일은 되도록 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정직한 삶은 법을 어기지 않거든요. 정직한 사람은 지키기에 힘들고 불편한 법이라도 어기지 않고 지킨다는 말입니다.
여러분은 희랍의 위대한 철학자인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들어 본 일이 있습니까? 소크라테스는 살아가는 동안 세상의 옳고 바름을 인도하는 정의와 진리 탐구에 전력하신 위대한 어른이십니다. 따라서 이 분을 존경하고 따르는 수많은 제자들이 있었는가 하면 이 분의 위대함을 질투하고 모략하는 나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결국 나쁜 사람들의 모함 때문에 재판장에서 사형이라는 벌을 받고 감옥에 갇혀 죽을 날만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한편 스승이 억울하게 죽게 된 것을 안타깝게 여긴 제자들은 소크라테스에게 감옥에서 도망가도록 권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 아무리 억울하게 사람을 다스리는 법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이 지켜야 하도록 만든 법이다. 나 한사람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나처럼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이 법을 지키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회가 얼마나 혼란해 지겠느냐?"
하며 웃음으로 독약을 마시고 기꺼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줏대없는 사람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노인들이 신나게 장기를 두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어리석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장기를 한 수 둘 수 없을까요?"
그 사람의 말에 노인들은 호되게 야단을 쳤습니다.
"아니, 머리가 새까만 놈이 우리측에 낀다고? 버르장머리하고는.......어서 썩 꺼 지거라."
노인들에게 쫓겨난 어리석은 사람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습니다.
"에잉, 이놈이 까만 머리 때문에......."
젊은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거울 앞에서 까만 머리는 모두 뽑아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하얀 머리가 성성한 게 노인 모습이 되었습니다.
'히히, 이만하면 장기를 두게 해 주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노인들이 있는 곳으로 가다가 젊은이들이 고누 놀이를 하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갑자기 고누 놀이가 하고 싶었습니다.
"이보시오. 고누를 같이 합시다."
그 말에 젊은이들은 버럭 화를 내었습니다.
"당신은 너무 늙었소. 우리처럼 머리가 까맣게 되어야 고누를 하지."
젊은이들의 말에 그 사람은 집에 돌아와 거울 앞에 앉았습니다.
"에잉, 이놈의 하얀 머리 때문에......."
젊은이는 거울을 보며 하얀 머리를 모두 뽑아 버렸습니다.
자신있는 사람이 되자
나폴레옹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프랑스 파리에 유명한 갑옷 만드는 가게에 나폴레옹이 직접 찾아와 갑옷 한 벌을 주문하였습니다. 갑옷이란 총알을 막기 위해 강철로 만든 옷이기 때문에 무거운데 이 갑옷 만드는 사람은 충성심에서 새로 연구 개발한 아주 가벼운 재료로 잘 만들었습니다. 얼마 후 옷을 찾으러 온 나폴레옹은 깜짝 놀랐습니다.
“이것이 무슨 갑옷이란 말이냐, 당장에 다시 만들어라!”
그러나 옷을 만든 사람은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장군님 안심하십시오. 절대로 총알이 꿰뚫지 못합니다. 만일 의심이 나신다 면 이 자리에서 직접 실험해 보이겠습니다.”
옷을 만든 사람은 갑옷을 입었습니다. 나폴레옹에게 총으로 자신의 가슴을 쏘아보라고 말했습니다. 당당하고 자신 있는 태도에 나폴레옹도 그를 믿었습니다.
남을 위하는 자신의 일
옛날 어느 고을에 마음씨 착한 바보가 있었습니다. 바보는 나무를 해 가지고 내려오는 길에 원님의 가마 행차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길을 비켜라 원님의 행차시다."
포졸들은 바보의 지게를 발로 쓰러뜨리고 가마를 통과했습니습니다. 이를 본 바보는 너무 억울했습니다. 바보는 너무 분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벼슬을 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벼슬을 얻을 수 있습니까?"
"그야 과거를 보아 합격해야 하는데, 너는 이제 공부하기는 틀렸고......."
"방법이 없습니까?"
"있긴 한데......."
"그 방법이 무엇입니까?"
"서울에 가면 수가 생길 게야!"
이 말을 들은 바보는 서울로 올라가서 움집을 마련해 놓고는 매일 장안 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장안 사람들은 바보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 소문은 임금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허허허, 다리가 멀쩡한데도 굴러다닌다던데 어디 한번 구경해 볼까?"
임금님은 백성처럼 꾸미고서 거리로 나섰습니다. 일반 백성들은 조잘거리며 거리에 나다니고 있었습니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거리던 임금님은 바보를 만났습니다.
"그대는 왜 굴러다니는 고?"
백성으로 변장한 임금님이 바보에게 물었습니다.
"벼슬이 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벼슬?"
"그러하옵니다."
임금님은 더욱 궁금했습니다..
"그래 무슨 벼슬을 하고 싶은고?"
"시켜 주시는 것은 모두 하죠."
"그래? 그렇다면 삼정승 육판서 중에 무엇을 하고 싶은고?"
"그야 시켜 주시는 것을 한답시고 여쭈었습니다."
바보는 능글맞게 대꾸했습니다.
"그렇다면 임금 노릇을 하는 것은 어떤고?"
임금의 말에 바보는 벌떡 일어서더니 화를 냈습니다.
"여보시오, 이 나라에는 오직 임금님은 한 분뿐이십니다. 어찌 그런 말을 감히 한단 말이오?"
바보는 임금님에게 화를 내습니다.
'어허! 이 사람은 바보가 아니구나. 임금을 일편 단심으로 떠받드는 올바른 백 성인 게야.'
임금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날 대궐에 돌아 왔습니다.
"여봐라. 그 바보에게 벼슬을 내리도록 하라."
임금님은 바보에게 큰 벼슬을 내렸습니다. 바보는 그날부터 큰 벼슬을 하며 살았습니다. 언제나 힘없는 백성을 위하며 가난한 백성들을 위하는 착한 벼슬아치가 되었습니다.
얼마 뒤 바보는 벼슬을 내 놓았습니다. 고향에 돌아가 지게를 지고 산에 오르며 나무를 캐다 파는 나무꾼으로 살았습니다.
바보는 늘 웃으며 일을 했습니다.
'휴, 얼마나 힘이 들었다구.'
바보는 벼슬아치를 했던 날을 생각하며 웃었습니습니다. 백성을 위해 일을 한다지만 그게 바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나무꾼이 어울리는 일이었습니다.
바보는 나무꾼으로 살아가는 게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최고의 사랑
조선 명조 때 서울 장안에 유명한 점쟁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점쟁이는 너무 점을 잘 쳐서 날만 새면 점을 치러 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습니다.
"아니, 그 점쟁이가 그토록 점을 잘 치다니......."
그 소문은 임금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귀신도 놀랄 정도로 점을 잘 친다고 합니다."
신하는 신이 나서 임금에게 아뢰었습니다. 임금은 그 점쟁이를 대궐로 불러오도록 명령했습니다.
점쟁이가 임금 앞에 나타났습니다.
"어명을 받들어서 대령하였나이다."
"그대가 정녕 귀신같이 점을 잘 친다고?"
"소인의 재주가 뛰어 난 것이 아니고 비법이 있사옵니다."
"흐음, 그래? 그렇다면 그대의 비법을 한 번 써 보게."
임금은 준비한 궤짝을 가져오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궤짝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맞추어 보라는 어명을 내렸습니다.
"만일 알아맞히지 못하면 민심을 어지럽힌 죄로 그대의 목을 칠 것이다!"
지엄한 어명을 받은 점쟁이는 낯빛 하나 면하지 않고 그 궤짝을 살펴보았습니다.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점쟁이는 손가락으로 궤짝을 짚어 보면서 골똘히 생각을 하였습니다. 보다 못한 신하가 점쟁이를 꾸짖었습니다.
"빨리 아뢰어라!"
점쟁이는 얼핏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고?"
임금이 물어 보았습니다.
"그 안에는 쥐가 들어 있습니다."
"옳거니! 참으로 귀신도 놀랄 만큼 잘 알아맞히는 구나. 그렇다면 쥐가 몇 마 리 들어 있는고?"
점쟁이는 또다시 손가락으로 궤짝을 짚어 가면서 생각에 잠겼습니다. 신하가 재촉하였습니다.
"어서 아뢰어라! 그것까지 알아 맞춰야 목숨을 건질 수가 있다!"
점쟁이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세 마리가 들어 있습니다."
"틀렸도다! 궤짝 안을 보아라."
궤짝을 열어 보니 그 안에는 두 마리의 쥐가 있었습니다. 점쟁이는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틀림없이 세 마리의 점괘가 나왔는데.....'
신하가 외쳤습니다.
"이 자를 형장으로 끌어다가 목을 쳐라! 상감마마께서는 민심을 소란하게 하 는 자는 엄한 벌에 처한다는 분부를 내리셨다!"
임금은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점쟁이를 처형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자리를 떠난 것이었습니다.
"상감마마! 결단코 쥐 세 마리가 이 궤짝 안에 들어 있사옵니다."
점쟁이는 울부짖으며 포졸들에게 끌려 나왔습니다.
포졸들은 점쟁이를 광나루 응화대 밑의 사형장으로 포박하여 데리고 갔습니다.
임금은 신하를 불러 물어 보았습니다.
"그 점쟁이가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니 아무래도 이상하도다. 쥐 두 마리를 살 펴보고, 배가 불룩한 쥐 있거든 그 배를 갈라 보도록 하라!"
신하는 그 궤짝 안을 들여다보고는 배가 불룩한 쥐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그 쥐의 배를 갈라 보니 새끼 한 마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쥐가 새끼를 배고 있사옵니다.!"
"오, 그래서 점쟁이가 세 마리라고 했군. 점쟁이를 풀어 주도록 하라."
임금은 그제야 잘못을 알고는 점쟁이를 살려 주라고 하였습니다.
한편, 형장으로 끌려온 점쟁이는 칼을 쳐들고 목을 치려는 망나니에게 애원을 하였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점쟁이는 포졸들에게 끌려오면서 점을 쳐보았던 것이었습니다. 그 점괘에는 임금이 처형을 중지하라는 분부를 내리는 것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죽을 목숨이 잠시라도 지체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망나니는 칼로 점쟁이의 목을 내리치려고 하였습니다.
"처형을 중지하라! 어명이시다....."
멀리서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나 망나니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하였습니다.
망나니는 점쟁이의 목을 내리쳤습니다.
말을 타고 달려온 포졸은 처형된 점쟁이를 보고 한탄했습니다.
"아차! 한 발이 늦었구나!"
용기있는 행동
어느 날 왕이 한 젊은이에게 내일 아침 즉시 대궐로 들어오라는 명령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어기면 큰 벌을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갑작스런 왕의 부름을 받은 젊은이는 몹시 두려웠습니다. 그렇다고 왕의 명령을 어기면 큰 벌을 받게 될 테니까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젊은이는 친구 중에서 한 명이 같이 가 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젊은이는 세 친구의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첫 번째 친구는 젊은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다정한 친구였습니다. 두 번째 친구 역시 젊은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친구였지만 첫 번째 친구만큼 소중히 여기지를 않았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친구는 친하기는 하지만 소중하게 생각되질 않았습니다.
젊은이는 먼저 첫 번째 친구를 찾아갔습니다.
"여보게, 큰일 났네. 왕께서 내일 아침 일찍 대궐로 들어오지 않으면 큰 벌을 내리겠다고 하셨네. 나 혼자 들어가기가 무서워서 갈 수가 없는데, 자네가 나 와 함께 가 주지 않겠나?"
그러자 첫 번째 친구는,
"미안하네, 나는 내일 급한 일이 있어서 함께 가 줄 수 없네."
첫 마디에 거절하는 것이었습니다.
"알았네. 자네가 함께 가 주지 못한다면 다른 친구에게 부탁해야지."
두 번째 친구를 찾아가 부탁했습니다.
"그런가? 음, 그렇다면 내가 대궐 앞까지만 함께 가 주지. 그 이상은 함께 가 줄 수가 없네. 왜냐하면 왕은 자네에게만 들어오라고 하셨으니깐."
두 번째 친구가 말했습니다.
젊은이는 몹시 슬펐습니다. 그래서 세 번째 친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두 친구가 거절한 일을 세 번째 친한 친구가 해 줄지 의문이었습니다.
"여보게, 큰일났네. 왕께서 내일 아침 일찍 대궐로 들라 하셨네. 어쩌면 벌을 받을지도 모르겠네. 나 혼자 들어가기가 무섭네. 그러니, 자네가 나와 함께 가 주겠나?"
세 번째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세 번째 친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자네는 나와 친구 사이인데 그 정도 일이야 못해 주겠나? 염려 말게. 자네는 착한 사람이고, 또 쁜 짓을 한 일도 없으니까 무서워하지 말게. 만약 왕이 자 네에게 벌을 준다면 내가 자네의 결백함을 증명해 주겠네."
젊은이는 감격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고맙네. 자네야말로 나의 진정한 친구일세."
극기의 첫걸음
그 무렵 일년 내내 눈 덮인 알프스 산을 군대가 넘는다는 것은 누구나 불가능한 일로 여겼습니다. 그 한계점을 나폴레옹은 뚫고 나가서 세계 제일의 육군인 오스트리아 군의 뒤를 쳐서 승리했던 것이다.
이렇듯 한계를 뚫는 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용기만 가지고도 안됩니다. 슬기가 있어야 합니다.
생베르나르 고개가 있는 알프스 산맥 기슭에 이르러 프랑스군이 야영을 하게 되었을 때, 나폴레옹이 순찰하는 소년을 발견했습니다. 소년은 자지 않고 있었습니다.
"왜 너는 아직도 잠을 자지 않고 있느냐?"
나폴레옹이 묻자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북을 고치고 있습니다."
소년은 11살 된 피에르였습니다.
"너는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알프스 산을 넘는 것이 무섭지 않느냐?"
"무섭지 않습니다!"
피에르는 맥도날드 장군이 이끄는 부대의 북치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원래 맥도날드의 부하였으나 전사하자 맥도날드 장군이 피에르를 보살펴 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버지 생각이 나지?"
나폴레옹은 외투를 벗어서 소년을 덮어 주었습니다.
이튿날 프랑스군이 알프스 산을 넘기 시작하자, 피에르 소년이 치는 북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졌습니다. 프랑스 병사들은 북소리에 맞추어 전진해 나아갔습니다. 소년이 치는 북소리가 군사들의 용기를 솟게 했습니다.
믿음의 다리
오성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 즉 <오성과 한음>은 우정을 대표할 만한 사람입니습니다. 오성과 한음은 조선 시대의 유명한 신하로서 어릴 때부터 단짝 친구였습니다.
어느 해 봄, 한음이 오성의 집에 놀러 갔습니다.
"처마 끝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
"참새가 새끼를 쳤어."
"그래?"
"우리, 참새 새끼 꺼낼까?"
오성은 하인에게 사다리를 가져오라고 하여 조심조심 추녀 끝으로 올라갔습니다. 처마 끝의 구멍에 손을 쑥 디밀자 참새가 손에 잡혔습니다.
"잡았니?"
사다리를 잡고 있던 한음이 물어 보았습니다.
"응, 한 마리 더 꺼내야 너랑 나누어 같지."
그러나 두 번째 꺼낸 참새을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사다리에서 내려온 오성은 죽은 참새를 보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내가 잘못해서 죽었구나. 불쌍하다!"
"새도 죽으면 넋이 있겠지?"
"목숨을 가진 짐승이니까 있을 것도 같다."
"우리 때문에 참새 새끼가 죽었으니 장사를 지내 주자."
오성은 안방으로 들어가서 헝겊과 실을 가지고 나와 참새 새끼를 정성껏 감쌌습니다.
"장사를 지내려면 과일도 있어야 하고 축문도 지어야 하겠다."
오성은 다시 안으로 들어가서 대추, 밤 등의 과일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사랑방에 들어가 둘이 축문도 지었습니다.
두 아이는 뒷산으로 올라가 땅을 파서 참새 새끼를 묻었습니다.
"어이 어이 어이......"
두 아이는 슬피 울었습니다.
이 때 나들이를 하고 돌아온 오성의 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참새 새끼 장례식을 치르는구나. 어디 축문 좀 보자."
아버지는 축문을 읽어보았습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뜻의 한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참새 새끼가 죽었다고 사람이 우는 것은 당치 않지만, 너는 우리 때문에 죽었으므로 곡을 하노라>
오성의 아버지는 감탄을 하였습니다.
"누가 축문을 지었느냐?"
"항복(오성)이 지었습니다."
"덕형(한음)이 지었습니다."
두 아이는 서로 상대방이 축문을 지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뒤 두 아이는 늘 함께 놀고 공부하여 과거에 나란히 급제하였습니다. 오성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조 임금을 의주로 얌전하게 피난시켰습니다. 그리고 덕형은 명나라에 가서 군대를 청하였습니다.
이 두 충신 때문에 우리 나라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험한 고비를 잘 넘겼습니다.
사람이야기
제우스 신이 있었습니다. 세상의 동물들이 처음 만들어 졌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제우스 신은 자기가 만든 동물들을 모아 놓고 몸에 맞는 것들을 선물로 붙여 주었습니다.
새에게는 빨리 다닐 수 있는 날개를 주었습니다. 짐승에게는 남과 싸울 때 힘을 쓰게 하는 뿔을 주고, 또 추위에 떨지 않게 모든 짐승에게 깃과 털을 주었습니다.
짐승들은 제우스 신이 주는 선물을 받고 좋아했습니다.
새들은 공중을 날아 쏜살같이 다닐 수 있었습니다.
뿔을 가진 짐승들은 힘이 세어 뿌리로 탁탁 박으며 마구 뛰어 다녔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고운 털도 깃도 받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날개도, 뿔도 받지 못했습니다.
'제우스 신은 어째서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주시지 않으실까?'
사람은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벌거벗은 몸으로 다녀야만 했습니다. 다른 짐승들이 모두 털과 깃으로 몸을 싸고 다니는데 알몸뚱이로 다니자니 남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사람들은 참다못해 제우스 신을 찾아가서 말했습니다.
"신이여, 어찌 저에게는 아무것도 주시지 않습니까? 저에게는 힘도, 빠른 걸 음도, 몸을 쌀 털도 주시지 않으시니 정말 섭섭하옵니다."
제우스 신이 빙긋이 웃으며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특별히 생각하고 준 것에 대해서는 깨닫지도 못하고 있구나. 나는 너 희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었느니라."
"그게 무엇입니까? 우리는 아무것도 받지 못했습니다."
