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를 잘 아는 튜너만이 내놓을 수 있는 튜닝카 GEMBALLA BOXSTER GT400 |
국내 시장을 통해 처음 공개되는 겜발라 복스터 GT400은 포르쉐 복스터 S의 수평대향 6기통 3.2ℓ 280마력 엔진에 트윈 터보를 더하는 튜닝으로 최고출력이 415마력으로 높아졌다. 빠른 반응과 엄청난 토크로 놀라운 가속력을 발휘하면서도 오리지널 복스터 S의 개성과 특징을 고스란히 살린 것이 놀랍다. |
국내에 정식으로 진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포르쉐 전문 튜너 겜발라의 행보가 숨가쁘다. 지난 1월 포르쉐 911 바탕의 애벌랜치와 카이엔 GT500 및 GT600을 선보인 데 이어 2월에는 카이맨 GT400을, 그리고 3월에는 복스터 GT400을 내놓는 등 매달 한 모델 이상 내놓고 있다. 그들이 튜닝하는 포르쉐만큼이나 빠른 활동이, 웬만한 수입차 브랜드는 저리가라 할 정도다. 본지에서도 1월호부터 꾸준히 이들의 튜닝카 시승기를 실은 데 이어 이번에는 최신 모델인 복스터 GT400을 시승했다. 겜발라 복스터 GT400은 아직까지 세계 어느 곳에서도 팔리지 않은 새 모델이다. 국내 시장을 통해 처음 공개되는 것으로, 개발과 세팅은 겜발라 코리아가 진행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비교적 뒤늦은 14번째 공식 딜러이지만, 기술력에서는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겜발라 코리아는 복스터 GT400의 개발에 1년 2개월이 걸렸고, 지난해 독일 겜발라의 우베 겜발라(Uwe Gemballa) 사장이 내한해 직접 테스트해 완성도와 내구성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GT400이라는 이름은 겜발라 고유의 튜닝 프로그램 이름 짓기 방법으로, 튜닝을 통해 최고출력을 400마력대로 끌어올렸다는 뜻이다. 완성차 형태로 구입할 수도 있지만, 이미 출고된 차를 튜닝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겉모습은 오리지널 복스터 S 그대로 시승차는 노란색 차체가 유난히 눈에 띄지만, 차체는 개발명 987로 알려진 최신 오리지널 복스터 S 그대로다. 사실 핑키 라이가 디자인한 복스터는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986이 그랬듯 손대기가 민망할 만큼 균형 잡힌 스타일을 갖고 있다. 극소수의 과격한 튜너들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포르쉐 튜너들은 오리지널 디자인을 크게 거스르지 않는 정도의 ‘얌전한’ 에어로파츠를 달지만, 겜발라의 복스터 GT400은 고성능 튜닝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어댐이나 스포일러 하나 발견할 수 없는 깔끔함에 오히려 더 눈길이 간다. 브레이크는 복스터 S의 선택장비인 PCCB 세라믹 합금 디스크가 쓰였다. 방열을 위해 타공 처리된 디스크보다 차체와 같은 색으로 칠해진 캘리퍼가 검은색 휠과 대조를 이루어 유난히 돋보인다. 앞뒤 휠하우스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검은색 20인치 휠과 낮아진 차체, 지름이 큰 배기구의 대형 머플러만으로 대단한 출력향상이 이루어진 튜닝카라는 것을 짐작하기는 힘들다. 겜발라의 손길이 닿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보닛 끝에 포르쉐 크레스트 엠블럼 대신 붙어있는 겜발라 엠블럼뿐이다. 검은색 소프트톱을 벗기면 양쪽 좌석 뒤를 잇는 노란색 롤바가 드러나고, 뒤쪽에서 들이치는 바람을 막아주는 투명 윈드 디플렉터에도 겜발라 로고가 붙어있지만 시선을 끌 만큼 튀지는 않는다. 실내도 차체와 마찬가지로 복스터 S와 거의 차이가 없다. 순정보다 지름이 작은 겜발라 고유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만 유독 눈길을 끈다. 차체와 색을 맞춰 노란색과 검은색 가죽을 입힌 스티어링 휠에는 9시 15분 방향으로 스티어링 휠을 쥐었을 때 엄지로 눌러 조작할 수 있는 팁트로닉 조절 버튼이 달려 있다. 스포크 양 바깥쪽에 달린 버튼으로 시프트 업과 다운을 모두 조작할 수 있는 포르쉐 순정 스티어링 휠과 달리, 왼쪽 버튼은 시프트 다운, 오른쪽 버튼은 시프트 업 기능만 한다. 튜닝카라 해서 복잡한 계기와 장치들을 더하지 않은 데서 높은 완성도를 느낄 수 있다. 