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 노사관계의 변화와 전망
백두주 / 경남대 사회과학부 강의전담교수
1. 서론
그 동안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던 항만노사관계가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항만노사관계를 둘러싼 환경변화와 그에 따른 구조적 압력이 기존 노사관계의 변화를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시장권력에 의해 계획되고, 국가의 '자본후원적·시장지향적 개입'하에 진행되고 있는 자본재구조화를 결과하고 있다. 자본의 재구조화는 노동의 재구조화를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바, 각 주체들의 전략적 대응이 교차하면서 향후 항만노사관계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국면적 전환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은 향후 역동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항만노사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해 있다. 첫째, 항만노사관계의 변화를 추동하는 대외적 환경변화는 무엇인가? 이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내용과 특성, 운송·하역분야의 기술변화양상과 그 효과를 검토한다. 또한 자본의 재구조화라는 맥락에서 항만운영방식의 변화를 살펴볼 것이다. 둘째, 항만노사관계의 역사적 형성과 특성 그리고 변화는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가? 항만노사관계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항만노동 형성과 노사관계 형성과정에서 나타난 특수한 성격들이 우선 밝혀져야 한다. 또한 항만노동시장은 항운노조의 노무공급독점권이 유지되고 있는 등 여타의 산업에서 나타나는 노동시장과는 다른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항만노동시장의 현황과 약간의 분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항만노사관계의 변화에 대해서는 잠정적이나마 과거 국가조합주의에서 선택적 포섭/배제전략으로의 이행이라는 측면에서 조망하고자 한다. 셋째, 항만노사관계의 주체들은 현황은 어떠하고 환경변화에 따른 각 주체들의 전략(대응)은 무엇인가? 주체에 관한 논의와 이해는 국가, 자본, 노동으로 구분해서 살펴 볼 것이다.
2.항만노사관계를 둘러싼 환경변화: 노동에 대한 새로운 도전
1) 신자유주의적 세계화(neo-liberal globalization)와 항만
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특성
세계화(globalization)와 그 이념적 기반인 신자유주의(neo- liberalism)는 분야별 노사관계를 규정하는 중요한 외적조건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의 특징은 '밀집형 세계화'(thick globalization)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그 범위·강도·속도·영향력에서 이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Held, D. et al., 2002). 세계화는 시장의 끊임없는 확장의 결과이며 이러한 경향은 자본주의 발달과정에서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예측된 세계화'의 성격을 지닌다. 1970년대 이후 정보통신 기술 등의 발전으로 인해 '시·공간적 압축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그 결과 자본운동의 탈영토화, 자본간 경쟁격화, 친시장적·친성장적 국가, 국제경쟁력 담론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세계화가 '주체가 있는 전략적 프로젝트'라는 점이다. 핵심적 주체는 생산영역에서는 다국적 기업, 금융 영역에서는 초국적 금융자본이라 볼 수 있다. 다국적 기업은 이윤최대화를 목표로 글로벌 네트워크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생산자본에서 '분리된' 금융자본은 인터넷 속도와 동일한 속도로 기동성을 확보하여 '규제 받지 않는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후자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어 '금융이 지배하는 글로벌 축적체제', 대규모 자본을 투자한 '채권자 독재'(Chesnais, 2003)가 현실화되고 있다.
세계화의 이념적 기반으로서 신자유주의는 "산업의 구조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생산과정의 혁신과 자본주의적 합리화를 추진하고 재분배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시장경제적-생산주의적 효율성의 극대화"(김세균, 1996)를 추구하는 것이다. 또한 신자유주의는 기존 일국적 차원의 경제적 조절장치를 시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체시키는 과정이자 정책(Moody, 1999: 78)으로 볼 수 있다.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자본이동과 축적의 과정에서의 자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개방화(자유화) 및 자유화, 국가의 실패(state failure)를 강조하면서 진행되고 있는 복지제도와 공공부문의 해체과정(민영화), 생산과정이나 노동시장의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유연화 등으로 현재화된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국가의 역할과 기능을 변화시키고 있다. 국가는 소위 기업가적 역할이 강조되는 '슘페터주의적 근로국가' (Schumpeterian Workfare State) 모델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 국가는 복지제도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더욱 치열해지는 '자본간 경쟁'을 '국가간 경쟁'으로 전치 시키면서, '시장의 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입으로 적극적 역할을 한다. 국가의 '자본후원적·시장지향적 개입'의 증대는 국가의 개입을 부정했던 구자유주의와 기본적 차이를 나타내는 특성이다(김성구, 1998: 55). 이는 노동계급과의 갈등을 더욱 촉발시킬 것이며 향후 자본과 노동의 관계 속에서 국가의 역할은 자본에게는 '약한 국가', 노동에게는 '강한 국가'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⑵ 항만에서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노동계급의 저항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항만에 직접적으로 투영·관철되고 있다. 운송서비스는 세계화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세계화를 가속화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Turnbull, 2000). 주지하다시피 앞서 지적했듯이 세계화는 자본주의적 시장확장을 의미하여 이를 위한 '시공간의 압축'은 정보통신과 운송수단의 발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항만에서의 탈규제화, 민영화, 개방화에 따른 초국적 자본의 지배력 강화, 기업관계 및 생산관계, 그리고 노동시장에서의 유연성이 극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각국 항만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경쟁력 있고 좋은 노동조건을 보장할 것이라는 약속과 달리, 항만간 경쟁을 격화시켜 노동조건의 악화,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 노동절약적 기술의 경쟁적 도입으로 인한 항만노동자의 심각한 고용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항만들과 그 운영회사들 사이에 운송점유율에 있어 '제로섬(zero-sum) 경쟁'을 초래(Turnbull & Weston, 1993)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수익자는 하역요율 인하를 강제할 수 있는 초국적 선박회사이고 손해자는 일반적인 항만노동자가 되고 있다(Turnbull, 1994). 제로섬 경쟁은 결과적으로 '밑바닥으로의 경쟁'을 촉발시켜 항만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전반적으로 후퇴시키고 있다.
자본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프로젝트'로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노동의 위기를 직접적으로 결과하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저항이 발생하고 있다(McNally, 1998; Moody, 1999). 항만에서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노동조합에 대한 새로운 도전으로 인식되고 있으며(Marges, 1999) 노동자들의 저항 역시 계속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따른 항만의 재구조화와 1960년대말·1970년대 초반 컨테이너와 노동절약적인 하역방식의 도입은 직무안정, 신기술에 따른 노동자들의 배정, 하역에 대한 노동자들의 배타적인 관할권을 둘러싸고 격렬한 파업을 초래했다(Turnbull, 2000). 1970년대 이후 세계적인 대규모 항만파업의 원인은 대략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직무의 안정성과 관련된 문제이다. 직무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원인은 운송과정에서 컨테이너화가 급진전되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화의 급진전은 항만에서의 기계화·자동화를 용이하게 하였고 기존 노동수요의 90%까지 절약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로 인한 강제적 잉여노동자(compulsory redundant)의 대규모 양산이 문제가 되었다. 둘째는 작업분배의 변화에 따른 문제였다. 신기술의 전면적 도입은 선진적 기술을 이용하여 작업을 진행하는 상용노동자와 고용사무소(Hiring Hall)로부터 배정된 노동자들간 분할로 인해 기존의 작업분배 패턴을 붕괴시켰다. 후자의 경우는 고용불안정성이 심화되어 이를 방어하기 위한 대규모 파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마지막은 항만노동자들의 재배치 문제였다. 항만노동력의 상당수는 항만외부에 재배치될 수밖에 없었고, 이를 둘러싼 갈등이 부각되었다. 이는 다른 노동조합이나 작업집단과의 관할권 논쟁을 야기하기도 했다.