"모르는 소리. 다른 짐승들에게 준 것보다 몇 곱절 좋은 것을 주었어. 그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속에 들어 있어서 세상 어느 짐승의 힘보다도 세고, 날개 가진 짐숭보다도 빠르며 몸을 위해서도 가장 긴요한 것이니, 그건 지혜 의 마음 이라는 것! 만물의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니라."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어느 짐승의 선물보다도 소중한 것임을 깨닫고 신 앞에 엎드려서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타이타닉 호
1912년 4월 14일에서 15일 사이에 일어난 실제 사건이랍니다.
북대서양을 항해하던 영국의 호화선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이야?"
"왜 이래?"
"이크."
사람들은 갑자기 우왕좌왕하며 당황하기 시작했어요.
"진정하십시오. 아무 일도 아닙니다."
마이크를 통해 안내 방송이 들렸어요.
"그럼 그렇지. 이렇게 큰배에 무슨 일이 일어날 리가 있나."
"암, 영국 최고의 호화선 타이타닉호가 아닌가."
사람들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었어요.
그 배에는 승객이 2,200명이나 타 있었거든요. 2,200명이 탈 수 있는 배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큰 배였습니다. 사람들로선 바다에 떠 있는지 육지인지 착각할 정도랍니다.
배 위에는 축구장이며 풀장 휘황찬란한 쇼장 등 없는 게 없으니까요.
"쿵쿵쿵......."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렸어요.
"무슨 소리냐?"
"글쎄......."
사람들은 아무래도 이상하다며 주위를 살폈어요.
"저런, 큰일났다. 큰일이야."
어떤 사람이 소리쳤어요.
북대서양으로 떠내려오던 커다란 빙산에 배가 부딪혀 부서지고 있었거든요.
"아이쿠, 사람 살려."
"안돼. 난 살아야 된단 말야."
배는 아수라장이 되었답니다.
선실에서 뛰쳐나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사람, 아이를 찾아 헤매는 사람..........어떤 사람은 유언을 썼어요.
"여러분, 좀 조용히 하십시오. 침착하십시오."
선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어요.
"자, 모든 승무원은 제 위치로.......나의 지시를 따를 것. 이상."
선장은 승무원들을 모아 놓고 동요하지 말고 승객의 안전을 위해 힘쓰라는 명령을 내리고 다시 마이크를 잡았어요.
"여러분, 침착해야 합니다. 한쪽으로 몰리지 말고 제 자리에 있어 주십시오. 이 배는 빙산에 부딪혔습니다. 배가 부서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이성을 찾고 침착하지 않으면 큰 일이 벌어집니다. 침착하십시오. 침착하십시 오."
선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안내 방송을 하였답니다.
스피커를 통해 들려 오는 선장의 침착한 목소리에 승객들은 하나 둘 이성을 되찾기 시작했어요.
"자, 진정합시다. 모두 선장의 지시에 따릅시다."
누군가의 외침에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자, 구명정을 내리시오."
구명정이 내려갔어요. 그 구명정은 조그만 것이기에 2,200명을 태울 수는 없었어요.
"누가 먼저 내려갈 것인가를 결정합시다."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의논을 했어요.
"자, 어린이부터 내려가도록 하시오."
구명정에는 어린이들을 먼저 태웠어요.
"다음은 여자 승객을 태우시오."
이어서 여자 승객이 구명정에 태워졌고요.
"다음은?"
이번에는 소리 없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어요. 어린이와 여자 승객이 먼저 타는 것에는 동의를 했지만 남은 사람들은 누가 먼저 구명정에 타야 하는지 결정을 하지 못했답니다. 구명정에 타는 사람은 곧 살게 된다는 의미니까 누구든 먼저 타고 싶었던 것이랍니다.
오랜 침묵이 흘렀어요. 배는 점점 기울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답니다.
그 배에는 이제 승무원과 가난한 농부들과 고위 간부, 돈 많은 부자들, 유명한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남게 되었답니다.
"자, 이렇게 합시다."
누군가가 일어서 오랜 침묵을 깼습니다.
"이 배에는 이민을 떠나는 가난한 농부들이 타고 있소. 이제는 3등 실에 타 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부터 구명정에 태웁시다."
그렇게 하여 가난한 농부들이 타고 나니 구명정은 가득 차 더 이상 사람들을 태울 수가 없게 되었답니다.
"이제 1,500명이 남았소."
"아! 이제는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소."
"........"
점점 사람들이 힘이 잃어 가고 있을 때였어요.
배는 가라앉아 죽음을 부르고 있을 때였어요.
긴 한숨 소리만이 죽음과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순간이었어요.
갑자기 장엄한 음악 소리가 들렸어요.
사람들은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모두 알아차렸어요.
그 배에는 유명한 악사 7명이 타고 있었거든요. 배가 침몰하여 죽게 된 사람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까지 버리면서 장엄한 음악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랍니다.
그 순간 배 안에 있던 1,500명의 승객들은 모두 손을 잡고 그 소리를 들으며 장엄한 최후를 마쳤다는 이야기입니다.
서로 사는 길
닭과 개가 서로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개와 닭이 함께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닭은 길가에 핀 꽃을 따서 입에 물고, 개는 풀숲에 있는 새를 잡을 듯이 장난을 하며 재미있게 길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날이 저물어 어두워지자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어디서 자고 가나 하는 걱정입니다.
아무데서나 잠을 자다가 밤중에 사나운 짐승이라도 만나면 큰일입니다. 그래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보니 마침 큰 고목 하나가 서 있었습니다. 오래된 나무라 구멍이 뚫리고 그 구멍 안은 넓어서 들어가 잘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됐다. 오늘밤 이 속에서 자고 가자."
개가 구멍 안에 들어갔습니다. 닭은 구멍 위에 있는 나뭇가지에 올라 앉아 자기로 했습니다.
먼 길을 걸어온 두 짐승은 곧 잠이 들었습니다. 한참 자고 난 닭이 하늘을 보니 새벽이었습니다. 새벽이면 으레 하던 버릇대로 소리쳤습니다.
"새벽이다. 잠을 깨라."
그러나 일찍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나무 구멍 안에서 여전히 자고 있었습니다.
숲 속에 사는 여우가 닭소리를 듣고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맛난 닭고기를 먹게 되나 보다."
여우는 닭이 앉은 나무 아래까지 달려와서 보니 높은 가지에 앉아 있어서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응! 저 놈을 꾀어 내려오도록 해야기."
하고 여우는 일부러 상냥한 목소리로 닭에게 말했습니다.
"아, 닭님이 아니시오? 아주 아름다운 노래 소리가 나기에 달려왔지요. 닭님은 참 고운 목소리를 가지셨눈데 어디 이리 내려와서 한 번 더 노래를 불러 보시구려. 그런 아름 다운 노래 소리를 가까이 한 번 들어 보고 싶소."
닭은 여우의 꾀를 알아차리고 곧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여우님이 제 목소리를 아름답다고 하시는데 노래쯤 불러 드리기는 어렵지 않아요. 그렇지만 이 나무에서 내려가려면 문지기에게 알려야 한답니다. 문지 기는 지금 이 아래 나무 구멍에서 자고 있으니 깨워 일으켜 주시구려."
닭의 말에 여우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대답했습니다.
"그만한 일쯤이야."
여우는 얼른 나무 구멍을 향해 소리를 쳤습니다.
"문지기! 어서 문을 열어라. 닭님이 노래하러 내려오시겠단다."
여우의 소리를 들은 개가 깜짝 놀랐습니다.
"이 놈의 여우! 어디서 큰 소리냐? 어디 목덜미를 콱 물어주면 정신을 차리 겠나?"
개가 뛰쳐나오는 바람에 여우는 달아나 버렸습니다.
닭과 개는 웃으며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봉 사 정 신
아이들이 원을 크게 그려 놓고 밖으로 밀어내기를 하였습니다. 오늘도 슈바이처가 이겼습니다. 늘 지기만 하는 덩치 큰 게오르규가 몹시 분한 듯이 말했습니다.
"슈바이처, 이겼다고 으시대지마. 네가 이기는 것은 당연해. 나도 1주일에 두 번 씩 고기 수프를 먹는다면 절대로 너한테 지지 않을 거야."
이 말에 슈바이처는 도망치듯 집으로 갔습니다. 슈바이처의 아버지는 목사였기 때문에 게오르규네 집처럼 가난하지 않았습니다. 1주일에 두 번 정도는 고기 수프를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맞아, 게오르규가 볼 때 내가 고기 수프를 먹기 때문에 힘이 세대고 생각했 을 거야. 앞으로는 절대로 고기 수프는 먹지 않겠어 나도 가난한 집 아이들과 똑같이 먹고, 똑같이 입고 다닐 테야. 나만 특별하게 좋은 것을 먹거나 입지 는 않을 거야.'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굳게 결심했습니다.
그 후 아버지나 어머니가 고기 수프를 먹으라고 해도 고기 수프는 먹지 않았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야. 그렇게 좋아하는 고기 수프를 먹으라고 해도 먹지 않다 니……."
어머니는 아들이 고기 수프를 먹지 않은 이유를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더 걱정이 되는 것은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외투를 입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감기가 들면 어쩌려고 그래? 어서 외투를 입어라."
아버지가 억지로 외투를 입히려고 했으나 슈바이처는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난 아무리 추워도 다른 아이들하고 똑같은 행동을 하고 싶어요."
이렇게 자란 슈바이처는 30세가 넘으면서 인류를 위해 일생을 바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8세 때 숙원이던 의학박사가 되어 적도에 있는 아프리카의 가봉 공화국에 있는 람바레에로 가서 병원을 세웠습니다. 그리고는 평생을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했습니다.
금과 은으로 만든 빵
옛날 어느 곳에 한 과부가 있었습니다. 이 과부에게는 매우 아름다운 딸이 하나 있었습니다. 딸은 교만하고 허영심이 많은 처녀였습니다.
처녀의 아름다움에 끌려 결혼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많았지만, 그 누구도 처녀의 마음에 차지 않았습니다. 결혼하려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처녀는 더욱 더 교만해질 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오후, 이웃에서 평판이 좋은 청년이 구혼하러 찾아왔습니다. 어머니는 좋은 혼담이라고 생각했지만, 교만한 딸은 당장 거절하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는 '너무 지나친 것을 바라면 안 된다.' 하고 타일렀지만, 딸은 어머니의 충고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또 어느 날 오후에는 훌륭한 귀족이 와서 구혼을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매우 흡족하고 명예롭게 생각하였지만, 허영심이 강한 딸은 역시 한 마디로 거절하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는 울면서 딸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그 허영심을 버려야 한다."
그러나 딸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금마차가 처녀의 집 앞에 와서 멈추었습니다. 금마차에서 금옷을 입은 잘생긴 청년이 내렸습니다. 그 청년은 처녀의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따님을 제게 주십시오."
하고 말했습니다.
"이와 같은 행운이 찾아오다니, 나에게는 더없는 영광입니다."
어머니는 정중히 대답을 하였습니다.
딸은 이 젊고 훌륭한 사내를 보자, 이번에는 그의 구혼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자 잘 생긴 젊은이는 별같이 반짝이는 보석 반지와 은목걸이와 금옷을 내놓았습니다. 딸은 매우 기뻐하며 새로운 장신구와 옷으로 치장을 하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왠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신랑될 청년에게 물었습니다.
"당신네 집에선 어떤 빵을 먹나요?"
"동빵, 은빵, 그리고 금빵을 먹습니다. 따님은 그중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빵을 먹으면 됩니다."
신랑될 젊은이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더욱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때 딸이 금옷으로 갈아 입고 나타났습니다. 딸은 근사한 선물을 받아서 정신없이 좋아했습니다. 신랑의 손을 잡은 딸은 어머니에게 작별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금마차에 올라타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는 딸의 행복을 빌면서 멀리 사라져 가는 마차를 지켜보았습니다.
마차는 달려갔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바위 앞에 이르렀는데, 바위에는 마을의 성문만한 큰 구멍이 나 있었습니다. 마차기 구멍속으로 들어간 순간, 꽝 하는 소리가 나더니 돌덩이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딸은 무서워서 마구 몸을 떨었습니다. 그러자 신랑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요. 곧 밝은 데로 나가서 아름다운 곳으로 가게 될 테 니까."
그때 붉은 바지에 녹색 외투를 입은 난장이들이 횃물을 밝혀 들고 여기저기서 달려왔습니다. 그러고는 신랑인 금옷의 왕에게 인사를 하고, 왕을 위해 길을 밝혔습니다.
이것으로 신부도 자기가 누구의 부인이 되었나룰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조금도 슬퍼하지는 않았습니다. 자기 남편이 된 사람은 젊고, 게다가 금이든 은이든 동이든 뭣이든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바위 속에서 나오자, 커다란 숲과 산이 나타났습니다. 거기에 있는 나무들은 모두 납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산을 지나자, 다시 지진이 나서 모든 것이 허물어졌습니다.
마침내 아름다운 평원이 나왔습니다. 모든 것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온갖 보석이 박힌 금으로 된 성이 솟아 있었습니다. 신랑은 그 성으로 신부를 데리고 가서 말했습니다.
"이 성 안의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오."
허영심이 강한 신부는 빛나는 보물을 보자 하늘에라도 오를 듯 기뻤습니다. 신부는 긴 여행으로 지치고, 배가 몹시 고팠습니다. 난장이들이 밥상을 차리는 것을 보자, 신부는 얼른 달려갔습니다.
얼마 후 요리를 가져오는데 보니까 동으로 만든 요리였습니다. 다음에는 은과 금으로 만든 요리가 나왔습니다. 모두들 맛있게 먹었으나 신부만은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빵 한 조각만 갖다 줘요."
신부가 부탁했습니다.
"응, 그러지."
왕은 이렇게 말하면서 빵을 가져오라고 일렀습니다. 난장이가 곧 빵을 가져왔지만, 그것도 역시 동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왕은 다른 빵을 가져오라고 일렀습니다. 이번에는 은과 금으로 만든 빵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러나 신부는 역시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당신을 위해 뭐든지 해주고 싶지만, 여기선 이런 것 말고는 없어요."
신랑은 위로하듯 말했습니다. 신부는 그제서야 자기가 큰일 날 곳에 왔다는 것을 깨닫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러자 신랑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이제 와서 울음을 터뜨려도 소용없어요. 당신 스스로가 좋아서 따라오지 않았소?"
신부는 금은 보석에 둘러싸여 땅속 생활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허영심으로 굶주림을 산 것입니다.
사랑의 매
홍서봉의 어머니 유씨 부인은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아들 하나만 바라보고 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서봉이가 훌륭한 일꾼으로 자라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서봉은 말썽꾸러기였습니다.
'사람 만들려면 엄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귀한 자식일수록 매 한 대 더 때리 라는 옛 말도 있지 않은가?'
어머니 유씨는 굳게 마음 먹었습니다.
"이놈, 오늘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구나!"
어머니는 서봉의 종아리를 때렸습니다.
서봉은 종아리를 맞은 보람이 있어서 19살에 진사 시험에 합격하고 2년 후에는 장원 급제를 하였습니다.
"어머니, 장원 급제했습니다."
"오, 장하구나!"
"저를 잘 길러 주셨기 때문이니 어머님 덕택입니다."
"오늘의 영광은 나의 덕택이 아니다. 자, 여기를 보아라."
어머니는 비단 보자기 하나를 꺼내 놓았습니다.
홍서봉은 보자기를 풀었습니다. 뜻밖에도 보자기 안에는 나무 회초리 하나가 있었습니다.
"이 것은 낯익은 회초리입니다."
"그렇다. 네가 장원 급제한 것은 이 회초리 덕택이니라."
홍서봉은 그 때야 사랑의 매였음을 알았습니다.
촉 없는 화살
"도련님, 오늘은 큰 노루 한 마리만 잡으세요."
늙은 하인이 김유신을 따라 나섰습니다. 김유신은 무예를 익히기 위해 사냥을 할 참이었습니습니다.
깊은 산 속으로 들어 온 김유신은 노루를 향해 화살을 겨누었습니다.
"쌩……."
화살이 날아갔습니다. 그 화살을 노루를 정통으로 맞추었습니다. 그러나 곧 이상한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아니, 화살에 맞은 노루가 도망을 치다니...."
하인이 달려가 보니 노루를 맞힌 화살의 끝에는 촉이 달려 있지 않았습니다. 김유신은 촉 없는 화살로 사냥을 하러 온 것입니다.
"도련님, 어찌하여, 촉 없는 화살을 사용하셨습니까?"
"아버님께서 산짐승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분부를 내리셨어. 나는 짐승을 잡으러 이 곳에 온 것이 아니야. 무예를 닦으러 왔을 뿐이야!"
김유신은 촉 없는 화살로 무예를 익히며 사냥을 하였습니다.
김유신은 훗날 아버지와 함께 싸움터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싸움은 이기는 것이 목적이지 적의 군사를 죽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아버님의 말씀 명심히 하겠습니다."
김유신은 함부로 죽이는 것을 금하는 정신을 읽혔고 전쟁에서도 적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아버지의 분부를 지켰습니다.
튼튼한 다라
프랑스의 양치기 딸인 잔다르크는 신앙이 깊었습니다. 몸집이 건강했고 얼굴도 예뻤습니다. 13살 되던 어느 날 예배를 보러 길을 걷고 있을 때였습니다. 성당의 종소리와 함께 공중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천사들의 합창이 들려 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천사들의 노래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더니 잔다르크를 에워쌌습니다. 대천사 미카엘이 나타났습니다.
"잔다르크야, 너는 쓰러져 가는 너의 조국을 구해야 한다."
미카엘은 이 말을 하고는 사라졌습니다. 잔다르크는 신의 계시를 받았습니습니다. 그 후 여러 차례 미칼엘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 들렸습니다.
이 무렵 프랑스는 영국과 이른바 '백년전쟁'이라는 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프랑스는 멸망의 위기를 맞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사람은 두 파로 갈려 서로 다투었습니다. 한 파는 영국과 국왕을 파리에서 쫓아냈습니다. 국왕은 죽고 왕자 샤를마뉴는 파리의 남쪽 부르즈로 후퇴하였습니다. 파리와 부르즈 중간에 오를리랑 성이 있었는데 영국 군이 이 성을 점령하기 위해 진격하고 있었습니다. 이 성만 빼앗기면 프랑스는 영국에게 항복할 게 뻔했습니다. 프랑스 군대가 지키고 있는 오를리앙 성을 영국 군이 포위했습니다.
프랑스가 급한 처지에 몰려 있을 때 미카엘이 잔다르크 앞에 나타났습니다.
"오를리앙으로 가서 프랑스를 구하라!"
소녀 잔다르트는 머리를 자른 뒤 남자 옷을 입고 고향을 떠났습니다.
잔다르크는 11일이나 걸려서 샤를마뉴 왕자를 찾아갔습니다.