같은 GT400이라는 이름이 붙기는 했지만 지난달 국내에 선보인 카이맨 GT400과는 다른 접근방법을 통해 출력을 높인 것이 복스터 GT400의 특징이다. 카이맨 GT400은 수퍼차저로 과급이 이루어지지만, 복스터 GT400은 수평대향 6기통 3.2ℓ 엔진 블록은 그대로 두고 터보차저 두 개를 더했다. 물론 터보차저 튜닝에 필수적인 흡배기 계통 및 윤활계통의 개조가 이루어졌다. 포르쉐 엔진은 전통적으로 열 발산이 대단한 만큼 성능향상을 뒷받침할 냉각계통의 강화도 함께 이루어졌다. 트윈 터보 튜닝으로 얻은 최고출력은 415마력. 순정 복스터 S보다 135마력이나 높은 이 수치는 포르쉐 자연흡기 엔진 중 가장 높은 출력을 내는 모터스포츠용 911 GT3의 수평대향 6기통 3.6ℓ 엔진과 같은 것이다. 트윈 터보로 높아진 힘을 가장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회전수 영역은 4,000rpm 부근이다. 출력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터보 랙을 느끼기 힘들 만큼 반응이 빠르다. 풀 드로틀하기가 두려울 정도로 큰 토크가 아주 빠르게 엄습해온다. 액셀러레이터를 절반 정도만 밟아도 탁월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회전수 상승에 따른 토크 변화는 예민한 운전자라면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다. ‘극적이다’고 할 만큼 뚜렷한 가속감 변화와 함께 꾸준히 솟는 토크는 5,500rpm 부근을 지나면서 조금 약해지지만 가속은 여전히 빠르다. 배기음은 복스터 S 특유의 사운드가 그대로 살아있지만, 저회전 때의 톤을 중심으로 전체적으로 굵은 톤으로 바뀌었다. 2,000rpm 아래쪽으로는 배기음의 충격 때문에 뒤통수가 얼얼할 정도. 그러나 회전수를 높일수록 배기음이 짜릿해지기 때문에 귀찮아서라도 가속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은 오너가 받아들여야 할, 그리고 즐겨야 할 숙명이다. 섬세한 조작 그대로 소화하는 엔진 5단 팁트로닉 자동변속기는 변속 프로그램을 손보았다. 기어 레버를 D 레인지로 놓고 액셀러레이터를 가볍게 밟으면 회전수가 2,000rpm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변속이 이루어진다. 시속 60km에서 이미 5단에 물릴 정도다. 그러나 급가속을 하면 변속기는 엔진이 내뿜는 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한계 회전수까지 기어를 물고 간다. 회전수가 레드존에 가까워지면 기어는 변속기 보호를 위해 자동으로 윗단으로 올라가는데, 회전수 상승속도를 감안해 레드존보다 조금 일찍 변속이 이루어진다. 수동 모드에서는 자동 모드 때보다 강제 변속되는 시점이 조금 높다. 자동변속기라 운전이 편하기는 하지만 엔진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느낌이 든다. 높은 토크를 감당할 수 있도록 클러치를 강화했다지만 강한 출력에 비해 변속감이 밋밋하고 출력이 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 자동변속기의 한계 때문에 최고출력이 415마력으로 조절되었지만 수동변속기 모델은 450마력까지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어쨌든 섬세한 조작을 있는 그대로 소화해내는 엔진은 감동적이다. 액셀러레이터 조작에 따라 얼마든지 부드럽게 또는 폭발적으로 차를 몰 수 있다. 카이맨 데뷔 이전 포르쉐의 가장 뛰어난 핸들링 머신으로 군림했던 복스터 S를 바탕으로 한 만큼 움직임은 깔끔하기 이를 데 없다. 스티어링 휠의 지름이 작은 데다 타이어의 접지면도 넓어져 스티어링 휠은 저속에서 꽤 무겁게 움직인다. 그러나 속도를 높일수록 팔의 부담감은 안정감으로 바뀐다. 팔과 스티어링 휠이 장식처럼 느껴질 만큼 운전자의 의도는 거침없이 차의 움직임으로 표현된다. 아날로그 방식의 기계가 아니라 디지털 방식의 컴퓨터로 운전하는 기분이다. 핸들링 특성은 복스터 S에 무게감을 더한 느낌이어서, 정교하고 치밀하다. 그러면서도 딱딱하지 않고 적당히 부드러운 승차감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짧은 시간 이루어진 시승이었지만, 비약적인 성능향상을 이루면서도 오리지널 모델의 개성과 특징을 고스란히 살린 모습은 놀라울 따름이다. 포르쉐를 잘 아는 튜너만이 이런 튜닝을 할 수 있다. 복스터 GT400을 통해 그동안 과격한 이미지로 굳어져 있던 겜발라를 다시 보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