2) 운송·하역기술의 급속한 발전
(1)컨테이너 선박의 대형화와 항만하역기술의 발전
기술혁신은 자기추진력(self-propelling power)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기술은 그 사회의 정치적·경제적·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라 구성된다. 자본주의하의 기술혁신의 대부분은 자본의 원활한 축적 혹은 자본축적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루어져 왔다. 1970년대 이후 세계경제가 침체기로 들어서고 자본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극소전자기술 혁명 등으로 눈부신 기술발전을 이룩해온 점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항만산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위와 같은 시기에 정기선시장은 만성적인 공급과잉과 운임하락으로 인해 자본축적의 위기를 맞이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정기선사들은 규모의 경제효과를 통한 운영합리화를 이루기 위해 선박의 대형화를 추진했다. 선박의 대형화가 가능한 전제조건은 화물운송에 컨테이너가 도입되면서부터이다. 컨테이너의 도입은 제조업의 생산방식을 빌어 말하자면 대량생산방식이 도입된 것과 같은 획기적인 기술발전을 낳고 있다. 과잉 공급된 시장상황에서 선사들은 대형선을 투입하여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했다(박태원·정봉민, 2002).
<표1> 컨테이너선의 대형화 추이
출처: 해양수산부(2002), p. 81
컨테이너선은 1970년대 이후 적재규모가 계속적으로 증가해왔다. 2003년에는 8,000TEU급 컨테이너선이 첫 상업운항을 개시했고, 향후 2006년부터는 주력선박은 8,000TEU, 최대선박은 10,000TUE가 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물론 그 이후에도 12,000TEU급 울트라파나막스(Ultra-Panamax)급 컨테이선 취항뿐만 아니라 2010년부터는 15,000TEU급 컨테이너선이 취항된다고 보고 있다. 선박의 대형화는 항만의 규모와 하역기술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우선 선박의 대형화는 기존보다 더 깊은 수심이 요구되는 항만의 대형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날로 대형화되는 컨테이너선박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수심확보는 물론이고 선석의 길이도 추가적으로 확장해야 하고 배후지 및 야적장 수용능력도 증가시켜야 한다. 각국에서 대형항만을 앞다투어 건설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동북아 주요 항만국들의 대단위·대수심의 접안시설을 구비한 대형항만개발을 통한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형글로벌선사들의 기항지 축소방침에 따라 앞으로 각 항만은 중심항만(Hub Port)과 지선항만(Feeder Port)으로 양극화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중심항만'을 둘러싼 각축을 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컨테이너 선박의 대형화는 항만하역시스템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초대형 겐트리크레인(Grantry Crane)의 도입, 하역장비의 고속화와 대용량화, 항만운영시스템의 자동화 등이 필연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컨테이너 전용 크레인의 성능향상을 위한 자동화·고속화가 계속되고 있는데 하역시간의 단축을 위해 크레인 작동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여러 대의 크레인을 투입할 뿐만 아니라 시간당 컨테이너 처리능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기술개발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시간당 컨테이너 처리능력은 현재 시간당 20∼30개에서 향후에는 적어도 시간당 40개 정도로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중스프레더(double spreader) 크레인이 설치되어 시간당 처리능력이 60∼70개 정도로 향상되고 있는 사례도 있으며 여러 개의 컨테이너를 블록화 하여 하역하는 시스템과 컨테이너사일로(Container Silo)의 개발 등 기술혁신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저비용·고효율 첨단항만' 조성을 목표로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자동화컨테이너 하역장비 설계·제어기술 및 항만시뮬레이션·통합운영시스템 개발, 무인자동화 컨테이너터미널 설계 및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항만하역기술의 발전의 극치는 무인자동화 컨테이너터미널이 될 것이다. 자동화 컨테이너터미널은 컨테이너터미널 하역작업중 인력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에이프런에서 장치장까지 컨테이너를 운반·적치하는 과정을 첨단장비를 이용, 무인자동화하여 운영하는 터미널이다. 따라서 안벽과 야드를 자동컨테이너운송차량(AGV: Automated Guided Vehicle)이라는 무인차량으로 컨테이너를 이송하여 야드에서는 자동트랜스터크레인(ATC: Automated Transfer Crane)이라는 무인야드크레인을 사용하여 항만내 컨테이너 이송의 모든 과정에 인력이 개입하지 않는 시스템이다.
⑵ 항만하역기술의 발전이 노동자에 미치는 영향
항만하역기술의 발전이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자본이 기계화·자동화를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있을 수 있다. 표면적으로 가장 부각되는 원인은 치열해지는 경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필연적이며 이를 기계화·자동화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즉 기업간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계화·자동화가 불가피하며 이에 따른 불필요한 인력구조조정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이는 국가와 자본이 주로 강조하는 논리다. 이와 달리 '노동통제론' 시각에서 기계화·자동화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즉 노동통제의 어려움에 봉착한 기업이 신기술 도입을 통해 이 문제를 극복한다는 견해이다. 또한 경제적 잉여를 둘러싼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자본의 대응전략을 이해된다. 기계화·자동화는 생산과정의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 중앙통제를 가능케 하고 노동과정에서 노동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박탈해 노동강도를 한층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견해는 노동 측에서 주로 강조하는 논리다. 어느 시각에서든 기계화·자동화는 항만노동자들에 대한 중요한 도전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기계화·자동화는 노동의 질을 변화시킨다. 육체적 노동의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노동의 성격을 기계와 컴퓨터에 대한 '감시노동'으로 전환시킬 것이다. 숙련의 저하 및 해체 문제도 지적되어야 한다. 기계화·자동화는 기존 노동자가 가지고 있는 숙련을 하향 조정하거나 상당부분 박탈할 가능성이 크다. 숙련의 해체는 노동자의 협상권력을 현저하게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대체가능성'을 높인다. 이러한 맥락에 따르면 노동자가 노동과정을 통제하거나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에 의한 기획된 노동과정에 노동자가 수동적으로 편입됨으로써 전통적인 노동과정론자들이 지적했듯이 '소외'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가장 위협적인 파급효과 및 영향은 '노동자 없는 노동과정'이 보편화될 가능성이다. 세계적으로도 항만분야의 기술발전은 항만노동자수를 지속적으로 감소시켜 왔다(Alderton, 1999). 위에서 살펴본 대로 신규항만과 기존항만에 대한 자동화 설비도입 계획은 항만하역과정에 인력투입을 최소화하는 것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소수는 자동화된 설비에 대한 '감시노동자'로 남아있겠지만 다수는 생산현장에 퇴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재래부두에 종사하고 있는 '전통적인' 항만하역노동자들의 경우는 퇴출압력이 더욱 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3) 항만운영구조의 변화와 자본의 재구조화(restructuring)
⑴ 항만운영의 민영화: 부두운영회사제(TOC: Terminal Operation Company) 도입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 항만의 가장 큰 변화중 하나의 항만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1970년대에는 화물별 전용부두 사용제도를 도입했다. 부두 민영화는 1990년대부터 전개되기 시작했는데 민영화대상부두는 대부분 컨테이너 전용부두였다. 1991년 개장한 신선대컨테이너부두는 하역회사 75%, 정부가 25%를 보유하는 민관공동기업인 신선대컨테이너터미널(PECT)사에 운영권이 위임되었고, 이것이 제1호 민영화부두라고 할 수 있겠다. 그 후 1996년 우암부두가 우암터미널(UTC)사에, 1998년 감만부두가 (주)한진해운, 현대상선(주), 대한통운(주), 조양상선(주)(이어 세방기업) 등에 민영화되었고 1999년 자성대부두는 현대상선에 매각되었으나 2002년 홍콩의 HPH사에 다시 매각되었다. 2002년에도 신감만컨테이너 부두가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주)에 민영화되었다. 광양항 1단계 컨테이너부두도 1998년 부산항 감만부두와 동일하게 4개 기업에 민영화되었고, 2단계 컨테이너부두 중 2002년 1개 선석은 (주)동부건설에, 3개 선석은 HPH사를 주축으로 하는 KIT(Korea International Terminal)사에 각각 민영화되었다.