"왕자님, 하나님께서 반드시 프랑스가 이길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에게 군사를 주십시오!"
왕자는 잔다르크의 말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1429년 4월 28일, 잔다르크는 왕자가 준 군사 2백 명을 거느리고 적진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프랑스의 군인들은 잔다르크의 뒤를 따랐습니다. 이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프랑스 군사들의 눈에는 잔다르크가 천사로 보여 사기가 높아 졌고 영국 군사들의 눈에는 잔다르크는 무서운 마녀로 보여 벌벌 떨었습니다. 영국 군은 무서워서 제대로 싸우지고 못하고 후퇴하고 말았습니다. 잔다르크는 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해 낸 다음 계속 적을 무찔렀고 왕자를 왕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러나 잔다르크는 반대파에게 붙잡혔습니다. 1431년 5월 30일 잔다르크는 종교 재판을 받고 화형에 처해졌습니다. 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해 준 잔다르크는 죽었으나 정신은 전 프랑스와 세계 역사 속에 살아 있습니다.
황희 정승의 마음
어느 날 갑자기 황희 정승 집에 세종 대왕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너무나 뜻밖이어서 황 정승과 부인은 버선발로 달려나와 임금을 맞이하였습니다.
“상감마마, 이 누추한 곳에 어인 행차시옵니까? 어서 안으로 드시옵소서.”
“과인이 영의정 댁을 방문한 것이 뭐 그리 놀랄 일이오.”
세종 대왕이 마당에서 황 정승의 초라한 집을 한 번 둘러본 뒤 사랑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조선의 최고 관직에 있다는 영의정의 집은 세종 대왕이 보기에 너무도 초라했습니다. 방안에는 멍석이 깔려 있었고 손님이 앉을 만한 곳만 낡은 돗자리가 깔려있었습니다. 천장은 여기저기 빗물이 새어 얼룩져 있었습니다.
세종 대왕이 잠시 앉았다 일어서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허, 내 곁에 이런 일꾼이 있다는 건 참으로 큰 복이 아닐 수 없군!”
이렇게 생각한 세종 대왕이 황 정승에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경의 집이 과인의 집보다는 좀 작지만 등이 가려울 때 그 멍석에 긁으면 얼 마나 시원 하시겠소? 허허허 ”
이처럼 검소하게 살면서 백성을 사랑한 황희 정승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하고 있답니다.
절 약 정 신
어느 해 여름이었습니다.
날씨가 무척 더워서 고비는 문을 활짝 열고 앉아 장독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마침 장독대에는 햇볕을 쬐기 위해서 열어 둔 장독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비가 한 장독을 보고 있으니까 쉬파리 한 마리가 장독에 앉아서 장을 졸졸 빨아먹고 있었습니다.
"아니, 저 쉬파리좀 봐. 우리도 아껴 먹는 장을 다 먹어 치우는구나."
하고 고비는 살금살금 장독대를 향해 다가갔습니다. 고비는 오른손에 부채를 들고 쉬파리를 잡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고비가 장독대 가까이에 갔을 때, 갑자기 잠자리 한 마리가 날아와서 쉬파리를 물고는 홱 날아갔습니다.
'저 잠자리 좀 봐라. 쉬파리는 내가 잡으려고 했는데........'
고비는 중얼거리며 잠자리가 날아가는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잠자리는 멀리 날아가지 않고 사립문에 살짝 앉았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잠자리에게 잡힌 쉬파리의 뒷다리에는 된장이 많이 묻어 있었습니다.
"아이구, 아까운 저 된장!"
고비는 그 파리 뒷다리에 묻은 된장을 빨기 위해서는 잠자리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담벽에 세워져 있는 싸리 빗자루를 얼른 들고는 잠자리가 앉아 있는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잠자리는 훌쩍 날아갔습니다.
고비는 잠자리를 따라 달려갔습니다. 어느덧 몇 십리가 더 되는 충추 탄금대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잠자리는 파리를 물고 자꾸만 날아갔습니다. 고비는 마침내 경기도 수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어느 덧 해가 서산에 걸렸습니다. 잠자리를 놓친 고비는 할 수 없이 되돌아서는데 그때 고비는 손에 짚신을 들고 있었습니다. 될 수 있는 대도 짚신을 닳지 않게 하지 않으려고 맨발로 달려온 것입니다.
그때 저쪽에서 잘 아는 사람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고비는 얼른 짚신을 신고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여보게, 자린 고비 자네가 수원 땅까지 웬일인가?"
"응, 볼일이 있어서...."
"왜 이렇게 서 있는가?"
"응, 팔을 휘두르며 걸어가면 옷소매가 부딪혀서 닳을 테고 짚신을 신고 걸어 가면 닳을테니 이렇게 서 있는 것이라네."
껄껄 웃으며 채치있게 넘겼습니다.
하루는 생선이 먹고 싶어 장에 갔습니다. 장에는 여러 가지 생선이 많이 있었습니다. 고비는 이런저런 생선을 주무르고 다니며 값을 물었습니다.
"웬 생선 값이 그렇게 비쌉니까?"
고비는 생선을 사지 않고 주무르기만 하였습니다.
"여보시오, 생선을 왜 떡 주무르듯이 주무르시오!"
자린고비를 나무랐습니다.
"앗, 그 양반 참 인색하구먼, 내가 생선 좀 만졌기로서니 생선이 닳기라도 한단 말이요!"
고비는 생선을 만진 손을 번쩍 들고는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대문으로 들어선 고비는 아내에게 소리쳤습니다.
"여보, 어서 국솥에 물을 붓고 불을 지펴요!"
아내가 국솥에 물을 붓고 불을 지피자 고비는 생선 만진 손을 그 물에 씻었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아내가 물었습니다.
"여보, 손은 우물가에서 씻을 일이지 왜 솥에서 씻어요?"
"모르는 소리하지도 마오, 이 손은 생선 만진 손이요. 이 물로 국을 끓이면 비리비리한 생선국이 될 것이니 밥 말아 먹으면 얼마나 맛 좋겠소!"
자린고비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엄장스님과 광덕
엄장 스님이 광덕 스님의 집을 찾아갔을 때 일입니다. 대문 앞에 서서 아무리 기다려도 광덕 스님은 염불을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이 사람이 내가 찾아 온 줄 알면서도 일부러 염불만 외는군.'
엄장은 불쾌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뒤에야 염불 소리가 그치고 광덕이 나왔습니다.
"자네 왔는가?"
광덕이 말했으나 엄장은 염불을 외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반대가 되었습니다.
광덕이 기다리고 엄장은 염불을 외는 것입니다.
"내가 외다 만 불경을 자네가 다 외웠군 그래."
"자, 또 다시 만나세."
엄장은 그 말만 남기고 떠나려 했습니다.
"아니, 우리 집에 왔으면 들어가야지 왜 그냥 가는 가?"
"나는 자네 불경 외는 소리를 들으러 왔을 뿐이네."
엄장이 화가 난 걸 눈치챈 광덕은 뒤쫓아갔습니다.
"왜 따라오는가?"
"따라가긴 누가 따라가나? 내가 가는 길 앞에 자네가 있을 뿐이지."
"왜 남의 발자국을 밟아?"
"누가 자네의 발자국을 밟아? 내 발 밑에 자네의 발자국이 있을 뿐이지."
두 사람은 말씨름 끝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우리 극락 갈 때는 서로 알리기로 하자."
"그러세."
두 스님은 극락으로 갈 때는 서로 알리자고 약속을 하였습니다.
엄장은 광덕과 힘께 불경을 공부하며 하룻밤을 지내고 돌아갔습니다.
그 후 어느 날 엄장은 밖으로 나와 있다가 광덕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나는 극락으로 가니 당신도 꼭 나를 따르시게!"
엄장은 깜짝 놀라 광덕의 집으로 찾아가 보았습니다. 광덕이 이미 세상을 떠난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약속이 이처럼 빨리 지켜지다니!'
엄장은 의심스러웠습니다. 엄장은 원효 대사를 찾아가 열심히 불도를 닦기 시작했습니다. 엄장은 뒤늦게 자기를 발견을 한 것이었습니다. 약속을 잘 지켜 온 질서가 가장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앙 리 뒤 낭
스위스의 만국 적십자사 동맹 창립자인 앙리 뒤낭은 '봉사 정신'이 뛰어난 위인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뒤낭은 원래 스위스의 은행가였습니다. 1859년 이탈리아의 통일 전쟁이라 일컬어지는 큰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사르데나 왕국과 프랑스의 연합군이 오스트리아의 군대를 무찌른 전쟁이었습니다.
사르데냐 국왕이 프랑스 나폴레옹 3세의 원조를 받아 이 싸움을 일으킨 것이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지배 아래 있는 북이탈리아를 해방시켜 주자!"
연합군은 오스트리아 군을 공격했습니다. 그 해 6월 24일, 북이탈리아의 솔페리노의 언덕에서 전쟁의 승부를 결정짓는 싸움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부상자들의 아우성으로 들판이 떠나갈 듯 했습니다. 무려 15시간이나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서 언덕은 피로 물들었습니다.
"사람 살려요!"
"살려 주세요!"
그렇지만 아무도 부상병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뒤낭은 마차를 타고 그곳을 향했습니다.
"쾅, 쾅, 쾅!"
포탄이 날아와 터지자 마부가 못 가겠다고 했습니다.
뒤낭은 할 수 없이 마차에서 내려 걸어서 솔페리노의 언덕을 올라갔습니다.
"물, 물, 물 좀......"
한 병사가 애원을 하였습니다. 뒤낭은 그 부상병을 일으켜 물을 먹였습니다.
"이 바보야! 그 녀석은 우리의 적이다. 오스트리아 병사야!"
한 병사가 나타나 뒤낭에게 외쳤습니다.
"그래요. 이 병사는 우리의 적병이오. 그러나 이 병사는 우리에게 대항할 능력 이 없지 않소? 부상을 당해 고통을 받고 있는 적병을 도와주는 것이 도대체 뭐가 나쁩니까?"
"대체 넌 누구야?"
"나는 스위스에서 온 앙리 뒤낭이오. 나폴레옹 황제를 보러 왔소."
크림 전쟁때 나이팅게일이 구호대를 조직하여 부상자를 구원했을 때처럼 뒤낭은 구호대를 조직하여 부상병 구원에 나섰습니다.또 뒤낭은 <솔페니노의 회상>이라는 책을 써서 여러 나라에 호소했습니다.
<전쟁 중에는 자기편이나 상대편이나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부상병은 구해야 한다! 그런 기관을 설치하자.>
뒤낭의 호소는 나폴레옹 3세 등 여러 나라 지도자들의 동의를 얻어, 1863년 그런 기관을 설치하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스위스 정부가 중심이 되어 26개국의 정부 대표들이 의논 한 결과, 1864년에 '제네바 조약(적십자 조약)'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인 간 존 중
중국에는 유비라는 덕망 높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조조가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오자 유비는 형주를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유비 일행이 남쪽으로 떠나자 백성들이 따라 나섰습니다.
"유비를 따라가야 잘 살 수 있소."
"유비는 어진 임금이오."
백성들이 짐을 꾸려서 유비의 뒤를 따르니 그 수가 수십 명이나 되었습니다. 유비는 나라를 세우기 전부터 존경을 받았습니다.
어느 날 유비는 관우와 장비를 데리고 제갈양의 집을 찾았습니다.
유비가 집안으로 들어서자 웬 소년이 나왔습니다.
"선생님 계시느냐?"
"안 계십니다. 어디 가셨는지도 모르고, 또 언제 오실 지도 모릅니다."
"그래? 유비라는 사람이 찾아왔다고 말씀드리고,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씀도 드려라."
그 뒤에 유비 삼형제가 찾아갔을 때도 제갈양은 집에 없었습니다.
"친구 분과 함께 나가셨습니다."
"그래? 그럼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씀드려라."
돌아갈 때 성미가 급한 장비가 투덜거렸습니다.
"군대를 풀어 제갈양인가 뭔가 하는 자를 붙잡아 오면 될 거 아닙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가! 존경할 만한 분을 그렇게 대접해서야 쓰겠느냐?"
세 번째로 유비 삼형제가 찾아갔을 때 제갈양은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 날도 소년은 유비 삼형제를 맞이하였습니다.
"지금 주무시고 계십니다."
"그래? 그럼 기다리마."
유비는 마루에 단정히 앉아 제갈양이 깨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장비는 집밖에서 화를 내었습니다.
"형님! 대체 어떤 놈이기에 유비 형님이 찾아왔는데도 낮잠만 잡니까?"
장비가 한참 떠들고 있을 때 제갈양이 깨어나서 유비를 맞이하였습니다.
"저의 스승이 되어 주십시오."
유비는 제갈양에게 공손히 청했습니다. 유비의 공손함과 공경하는 마음을 알아차린 제갈양은 유비를 도와 싸움마다 이기도록 전략을 세워 주었습니다.
세종대왕의 눈
조선 시대 제 4대 임금인 세종 대왕이 임금자리에 오르기 전의 이야기입니다. 어느날, 경치 좋은 강가 정자에서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형제인 왕자들도 함께 있었습니다. 세종이 한참 즐겁게 얘기하다가 문득 나루터를 쳐다보니 거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며칠 있으면 과거 시험을 보기 때문에 붐볐던 것입니다.
"과거 시험을 보러 오는 선비들인가 보구나."
세종은 그쪽을 유심히 쳐다보고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가까이 있는 신하를 불렸습니다.
"저기 저 사람들 중에 가장 왼쪽 있는 사람을 이곳으로 불러오너라."
신하는 쏜살같이 달려가 세종이 말하는 젊은 선비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대는 어디에 사는 누구인고."
세종이 물어 보자 그 젊은 선비는 또렷하게 대답을 했습니다.
"예, 저는 경상도에 사는 현석규라 하옵니다."
"음……, 그래."
세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을 쳐다본 뒤 그 젊은 선비를 위하여 음식상을 차려 오라고 하였습니다.
젊은 선비는 너무나 과분한 대접인 나머지 머리를 숙였습니다.
"항공하옵니다."
이윽고 젊은 선비는 음식상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가만있던 사람들은 이상한 눈으로 그 선비를 바라보았습니다. 선비는 옷차림이 남루하고 얼굴도 몹시 야위어 보았습니다.
잠시 후, 세종은 좌우를 살피면서 물어 보았습니다.
"누구 출가시킬 딸을 가진 사람은 없소?"
"서원군의 딸이 나이가 차서 혼인을 하려는 참인데 마땅한 배필이 없다고 하 오."
세종의 형님이 되는 효령대군이 무엇인가 짐작하는 것이 있는 듯 대답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그 처녀를 이 사람에게 시집을 보내는 것이 어떨지요. 내가 생각 하건데 이보다 더 훌륭한 사윗감은 얻기 힘들 것 같습니다."
세종은 자신 있게 젊은 선비를 추천하였습니다.
"하지만 서로 집안이 어울리지 않을까 염려되고 또한 젊은 선비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 하오."
효령대군이 말하였습니다.
"예로부터 영웅 호걸은 들에 묻혀 있다고 하였습니다. 만약 이 사람의 가문은 그다지 부끄럽지 않다면 주저하지 말고 정혼하도록 하십시오."
세종 대왕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후 효령대군은 젊은 선비의 집안이 어떤가 알아보았습니다. 그 선비는 경상도에서도 훌륭한 가문을 가진 후손이었습니다. 단 흠이 있다면 그의 부친이 너무 청백하여 가세가 넉넉하지 못할 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서원군은 세종의 말에 따라 현석규를 사위로 삼았습니다.
그 후 현석규는 과거에 급제하더니, 벼슬을 얻은 후에도 깨끗한 절개와 뛰어난 재주로 공을 쌓아 높은 벼슬까지 올랐습니다. 세종 대왕이 나라에 쓸모 있는 인재를 한 번 보고 알아낸다는 것은 역시 성인다운 일이었습니다.
임금님의 병
임금은 어마어마하게 크고 아름다운 궁전에서 살았습니다. 빨간 장미꽃들이 울타리에 피어 있었고, 커다란 연못도 있었습니다. 뜰에는 비둘기들이 평화롭게 모이를 쪼고 있었습니다. 나라를 지키는 군대도 강했고, 금고마다 금덩어리가 가득했습니다. 매년 가을이 오면 이웃나라에서 선물을 실은 수레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임금은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임금이 병이 났습니다. 병은 무희들이 춤을 추고 있을 때 생겼습니다. 임금은 갑자기 춤추는 아가씨들이 싫어졌습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습니다.
"아, 머리가 아프다!"
신하들이 임금을 방으로 모시고 갔습니다. 방에는 비단 이불이 펴져 있었습니다. 임금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말했습니다.
"이불을 치워라!"
신하들은 이불을 치웠습니다. 방에는 은은한 향이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임금은 향냄새도 싫어졌습니다.
"향도 치워라!"
신하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향을 치웠습니다. 왕비가 꽃을 한 아름 안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방안이 온통 꽃밭 같았습니다. 임금은 왕비도 싫어졌습니다.
"모두들 물러가라."
왕비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물러갔습니다. 왕자와 공주들도 찾아왔지만, 임금은 역시 짜증만 냈습니다. 용하다는 의원들이 궁전으로 불려 왔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임금의 병을 고칠 수가 없었습니다.
나라 안은 온통 슬픔에 빠졌습니다. 아무도 장미꽃이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연못에서 뱃놀이도 하지 않았습니다. 비둘기조차 푸드덕거리지 않았습니다. 임금은 늘 기분이 나빴습니다. 걸핏하면 화를 내었습니다. 신하들은 임금의 곁에 가는 것조차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흰 수염이 길게 난 할아버지가 임금에게 찾아와서 말했습니다.
"저는 임금님의 병을 고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임금의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그게 무언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의 속옷을 입으면 나으실 것입니다. 주의하실 것은 임금님께서 직접 그 사람을 찾으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말을 마치자 마자, 훌쩍 나가 버렸습니다. 임금은 괘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을 잊어버리고 며칠을 지냈습니다.
임금의 답답한 마음은 날이 갈수록 더해 졌습니다. 문득 할아버지의 말이 생각나, 임금은 살며시 궁전을 빠져 나왔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찾아 나선 것입니다. 가난한 농부로 변장한 임금을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임금은 나라에서 첫째 가는 부자에게 갔습니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부자의 집은 으리으리했습니다. 임금이 사는 궁전보다는 작았지만, 없는 게 없었습니다. 곡식과 옷감을 실은 마차들이 쉴새없이 드나들었습니다. 임금은 부자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하인이 못 들어가게 막았습니다. 임금은 사정을 했지만 하인은 막무가내였습니다. 임금은 할 수 없이 하인에게 물었습니다.
"이 집주인은 행복합니까?"
하인은 임금의 초라한 모습을 훑어보며 말했습니다.
"천만예요. 우리 주인은 걱정이 많습니다. 창고의 곡식을 도둑맞지 않을까, 죽지나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임금은 그 집을 나왔습니다. 벼슬이 높은 신하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갔습니다. 임금이 사랑하는 신하였습니다. 그 신하라면 부러울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도 그 집 하인하고만 말을 나눌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 주인이 행복하다고요? 그런 말 마시오. 벼슬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 반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 같지요. 더구나 요즘은 임금님의 행방 을 알 수 없어서 근심투성이랍니다."
하인은 마치 자기가 높은 사람이나 된 것처럼 말하였습니다.
임금은 터덜터덜 걸어갔습니다. 그 때, 아름다운 옷을 입은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임금 앞에서 춤을 추던 무희였습니다. 어쩌면 무희는 행복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임금은 무희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아가씨는 행복합니까?"
"아이, 깜짝이야. 뭐, 행복하냐고요? 할아버지는 꼭 철학자같이 말씀하시네. 남 앞에서 춤을 추는 우리가 행복하겠어요? 안 그래요? 철학자 할아버지!"
임금은 힘이 센 사람도 만나 보았습니다. 그러나 옆구리에 혹이 생겨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유명한 학자도 만나 보았습니다. 학자는 눈이 나빠져서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꽃가게 주인도 만나 보았습니다. 꽃가게 주인도 꽃이 팔리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많은 백성들을 찾아다녔지만 모두들 한 가지씩은 걱정이 있었습니다.
임금은 아주 낙심이 되었습니다. 궁전을 떠나온 지도 열흘이 넘었습니다. 궁전에서는 야단이 났을 것입니다. 신하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왕비와 왕자와 공주들은 임금이 죽지나 않았는지 걱정하며 울고 있을 것입니다. 그 일을 생각하니 임금은 더 짜증이 났습니다.
임금은 힘없이 터덜터덜 걸었습니다. 물레방아가 보였습니다. 물레방아는 천천히 돌고 있었습니다. 임금은 물레방아를 보며 서 있었습니다. 물레방앗간 주인이 나왔습니다. 온몸에는 곡식 가루가 하얗게 묻어 있었습니다.
물레방앗간 주인은 빙글빙글 도는 물레방아를 보며 흥얼거렸습니다.
낮에는 물레방아를 돌리고
밤에는 잠을 자니
이보다 더한 행복이 있으랴
임금은 그 노래를 듣는 순간, 힘이 났습니다. 임금은 물레방앗간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정말 행복하십니까?"
물레방앗간 주인은 낯선 사람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임금은 다시 물었습니다.
"걱정이 조금도 없습니까?"
물레방앗간 주인은 더 힘차게 끄덕였습니다. 임금은 아주 기뻤습니다. 드디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임금은 기쁜 마음을 감추며 말했습니다.
"저, 미안하지만 속옷을 제게 줄 수 없겠습니까?"
물레방앗간 주인은 이상한 얼굴로 바라보다 부끄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는 가난하여 속옷을 입을 수가 없답니다. 그리고 물레방아를 돌리는 데 속옷이 필요 없지요."
임금은 크게 낙심하였습니다. '속옷을 안 입었다니......' 임금은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물레방아가 돌아갔습니다. 물레방앗간 주인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임금은 물레방앗간 주인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물레방앗간 주인이 빙그레 웃었습니다. 임금도 빙그레 웃었습니다.
임금의 마음에 행복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임금의 병이 나은 것입니다. 임금은 물레방앗간 주인의 노래를 들으며 웃고 있었습니다. 물레방아는 계속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토끼의 꾀에 넘어간 호랑이
배가 고픈 호랑이가 숲 속을 뒤지던 끝에 토끼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호랑이에게 잡힌 토끼는 재빨리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내고는 호랑이에게 말했습니다.
"호랑이님, 제가 호랑이님을 위하여 참새고기를 많이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 러니 그것 먼저 잡수시고 그래도 배가 차지 않으면 그 때 저를 잡아 잡수시 지요?"
호랑이가 승낙을 하자, 토끼는 호랑이를 대밭으로 데리고 가서, 대나무 위에 앉아 있는 참새 떼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호랑이님, 잠시 눈을 감고 계십시오. 그러면 제가 참새 떼를 몰고 오겠습니 다."
호랑이가 눈을 감자 토끼는 대밭에다가 불을 지르고는 멀리 도망을 쳤습니다. 후드득 소리를 내며 타는 대밭에서 참새 떼가 오는 줄 알고 눈을 감은 채 입을 벌리고 있던 호랑이는 큰 화상을 입고 겨우 그 곳을 빠져 나왔습니다.
토끼에게 속은 것을 분하게 여긴 호랑이는 며칠 동안 산을 헤맨 끝에 토끼를 찾았습니다. 호랑이가 잡아먹으려 하자, 토끼는 또 꾀를 내어 물고기를 실컷 먹여 주겠다고 꾀어 호랑이를 냇가로 데리고 갔습니다. 토끼는 얼음 밑의 물고기를 보며 말하기를 얼음 구멍에 꼬리를 넣고 있으면 고기 떼가 와서 붙을 거라고 했습니다.
몇 시간이 지나도록 그대로 앉아 있던 호랑이는 꼬리에 물고기가 잔뜩 붙은 줄 알고 좋아했습니다. 이때, 사냥꾼이 나타났습니다. 호랑이는 도망치려 했으나 꼬리가 물에 잠긴 채 꽁꽁 얼어 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어리석은 호랑이
옛날, 어느 산골에 까치가 알 일곱 개를 낳았습니다. 까치는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어느 날 호랑이 한 마리가 지나다가 까치가 알을 낳은 걸보고, 알을 주지 않으면 잡아먹겠다고 하였습니다. 까치는 어쩔 수 없어 알 한 개를 주었습니다. 그날부터 호랑이는 매일 찾아왔습니다.
"이를 어쩌나? 에구 불쌍한 것."
까치는 다음 날에도 호랑이에게 알을 내 주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이제는 알이 두 개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까치는 깊은 시름에 빠졌습니다.
"넌 정말 어리석구나. 왜 알을 주었니?"
마침 까치의 얼굴을 보고 토끼가 말했습니다.
"나무 위로 올라온다는데 안 줄 수 있니?"
까치는 긴 한숨을 내 쉬었습니다.
"호랑이는 나무 위를 오를 수 없어."
토끼는 까치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니? 그럼 알을 주지 않아도 되겠네."
까치는 기뻤습니다. 호랑이가 다시 나타나자 까치는 알을 못 주겠다고 했습니다. 호랑이는 화를 벌컥 내며 나무에 오르다가 떨어져 죽었습니다. 한편, 호랑이 집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호랑이 아내는 온 산을 헤매다가 죽은 호랑이를 찾아내고는 까치에게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까치는 토끼가 가르쳐 준 꾀를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호랑이 아내는 토끼를 찾아 헤맨 끝에 토끼를 잡았습니다. 그들은 토끼를 가마솥에 끓여 죽이기로 하고 집으로 끌고 들어왔습니다. 솥 안에 갇혀 있던 토끼는 살짝 호랑이들이 땔감을 준비하는 동안 살짝 빠져 나와 호랑이 새끼 한 마리를 솥에 집어 놓고는 숨어 버렸습니다.
토끼의 꾀
옛날 숲 속에 사자 한 마리가 살면서 매일 수많은 동물을 잡아먹었습니다.
"큰일이다. 이러다가는 우리들은 모두 죽게 돼."
숲 속 동물들은 무서움에 떨었습니다.
"가만, 우리가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만 한데......"
숲 속 동물들은 의논을 했습니다. 자진해서 하루에 한 마리씩 동물을 잡아서 바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을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후 매일 돌아가며 동물들이 사자의 밥이 되었습니다.
토끼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토끼는 죽기가 싫었습니다.
"오, 위대하신 사자님이시여, 지금 저희들 토끼 여섯 마리가 함께 오다가 다 섯 마리는 다른 사자에게 잡혀갔습니다. 그런데 그 사자는 자기가 진짜 임 금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사자는 화가 나서 펄펄 뛰면서 으르렁거렸습니다.
"뭐라고? 진짜 임금이 있다고?"
사자는 토끼를 노려보았습니다.
"정말이라니깐 요. 진짜 임금이 있다고요."
토끼는 사자를 부추겼습니다.
"어디, 그 놈이 어디 있단 말이냐?"
사자는 토끼를 다그쳤습니다. 토끼는 사자를 우물로 데리고 갔습니다.
"사자님, 저 우물 속에 그 놈이 살고 있어요."
우물을 들여다 본 사자는 정말 거기에 사자 한 마리가 들어 있는 것을 보고 으르렁거리며 뛰어들었습니다. 결국 사자는 우물 속에 빠져 죽었습니다.
가자미와 복쟁이
두부 장사를 하는 가자미와 기름 장사를 하는 복쟁이는 앞뒷집에 살았습니다.
그러나 겉으론, 의좋은 체, 형님이니 아우이니 하고 지내지만, 실상 속을 따지고 보면 모두 인색하고 욕심쟁이이고 음흉했습니다. 서로 기름 한 병, 두부 한 모만 달라고 하여 외상으로 가져가서는 몰래몰래 팔아먹는 것이었습니다. 이러고 보니 두부 장사를 하는 가자미가 기름 장사하는 꼴이 되고, 기름 장사하는 복쟁이가 두부 장사를 하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서로들 외상값을 받으려고 했지 어느 한쪽도 갚아 주려고 는 하지 않았습니다. 서로에게 손해를 끼치려고 기회만 엿보고 있었습니다.
어느 흐린 날, 복쟁이란 놈이 꾀를 내었습니다. 깨를 사러 장에 간다고 하니, 가자미는 가자미대로 콩을 사러 장에 간다고 집을 나섰습니다. 복쟁이는 깨를 사서 보자기에 싸가지고, 가자미는 콩을 사서 지게에 이고 각기 빠른 걸음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 사이 혹시 저 놈이 왔다 가지나 않았나 해서였습니다. 다행히 아무도 왔다 간 흔적은 없었습니다.
먼저, 가자미는 콩을 한 섬 안에 옮겨 놓고 살금살금 복쟁이의 집에 가서 빈 자루에 깨를 듬뿍 담고, 기름틀 사이에 끼어 있는 깻묵 주머니를 혀로 핥았습니다. 복쟁이가 돌아오기 전에 빨리 먹으려고 깻묵 주머니를 물고 잡아당기자, 무거운 기름틀이 꽝 떨어지면서 가자미를 납작하게 눌러 버렸습니다. 그래서 가자미는 몸뚱이가 종잇장같이 납작해졌습니다.
복쟁이가 장에서 돌아 온 시간은 가자미가 돌아온 때와 거의 같은 시각이었습니다. 사 자지고 온 깨를 집안에 집어 놓고서, 남의 눈에 띄지 않게 가자미의 집에 간 것도 거의 같은 시각이었습니다.
가지고 간 자루에 콩을 가득 담고, 한 알이라도 더 가져가려고 입안에 숨이 턱턱 막히도록 불룩하게 집어넣었습니다. 이러는 동안 번개가 번쩍하더니 두부 곳간이 무너져 버렸습니다. 복쟁이는 빠져 나오려고 좁은 구멍에 머리를 디밀었으나, 머리는 바깥으로 나가고 배는 틈바귀 한복판에 꽉 끼어서 옴싹달싹을 못 하게 되었습니다.
밖에서는 비가 억수로 쏟아졌습니다. 가자미는 기름틀에 치여서, 복쟁이는 틈바귀에 끼어서 그대로 집과 함께 큰물에 밀려 떠내려갔습니다. 서로 원망스러운 눈으로 흘겨보며 붙들고 갈겨 주고 싶었지만, 하나는 몸이 납작하고, 하나는 배가 불룩 해서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바다로 흘러간 둘 이는 영영 원수가 되어 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생선 가게에 가 보면 가자미와 복쟁이가 늘 서로 흘겨보고 있는 것입니다.
섬을 찾아온 세 사람
옛날 남쪽 바다에 아름다운 섬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섬사람들은 대부분 놀기를 좋아하고 게으름을 피우며 술집과 노름판에서 지내느라 가난한 생활을 하였습니다.
어느 해, 이 섬에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이 마을 산에서 제일 높은 두리둥실 기슭에서 우레와 같은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섬사람들은 모두들 산기슭으로 모여라!"
온 섬사람들은 떨리는 가슴으로 산기슭으로 모였습니다. 산기슭에는 머리 둘레가 한 아름이나 넘고, 눈은 큰 사발 덩이만 하고, 콧구멍에는 장정의 주먹이 한둘은 드나들 만한 남자 거인이 앉아 있었습니다.
"자, 내입이 얼마나 큰가 잘 보아라. 내 배를 새삼 볼 필요는 없다. 난 숟가 락으로 밥을 먹지 않는다. 난 지금 몹시 배가 고프지만 이 섬에 있는 양식은 한 끼도 못 됐습니다. 내 이번에는 참겠다. 삼년 뒤에 다시 올 테니, 양식을 쌓아 두었다가 내게 바쳐라."
말을 마친 남자 거인은 거대한 몸을 이끌고 산을 돌아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섬사람들은 그 거인이 분명 산신령 일거라 생각하고, 그 자리에서 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삼 년 동안 술을 만들거나 노름을 하는 사람은 죽이기로 한다는 무서운 법을 만들고, 모두 죽을힘을 다해 일하기로 했습니다.
들에 곡식을 심고, 자갈밭도 객토를 옮겨다 기름진 밭으로 만들고, 산에 곡식을 심었습니다. 그 결과 새로 지은 큰 창고에는 곡식이 그득했습니다.
어느덧 삼년이지나, 그 거인이 온다는 날이 되었습니다.
"조심, 조심하고. 이제 신이 나타날 시간이야."
섬사람들은 모두 긴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여자 거인이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여자 거인이 왔는데 크기는 전의 거인과 거의 같았습니다.
"내가 남편 대신 왔다. 우리는 먹을 양식을 이미 구했으니, 그 곡식은 섬사 람들에게 고루 나누어주고, 그 대신 내 청이 하나 있다. 이렇게 몸집이 크다 보니 내 옷감이 마땅치 않구나. 삼년 뒤에 내게 다시 올 테니, 내 몸에 맞는 옷감을 마련하도록 해라."
섬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감히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그 해부터 밭이란 밭에는 목화와 삼을 심었습니다. 다행한 일은 먹을 양식이 넉넉한 것이었습니다. 삼 년이 흘러 그 여자 거인이 온다는 날이 되었습니다.
"허허, 이번에는 내가 왔소이다."
이번에는 보통 사람보다 2∼3배정도 밖에 되지 않는 젊은 거인이 왔습니다. 섬사람들은 크기가 작은 데 우선 안심이 되었습니다.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인데, 여러분은 부지런만 하면 먹을 것, 입을 것이 풍족해 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오. 한 가지 부탁할 말은, 여러분 중에 가장 훌륭한 분을 택하여서 섬사람들을 다스리게 하오. 할아버지, 할머 니께서 그 말을 전하라 했소. 그럼 나는 가오."
그리고 그 젊은이는 두리둥실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 뒤, 이 마을 사람들은 부지런히 일하고 서로 화목하게 잘 살게 되었습니다.
박 쥐
옛날 날짐승과 들짐승이 두 패로 나뉘어 크게 싸움을 벌였습니다. 들짐승 편에는 곰, 호랑이, 사자 같은 사나운 짐승이 있고, 날짐승 편에는 독수리, 매와 같은 사납고 날쌘 새들이 있어 싸움은 여간해서 판가름이 나지 않았습니다. 어떤 때에는 들짐승이 이길 듯 하다가 어느 새 새들이 기세를 올리며 공격을 해 와 싸움은 지루하게 계속 되었답니다.
그 때, 박쥐는 열심히 이리저리 분주하게 이길 듯한 편을 찾아다녔습니다. 들짐승이 이길 듯하면 들짐승 쪽으로 와서 말했습니다.
"나는 들짐승이야. 얼굴 생김새나 몸뚱이가 쥐와 같으니 말이야."
박쥐는 들짐승을 돕는 척을 하다가, 날짐승이 이길 듯하면 재빨리 그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나는 날짐승이야. 나는 날개를 가지고 날 수 있으니 말아야."
박쥐는 날짐승 쪽으로 붙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자신의 꾀에 감탄했습니다.
"어느 쪽이 이기든 나는 이긴 편이 되니깐 걱정이 없어. 나는 정말 영리하 단 말이야."
그러다가 싸움이 끝나고 들짐승과 날짐승은 화해를 했습니다. 다시 평화롭게 살게 되자, 박쥐는 날짐승을 찾아갔습니다.
"너는 들짐승이잖아?"
날짐승은 박쥐를 외면했습니다. 할 수 없이 들짐승을 찾아갔지요.
"너는 날짐승이라고 했지?"
들짐승도 박쥐를 외면했습니다. 어느 동물도 박쥐를 친구로 대해 주지 않자, 박쥐는 결국 어두운 동굴 속에서 홀로 외롭게 살았답니다.
토끼들의 고민
숲 속나라 토끼 가족들이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 우리는 어쩌다가 이렇게 약한 동물로 태어나게 되었을까?"
토끼 한 마리가 한숨을 쉬며 한탄했습니다.
"맞아, 왜 우리만 잡아먹으려고 야단들이지?"
또다른 토끼가 푸념을 했습니다. 그러자 모든 토끼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을 했습니다.
"호랑이나 사자들은 그렇습니다 치자. 얄미운 여우 새끼들까지만 우리를 보 면 눈을 번뜩이고 입을 벌리니, 이거야 어디 불안해서 마음놓고 살수가 있 나?"
"어디 그 뿐인가? 날짐승까지도 우리를 노리고 있으니, 우리는 한시도 마음 편할 때가 없잖아?"
이런 고민을 털어놓자, 마음 약한 토끼는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이렇게 고민하며 살기보다는 차라리 죽는 편이 더 낫겠어."
"그래. 이런 괴로움 속에서 사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더 편할 것 같아."
"맞아. 우리 모두 연못으로 함께 뛰어 들어 죽고 말자!"
토끼들은 함께 죽기로 연못으로 몰려갔습니다.
토끼들이 몰려오는 것을 본 개구리들이 깜짝 놀라 연못 속으로 계속 뛰어들었습니다.
"풍덩! 풍덩, 풍덩......"
그것을 본 토끼 한 마리가 길을 막아서며 외쳤습니다.
"잠깐!"
"왜 그래?"