<표2> 컨테이너 전용부두의 민영화 현황
출처: 한국해양수산개발원(2002), p. 29
항만의 민영화는 컨테이너부두 뿐만 아니라 일반부두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1997년 부산항의 재래부두, 인천항의 선거내 부두를 비롯한 전국항만 중 대표격인 9개 항만의 39개 일반부두 142개 선석을 하역업체에 민영화했다. 항만민영화는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더구나 정부는 '작은 정부' 정책을 추진 중에 있고 항만민영화는 세계적 추세(Turnbull, 1994)이기도 하기 때문에 향후 민영화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영화는 기업간 경쟁을 더욱 격화시킬 것이며 이에 따라 비용절감을 위한 사측의 노력과 노동자의 안정적 일자리 방어라는 사안이 첨예하게 대립될 가능성이 크며, 특히 모든 경영의 초점이 이윤창출구조의 극대화에 맞춰짐으로서 경우에 따라서는 급격한 노사관계의 변동이 예상된다.
정부는 기존 국유 국영의 항만운영 체제를 소유는 국유로 하고 운영은 민간으로 이양하는 '국유 민영체제'로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러한 민영체제의 핵심은 부두별로 민간부두운영회사를 지정하여 그 회사로 하여금 부두운영 및 하역 등을 담당하게 한다는 것이다(해운산업연구원, 1996: 34). 민간기업인 부두운영회사는 단위부두별로 선석, 에이프런, 야적장, 창고 및 하역시설 등 항만시설을 일괄 임대하여 전용하게 되며(해양수산부, 2002) 부두에 현대화된 하역장비를 설치하고 선석과 야적장 등을 일괄 운영함으로써 생산성 및 선석의 회전율을 제고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즉 과거 국가가 담당하던 항만운영에 민간의 기업경영방식을 도입함으로써 급변하는 항만산업환경에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표3> 부두운영회사(TOC) 법인단일화 형태 및 일정
출처: 해양수산부(2002), p. 339
2002년말 전국 9개 무역항 51개 부두가 단일화된 부두운영회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 2002년말 현재 '제3단계' 단일하역회사형태까지 '형식적'으로는 완료된 상태이다. 해양수산부는 신설부두는 물론이고 조건이 성숙되는 대로 기존 거의 모든 부두에서 부두운영회사제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한국의 항만분야에서 민영화는 다른 산업분야와는 달리 거의 아무런 저항이나 제약 없이 진행되어 왔고 진행되고 있다. 다만 정부에서는 항운노조의 공급인력 상용화와 동시에 추진하려고 계획했지만 전국항운노조연맹이 전국동시상용화와 상용화에 따른 실업보상대책 등을 요구해 한동안 소강국면으로 접어든 적이 있을 뿐이다(해양수산부, 2002). 그러나 1996년 11월 노·사·정이 당시의 항만노무공급체계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부두운영회사제를 실시키로 해 이후 본격적인 실행과정에 들어갔다.
노동 측의 입장에서 보면 부두운영회사제는 사실상 하역업체간 M&A과정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부두운영권이 없는 회사는 퇴출의 위험에 직면하게 되며 M&A가 완결된 부두운영회사는 각 하역업체별로 보유하고 있던 인력에 대해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다. 즉 노동자들로서는 업체의 퇴출에 의한 고용불안과 부두운영회사제도의 완결 이후 다가올 '합리화'에 따른 고용불안 등 '이중적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다만 현재 산별노조의 형태를 띠고 있는 전국운송하역노조의 경우 부두운영회사로 '사용자'가 변하더라도 조합원 위치는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이며 조직확대전략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경우 미조직 노동자의 상당부분을 조직화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적극적인 대응이 없을 경우 기존 조직마저 유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⑵ 외자기업화
최근 주목할 만한 항만운영업체의 변화양상으로는 외국기업 진출의 본격화를 지적할 수 있다. 부산항의 경우 컨테이너부두 선석길이가 총 5,973m이나, 이중 2,623m인 44%를 외국 항만운영업체가 점유하고 있는데 이를 처리능력 기준으로 살펴보면 463만TEU중 178만TEU로 38%의 비중에 이른다. 광양항의 경우에는 2단계 2차 개발부두까지 포함하게 되면 컨테이너부두 선석길이가 3,700m인데 이중 외국 항만운영업체가 2,300m를 차지하여 62%를 점유하게 된다. 이를 처리능력 기준으로 보면 240만TEU중 144만TEU로 나타나 60%를 점유하게 되는 것이다(김형태·백종실·우종균, 2002: 26).
<표4> 외국 항만운영업체의 국내 항만시장 진입현황
출처: 김형태·백종실·우종균(2002), p. 25
외국 항만업체들이 국내에 진출하게된 배경으로는 영업망을 확대하여 고수익을 추구하고, 국내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하여 글로벌 항만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백종실, 2002). 외국항만운영업체의 국내진출 확대에 따른 파급효과는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어느 정도 공존하고 있지만(백종실, 2002; 김형태·백종실·우종균, 2002) 여기서는 외자기업화가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첫째, 산업정책적 차원에서 보면 정부가 국내업체의 보호정책을 구사하느냐 아니면 개방정책을 전면화하여 경쟁적 시장구조를 형성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본격적 진출이 현재화되면 될수록 국내산업정책 수단은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며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기업의 '선택'을 기다려야만 하는 '구조적 불안정성'에 시달릴 수 있다.