"얘들아 지금 똑똑히 보았지? 우리를 보고 놀라 도망치는 동물도 있다는 것 을 보았지? 죽겠다고 연못으로 가는 우리를 보고 도망치는 동물도 있다는 데서, 우리는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다시 씩씩하게 살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 해."
토끼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양초 도깨비
옛날, 아주 먼 옛날에, 한 시골 양반이 서울 구경을 갔다가, 불만 갖습니다 대면 온 방안이 환하게 밝아지는 양초를 처음 보았습니다. 어찌나 신기하던지 많이 사 가지고 시골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서울 구경 이야기를 자랑삼아 하고, 서울 다녀온 기념으로 그 신기한 양초를 세 개씩 나누어주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그 처음 보는 물건을 받기는 했어도, 무엇 하는 것이며 어떻게 쓰는 것인지는 알지 못하여 퍽 갑갑했습니다.
그러나 사다 준 사람에게 새삼스럽게 물어 보기는 쑥스러워서 저희들끼리만 이 집 저 집 찾아다니면서 알아보았지만, 한 사람도 그 하얗고 가늘고 길쭉한 것이 무엇에 사용하는 것인지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하다 하다 못하여 점은 상투쟁이 다섯 사람이 그것을 손에 들고 동네에서 아는 것 많기로 유명한 김 초시 영감에게 물어 보러 갔습니다.
"영감님, 이번에 송 서방이 서울에서 이런 것을 사 가지고 와서, 서울 다녀 온 기념이라고 집집마다 세 개씩 나누어주었는데, 영감님 댁에도 이런 것을 가지고 왔습니까?"
"응, 가지고 오고 말고. 우리 집에는 아홉 개나 가지고 왔다네."
"영감님께는 특별히 많이 가져왔군요. 그런데 저희는 이것이 무엇인지, 무엇 에 쓰이는 것인지 알 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여쭈어 보러 왔습니다."
"그까짓 것도 모른단 말인가? 에이, 죽게, 죽어 버리게. 죽는 게 옳으니."
"죽더라도 시원히 알기나 하고 죽겠으니, 제발 좀 가르쳐 주십시오."
"아무리 무식한 사람이기로 그것도 모른단 말인가? 그것은 국 끓여 먹는 것 이라네. 서울 사람들은 그것으로 국을 끓여 먹는다네."
"허허, 이것으로 국을 끓여요? 맛이 있을까요?"
"맛이 있고 말고. 맛이 없으면 서울 사람들이 먹을 리가 있겠나? 맛 좋고 몸에 좋고, 아주 훌륭한 것이라네."
"대체 이것이 무엇인데, 그렇게 맛좋고 몸에 이롭습니까?"
"뱅어라고, 물 속에 있는 생선을 잡아 말린 것이야."
"이상한 생선도 다 있습니다. 이 앞에 뾰족한 것은 무엇입니까?"
"뾰족한 것은 주둥이가 아니고 무언가?"
"네네,네, 알겠습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참말 생선을 말린 것 같군요. 대체 서울 사람들은 별 생선을 다 잡아먹는군요."
"그러기에 서울이 좋다는 게 아닌가?"
"그래, 이것으로 국을 어떻게 끓입니까?"
"허허, 무식한 사람이라 갑갑도 하군. 물을 끓이고 나서 이것을 칼로 큼직하 게 썰어 넣고 간을 쳐서 먹으면 되지 않나?"
"이게 그렇게 맛이 있을 까요?"
"맛이 있고 말고. 자아, 이왕이면 오는 우리 집에서 끓여 먹어 보고 가게."
김 초시 영감이 애초에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였으면 좋았을 것을, 자기도 모르면서 잘 아는 체하고, 집안 사람을 불러서 물을
끓이고 간장을 치고 파를 썰어 넣게 하였습니다. 잠시 뒤 영감을 듬성듬성 썰어 놓고 펄펄 끓인 뱅어국 여섯 그릇이 나왔습니다.
"자아, 먹어 보게. 맛만 봐도 반할 것이니."
"글쎄 올시다. 이렇게 좋은 음식을 먹으면 속이 놀라겠는데요."
"잔말 말고 어서 먹어 보게. 나는 작년에 서울 갔을 때 먹어 보고 올해는 처 음 먹네."
그런데 다섯 상투쟁이가 그것을 먹으려고 보니까 하얗게 번쩍번쩍하는 기름이 둥둥 떠 있었습니다.
"아이고, 이거 이상한 기름이 떠 있습니다. 이게 무엇입니까?"
"아따, 그 사람들, 시골 사람이라 무식한 소리만 하는구먼. 좋은 음식일수록 기름이 많은 법이야. 쇠고기 국도 잘 끓이면 기름이 많지 않던가? 뱅어국도 기름이 많아서 살찌는 것이라 아까부터 몸에 좋은 것이라고 하지 않았는 가?"
또 뭐라고 하면 시골 사람이라고 핀잔을 들을 까 봐 냄새가 나는 것도 억지로 참으면서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먹고 보니 목구멍이 매캐하고 쓰라렸습니다. 그래서 참다 못하여 누군가가 한 마디 했습니다.
"아이고, 서울 음식들은 모두 이렇게 목구멍이 아픕니까? 아파 죽겠습니다."
그러자 김 초시 영감은,
"허허, 상놈의 목에 양반의 음식이 들어가니깐 그렇지. 잠자코 먹게 그려."
하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은 그만 말도 못하고 목이 아파 입을 벌리고 '씩씩' 거리며 앉아 있었습니다. 김 초시 영감은 다른 사람보다도 목구멍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지만 남부끄러워 입도 못 벌리고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 때, 서울 가서 양초를 사 온 송 서방이 김 초시 영감 집에 왔습니다. 다섯 상투쟁이는 하도 반가워서
"아이고, 마침 잘 왔네. 자네가 그 때 가져다 준 뱅어로 오늘 국을 끓여 먹었더니 목이 아파 죽겠네. 그걸 먹으면 원래 이렇게 아픈가?"
하고 송 서방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송 소방이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것을 먹다니? 그건 먹는 것이 아닌데...."
하고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습니다.
다섯 상투쟁이는 그것이 먹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아이고머니, 큰일났네. 못 먹는 것을 서울 음식이라는 바람에 먹었네 그 려."
하고 야단들이었습니다.
"누가 그런 어리석은 소리를 했어?"
"누구는 누구야? 저 영감이 죽어라, 살아라 하면서 그걸로 국을 끓였지."
김 초시 영감은 얼굴이 홍당무같이 빨개져서 방바닥만 내려다보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것은 뱅어가 아니라 불을 켜는 양초라오. 자, 불을 켤 테니 잘 보시오."
송 서방이 성냥불을 그어 생선 주둥이라던 심지에 불을 붙이니, 온 방안이 환해졌습니다.
이것을 본 사람들은 '불을 먹었구나.'하는 생각에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우리 뱃속에도 저렇게 불이 켜질 테니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뱃속에 금방 불이라도 난 것처럼 모두 펄펄 뛰었습니다.
"아이고머니, 불이야!"
"아이고머니, 배가 타면 어떻습니까?"
그러나 그 와중에도 얼굴이 새빨개져서 고개를 푹 수그리고 앉아 있던 김 초시 영감은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겁이 났습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자기 뱃속에 불씨가 들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져 자기도 모르게 고함을 질렀습니다.
"뱃속에 불이 일어나기 전에 물 속으로 빨리 뛰어들어가세."
그러고는 제일 앞장서서 뛰어나가 마을 앞의 냇가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자 모두들 물 속으로 풍덩풍덩 들어가서 머리만 내놓고 불이 안 나도록 몸을 물 속에 잠그고 있었습니다.
달이 환하게 밝은 밤이었습니다. 마침 지나가는 나그네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냇가를 혼자 가기가 겁이 나는데, 냇물 위에서 왁자지껄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깜짝 놀라 자세히 보니까 냇물에 사람의 머리만 수박같이 둥둥 떠 있었습니다.
"옳지, 저 놈들이 바로 도깨비구나. 도깨비는 담뱃불을 무서워 한대더라."
하고 부리나케 담배를 담아 물고 불을 붙이느라 성냥을 쑥 그었습니다.
김 초시 영감과 상투쟁이들은 뱃속에 있는 양초에 불이 일어나지 않도록 물 속에 있는 판인데, 나그네가 성냥불을 켜니까 겁이나서 소리쳤습니다.
"여보게, 저 놈이 성냥불을 켜 우리 뱃속에 있는 양초에다 불을 붙이려고 하니 모두 머리까지 물 속에 잠그세. 그렇지 않으면 큰일나네."
그러고는 모두 얼굴과 머리까지 물 속으로 잠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나그네는 그런 줄도 모르고 냇물 위의 수박 같은 도깨비 대가리가 없어진 것을 보고,
"여태 도깨비란 놈들은 담뱃불을 어지간히 무서워하는 군."
하고 중얼거리고는 지나가 버렸습니다.
거지의 아내
옛날, 어떤 부잣집에 일곱 자매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딸을 모두 불러 놓고 큰딸에게
"너는 누가 덕에 먹고사느냐?"
하고 물으니,
"저는 아버지 덕에 먹고삽니다."
하고 대답했어요. 또, 둘째 딸에게
"너는 누구 덕에 먹고사느냐?"
하고 물으니,
"저도 아버지 덕에 먹고삽니다."
하고 대답했어요. 다른 딸들도 모두 아버지 덕에 먹고 간다고 대답했으나, 막내딸만은
"제 덕에 먹고살지 누구 덕에 먹고살아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아버지는 화가 나서 내일 아침 거지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새벽에 매일 아침밥을 얻으러 오는 거지가 오자, 막내딸은 얼른 따라 나섰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들이 놀라서 가면 안 된다고 붙잡아도 한사코 거지를 따라갔습니다.
이 때, 거지는 막내딸이 여우로 보여서, 걸음이 날 살려라 하며 달아났습니다. 막내딸이 그 거지를 부르며 뒤따라가니, 거지는 더욱 겁이나서 부리나케 도망갔습니다. 산 속 깊은 곳에 있는 자기 집에 도착하자 거지는 허둥지둥 문을 열고 들어가며,
"어머니, 저기 여우가 와요. 여우 가요."
하고 무서워 떨었습니다.
어머니도 놀라서 문을 잠그려 하자, 뒤쫓아온 막내딸은 문을 잡고, 거지 어머니에게 자기는 여우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거지 어머니에게
"저는 댁의 아드님과 함께 살려고 왔습니다."
하고 그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거지의 오막살이 담은 온통 금으로 쌓은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담은 금으로 쌓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막내딸은 거지에게 마차를 가져오라하여 담을 모두 헐어 마차에 싣고 가서 팔았습니다. 거지는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어 큰집을 크게 지었습니다. 그리고 몸을 깨끗이 씻고 좋은 엇을 입으니, 아주 훌륭한 신랑감이 되었습니다. 막내딸은 그 거지와 결혼을 하여 아주 잘 살게 되었습니다.
막내딸은 목수에게 부탁을 하여 대문을 열 때는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나도록 집을 지었습니다.
한편,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들은 막내딸이 집을 나간 뒤로는 점점 가난해져서 거지가 되었습니다. 하루는 아버지가 어떤 집에 밥을 얻으러 갔는데, 문을 열자 자기 딸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래서 하도 이상해서 그 집주인을 만나게 해 달라고 졸랐습니다. 거지가 자꾸 주인 마님을 만나려 한다는 하인의 말을 듣고 막내딸이 거지를 들어오게 하였습니다. 그 거지는 바로 자기 아버지였다. 막내딸은 아버지와 나머지 식구들은 만나서 다시 잘 살게 되었습니다.
깃털과 소문
한 농부의 아내가 존경받는 선비를 헐뜯는 말을 퍼뜨렸습니다. 삽시간에 소문은 온 마을에 퍼졌습니다. 얼마 뒤, 여인은 자신이 잘못했음을 깨닫고 선비를 찾아가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러자 선비가 말했습니다.
"당신이 나의 부탁 한가지를 들어준다면 기꺼이 당신을 용서하겠소."
"기꺼이 하겠습니다."
"암탉 한 마리를 잡아 깃털을 뽑아서, 그 깃털을 바구니에 가득 담아 가져 오시오."
얼마 뒤, 여인은 선비가 시킨 대로 암탉을 잡아 깃털을 뽑아서 바구니에 담아 왔습니다.
선비가 말했습니다.
"이제 마을로 돌아가서 각 거리 모퉁이마다 이 깃털을 뿌리고 돌아 오시 오."
여인은 선비가 시킨 대로했습니다.
그러자 선비가 말했습니다.
"이제, 마을로 가서 다시 그 깃털을 모아 오시오. 그리고 한 개도 잃어버린 것이 없나 봅니다."
여인은 놀라서 선비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그것은 불가능하오. 바람이 깃털을 들판 저 너머 사방으로 날려 보냈는데......."
"그렇다면 내가 당신을 용서는 하겠소. 하지만, 당신의 말들이 일으킨 피해 는 결코 깨끗이 지워질 수 없다는 사실은 가슴 깊이 새겨 두시오."
봉이 김선달
어느 봄날, 김선달은 장터로 구경을 나왔습니다.
이리저리 구경을 하다가 닭 파는 곳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닭을 봐라. 색깔이 꼭 꿩처럼 호화찬란한 게 멋있군.'
김선달은 유달리 큰 닭을 한참보고 있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혼자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닭 장수를 불렀습니다.
얼굴에 얌체 콧수염을 기른 닭 장수가 김선달의 아래위를 훑어보며 다가왔습니다.
"내가 방금 이 닭장을 보다가 정말 희귀한 닭을 발견했는데 혹, 봉황이 아 니오? 아, 저기 있군. 바로 저놈이오."
닭 장수는 김선달의 이러한 행동을 보는 순간 엉뚱한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 그 봉황은 매우 귀한 것이라 함부로 팔 수가 없다오."
이러한 닭 장수의 태도를 모르는 척 하면서 김선달은 애원하다시피 하여 비싼 값을 주고 그 닭을 사서 그 고을 사또에게 바쳤습니다.
"아니, 이것은 봉황이 아니라 수탉이 아니냐? 이런 고얀 놈 봤나. 여봐라, 사또를 속인 죄로 저놈에게 곤장을 매우 쳐라."
김선달은 다급하게 수탉을 바치게 된 자초지종을 아뢰었습니다. 그러자 사또는 닭 장수를 잡아오게 하였습니다.
"네 이놈, 네가 이 닭을 봉황이라고 속여서 팔았으렷다."
"아이고 나리, 잘못했습니다요. 그만 욕심에......"
결국 김선달은 자기가 준 돈의 몇 배를 더 받아 가지고 유유히 그 고을을 떠났습니다.
세 친 구
경치가 아름다운 산 속 조그만 마을에 돌아와 석이와 철이라는 세 아이가 있었습니다. 세 아이는 나이가 똑같을 뿐만 아니라 키도 똑같았고, 생김새까지도 비슷비슷하였습니다. 공부도 똑같이 잘하였습니다. 그래서 서당 선생님은 석이에게,
"너희들 셋은 벼슬을 해도 아마 똑같이 할 것입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 아이는 깊은 산 속에 오두막집을 짓고 밤낮으로 열심히 공부하며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겨울, 눈으로 길이 끊겨 고향에서 보낸 식량을 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세 아이는 그 전처럼 밥을 마음껏 먹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밥상을 마주 할 때마다 세 아이는 다른 아이의 밥그릇과 자기 것을 견주어 보았습니다. 세 아이는 번갈아 가면서 밥을 지었습니다. 돌이가 밥을 지을 때에는 언제나 세 사람의 밥을 똑같이 담았습니다. 석이가 밥을 지을 때에는 제 밥만 꾹꾹 눌러 담고, 다른 아이의 밥은 살살 펴 담았습니다. 철이가 밥을 지을 때에는 다른 아이의 밥은 꾹꾹 눌러 담으면서도 자기의 밥은 언제나 살살 펴 담았습니다. 그 해 겨울이 지났습니다. 세 아이는 공부를 다 마치고 10년 뒤에 다시 이곳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습니다.
어느덧 10년이 지났습니다. 원님이 된 돌이가 먼저 말을 타고 도착했습니다. 돌이는 10년 전에 배를 골며 공부하던 친구들이 빨리 보고 싶어 졌습니다.
'그 친구들은 지금 무엇을 하며 살까?'
돌이는 이런 생각을 하며, 셋이 공부하던 자리를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돌아!"
돌이는 귀에 익은 목소리에 얼른 뒤를 돌아가 보았습니다. 철이였다. 철이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아는 도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석이는 왜 안 올까?"
돌이가 말했습니다. 그 옆에 있던 바위가 들썩들썩 하더니 커다란 구렁이가 나왔습니다.
"이게 웬 구렁이인가?"
"무서워 할 것 없어. 석이는 제 욕심만 차리다가 저렇게 된 거야."
"그런, 석이를 구할 수 없을까?"
"꼭 한 가지 방법이 있지. 기다려 봐."
철이가 중얼중얼 주문을 외자, 돌이가 서 있는 바로 곁에 맨 아래에는 조그만 열매가 열렸지만 올라가면서 차차 큰 열매가 열려 있는 이상한 나무가 생겼습니다. 구렁이가 제일 작은 열매를 따먹으면 다시 사람이 될 수 있지만, 만약 그렇지 않으면 여여 구렁이가 되고 만다고 철이가 말했습니다.
이 때 마침, 지나가던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자, 나뭇가지에 가득 달린 열매가 마치 저를 따먹으라는 듯이 흔들거렸습니다. 이것을 본 구렁이는 어슬렁어슬렁 나무로 기어올라가더니, 맨 꼭대기에 있는 열매를 따먹는 것이 아닌가?
"아아, 석이는 구렁이의 탈을 벗으려면 아직도 멀었구나."
철이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구렁이는 다시 큰 바위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돌이는 너무 욕심이 많은 석이가 가엾어 눈물을 흘렸습니다.
땅벌에 쏘인 얼룩말을 보고 놀란 사자
어느 날 어미 사자는 새끼 사자에게 혼자 힘으로 사냥을 해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새끼 사자는 사냥을 나갔습니다. 새끼 사자는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얼룩말을 발견하고는 살금살금 지나갔습니다. 이 때, 땅벌 한 마리가 날아와서 얼룩말의 엉덩이를 쏘았습니다. 놀란 얼룩말은 사납게 날뛰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새끼 사자는 얼룩말이 너무 무서워서 사냥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냥 돌아오게 된 까닭을 안 어미 사자는, 섣불리 판단을 하고 겁을 먹은 새끼 사자를 꾸짖었습니다.
새끼 사자가 어느 정도 자라자, 어미 사자가 말하였습니다.
"자, 이젠 너도 많이 자랐으니까 혼자 사냥하는 법을 배워야 해, 가서 어떤 동물이라도 좋으니까 네 힘으로 잡아오렴."
"네, 알겠어요. 저도 인제 제 힘으로 사냥을 할 수 있어요."
새끼 사자는 으쓱거리며 사냥을 하러 나갔습니다.
그런데 얼마쯤 가다 보니, 얼룩말 한 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새끼 사자는 얼룩말을 잡기 위하여 그 곁으로 살금살금 지나갔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마침 땅벌 한 마리가 앵앵 날아와서 얼룩말의 엉덩이를 툭 쏘았습니다. 그 바람에 깜짝 놀란 얼룩말은 '푸드득','히잉'소리를 내면서 펄쩍펄쩍 뛰었습니다. 어쩌나 마구 날뛰던지 땅이 푹푹 패일 지경이었습니다. 게다가 얼룩말이 얼떨결에 뒷발로 곁에 있던 나무를 세게 걷어차자, 나무가 우지끈부러졌다.벌한테 엉덩이를 쏘인 얼룩말은 이것저것 닥치는 데로 걷어차고, 땅에서 난리를 쳤습니다.
그 모습을 본 새끼 사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야! 세상에 저렇게 사나운 동물은 처음 보는군. 그것도 모르고 저놈에게 덤 벼들 뻔했잖아. 공연히 봉변을 당하기 전에 얼른 피해야지.'
그런데 하필이면 그 날 따라 새끼 사자는 가는 곳마다 얼룩말이 눈에 띄었습니다. 새끼 사자는 얼룩말이 무시무시한 동물이라고 여겨 사냥할 생각도 하지 않고 슬금슬금 피해 다녔습니다. 그래서 새끼 사자는 허탕만 치고 돌아와서 어미 사자에게 말했습니다.
"마땅한 사냥감이 눈에 띄지 않아요. 얼룩덜룩 줄무늬 동물만 눈에 띄었을 데, 그놈은 어찌나 사나운지 잡을 수가 없어요."
그 말을 들은 어미 사자는 고개를 갸웃 가렸습니다.
"얼룩덜룩한 줄무늬 동물? 얘, 그건 얼룩말이 아니냐?"
"네, 그놈은 아주 사나웠어요. 마구 날뛰며 발로 나무를 걷어차자, 나무가 우지끈 하고 부러졌는 걸요."
그 말을 들은 어미 사자는 한숨을 쉬며 새끼 사자를 꾸짖었습니다.
"얘야, 네가 어쩌다 땅벌에 쏘인 얼룩말을 본 모양이구나. 하지만 땅벌에 쏘 인 얼룩말 한 마리가 어쩌다 사납다고 모든 얼룩말이 다 사나운 것은 아니 잖니? 얼룩말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 사자들의 맛있는 먹이란다. 땅 벌에 쏘인 얼룩말 한 마리를 보고 놀라다니, 너는 도무지 사자답지가 않구나."
달 래
임금님에게 외아들이 있었는데 며느리를 고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 나라의 황후가 될 사람이므로 가장 슬기로운 처녀를 찾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임금님의 며느리를 뽑는다는 방을 보고, 아름다운 처녀 수백 명이 궁전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임금님은 이 처녀들에게 시험을 냈습니다.
"너희들에게 쌀 한 되씩을 주겠다. 이것으로 한 달 동안을 먹다가 다시 오 너라."
처녀들은 걱정이 였습니다. 쌀 한 되라면 사흘에 다 먹어 버릴 만큼 적은 양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처녀는 멀겋게 쌀 물을 끓여서 마시기 도하고, 어떤 처녀는 처음부터 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처녀들 중에 달 래라는 어여쁜 소녀가 있었습니다. 달래는 임금님이 주신 쌀을 앞에 놓고 밤새도록 생각을 했습니다.
'훌륭한 임금님께서 이런 엉터리 시험을 내실 리가 없다. 임금님의 생각이 무엇일까?'
아침이 되어서야 달래는 무엇을 깨달았는지 무릎을 탁 치고 방실 웃었습니다. 달래는 곧 부엌에 가서 그 쌀 한 되를 가지고 몽땅 떡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예쁜 옷을 입고 시장에 나갔습니다. 임금님의 며느릿감쯤 되는 아름다운 처녀가 떡을 파니까 참 잘 팔렸습니다. 동네 총각들이 앞을 다투어 떡을 사 먹었습니다. 달래는 떡 판 돈을 가지고 다시 쌀을 사서 떡을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더많은 떡을 만들 수가 있었습니다. 달래는 떡 장사에 아주 재미를 붙였습니다. 그리고는 남들처럼 굶는 것이 아니라 장사해서 번 돈으로 먹고 싶은 것을 실컷 사 먹었습니다.그러니깐 몸도 건강해 졌습니다. 또, 떡판을 이고 다니며 햇볕에서 일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얼굴도 알맞게 타서 더욱 건강하고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한 달이 지나고 마감 날이 되었습니다. 임금님은 높은 보좌에 앉아서 궁궐로 들어오는 처녀들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가마에 타거나 아버지 등에 엎혀오는 처녀들은 사람이 아니라 뼈만 남은 송장들이었으니까. 이윽고 달래가 힘차게 두 팔을 흔들며 왔습니다. 달래의 뒤에는 쌀가마니를 가득 실은 소달구지가 따라 들어왔습니다.
"임금님께서 주신 쌀 한 되로 떡장사를 하여 그 동안 제가 잘 먹고 남은 것이 한 달구지가 되었사오니 받으시옵소서."
임금님은 달래의 이야기를 듣고 정말 기뻐하셨습니다.
"달래는 있는 것을 앉아서 먹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해서 그것을 불릴 줄을 알았느니라, 슬기롭고 일하기를 즐거워하는 달래가 이 나라의 왕후가 됨이 마땅하다."
효자와 불효자
옛날에 어느 곳에 마음씨 착한 젊은이가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어머니는 생선을 몹시 좋아했다. 젊은이는 돈을 주고 생선을 살 수 없어서 날마다 강가에 나가서 고기를 잡아다 어머니께 드렸습니다.
눈보라가 치고 귀가 찢어지는 듯 추운 어느 날, 젊은이는 강가에 나가서 낚시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 백성처럼 옷차림을 하고 지나가던 임금님이 보시고는 젊은이에게 가서 하필이면 이 추운 날에 낚시질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젊은이는 늙은 어머니가 생선을 좋아하시는데, 가난해서 사 드릴 수가 없으므로 이렇게 낚시질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임금님은 젊은이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그만 날이 저물었습니다. 임금님은 하룻밤만 재워 달라고 젊은이에게 간청하여 젊은이의 집으로 따라왔습니다. 젊은이는 잡아 온 고기로 반찬을 만들어 어머니에게 그렸습니다. 눈이 어두운 어머니를 위해 생선 살을 발라 어머니 숟가락 위에 놓아 드리고, 어머니께서 다 드신 후에야 자기가 먹었습니다. 임금님이 이것을 보고 크게 감동하여 대궐로 돌아와 젊은이에게 큰상을 내렸습니다.
한편, 그 옆 동네에 부모도 모르고 저만 아는 젊은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웃 동네 젊은이가 어머니께 효도하여 임금님에게서 큰상을 받았다는 소문을 듣고, 자기도 상을 받고 싶은 욕심에 추운 어느 날, 헌 옷을 입고 강가에 나가 낚시질을 하였습니다. 마침 임금님이 그 곳을 또 지나가다가 이 옆 동네 젊은이를 보고 왜 추운 겨울날에 고기를 잡느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젊은이는 이웃 동네 젊은이가 말했던 것처럼, 늙으신 어머니가 고기를 좋아하는데 돈이 없어서 이렇게 추운데도 낚시질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임금님은 먼젓번처럼 젊은이에게 하룻밤만 재워 달라고 말했습니다. 젊은이는 얼른 그러라고 했습니다.
임금님이 따라가서 가만히 보니 이 젊은이도 이웃 동네 젊은이처럼 밥을 짓고 고기를 구워 살을 발라 어머니 밥숟가락에 놓아 드리며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 이것은 살이고 저것은 가시예요. 조심조심 잡수세요."
전에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어 이상하게 생각한 어머니는
"얘야, 오늘은 웬일이냐? 먼젓번에는 돼지고기 반 근을 사다 주며, 아껴서 먹 지 않고 하루에 다 먹어 버렸다고 화를 내며 행패를 부리더니...."
하고 말했습니다.
임금님은 모든 사정을 알았습니다. 그 길로 대궐에 돌아와서, 욕심 많은 젊은이를 불러서 큰 벌을 내렸습니다. 평소에는 어머니에게 불효하다가, 남이 보면 효도하는 체하는 것을 크게 꾸중하셨습니다.
자 린 고 비
자린고비란 매우 인색한 사람을 일컫는 말로, 그에 대한 이야기가 옛날부터 충청도 지방에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어느 해 겨울, 자린고비의 집에 숙부가 하룻밤 묵고 가게 되었습니다. 저녁때가 되어서 밥상이 들어오는 데, 밥상 위에는 그릇 세 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습니다. 둘은 죽 그릇이었고, 다른 하나는 간장 종지였습니다. 죽은 멀건 것이 낟알이 하나도 없는 물뿐이었고, 간장은 마치 소태처럼 쓴 것이었습니다.
숙부는 몹시 불쾌했습니다. 조카 되는 자린고비가 아주 인색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대접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러나 숙부는 화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숙부는 죽을 한 번 떠먹을 때 간장을 한 번씩 찍어 먹었습니다. 그러자 밥상 맞은편에서 죽을 먹고 있던 자린고비가 이맛상을 찌푸리며
"숙부님께서는 간장을 몹시 좋아하시는군요."
하고 말하였습니다. 자린고비는 숙부가 간장을 자주 찍어 먹는 것조차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 숙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러나 소리는 지를 수 없고 화풀이는 해야겠기에 웃옷을 훌훌 벗기 시작하였습니다.
"숙부님, 진지 다 드시다 말고 왜 이러십니까? 바깥 날씨가 무척 춥습니다."
하고 자린고비가 말했습니다.
"추운 줄은 나도 알고 있어. 죽 속에 낟알이 하나도 안 들어 있기에 죽속에 들어가서 낟알을 좀 찾아보려고 웃옷을 벗습니다."
하고 숙부가 퉁명스럽게 대답하였습니다.
그러자 자린고비는,
"한여름 같으면 말리지 않겠습니다만, 겨울에 물 속에 들어가시면 감기 드십니다. 내년 여름에 오셔서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은 참으셔야 합니다."
하며 옷을 입혀 드렸다고 했습니다.
도둑을 회개시킨 삶
도둑이 남문 밖으로 어느 집에 들어섰습니다. 식구들은 이미 깊은 잠에 든 모양이었습니다.
'마음놓고 실컷 훔쳐 가야지.'
인기척이 없자, 도둑은 값진 물건을 있는 대로 모조리 가져가려는 욕심으로 대청을 들어보았습니다.
'이게 웬일인가, 아무것도 없으니, 참 이상하군.'
텅 빈 마루에는 값나갈 물건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애써 들어온 도둑은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럼 부엌에라도 무어라도 있겠지.'
도둑은 발끝으로 살금살금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더듬더듬 부엌 안을 뒤져보았으나, 역시 마루와 마찬가지로 값나갈 물건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 집은 도대체 어떻게 된 집이기에 이렇게 집어 갈 물건이 없을 까?'
도둑은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얼마를 두고 더듬거렸으나, 물건이라고는 부뚜막 위에 있는 오래 된 솥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 이렇게 가난한 집도 있단 말인가? 우리 집도 이렇게 가난하지는 않은 데.'
도둑은 자기 집보다도 가난한 살림인 것을 알았습니다. 솥 안에 손을 넣어 보았습니다. 언제 밥을 지어먹었는지, 솥 안은 차가운 기운만 감돌뿐이었습니다.
"쯧쯧!"
도둑은 못마땅한 듯이 혀를 찼습니다.
'재수 온 몸에 붙었구나.'
부지깽이 하나도 시원한 것이 없고 땔나무 한 묶음도 없는 데는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집은 홍기섭의 집으로, 그는 참봉 벼슬을 하였으나 강직하고 청렴하여 집이 가난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아침저녁을 굶기를 있는 집의 밥먹듯이 하는 터이니, 훔쳐 갈 물건이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가난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가난살이를 종 도둑은 조금 전 화난 마음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딱한 생각이 들렀습니다.
'너무도 불쌍하구나!'
도둑은 물건을 훔친다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동정심이 생겨나서, 자기가 가지고 있던 훔친 돈 다섯 냥을 솥 속에 넣어 두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훔치러 갔다가 도리어 주고 온 것입니다.
이튿날 아침이었습니다. 홍 참봉의 부인이 부엌으로 나가 솥을 열어 보니 이상하게도 솥 안에 난데없는 돈이 들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웬일일까?"
깜짝 놀란 부인은 돈을 집어들고 들어가서 남편에게 보였습니다.
"이건 우리 집이 하도 가난하여 하늘에서 돌보심이 틀림없습니다. 우선 쌀과 나무를 삽시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끼니가 걱정이었어요."
하면서 기뻐했습니다. 이 모양을 본 홍 참봉은 펄쩍 뛰었습니다.
"그게 무슨 당치 않은 말씀이오? 우가 잃어버리고 간 게 틀림이 없소. 부 당한 재물을 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오."
하고 대경실색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울타리 밑에다가 다음과 같이 써 붙였습니다.
"누구든지 돈을 잃어버린 사람은 찾아가시오."
홍 참봉의 부인은 당장 양식거리가 없어 좋아하던 터에 좋아하다가 남편의 외고집에 어쩔 수 벗어 눈물만 흘리고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급기야 그 날도 눈을 집에 두고 굶고 말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전날 밤에 홍 참봉 집에 들어왔던 도둑은 전날 일이 어떻게 되었나 하고 홍 참봉의 집을 이리저리 기웃거렸습니다 보니, 울타리에 무엇인가를 쓴 종이가 붙어 있었습니다. 도둑이 이상하게 여겨 다가가서 보니, 자기가 넣어 둔 돈을 찾아가라는 방문이었습니다. 이것을 보자, 도둑은 그만 뒤통수를 무엇 인가로 얻어맞은 듯 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도둑은 그만 눈앞이 아찔해 쓰러질 듯한 몸을 가누었습니다.
'주인 없는 돈을 찾아 주려고 방문까지 붙이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남의 것을 훔치다니...'
이렇게 생각한 도둑은 그 길로 집주인을 찾아갔습니다.
"말씀드리기 송구하오나 저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하면서 도둑은 어젯밤의 일을 자세히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하오니 조금도 서슴지 마시고 그 돈을 받아 주십시오."
하면서 애걸을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홍 참봉은 담담한 표정으로
"아무리 받으라고 하여도 나는 남의 돈을 까닭 없이 받을 수 없소. 부당한 돈은 가지고 가시오."
하고 그 돈을 도둑에게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이 일에 감동한 도둑은 그 날부터 그릇된 마음을 씻고서 새 사람이 되었습니다. 도둑은 그 뒤로 자주 홍 참봉 집을 찾아 넌지시 홍 참봉 집을 돕고 홍 참봉으로부터 글을 배웠습니다.
이러는 동안 홍기섭은 감사의 벼슬까지 올랐고, 도둑이었던 유씨도 벼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홍기섭의 자손과 유씨의 자손은 대대로 두텁게 사귀었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친구와 아들 친구
옛날, 어느 마을에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친구와 어울려 다니면서 술을 마시고 남의 집 과일을 따먹거나, 이웃집 닭을 도둑질해 잡아먹기도 했습니다. 청년의 아버지는 아들의 못된 버릇을 고쳐 주려고 매일 타일렀습니다.
"얘야, 이제 너도 사람 구실 좀 하여라. 밤낮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못된 짓이나 하고 다니면 쓰겠느냐? 이제 제발 그런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도 록 하여라."
"어이구, 아버지도. 제 친구들이 어때서요? 아주 좋은 친구들이에요."
"못된 짓이나 하는 친구가 어찌 좋은 친구란 말이냐? 정말 좋은 친구는 친구의 괴로움이나 어려움을 같이 나눌 줄 아는 친구란다."
"제 친구들은 모두 그래요. 얼마나 좋은 친구들인데요."
"그래? 그럼 아버지의 친구가 진짜 친구인지, 네 친구가 진짜 친구인지, 한번 알아보자."
"그러세요. 제 친구가 진짜 친구란 걸 금방 아실 거예요."
아버지는 이 때야말로 아들의 잘못된 생각을 고쳐 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돼지 한 마리를 잡고 술도 한 독 준비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삶은 돼지를 짊어지게 하고 자지는 술독을 졌습니다. 그런 뒤에 아들을 앞장세우고 아들의 가장 친한 친구 집을 찾아가자고 했습니다.
"네 친구가 정말로 친한 친구인지 알아볼 테니, 너는 아무 말 말고 잠자코 있어야 했습니다."
이윽고 두 사람은 아들과 가장 친하다는 친구 집 앞에 이르렀습니다. 대문 앞에서 아들은 큰 소리로 친구를 불렀습니다. 아들의 친구가 나오자 아버지는 아들의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얘야, 간밤에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도둑을 쫓으려다가 잘못하여 그만 도둑을 죽이게 되었구나. 여기 가마니에 싼 도둑놈의 시체를 잠시 너희 집에 숨겨 다오.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볼 동안만 좀 이 송장을 맡아 줄 수 없겠니?"
"아, 아저씨.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리고 얘, 어쩌자고 죽은 송장을 이리로 매고 왔니? 공연히 우리까지 큰일나지 않겠니? 빨리 돌아 가. 일은 네가 저지르고 왜 나까지 괴롭히려고 그래?"
아들의 친구는 한 마디로 거절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할 수 없이 그 곳을 떠났습니다. 아버지는 아버지 친구분 댁으로 가면서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얘야, 이제 그 애가 어떤 친구인지 알겠지? 이번에는 아버지 친구 집으로 가 보자."
두 사람은 아버지 친구분 댁으로 갔습니다. 아버지께서 친구를 부르자 친구분께서 나오셨습니다. 아버지는 좀 전에 아들의 친구에게 한 것과 똑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의 친구분께서는 아버지 손을 덥석 잡고는
"아니, 어쩌다 그런 큰일을 당했나? 아무 염려 말고 어서 들어오게. 친 구가 괴로운 일을 당했는데 어찌 가만있을 수 있겠나? 어서 들어가서 나하 고 같이 의논해 보세."
이리하여 두 사람은 아버지 친구분 댁으로 들어갔습니다. 방안으로 들어가 앉자 아버지는 아들더러 지고 온 가마니를 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삶은 돼지 한 마리가 나왔습니다.