둘째, 물량의 확보 역시 마찬가지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외국기업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물량을 조절할 경우 국내에 위치한 항만운영업체는 경우에 따라서 의사와는 상관없이 물량감소를 경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기업의 경우 일국의 수익도 중시하지만 기업 전체의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개별국가에 위치한 기업의 경우 '의도적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의도적 적자'가 발생할 경우 이를 빌미로 현지국의 노사관계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면서 노동에 대한 공세(임금저하, 노동조건의 후퇴, 구조조정의 강제 등)를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글로벌 기업의 경우 핵심적인 의사결정권은 해외에 위치한 본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그들의 전략적 방침에 따라 국내에 위치한 항만운영업체의 위치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 보다 본질적으로 따져보면 '노사관계의 부유화(浮游化)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주변적 의사결정권을 가진 당사자만을 협의대상으로 삼을 경우 아무런 강제력을 발휘할 수 없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협의당사자와 의사결정권 당사자간 불일치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넷째, 현재 대다수 노동조합(지부)에서는 경영참가가 이루어지지 않아 제대로 된 경영정보 조차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며 부분적으로 확보하더라도 그에 대한 밀도 있는 분석 역량이 없어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외국기업의 경우는 일국 차원의 경영전략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경영전략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응을 강구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현실에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현실적 조건은 결국 노사관계의 예측불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자본편향적 협상권력이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노동자의 구조적 불안정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⑶ 항만공사(Port Authority)체제 출범
2004년 1월 부산항만공사(Busan Port Authority: BPA)가 출범했다. 항만공사란 정부의 재산인 항만시설을 출자 받아 항만을 독립채산제의 책임경영방식으로 관리는 반(半)공공-반(半)민간 조직이다. 항만공사는 항만시설에 대해 자율적으로 정한 요율에 따라 사용료와 임대료를 받아 주요 수익으로 삼게 된다. 정부가 기존 관리적 성격을 약화시키면서 항만공사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공공부문의 민영화 관련 논리와 대동소이하다. 즉 급변하는 항만환경에 대응하여 의사결정과 집행과정을 보다 유연하게 하고, 이윤추구와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민간기업의 경영방식을 항만에 적용하여 부산항을 동북아 물류 중심항만(Hub Port)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향후 부산항만공사의 역할과 기능은 부산항 전체를 관리하며, 부산항의 항만개발계획 수립 및 실시, 항만시설사용료(선박입항료, 화물입항료, 접안료 등)를 징수한다. 또한 컨테이너부두의 임대자 선정 및 부두임대료 징수와 부두의 전반적인 운영과 관리를 담당하게 된다(한국해양수산개발원, 2002: 33-34).
항만공사의 출범이 기존 항만운영체제와 다른 핵심적 내용 항만관리주체가 변한다는 것이다. 항만공사의 의사결정기구는 항만위원회이다. 항만위원회 위원은 11명이며 구체적인 구성은 정부측 추천인사 4명, 부산시 추천인사 4명, 항만이용자단체는 3명으로 하되 정부가 2명을, 부산시가 1명을 추천한다. 그러나 현재 공사중인 신항만이 개장하여 그곳의 부두시설을 관리·운영하게 될 때는 항만위원회 위원수는 15명으로 늘어난다. 추가로 늘어나는 4명은 정부가 2명, 경남도 추천인사 2명(경남도 1명, 경남도가 추천하는 항만이용자 1명)을 참여시키기로 결정한 바 있다.
현재 부산항을 제외한 다른 항만시설에 대해서는 재정자립도를 감안해 유보했지만, 향후 인천항 등 전국항만마다 항만공사가 설립될 경우 항만운영에 영리성과 효율성을 최우선시 하며 항만별로 선박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새로운 수익발굴 경쟁도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동북아 인근 항만간 경쟁뿐만 아니라 국내 항만간 경쟁까지 더해지면 생존을 위한 경쟁체제가 성립될 것이다. 게다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수익중심의 운영구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항만공사가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은 아직 구체적 방침이 나온 바가 없어 불확실한 상태이다. 다만 항만에 상업적인 경쟁 개념을 도입한다는 항만공사의 출범목적을 상기해 볼 때 상업적인 경쟁 조성을 위한 법제도의 변화가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노동조합과 관련해서 볼 때 항만공사의 출범은 교섭과 투쟁의 상대방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항만공사는 경영참가의 대상이기도 하다. 전국운송하역노조와 항운노조가 항만위원회 참여를 적극적으로 모색했던 이유도 이와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부산시의 경우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화물연대 파업으로 항만노사관계의 안정성을 강조하는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노사'협의틀' 혹은 보다 진전된다면 노사'교섭틀'이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과 형식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3. 항만노사관계의 특성과 변화
1) 항만노사관계의 특성
⑴ 항만노동의 역사
항만노동의 기원 및 역사적 변천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선한승, 1994a; 선한승·김장호·박승락, 1995; 하명신 외, 2003). 고려·조선시대에는 조운제도(漕運制度)가 있었는데 이는 세(稅穀)을 보관하는 조창(漕創), 세곡을 운반하는 조선(漕船), 하역을 담당하는 조군(漕軍)으로 구성되는 데 이중 조군이 항만노동자의 기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17세기 이후부터는 경강상인(京江商人)이 사선(私船)에 의해 조미(租米) 운송을 담당하면서 당시 세습신분인 조군은 자유신분인 격군(格軍)으로 전환되었다. 또한 객주(客主) 등을 중심으로 하는 사기업 형태의 하역업체도 탄생했는데 이러한 업체에 종사했던 하역인부들은 최초의 '임금노동자'로 간주되고 있다. 객주하의 항만노동은 객주→ 조두(組頭, 노무공급의 boss)→ 조(組)→ 담군(擔軍, 항만하역노동자가 속한 작업집단)으로 위계화되어 있었다.
개항이후에는 관의 통제하에 노무공급이 이루어졌으나 1910년 이후 일본 일본기업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관의 통제는 약화되었다. 당시 항만노동은 일본 하역기업→ 수신조·창신조(守信組·昌信組)→ 십장(什長)→ 하역노동자로 위계화된 통제질서를 가지고 있었다. 이후 식민지말 전시동원체제에서 기존 하역업체들은 조운(漕運)으로 통합·독점되었고 하역노동자들은 하역용역단(荷役用役團, 부두하역노동자+강제징용자)로 편입되었다. 일제가 물러나고 해방 이후에는 다시 국가개입이 약화되면서 하역업체는 난립하게 되었다 항만노동은 하역업체→ 십장 또는 향수(組頭)→ 하역노동자로 재구축 되었다. 십장 또는 향수는 하역노동자들에 대한 노무관리 및 임금관리를 담당했으며 하역노동자들은 소위 '한 房 생활'(15명∼20명)을 통해 집단적 생활을 했다. 항만하역노동에서 도반장제도는 엄격한 신분적·위계적 노무조직체로 일제때부터 답습되어온 일종의 도급제 노무공급체계이다. 해방 이후 극심한 좌우대결이 수습된 후 우익중심의 부두노동조합이 결성되면서 작업권을 행사하는 데 성공하게 되었고 1969년에는 직업안정법 제17조 단서에 따라 항운노조가 공식적인 노무공급업자의 허가를 정부로부터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⑵ '전통적' 항만노동 및 항만노사관계 형성의 특수성
일반적으로 항만노동은 "항만에서 화물을 하역하고 하역장비를 운전하며 기타 하역 관련 작업을 수행하는데 소요되는 노동"으로 정의되며(방희석·서수완, 2000: 178), 전통적 의미의 항만노동의 특성은 다음과 같이 지적되고 있다(김성국, 1992; 방희석·서수완, 2000; 선한승·김장호·박승락, 1995). 첫째, 취업의 불규칙성이다. 항만산업의 파동성으로 인해 하역업자들은 최소한 필요인력만을 고용하게 되었고 고용형태도 일용제나 도급제를 선호했다. 노동수요에 대한 심한 파동성은 필연적으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불규칙하게 만들었다. 둘째, 노동의 질과 관련해서 보면 단순육체적 노동이다. 전통적인 항만노동은 특정한 기술이나 숙련이 요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학력, 미숙련노동자들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 셋째, 작업반(gang) 단위의 협업노동의 특성을 갖는다. 즉 전통적 항만노동은 개별적 노동이라기보다 작업반 단위로 투입되어 노동과정을 수행했다. 넷째, 열악한 작업환경을 지적할 수 있다. 항만노동은 전통적으로 3D업종을 분류되어왔다. 마지막으로 국가경제에서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이는 항만이 갖는 공익적 성격과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한 것인데 특히 경제적 규모가 커질수록 국가의 항만에 대한 통제는 강화될 필요가 있었다.
항만노사관계 형성의 특수성을 해방 이후를 중심으로 살펴보면(김윤환, 1982; 선한승, 1994a; 선한승·김장호·박승락, 1995) 첫째, 항만산업의 노동시장과 관련된 특수성이다. 해방이후 농민층의 분해와 국내산업의 낮은 발전정도는 상당수의 과잉노동력을 양산했다. 이들중 상당수는 특수한 기술과 숙련을 필요로 하지 않는 항만노동시장으로 유입되었다. 둘째, 열악한 노동조건과 관련된 문제이다. 과잉노동력이 상존함에 따라 항만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환경과 저임금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영세하역업체의 난립과 과당경쟁 또는 출혈경쟁 역시 노동조건을 전반적으로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영세한 하역업체들의 경우 비용절감(저임금 노동체제) 이외에는 별다른 수입합리화 방안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셋째, '전근대적' 노사관계 형성과 관련한 문제로 영세한 하역업체들의 경우 노무관리 및 노동복지에 대한 책임을 노동조합에 전가했고 그 결과 전근대적인 노사관계가 형성되게 된 것이다. 넷째, 과거로부터 관행으로 정착되어 왔던 '십장'과 항만노동자들간에 '전근대적인'(봉건제적) 종속관계(문화)가 해소되지 않은 채 '근대적인' 노동조합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노동조합 내에 사조직이 현존해 있는 등 잠재적인 조직내 갈등요인을 노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근대적인 관계 및 문화의 상존은 근대적 형태의 조직민주주의를 요원하게 만들었으며 정부와 자본 역시 관료화된 노동조합 조직을 항만하역산업 내 안정적인 노사관계 형성에 이용하였다. 결과적으로 정부와 자본의 노동통제 역할을 노동조합이 담당하게 된 양상을 보여왔다.
2) 항만노사관계의 변화: 국가조합주의에서 선택적 포섭/배제전략으로
해방 이후 한국의 국가형성과정은 알라비(Alavi, 1972)의 과대성장국가 개념에 부합한다(최장집, 1989: 86-87). 즉 식민지를 경험한 주변부 국가기구의 성격은 식민사회의 관계 속에서 과대성장한 특징을 갖는다. 한국사회에서도 과잉성장한 국가는 자본과 노동에 대해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유지해 왔다. 한국의 경제발전과정에서 나타난 노동통제는 필립 슈미터(Schmitter, 1979)와 오도넬(O'Donnell, 1977)에 의해 발전된 이론틀인 조합주의 개념을 통해 해석되어 왔다. 슈미터는 조합주의를 국가조합주의(state corporatism) 와 사회조합주의(societal corporatism)로 구분했는데, 일반적으로 전자의 경우는 제3세계 권위주의 국가에 적용되는 모델이며, 후자의 경우는 계급타협적 모델이라 불리는 서구의 복지국가 모델을 염두에 둔 것이다. 사회조합주의는 밑으로부터 이익집단의 활동 결과로서 구체화되지만 국가조합주의는 국가에 의해 위로부터 이익집단의 활동과 이해관계가 주조된다. 국가조합주의하에서는 자본가계급이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며 국가는 시민사회, 특히 노동계급의 이해관계를 억압하고 배제한다. 국가조합주의 하에서는 "국가의 정치적 지지세력으로 동원된 민중부문, 특히 노동계급은 그 지지의 대가로 정치적·경제적 보호를 보장받는 대신 국가의 억압적 통제를 허용한다 즉 '주고받는 정치'(give-and-take politics)가 곧 비경쟁집단을 창출하는 조합주의의 정치원리"(송호근, 1991: 254)가 되는 것이다. 특히 산업화를 본격적으로 추구하려는 정권은 효과적인 탈정치동원화(political demobilization)와 경제적 동원화(economic mobilization)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데(최장집, 1988: 21) 한국에서는 국가조합주의를 통해 이와 같은 노동통제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져왔었다.
한국의 항만노사관계에서 국가조합주의 노동통제는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었는가? 국가조합주의적 노동통제 구조에서 항운노조로 대표되는 노동조합은 국가의 통제를 수용하고 국가주도의 산업화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대가로 자신들의 특수한 이익 및 독점적 지위를 극대화해왔다. 국가조합주의 하에서 '주고받는 정치'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선한승, 1994a; 1994b;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외, 2002) 우선 국가는 하역업체와 노동조합에 대해 각각 하역업에 대한 면허제, 클로즈 숍(closed shop)에 의한 노무공급독점권을 보장함으로써 독점적 지위를 인정해 주었다. 이에 대해 하역업체와 노동조합은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주도의 산업화와 경제발전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하역업체와 노동조합간에도 노동조합의 노무공급독점권을 인정한 토대 위에서 별다른 문제없이 노사협조관계를 유지해 왔다. 노동조합의 경우도 노무공급권이라는 강력한 권한으로 조합원들을 통제할 수 있었다.
국가조합주의적 노동통제하에서도 노동조합 간부들과 일반노동자의 위치는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항운노조의 경우 일종의 '간부 노동조합'(cadre union)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에 따라 노동조합 간부와 일반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간부 노동조합'이란 '조합원들로부터 자립한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이해관계를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간부들의 이해관계 자체가 중요한 목적이 되는 노동조합'을 말한다. 이와 같은 노동조합에서의 리더쉽은 대단히 관료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성격을 띠며, 상층간부들은 그들만의 '상층연합 카르텔'을 형성하여 조합내 민주주의는 요원하게 된다. 조직의 의사결정구조는 전형적인 하향식 의사결정구조를 보이며 소수의 특권적 엘리트들에 의해 폐쇄적인 조직운영 방식을 띤다.