"아니, 이 사람! 이게 어찌된 일인가? 도둑의 송장이라 더니 이건 돼지 아닌가?"
아버지 친구분이 놀라서 말했습니다. 그 때, 청년의 아버지가 아들보고 말했습니다.
"너, 이놈, 이제 알겠니? 진짜 친구가 어떤 친구인지를. 이 친구처럼 자기 친구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같이하는 그런 친구가 진짜 친구인 것이었습니다."
라고 타이르고는 아버지의 친구에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 여보게, 우리 이 돼지고기를 안주로 하여 마음껏 술을 마시게. 내 못난 아들놈에게 좋은 친구의 본보기가 되어 줬으니 한턱 내는 거야."
아버지는 즐거운 마음으로 친구와 술잔을 나누었습니다.
정성들여 찐 감자
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하지만 마음씨 착한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마을에 큰 고을 원님이 찾아온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원님을 자기 집에 모시려고 집을 청소하고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느라고 바빴습니다.
가난한 부부도 고을 원님 맞을 준비를 했습니다. 가난한 부부는 다 쓰러져 가는 조그만 오두막집이지만 깨끗이 치웠습니다. 그리고 부엌을 뒤져서 얼마 남지 않은 감자를 정성들여 쪄서 원님을 대접할 준비를 한 다음에 원님을 기다렸습니다.
다른 부잣집에서는 돼지와 닭도 잡고, 떡도 많이 하고, 좋은 비단옷을 입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난한 부부는 누더기 옷밖에 없었습니다. 부부는 부끄러워서인 지밖에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원님은 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웬 늙은 거지 한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집집마다 재수 없다며 욕을 하고 내쫓았습니다. 어느 한 집도 거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며 음식을 주지 않았습니다.
거지는 기운이 빠져 마을을 떠나가는 길에 가난한 부부의 집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러자 부부는 반갑게 뛰어나와 거지를 방으로 데리고 가서, 원님에게 드리려고 한 감자를 대접했습니다.
종일 기다렸지만 끝내 원님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무척 섭섭하게 생각했습니다.
며칠 뒤, 큰 고을 원님이 주는 상을 실은 수레가 내려왔습니다. 수레를 이끄는 심부름꾼은 가난한 부부의 오두막집을 찾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며칠 전에 다녀가 거지를 쫓아낸 것을 무척 후회하였습니다.
상을 받은 가난한 부부는 그후, 열심히 일하고 마을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원님과도 오래도록 서로 가까운 친구가 되어서 지냈습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옛날 어느 시골 외딴 집에 홀어머니와 어린 오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해가 저물도록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오누이가 걱정하고 있을 무렵, 대문 밖에서 쉰 듯한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오누이는 어쩐지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닌 듯 했습니다. 문 밖에서 감기 때문에 목이 쉬어서 그렇다면 옷도 보여 주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들이민 손에 누런 털이 가득 나 있었습니다. 오누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손이 거칠어져서 그렇다고 밖에서 정답게 말했습니다. 오누이는 대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저녁을 지으러 부엌에 들어가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고 오빠는 깜짝 놀랐습니다. 치마와 저고리를 입은 호랑이였던 것입니다. 오빠는 누이동생을 데리고 급히 방에서 나와, 우물가에 있는 커다란 미루나무로 올라갔습니다.
호랑이가 미루나무 밑에서 서성대자, 오빠는 참기름을 바르면 잘 올라올 수 있다고 호랑이를 속였습니다. 그런데 철없는 누이동생이 도끼를 사용하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정말 호랑이는 도끼로 나무 밑동을 찍으며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오누이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기도를 했습니다.
호랑이가 발 아래까지 왔을 때, 하늘에서 동아줄 하나가 내려왔습니다. 오누이가 동아줄을 잡자 동아줄 하나가 내려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썩은 동아줄이었습니다. 그래서 호랑이는 수수밭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수수깡 속이 붉은 것은 하늘에서 떨어진 호랑이의 피가 묻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늘로 올라간 오누이는 오빠는 해가 되고 누이동생은 달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밤하늘을 떠돌며 어두운 숲과 들판을 내려섭니다 보는 것이 무서웠던 누이동생은 오빠에게 해가 되고 싶다고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오빠가 달이 되고, 누이동생은 해가 되어 밝은 세상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누이동생은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보는 것이 부끄러워 화살 같은 빛으로 자신의 몸을 감쌌습니다. 달은 아무리 보아도 괜찮은데 해를 쳐다보면 눈이 부신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용왕의 아들과 옥황상제 아들의 내기
바닷속에 용왕의 아들이 토끼의 모습을 하고 지상에 나왔습니다. 그는 용궁의 내력을 소상히 알아 장차 비가 올 것을 납작하고, 이 세상에 나와서 농사를 짓기로 하였습니다. 오랜 가뭄으로 먼지만 나는 땅을 일구고 벼를 옮겨 심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하늘나라 옥황 상제의 아들이 세상에 내려왔습니다. 지나가다가 마른논에 벼를 옮겨 심고 있는 토끼를 보고 한 마디 했습니다.
"이 멍청한 양반아, 이 심한 가뭄에 벼를 심다니....차라리 낮잠이나 실컷 자는 게 어때?"
"갈 길이나 가지 웬 참견이야? 다 뜻이 있어서 하는 일이야."
"그럼 비가 올 낌새라도 챘단 말인가?"
"아무런. 모레 낮 정각 열두 시에 비가 석자로 올 것이니, 두고 보라고."
옥황 상제의 아들은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으하하하, 이 가뭄에 비가 온다고? 마치 자기가 옥황 상제라도 된 것처럼 말하는군."
"정 네가 자신이 있다면 내기할까? 지는 사람은 여라 대왕에게 목숨을 받치기로 기로."
"좋아, 목숨 귀한 줄 모르는군."
"흥, 무가 할 소리!"
이 때, 바닷속 용왕은 하늘로 물을 내고 있었습니다.
서동 이야기
백제 무왕의 어렸을 때 이름은 서동입니다. 그는 홀어머니를 모시며 항상 마를 캤습니다 팔아 생활하였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서동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용기가 있고 지혜로웠습니다.
서동은 신라 진평왕의 셋째딸 선화 공주가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고, 홀로 신라의 수도인 서라벌로 갔습니다. 서라벌에서 서동은 아이들에게 마를 나누어주며 친하게 지냈는데, 아이들이 그를 따르자 서동은 노래를 지어 아이들에게 부르게 하였습니다. 그 노래는 서동과 선화 공주가 서로 사랑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노래가 서라벌에 널리 퍼져서 대궐까지 들리게 되자, 왕이 노하여 공주를 먼 곳으로 귀양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공주가 떠나려 할 때, 슬픔에 젖은 왕비는 순금 한 말을 주었습니다.
서동은 공주가 귀양 가는 길목을 지키고 서 있다가 절을 하고는 모시고 가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함께 백제로 가서 살게 되었습니다. 공주가 가져온 순금을 보여 주자, 서동은 크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금입니다. 이것만 있으면 평생 부자로 살 수 있습니다."
"내가 마를 캐던 곳에 가면 이런 것은 많이 있습니다."
"금은 천하의 진귀한 보배니 우리 부모님께 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좋습니다."
서동이 보낸 금을 받은 진평왕은 그를 신임하여 자주 편지를 보내 안부를 물었습니다. 서동은 뒤에 인상을 얻어 백제의 왕이 되었습니다.
단군의 건국 이야기
아득히 먼 옛날, 하늘나라를 다스리는 환인이라는 상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상제에게는 환웅이라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는 항상 새로운 세계를 꿈꾸며 하늘나라를 떠나 저 멀리 지상으로 가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땅을 쳐다보며, 인간 세계를 다스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였습니다.
아들의 생각을 알아챈 아버지 환인이 어느 날 환웅을 불렀습니다.
"꼭 떠나고 싶으냐?"
"아버님, 저는 이 곳을 하늘나라라고 부르게 될 나라를 땅에 세우고 싶습니 다. 결코 하늘 나라를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가 하늘나라이니 장차 네가 세울 나라는 땅의 나라, 곧 인간의 나라가 되겠구나."
"네, 저는 그 인간의 나라, 남쪽 나라, 제가 세운 나라에서 왕이 되고 싶습 니다."
환인은 지상의 세계를 굽어보았습니다. 산과 강과 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환인은 그 가운데 높은 산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가거라. 널리 인간을 다스려 이롭게 할 만한 근거로는 저 태백산이 가장 좋겠구나."
"그 까닭은 무엇입니까?"
"'태'란 크다는 뜻이고, '백'이란 밝다는 뜻이다. 따라서, 태백산은 매우 크고 밝은 산이라는 뜻이다. 해가 떠오르는 산, 남쪽 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 네가 제대로 터를 잡을 산이 바로 저 태백산이다."
며칠 뒤, 환인은 떠날 채비를 하는 환웅을 불러 몇 가지 선물을 주었습니다.
"이것은 거울이고, 이것은 칼입니다. 또, 이것은 방울입니다. 하늘에 있 는 아버지가 내린 왕의 증표이니, 천부인이라 일러라. 이는 내가 하늘나라를 다스리는 원인이니라."
"이 천부인에는 어떤 뜻이 있습니까?"
"거울은 태양, 곧 둥근 해를 가리켰습니다. 한 나라의 태양인 왕이 항상 이 거울을 보고 자신을 비추며 스스로 반성하라는 뜻이십니다. 또, 둥근 모양처 럼 원만한 성품을 가지고 백성을 다스리라는 뜻이다."
"칼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칼은 힘의 근원이다. 외적으로부터 백성을 안전하게 지켜 주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칼은 함부로 휘둘러서는 안 됐습니다. 써야 할 때와 쓰지 말아야 할 때를 구별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꼭 필요할 때나 써야함을 명심하고, 이 내용을 백성에게도 가르쳐야 한다."
"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방울은 무슨 뜻입니까?"
"방울 소리는 왕의 말이 온 천하에 울리는 소리이니, 화를 물리치고 복을 불러들일 수 있는 소리가 될 것이다. 부디 백성을 감동시킬 수 있는 훌륭한 소리를 내어라."
"알겠습니다. 이것들만 있으면 나라를 세워, 홍익 인간(널리 인간 세계를 이롭게 한다)의 뜻을 능히 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준비를 마친 환웅은 바람, 비, 구름을 주관하는 세 정승과 곡식, 수명, 형벌, 선악 등을 담당하는 대신들과 하늘나라 부하 삼천 명을 이끌고 하늘에서 내려와 태백산 꼭대기에 도착했습니다.
"자, 태백산 제일 높은 봉우리에 있는 이 큰 나무를 우리 나라를 상징하는 신성한 나무로 정하겠다. 땅의 정기를 모아서 우뚝 솟은 나무요, 하늘과 가 장 가까운 나무이며, 온 우주의 중심이 되는 나무로다. 이 나무를 신비로운 박달나무, 곧 신비롭고 단단하고 밝은 나무라는 뜻으로 신단수라 이르겠다. 이는 곧 우리 나라가 그러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환웅의 말에 모든 백성들이 신단수에 큰절을 하였습니다.
또, 환웅은 산을 둘러보며 말했습니다.
"이 자리를 신시라 하겠다. 곧, 우리 백성이 터를 잡은 신성한 터, 깨끗한 고 을이라는 뜻이다."
이리하여 그 고장은 신성한 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환웅이 백성에게 일렀습니다.
"나는 인제 하늘나라 환인 대왕의 왕자가 아니라, 남쪽에 건설한 새로운 나 나의 왕이다. 지금부터 내 이름은 환웅 천왕이다."
그러자 온 백성이 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환웅 천왕 만세!"
"환웅 천왕 만세!"
환웅은 아버지 환인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데로 나라를 빈틈없이 다스렸습니다. 그는 세 정승과 삼백육십 관리를 두고 나라 일을 세세히 돌보아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산 속에 살고 있던 곰 한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가 환웅 천왕을 찾아 왔습니다. 이들은 늘 그의 용맹과 지혜로움을 부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짐승은 어떻게 하면 인간이 될 수 있습니까? 그 비결을 알려 주십시 오."
환웅은 이들에게 각각 쑥 한 묶음과 마늘 스무 개를 주며 말하였습니다.
"이것을 먹어라. 마늘은 매일 한 쪽씩 먹어야 한다. 또, 병이 나지 않고 배 가 고프지 않도록 하는 신비한 약초인 쑥을 조금씩 먹으면서 굴속에서 지 내야 한다. 백 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소원대로 사람의 몸으로 바뀔 것 이다."
곰과 호랑이는 쑥과 마늘을 받아 들고, 햇빛이 들지 않는 굴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성질이 급한 호랑이는 며칠만에 굴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곰은 환웅이 한 말을 잘 지키고 인내하여 결국 아름다운 여자의 몸으로 탈 바꾸었습니다.
곰에서 변신한 여인인 웅녀는 또 하나의 소원을 신단수 아래에 와서 빌었습니다. 아기를 가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었습니다.
웅녀의 애틋한 마음을 안 환웅은 사람으로 변하여 그녀와 혼인을 하였습니다. 뒤에 웅녀는 아들을 낳았습니다. 이 아들이 바로 단군 왕검이었습니다.
후에 단군 왕검은 평양 성을 도읍으로 하여 새 나라를 세웠습니다. 하늘의 아버지와 땅의 어머니, 하늘의 태양과 땅의 농사가 합하여 이루어 진 가장 조화로운 국가가 탄생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입니다.
착한 정씨
옛날 어느 마을에 정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았습니다. 유산으로 받은 논 서 마지기로는 살기가 어려워, 정씨 부부는 논을 팔아 무명 장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논을 판돈을 가지고 길을 나섰습니다.
어느 주막에 이르러, 어린 상주가 상여도 없이 시신을 모시고 가다가 돈이 떨어져 떨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산 사람이니까 무슨 일을 하든 이겨 낼 수 있지만, 저 시신과 어린 상주는 어찌하면 좋겠소?"
정씨의 말에 아내는 불쌍한 상주를 도와주자고 하였습니다. 정씨 부부는 논 판 돈을 모두 들여와서 상여와 상여꾼을 구하고 상주가 서울까지 갈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어린 상주는 수 십번 감사의 말을 하고 누구인지를 묻더니 길을 떠났습니다.
그로부터 십 년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정씨 부부는 품을 팔며 근근히 끼니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고을 원님이 정씨 부부에게 큰절을 한 뒤 말하였습니다.
"저는 십 년 전, 그 주막에서 당신들을 만났던 어린 상주입니다. 당신들의 은 덕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장원급제를 했답니다."
원님은 자신이 3년 동안 받은 모든 녹봉을 정씨에게 주었습니다. 그 뒤 원님은 서울에서 벼슬에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도깨비 감투
옛날, 서울 장안에 가난한 갓장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갓장이라는 직업은 천하게 여겼을 뿐만 아니라 돈벌이도 시원치 않았습니다.
"이놈의 것을 만들지 않고 살수는 없을까?"
망건, 감투 등을 만들다가 그는 하루에도 수십번 탄식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말, 일이 잘 안되자 그는 화가 나서 만들던 감투를 홱 집어던졌습니다.
"히히히......"
하는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웃음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던 갓장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도깨비가 감투를 받아 들고 웃고 있었던 것입니다.
"도, 도깨비, 아니 도선생이 여기 웬일입니까?"
"네 소원을 들어주려고 왔지."
도깨비는 계속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럼 이 일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세요. 갓장이 십 년에 남는 것은 한숨밖에 없습니다."
"우후후, 그럴 꺼야. 양반들은 갓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갓장이는 아주 우습게 여기거든."
도깨비는 손에 든 갓장이를 요리조리 만지작거리다가 갓장이에게 씌워 주며 말했습니다.
"이것을 쓰고 다니면 밥은 걱정 없이 먹을 수 있을 꺼야."
도깨비는 눈 깜빡 할 사이에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 때, 부인이 들어서며 중얼거렸습니다.
"분명히 영감 목소리가 들렸는데......이 영감이 갓 만들다 말고 어디를 갔담."
"나 여기 있어! 이 마누라가 갑자기 눈이 멀었나?"
갓장이가 감투를 벗자, 그제야 부인이 갓장이를 알아보았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갓장이가 감투를 부인에게 씌워 보았습니다. 그러자 부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 그 감투를 도깨비가 만지더니......됐소! 이 도깨비 감투만 있으면 이제 우리는 잘 살 수 있을 거요."
갓장이는 뜻밖에 얻은 도깨비 감투를 잘 간직해 두었습니다.
이튿날 저녁때부터 장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도둑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물건이 스스로 없어진데."
"눈뜨고 도둑 맞는 셈이지."
갓장이가 도깨비 감투를 쓰고 다니며 도둑질을 한 것입니다, 살림은 점점 넉넉해졌습니다.
"당신, 도둑질 그만 둘 수 없어요? 불안해서 못 살겠어요."
"쓸데없는 참견 말고 잠이나 자라고!"
갓장이는 소리를 꽥지르고 나서 담배를 피우습니다 그만 담뱃불을 감투에 떨어뜨렸습니다. 구멍난 감투를 꿰매어 쓴 갓장이는 남의 물건을 훔치러 장안 거리로 나갔습니다.
"하얀 점이 나타난 곳에만 물건이 없어진대."
그러던 어느 날, 비단을 훔치다 하얀 점을 내리친 주인에게 머리를 얻어맞고 갓장이는 간신히 도망을 쳤습니다. 부인은 도깨비 감투를 아궁이 속에 처넣어 버렸습니다. 갓장이는 다시 갓을 만들며 예전처럼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띠와 열두마리의 동물
우리 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해를 따질 적에 열두 마리 동물의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등의 순서를 정하여 각 해의 이름을 붙이고, 또 태어난 해의 동물을 따서 '띠'를 붙이는 것입니다. 동물들이 이런 순서로 된 것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에 하느님이 이 땅의 모든 동물들에게 말했습니다.
"내일은 새해 첫날. 너희들은 내일 세배하러 올 때에는 되도록 아 침 일찍 오도록 해라. 먼저 오는 순서대로 해의 순서를 정하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소는 걱정을 했습니다.
"나는 다른 동물보다 발걸음이 느린데, 늦게 도착하면 어떻게 하지?"
한참 고민하던 소는 좋은 꾀를 생각해 냈습니다. 다른 동물이 잠을 자는 한밤중에 일어나 출발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소는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리다가, 다른 동물들이 모두 잠이 든 것을 보고 어슬렁어슬렁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쥐가 그것을 보았습니다. 쥐는 뛰어가서 소의 등에 올라탔습니다. 소는 그것도 모르고 밤새 쉬지 않고 걸어갔습니다.
아침해가 밝아 올 때쯤 되자, 소는 드디어 하느님의 성에 도착하였습니다.