지금까지 항만노사관계는 항운노조, 국가, 자본만을 주체로 상정하여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전국운송하역노조는 1999년 산별노조로 전환한 이후 새로운 '변화의 추동자'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항만노사관계는 '안정화' 혹은 '제도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2000년 신선대·우암부두 파업투쟁에서 보듯, '봉합된 위기'를 내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봉합된 위기'의 재폭발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으며 특히 항만노사관계를 둘러싼 환경변화가 가속화될수록 노사관계의 불안정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항만노사관계는 '제도화'의 성격을 둘러싼 각축장이 되고 있다. 과거 항만분야에서의 국가조합주의적 노동통제는 자본과 국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전략, 새로운 주체로서의 전국운송하역노조의 성장 등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국가조합주의적 노동통제하에서 이루어졌던 '주고 받는 정치'는 해체되고 있거나 해체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역업체의 면허제는 규제완화 차원에서 등록제로 전환되었고, 독점적 노무공급권 역시 상용화의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발전 주체도 과거 '국가주도'에서 '자본주도'로 상당부분 전환된 상태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항만노사관계의 유형은 과거 국가조합주의적 노동통제체제에서 선택적 포섭과 배제전략에 기초한 노동체제로 이행하고 있다. 국가와 자본은 항운노조를 선택적으로 '포섭'하는 동시에 전국운송하역노조를 '배제'하는 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틀 역시 대외적 환경변화와 주체들의 역량 변화, 이를 기초로 한 상호작용의 결과에 따라 새롭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3) 항만노동시장의 특성과 변화
현재 항만하역분야의 노동시장은 다음과 같은 2차 분절화를 경험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림1> 항만하역 노동시장의 분절화
전통적인 항만하역분야의 노동시장은 (항운노조에 의해 공급되는)일용직 노동자를 주축으로 형성되어왔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하역장비의 기계화가 급진전됨에 따라 1차분절이 나타났음. 제조업에서 대량생산방식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 항만운송의 컨테이너화는 취급화물 및 선박의 대형화와 함께 하역장비의 기계화를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역업체들은 기계화된 주요 장비들을 도입하게 되었고, 이를 운용하기 위한 조작원과 관리원을 채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하역업체들은 기계화의 진전에 따른 신규채용과정에 있어 기존 일용직 노동자를 재배치하지 않고 하역업체가 직접적으로 개별채용에 나섰다. 따라서 항만하역노동시장은 기존의 일용직 노동자들과 하역업체가 직접 채용한 상용직 노동자로 분절되기 시작했다(한국해양수산개발원 외, 2002: 11-12). 항만노동시장의 2차분절은 '생산과정의 외부화'와 관련되어 있음. 자본은 생산관계의 외부화를 통해 노동시장과 기업관계를 분절화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핵심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핵심노동자(core worker)는 상용직으로 직접 고용하지만 그에 따른 부수적인 직무는 분사화, 외주화 등을 통해 아웃소싱(outsourcing) 하게 된다. 기업관계가 분절화되면서 노동시장 역시 분절화되어 과거 상용직노동자들이 담당했던 직무중 일부를 외주·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항만하역노동자를 구분해서 살펴보면 다음 <표5>와 같다.
<표5> 항만하역 노동자의 구분 및 직무의 특성
첫째, 항운노조가 공급하고 있는 일용직 노동자로 이들의 대부분은 단순육체노동에 종사하고 있으며, 비숙련노동자로서 숙련향상의 여지가 거의 없는 직무를 담당하고 있다. 둘째, 상용직 노동자. 이들은 사무직 노동자와 하역노동자로 구성되는데 상용직 하역노동자의 경우 크레인을 비롯한 각종 하역 및 운반장비의 운전·감독을 담당하고 있다. 상용직 노동자들은 하역업체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들로서 하역업체 소속이다. 마지막으로 외주업체 노동자는 두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즉, 원래는 상용직 노동자였다가 하역업체의 구조조정에 따라 외주·하청업체 노동자로 전환된 경우와 기존 상용직 노동자들이 담당했던 업무를 아웃소싱한 결과 발생한 외주업체 노동자가 있을 있다. 이 경우 아웃소싱된 업무를 담당했던 하역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직무재배치를 통해 상용직 노동자로 남는다. 하역회사가 리스회사로부터 장비 및 장비운전원을 활용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는데(한국해양수산개발원 외, 2002: 47) 이들도 후자의 부류로 볼 수 있다. 특히 운송과 장비정비부문이 최근 급격히 '외부화'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연도별 항만하역노동자현황을 살펴보면, 2002년 현재 총 노동자수는 21,603명으로 이는 1994년 29,299명에 비해 7,696명이 줄어들었다. 이중 하역업체 소속 노동자는 10,958명으로 이 역시 1994년 17,435명에 비해 6,477명이 줄어든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항운노조 소속 노동자들도 1991년 12,535명으로 최고치를 보이다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현재는 10,645명이 종사하고 있다. 항만하역노동자 중 하역업체 소속과 항운노조 소속 노동자 수의 비율은 1980년대 말 이후 약간의 진동폭은 있으나 대체로 고정적인 상태를 보이고 있다.
<표6> 연도별 항만하역노동자 현황
출처: 한국항만하역협회(2002), 「항만하역요람」
2001년을 기준으로 직능별로 살펴보면 하역회사 소속 노동자의 경우 일반직이 4,788명이고 기능직이 7,184명이다. 항운노조 소속 노동자의 경우 10,799명중 작업원은 86%, 원치맨 9%, 연락원 3%, 기타 임원, 사무원, 운전기사, 청소원, 경비원 등이 약 2%를 차지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1997년 IMF경제위기 이후 항만노동자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이는 하역업체들의 '구조조정'과 항운노조의 '수급조절'이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4. 항만노사관계 주체의 현황과 전략(대응)
1) 국가
국가의 항만관련 정책은 '개방화', '민영화'(privatization), '규제완화' 등 신자유주의적 전략(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3가지 기본정책은 상호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추진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첫째, 개방화정책으로 항만개발에 있어 외국자본의 유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항만관세자유지역 및 경제자유구역의 지정·운영으로 자본의 활동을 더욱 자유롭게 하고 있다. 관세자유지역이란 "국가의 관세선 외측에 위치한 제한구역으로서 통관절차, 관세 및 제세공과금 등 면제 특전이 부여되고 화물의 반출입 및 중계 등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법적·지리적 경제활동특구"(해양수산부, 2002: 334)를 말한다. 이는 수출주도형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났던 '수출자유지역'과 유사한 의미를 지닌다고도 볼 수 있다. 둘째, 민영화는 앞서 살펴본 대로 새로운 부두운영회사제의 도입과 기존 부두운영회사의 민영화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셋째, 규제완화의 흐름은 1997년 4월 10일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으로 현실화되었다. 정부는 항만운송사업 및 항만운송 관련 사업을 과거 면허제 혹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였다. 이는 자율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항만이용자에 대한 서비스가 개선이 이루어진다는 시장논리에 근거한 것이다. 등록제로의 시행이후 항만운송사업체와 관련사업체의 시장진입은 크게 신장되었다. 등록제 시행 이후 신규등록업체 수를 살펴보면 항만운송사업체는 1997년 219개에서 1998년에는 261개로 늘어났고 2001년 현재는 324개 업체에 달한다. 항만운송관련 사업체 역시 1997년 675개에서 1998년에는 874개로 급격히 늘어났으며 2001년에는 1,448개 업체에 이른다. 결국 등록제 시행이후 신규업체의 시장진입이 크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해양수산부, 2002: 345). 정부는 또한 자동화컨테이너터미널 개발계획(해양수산부, 2002: 369-371) 추진, 신항만 개발 및 관련 인프라 구축 등 자본후원적 개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과거 항만관련 정책은 해양수산부 관할이었고 지방해양수산청이 이를 집행하는 체제였다. 그러나 2004년 부산항만공사가 출범하면서 항만정책에 관한 역할과 기능의 상당부분이 항만공사로 이전되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부산시)가 항만노사관계의 유력한 주체로 떠오를 것이다. 부산시의 경우 이미 '해양수도(Ocean Capital) 21' 계획을 마련하고 부산항만공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부산항을 국제적인 Hub-Port로 도약시킨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부산시정백서, 2002). 부산시는 2003년 화물연대 파업을 계기로 독자적인 항만노사관계의 재정립을 모색하는 있는 중이다. 이를 위해 관련 주체들과 '상시적 접촉창구' 및 '대화채널'을 확보해 사전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국제신문, 2003년 5월 16일자). 향후 항만노사관계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질 것임으로 부산시의 경우 과거처럼 중앙정부나 공권력에만 맡기거나 '방관자적 입장'만을 취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부산지역에서 항만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한다면 항만노사관계에 대한 부산시의 개입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 자본
자본(단체)의 구성은 개별 항만하역사업체와 부두운영회사(TOC), 한국항만하역협회(산하 단체로서 지역항만하역협회) 등으로 되어 있다. 하역회사는 항만하역 이외에 대부분 ODCY 운영, 내륙운송 등을 겸업하고 있고 보세창고에 대한 수출입화물의 하차입고작업도 수행하고 있다.
<표7> 항만하역 사업체 자본금 현황
주1) 특수법인은 (재)홍익회임
주2) 하역협회 미가입 업체중 17개 업체는 파악되지 않음(순사업자 기준)
출처: 한국항만하역협회,「항만하역요람」, 2002
전국항만하역협회 산하의 집행기관으로 볼 수 있는 지역항만하역협회는 관련 지역 하역회사들을 대표하는 권한은 없으나 항운노조와의 제반협약체결시 하역회사 사용자대표와 공동대표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하명신·윤영삼·이충배, 2003).
자본전략의 핵심은 '경쟁력 강화'에 있다. 즉 자본이 항만경쟁력 약화요인을 무엇으로 파악하고 있는지? 그 주요 내용은 무엇인지? 그에 대한 대응전략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항만 경쟁력 약화에 관한 자본의 인식 및 대응전략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전국경제인연합회, 1997).
첫째, 민영화전략. 기존 국유-국영체제하의 항만운영체제는 부두운영회사의 실질화를 통해 민영(민관)화체제로 이행되고 있다. 외국항만의 경우 민영화 과정에서 노사간 첨예한 대립과 투쟁이 전개된 바 있으나 한국에서는 뚜렷한 저항 없이 자본의 의도대로 관철되고 있는 경향이 있다. 부산항만공사 역시 장단점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항만의 경쟁력 강화 즉 '국가의 후퇴 속에 시장논리의 전면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시장논리라 함은 경쟁의 논리를 핵심으로 하며, 제로섬적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비용절감 압박은 심해질 것이며 이에 대한 부담은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위험성이 크다. 특히 항만'자치'공사제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항만위원회에 노동자(노동조합)의 참여가 봉쇄됨으로써 향후 자본편향적인 운영방식이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하역구조의 합리화 전략. 합리화전략은 항운노조의 독점적 노무공급권의 해체, 하역장비의 기계화·자동화, 항만관련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완화로 구분된다. 특히 노동절약적이고 고생산성의 기계화·자동화진전은 항만하역산업 분야의 노동자들에게 치명적인 문제로 대두될 것임. 최근 노무공급체계는 노사공동 공급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되었으나 이는 '과도기적 체제'로 이해할 수 있다. 자본은 궁극적으로 하역회사가 직접고용하고 통제, 관리하는 '상용화'체제를 선호하고 있다. 독점노무공급권에 따른 고비용으로 인해 기계화·자동화가 지체되고 있다는 자본의 인식은 결국 인력구조조정에 목표가 있다고 판단된다. 기계화·자동화 문제는 전통적인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항운노조 소속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항만노동자 전체의 고용문제와 직결된 만큼 향후 노사간 첨예한 대립의 소지를 안고 있다. 항만관련 서비스업의 대형화 및 종합물류서비스업체제로의 개편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규모의 영세성은 관련 업체 종사자의 노동조건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규제완화에 흐름에 따라 항만관련 사업은 두 가지 방향으로 재편될 것 같다. 하나는 기존 중소기업체간 네트워크를 형성을 통해 대형화의 시너지 효과를 확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형업체 또는 외국의 선진적인 대규모 업체가 진입하는 경우이다. 이와 같은 두 가지 방향은 공히 인력구조조정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전자와 관련해서는 전략적 제휴의 시너지 효과를 살리기 위해 기존 인력을 구조조정 할 것이고 후자와 관련해서는 중소영세사업장이 경쟁력을 상실해 경우에 따라서는 파산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화물유통체계의 합리화전략. 크게 보면 항만시설의 확장과 화물운송체계의 개선문제이다. 현재 대규모의 항만시설투자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항만의 종합물류기지화 전략과 병행하여 향후 몇 년 내에 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항만의 민영화, 그리고 항만공사제 도입 등과 함께 판단해보면 자칫 항만간에 제로섬 경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즉 항만시설의 확장에 따라 물동량이 계속적으로 늘어난다면 문제가 없겠으나 처리물동량의 증가는 제한적이고, 게다가 국내항만간 그리고 외국항만과의 경쟁이 보다 치열해 질 경우 항만시설의 과잉공급 등 위험한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한국의 경우 화물운송체계의 전근대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전근대성은 물류비 상승에 있어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왜곡된 화물운송시장의 부정적 효과는 2003년 화물연대 파업투쟁을 초래한 바 있다(백두주, 2003a; 2003b; 백두주·윤영삼, 2003).
크게 보면, 정부와 자본의 대노동 전략의 일차적 목적은 항운노조의 독점적 지위(독점적 노무공급권 등)를 해체하는 동시에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의 영향력 증대를 차단하는 것을 전제로 항만하역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반조치들을 배타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판단된다.
3) 노동
⑴ 항운노조: 부산항운노조를 중심으로
부산항운노동조합의 역사를 살펴보면, 1947년 대한노동조합총연맹(대한노총) 산하 지역노동조합인 부산부두노동조합이 설립되었으며, 1953년 부산부두노동조합은 16개 단위노조로 분리되었다가 그 다음해 다시 통합되는 과정을 겪었다. 1961년 군사쿠테타로 정권을 탈취한 군사정권은 계엄포고령 제6호에 의거해 노동조합을 해체하였고 이후 '위로부터 허가된 노동조합'에 한하여 재건이 이루어졌으며 전국부두노동조합 부산지부와 전국운수노동조합 부산지부도 각각 다시 만들어졌다. 1979년에 전국부두노동조합이 전국항만노동조합으로 조직 명칭이 변경된 이후 1980년에 전국항만노동조합과 기존의 전국운수노동조합은 전국항운노동조합으로 통합되었다. 이에 따라 부산에서도 전국항운노동조합 부산지부가 결성되었다. 다음해인 1981년에는 전국항운노동조합이 연맹체제로 전환하였고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소속의 부산항운노동조합이 지역산별노조의 형식으로 결성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부산항운노조는 1981년 설립등기를 필한 후, 직업안정법 제33조의 규정에 의거 노동부장관으로부터 노무공급허가를 획득하여 항만, 철도화물, 보세창고, 어획물, 냉동창고, 농수산물, CY 등 여러 하역분야에 조합원을 공급하고 있다. 부산항운노조의 대사용주 현황을 살펴보면, 항만하역협회(31개 업체), 컨테이너전용부두(4개 업체), 관세협회(16개 업체), 보세창고(64개 업체), 항업협회(21개 업체), 철도 소운송(9개 업체), 수산물(4개 업체), 농산물(7개 업체), 냉동창고(63개 업체) 등 총 223개 업체에 달한다. 총 조합원수는 2002년 3월 현재 연락원 562명을 포함하여 8,669명이다. 부산항운노조의 조직을 보면 현재 항만하역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19개의 연락소와 비항만분야 8개 연락소를 합하여 총 27개 연락소가 있다. 2001년 9,343명의 항만노동자 중 항운노조가 공급하고 있는 조합원은 3,777명이다. 반면 하역업체에 속한 노동자는 5,566명이다.