"아, 드디어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하였구나!"
하고 소가 기뻐하는 순간, 쥐가 깡충 뛰어내려 하느님의 성에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쥐가 1등, 소는 2 등을 하였습니다. 다른 동물들은 소와 쥐가 이미 출발한 것을 나중에야 알고 부랴부랴 떠났습니다. 그런데 토끼는 늘 하던 대로 도중에 낮잠을 자서 4 등을 하고, 걸음이 느린 돼지는 12번째로 도착하였습니다. 하느님은 도착한 순서대로 동물의 이름을 빌어 해의 순서를 정하였습니다. 그래서 '쥐의 해'가 가장 먼저 오게 되었고, '돼지의 해'는 가장 나중에 오게 되었습니다.
고지식한 농부
옛날 어느 마을에, 어리석고 고지식한 농부가 살았습니다.
어느 날, 농부는 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 저 멀리서 높은 벼슬아치의 행차가 다가왔습니다. 길을 가던 사람들이 이 행차를 보고 모두 길옆으로 비켜섰는데, 이 고지식한 농부만은 가던 길을 계속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맨 앞에 선 포졸이 다가와 큰 소리로 호령하며 농부를 길옆으로 홱 밀어 버렸습니다. 벼슬아치의 행차가 지나가고 나서, 농부는 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모든 게 다 내가 벼슬을 못 한 탓이야. 어디 나도 벼슬을 한 번 해서 본 때를 보여 줘야지.'
이렇게 생각한 농부는 농사일도 팽개치고, 어떻게 하면 벼슬아치가 될 수 있을 까 하고 궁리했습니다. 그리고는 사람들을 만나기만 하면 벼슬아치가 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졸랐습니다. 농부가 하도 귀찮게 쫓아다니자, 이웃에 사는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글쎄..서울에 가서 한 삼년만 굴러다니다 보면 한 자리 얻을 수고 있 겠지."
농부는 그뿐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나도 이제 벼슬아치가 되는 법을 알았으니, 한 삼 년만 서울에서 굴 러다니다가 벼슬자리 하나 얻어 보리라."
농부가 이렇게 말하자, 그의 아내는 한 번 마음을 먹으면 꼭 하고야 마는 남편의 고지식한 성격을 잘 아는 터라, 더 이상 말리지 못했습니다. 농부는 그 이튿날로 당장 집을 꾸려 서울로 갔습니다. 서울은 벼슬아치가 되겠다고 시골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그런 서울의 한복판에서 농부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이불을 돌돌 말아 감고 구석구석을 정말 굴러다녔습니다. 농부가 서울에 올라온 지도 어느덧 일 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서울에선 이 이상한 농부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임금님이 신하 한 사람을 데리고 순례를 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이불을 돌돌 감고 굴러다니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임금님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농부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걸었습니다.
"당신은 왜 멀쩡한 몸으로 이렇게 굴러다니는 거요?"
농부가 대답했습니다.
"힘들기는 하지만 벼슬을 하려면 할 수 없지요. 3년 동안 굴러다녀야 벼슬을 할 수 있다고 했단 말이오."
임금님은 웃음이 나왔지만 참으며 말했습니다.
"무슨 벼슬을 하고 싶소? 임금자리는 어떻소?"
그러자 농부는 갑자기 일어나 멱살을 잡으며 말하였습니다.
"고얀 놈! 나더러 역적이 되라는 말이냐?"
옆에 있던 신하가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인 뒤에야 농부는 임금님에게서 떨어졌습니다. 궁궐로 돌아온 임금님은 농부가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농부에게 상으로 벼슬을 내였습니다.
수달과 혜통 스님
신라 시대, 경주 남산 기슭 은천동에 한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따스한 봄날, 그 소년은 냇가를 지나다가 물 속에서 무엇인가 움직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그것은 물 속에서 헤엄치며 놀고 있는 수달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 수달을 잡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수달이 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소년은 막대기를 들고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수달은 그것도 모르고 물 속에서 먹이를 찾으며 이리저리 헤엄쳐 다니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수달이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기를 기다려 막대기로 내리쳤습니다. 수달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버둥거리가 맥없이 물 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소년은 수달을 막대기로 당겨 끌어냈습니다. 수달의 모습은 너무나도 끔찍했습니다. 그래서 소년은 얼른 숲에다 버리고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튿날, 소년은 수달을 버린 곳을 지났습니다 어제 일이 생각나 그 곳으로 다 달았습니다. 그런데 수달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여 그 부근을 자세히 살펴보니 피를 흘리며 수달이 기어간 흔적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두려움 마음을 누르고 그 자국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수달이 간 곳은 굴 속이었습니다. 소년은 이상하게 생각하여 굴 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 곳에서 수달이 어린 새끼 다섯 마리를 안은 채 죽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소년은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자기가 못할 짓은 하였다고 생각한 소년은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지은 죄를 크게 늬우쳤습니다. 그러나 이미 저지른 일에 대한 죄책감에 그 자리를 한동안 떠나지 못했습니다. 소년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여 며칠을 괴로워했습니다.
오랫동안의 고민 끝에 소년은 죽은 수달의 명복을 빌어 줄 생각으로 산에 들어가서 스님이 되었습니다. 소년은 법명을 혜롱이라고 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불경을 공부하였습니다.
그 뒤, 혜롱은 큰 깨우침을 얻어 수달을 위하여 절을 짓고 축원하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불법을 전하여 바른 삶을 살도록 하였습니다.
저승이 있는 곳간
옛날, 전라 남도 영남 땅에서 있었던 일이십니다.
그 곳 강가에 주막이 하나 있었는데, 주모에게는 덕진이라는 고명딸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주막은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길목에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덕진 아가씨 때문에 더 많은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봇짐 장수 둘이 주막에 들어서며 말했습니다.
"주모, 여기 빈 방 있소?"
꾀죄죄한 모습이 집을 떠난 지 여러 날이 되어 보였습니다.
"어서 오시오, 오랜만이구려."
주모가 낯익은 얼굴들을 반기며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언제까지 묵을 생각이오?"
"오늘밤만 묵고 내일 아침 떠날 것이오. 참, 주모! 방값만 받고 밥은 이 쌀로 해 주시오."
한 사람이 자기 봇짐에서 조그마한 쌀자루를 꺼내 내밀었습니다.
"겨우 요걸로 내일 아침까지 먹겠다는 거요?"
그 쌀은 두 사암이 한 끼 먹기에도 모자란 분량이었기 때문에 주모가 투덜거리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여부가 있겠소?"
봇짐 장수들은 빙긋이 웃고 말았습니다. 주모가 그렇게 매올 찬 소리를 해도, 딸인 덕진이 부엌일을 맡고 있으리만큼 사정이 달라질 것을 짐작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덕진아, 너는 쌀독엔 손도 대지 마라. 우리가 무슨 부자라고 적선을 하니? 그렇게 인심을 쓰다간 술팔아 쌀 값 대기도 바쁘다."
"어머니도 참!"
그러나 덕진은 말만 사나울 뿐 어머니가 부엌을 나서자 쌀독의 쌀을 보태어 밥을 안쳤습니다.
그 무렵, 영암 원님이 죽어서 염라 대왕 앞으로 끌려갔습니다.
"염라 대왕님, 소인은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벌써 저를 데려오셨습 니까? 이승에서 좀더 살게 해 주십시오."
원님은 머리를 조아리며 간청했습니다. 그러자 염라 대왕은 수명을 적어놓은 책을 들여다보고는 아직 젊은 나이인 원님이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다. 내마음이 변하기 전에 눈앞에서 얼른 사라지거라."
염라 대왕은 이렇게 말한 다음, 이승으로 돌아가는 법을 자세히 알려 주었습니다.
"네가 여기를 나가다 저승 사자면 송아지가 나타나서 길을 인도하여 주겠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송아지의 말을 듣지 말고 곧은길로 가거라. 그렇게 가다보면 이번에는 흰 강아지가 길을 인도하여 주겠다고 할 것이나, 그말도 듣지 말고 계속 곧은길로만 가야 하느니라. 곧은길이 끝나는 지점에 저승사자가 있을 터이니 그에게 물으면 이승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영암 원님은 염라 대왕의 말을 다 들은 다음 이승을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과연 그는 도중에서 송아지와 흰 강아지를 만났으나, 염라 대왕이 시킨 대로 곧은길만을 택하여 저승 사자를 무사히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승으로 나가려는데 어떻게 가면 될까요?"
"여기까지 왔다 가면서 그냥 갈 수는 없다. 우리를 헛걸음시켰으니 수고 비 를 내놓아라."
"어떡하지요? 난 지금 빈털털이인데."
"그러면 저승에 있는 네 곳간에서라도 내놓아라."
사람은 누구나 저승에 곳간 하나씩을 가지고 있게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이승에서 부자라고 해서 그 곳간이 꽉 차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가난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해서 저승의 곳간까지 텅 비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곳간은 이 세상에서 좋은 일을 한 만큼 재물이 쌓이게 되어 있습니다.
원님은 그렇게 하기로 하고 자기 곳간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그 곳간에는 특별한 재물이란 게 없었습니다. 고작 볏짚 한 단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 사람, 남에게 덕을 베푼 일이라곤 없는 모양이네!"
옆에 서 있던 저승사자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습니다.
"어찌하여 제 곳간에는 볏짚 한 단 밖에 없습니까?"
"너는 이승에 있을 때, 남의 것만 얻어먹고 남에게 베푼 일이라고는 없지 않느냐?"
원님은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습니다. 생각해 보니, 자신은 남에게 좋은 일 한 번 변변히 한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단 한 번, 몹시 가난한 아낙이 아기를 낳을 때 짚이 벗어서 쩔쩔매는 것을 우연히 보고 짚 한 단을 구해다 준 것이 전부였습니다. 저승의 곳간에 짚단이나마 있게 된 것은 그 때문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남에게 덕을 베푸는 것입니까?"
"베고픈 사람에게는 밥을 주고, 옷이 없는 사람에게는 옷을 주고.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돈을 주는 것이 남에게 덕을 베푸는 일이니라."
원님은 자신의 곳간이 텅 비어있으니 이승으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떻습니까.....'
그 저승사자가 핀잔하듯 말했습니다.
"네 고을에 사는 주막집 딸은 곳간을 그득하게 채웠는데, 고을 원님이라는 사람이 이게 무슨 꼴이냐?"
"아니, 그게 무슨말입니까?"
"덕진이라는 아가씨의 곳간에는 쌀이 수백 석이나 있으니, 일단 거기서 쌀을 꾸어서 세상에 나가 갚도록 하여라."
저승사자가 원님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결국, 원님은 덕진의 곳간에서 깔 삼백 석을 꾸어 셈을 치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님은 저승 사자를 쫓아 얼마쯤 갔습니다. 드디어 이승이 문 앞에 이르렀습니다.
저승 사자는 그 문을 열며
"아 컴컴한 데로만 들어가면 이승으로 나갈 수 있다. 속히 나가거라."
하면서 원님의 등을 문 밖으로 밀쳤습니다. 그러자 원님은 연못 같은 곳으로 첨벙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원님이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려 보니, 그 곳은 바로 이승이었고, 자기도 이승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원님은 즉시 나졸들을 시켜 덕진이라는 아가씨를 찾으라고 명령했습니다. 얼마 뒤, 덕진이라는 아가씨가 어머니와 주막을 차려 살고 있으며, 인정이 많아 손님을 후하게 대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을 확인하고 싶은 원님은 허름한 모습의 선비로 변장을 하고, 밤에 덕진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다른 지방에서 온 길손인데, 잠시 실례 좀 하겠소."
"누추하지만 들어오시지요."
덕진은 따뜻하게 원님을 맞이하였습니다.
"술 좀 갖다 주시오."
덕진은 술상을 정성스럽게 차려서 가지고 왔습니다.
원님은 석 잔을 마신 다음에 술값이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한 잔에 두 푼씩 여섯 푼만 주십시오."
"술값이 무척 싼 편이로군. 무슨 이유라도 있나?"
"다른 집에서 두 푼 받으면 저희 집은 한 품 받고, 다른 집에서 서 푼 받으면 저희 집에서는 두 푼을 받아 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적선이구나!'
이렇게 생각한 원님은 며칠 뒤에 다시 덕진의 집을 찾았습니다. 원님은 머뭇거리며 말하였습니다.
"저, 돈 열 냥만 빌려 줄 수 있소?"
"그렇게 하지요."
덕진은 선뜻 열 냥을 내 주었습니다.
"아니,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가 안 갚으면 어쩌려고 그러시오?"
"걱정 마시고, 옹색하거든 가져다 쓰시고, 돈이 생기거든 갚아 주십시오."
덕진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원님은 돈 열 냥을 받아 가지고 나오면서 생각했습니다.
'이런 것이 정말 만인에게 적선하는 것이로구나. 이런 식으로 덕진은 수천 명의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수천 냥의 돈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 었을 것이다. 그러니 덕진의 저승 곳간에는 곡식이 가득 차 있을 수밖에.......'
크게 감명을 받은 원님은 며칠 뒤, 달구지에 쌀 삼백 석을 싣고 주막을 찾아갔습니다.
"원님이 이 누추한 곳까지 웬일이십니까?"
주모가 호들갑스럽게 원님을 맞이하였습니다.
"주모의 딸을 좀 불러 주게."
"아니, 소인의 딸은 무슨 일로........"
"해코지하려는 게 아니니 염려 말게."
잠시 뒤, 덕진은 마당에 나와 원님 앞에 다소곳이 섰습니다.
"너에게 빚진 쌀 삼백 섶을 갚으러 왔느니라."
그러자 덕진은 어리둥절하며 원님을 쳐다보았습니다.
"원님께 쌀을 꾸어 드린 일이 없는데 무슨 말씀이신 가요?"
"내가 저승에 있는 네 몫의 곳간에서 쌀을 빌렸느니라."
"네?"
덕진으로서는 점점 더 모를 소리였습니다.
"하여튼 받아 두어라. 먼 훗날, 너도 알게 될 것이니라."
원님은 받을 수 없다는 덕진에게 쌀을 강제로 떠맡겼습니다. 그리고는 돌아오면서, 앞으로 저승 곳간을 가득 채울 생각을 하니 마음이 흐뭇해졌습니다.
원님의 모습이 사라지고 난 후에도 덕진은 영문을 몰라서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덕진은 어머니와 함께 쌀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의논했습니다.
"나도 영문을 모르겠구나. 무슨 곡절이 있는 것 같긴 한데.....네가 주인이니 네 뜻대로 하여라."
그 날 밤, 덕진은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며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차피 내 쌀이 아니니, 좋은 일에 쓰도록 하자.'
그리하여 덕진은 쌀을 팔아서 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강에 다리를 놓기로 하였습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 곳에 다리가 없어서 불편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돌다리가 만들어지자, 사람들은 그 다리를 '덕진다리'라는 이름으로 불렀다고 전해 옵니다.
죽림동 이야기
삼국 시대 때의 이야기 입니다. 강원도 깊은 산골에 우례라는 처녀가 삯바느질을 하는 어머니와 함께 가난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우례는 바느질거리를 받으러 산을 넘어 읍내로 나가시고, 우례는 툇마루에 혼자 앉아 돌돌돌 맷돌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너 잣죽을 쑤려는 구나."
사립문 안으로 하나 밖에 없는 친구 복례가 들어서며 말했습니다.
"응, 어머니께서 입맛이 통 없으신지 식사를 안하셔셔 말이야."
복례는 우례 앞에 앉아 맷돌 자루를 쥐고 함께 돌렸습니다.
"오늘은 꼭 드시게 해야지."
우례의 얼굴에 근심스러운 빛이 살짝 비쳤습니다.
열흘 전의 일입니다. 어머니께서 잣죽이 쓰다고 해서 우례는 맛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쓰기는커녕 고소하기만 했습니다.
"쓰지 않은데요?"
"한 번 먹어 봐서 아니? 어서 더 먹어 봐라."
어머니의 성화에 우례는 한 숟갈, 두 숟갈 계속하여 잣죽을 떠 넣었습니다. 어느 새 죽그릇은 바닥이 드러났습니다. 그제서야 어머니는 즐거운 듯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넌 쓰지 않은 모양이구나."
우례는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죽을 우례에게 먹으려고 일부러 쓰다고 하신 것입니다.
"너도 너지만, 너희 어머니도 너를 위하는 마음이 대단하시구나."
복례는 우례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찡해 왔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갑자기 왜 이러지?"
정말 하늘 가득 검은 구름이 모여들면서 흙먼지를 날리며 바람이 불어 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일을 어쩐담? 어머니께서 돌아오실 시간인데...'
우례는 가파른 산길을 비를 맞으며 돌아오고 계실 어머니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가슴을 앓아서 늘 기침을 하시는 어머니가 찬비를 맞았다 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례의 안타까운 마음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는 점점 더 심하게 쏟아졌습니다. 게다가 날까지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례는 어머니를 찾으려고 장대같이 쏟아지는 빗속으로 나섰습니다. 그러나 산 속에는 사람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어지 계세요?"
우례는 소리 높여 어머니를 불렀지만 금세 그 소리는 요란한 빗소리에 파묻히고 말았습니다. 비에 흠뻑 젖은 우례는 다시 산을 기어올랐습니다. 비에 흠뻑 젖은 유례는 다시 산을 기어올랐습니다. 그러나 우례의 어머니는 끝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유례는 어머니를 찾아 나섰지만 어머니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였지만 어머니의 소식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뒤로 우례의 집에는 밤낮으로 슬픈 울음소리가 그치질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한 달째 되던 날, 아무것도 먹지 않고 넋 나간 사람처럼 어머니를 기다리던 유례는 마음의 병을 얻어 마침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폐허가 된 우례의 집에는 언젠가부터 작은 죽순들이 하나 둘씩 솟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죽순은 어머니를 기다리는 우례의 마음처럼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자랐습니다. 그 옆에 한 그루, 그 옆에 또 한 그루...... 어느덧 그 곳은 울창한 대나무 숲이 되었습니다. 바람이 불면 쏴아 소리를 내는 대나무 잎이 마치 어머니를 기다리는 우례의 울음소리 같다고 해서 마을 사람들은 안타까워했습니다. 대숲이 무성해지자 후세의 사람들은 그 마을을 '대나무 죽 수풀 림'자를 써서 '죽림동'이라고 불렀습니다.
지금도 강원도에는 우례와 그의 어머니가 살던 마을이 있다고 합니다.
첫댓글 좋은 자료 감사 합니다. 개작해 보며.. 이야기 만들어 보세요
어려서 부터 옛날 이야기를 너무 좋아했는데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 주시니 많이 감사해요.글구 행복해요![ㅠ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9.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