항운노조는 Closed Shop이므로 항만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합원이어야 한다. 일용직 노동자에 대한 '수급조절' 기능을 항운노조가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조합원들은 '반'(gang) 단위로 작업현장에 투입되며 각 연락소는 보통 10∼20개의 반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반에는 1명의 연락원과 15∼20명의 노동자로 구성된다. 연락소장은 반장을 직접 관할하고 임금은 성과급으로 지불되며 톤당 임금단가는 취급품목, 작업방법, 투입되는 장비의 종류, 노동강도 등에 따라 상이하다. 기본임금 이외에 하역회사에서는 퇴직충당금, 국민연금, 의료보험료, 산재보험료, 교육훈련비, 복리후생비 등을 지급하고 있으며 일당 작업량이 적을 경우에는 최저보장소득도 지급되고 있다(김형태, 1999; 한국해양수산개발원, 2002; 박용욱·목진용, 2002).
각 지역별 항운노조를 대표하는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과 항만하역업체를 대표하는 한국항만하역협회간에는 단체교섭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일종의 '중앙교섭'에 해당된다. 이들간에 체결된 단체협약서의 효력은 각 회원사와 단위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적용된다. 단위항운노동조합과 지방하역협회간에는 임금협정 및 후생복지와 관련된 협정을 체결하게 되며, 이외에 단위항운노조는 개별하역회사와도 필요한 별도의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현재 부산항운노조의 최대 당면과제 및 이와 관련한 전략은 ⑴ 항만노무공급체제개편에 대한 대응전략 ⑵ 신규 및 기존 작업권 확보문제 ⑶ 전국운송하역노조 성장에 따른 조직보호문제 ⑷ 임금 및 후생복지를 보호 또는 향상시키는 문제로 나누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항만노무공급체제개편(상용화) 문제. 이 문제는 항운노조의 존폐와 관련된 문제이다. 정부와 자본은 그 동안 항만노동개혁의 기치 아래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항만노무공급독점권을 지목해 왔다(김형태, 1994a; 1994b; 1995a; 1995b; 방희석·서수완, 2000; 전국경제인연합회, 1997). 그러나 항운노조의 반발로 인해 추진이 계속적으로 정체되다가 IMF경제위기 이후 1998년 2월 규제개혁위원회에서는 항만노무공급체계 개선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했고 그 결과 1999년 11월에 규제완화 차원에서 2004년까지 현재 항운노조원의 75%를 상용근로자로 전환한다는 내용('단계적·선별적 상용화')을 의결했다. 이에 대해 항운노조는 적정수준의 보상을 전제로 '전국 항만 동시 상용화'를 주장하면서 첨예한 입장차이를 보여왔다(한국해양수산개발원 외, 2002). 그러나 2003년 4월 15일 부산항운노조위원장이 부산항만하역협회장에게 '노무공급 노사공동실시'안을 전격적으로 제안하면서 항만노무공급체제개편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고 2003년 7월 19일에는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과 한국항만하역협회가 '노사합의에 의한 노무공급 공동실시'를 전국항만으로 확대 실시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중앙차원에서 '항만노동수급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함에 따라 전국항만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항운노조는 새로운 노무공급시스템으로 미국 서안의 항만노무공급시스템인 고용알선소(Hiring Hall)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모델에 따르면 항만노동자는 관련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소속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간에 체결된 노동협약에 따라 고용알선소를 통해 취업하는 제도이다. 항운노조가 이러한 제안을 한 배경에는 구조적 압력에 대한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즉 구조적 압력에 대한 '주체적 적응'이라는 측면에서 노무공급권의 '전면적 독점'에서 '제한적 독점'으로 선회한 것이다. 정부나 자본 역시 이 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리고 있다. 왜냐하면 노사협의에 의해 적정인원관리가 이루어지면 향후에 기존 정부방침이었던 '단계적·선별적 상용화'추진이 용이해질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둘째, 신규 및 기존 작업권 확보문제. 항만의 기계화·자동화의 경향에 따라 전통적인 단순육체노동을 중심으로 하는 항운노조 조합원들의 작업권확보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기존 작업현장과 신규 작업현장에서 기계화·자동화가 동시에 진행될 것임으로 기존 작업장에서는 과잉노동력 문제가 생겨날 것이고 신규 작업장에서 확보되는 작업권은 절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이중적인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또한 외국자본이 항만하역업에 진출할 경우 노무공급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어 갈등의 소지가 잠복되어 있다. 이에 대한 항운노조의 전략은 신규터미널이 개장될 시 기존 재래부두 노동자들에 대한 실업보상과 재취업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다. 실제로 신감만부두 개장시 항운노조는 약 30억원의 보상금액을 받기로 합의했고 조합추천 상용 인원 및 기준을 제시하여 관철한 바가 있다(부산항운노동조합, 2002). 합의서에 따르면 신호수 48명, C.F.S 12명, 장비(Y/T)기사 27명(3교대시 9명 추가투입), 노무감독 1명을 추천하기로 했다. 항운노조의 조직확대전략은 기존 일용직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점차적으로 장비분야 노동자들로 확대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전국운송하역노조의 성장에 따른 조직보호의 문제. 향후 복수노조의 문제가 해결되면 각 노조간 조직확대전략에 따른 조직간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2000년 신선대·우암부두 파업에서 보여지듯, 당시 복수노조라는 제도적 한계만 극복되었더라면 전국운송하역노조의 조직확대전략은 큰 파급효과를 가질 수 있었다. 따라서 항운노조의 입장에서는 조합원들의 대규모 이탈을 막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항운노조의 경우는 조직내 민주주의가 요원하고 조합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없는 '간부노동조합'(혹은 관료적 노동조합)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밑으로부터의 압력'에 의해 조직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 항운노조로서는 복수노조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최대한 조직확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진행중인 항만하역협회와의 새로운 노무공급체계 협상과정에서 전국운송하역노조를 봉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넷째, 임금 및 후생복지를 보호 또한 향상시키는 문제. 이 문제는 조직내 정당성을 확보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부산항운노조의 임금교섭은 년 1회 개최되며 새로운 하역요율이 고시된 이후 행하게 되는데 IMF경제위기를 전후로 한 약 5년간(1995년∼1999년) 임금인상률이 평균 2.9%에 불과해 조합원들의 불만이 잠재되어 있었다. 전국항운노조연맹은 이와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2001년 9월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정부고시 하역요율 파기선언'을 했다(부산항운노동조합, 2002). 즉 과거 정부가 고시하는 하역요율과 연동하여 책정되었던 임금협상을 파기하고 실질임금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향후 항만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하역요율 압박요인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항운노조가 취한 결과였다(2002년 임금인상률은 전년도 대비 6.58%인상. 1,735,460원→ 1,849,000원).
항운노조는 정부와 여전히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02년 3월 발전노조가 민영화 반대투쟁을 한참 진행하였던 그 시기에 해양수산부 청사에서는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한국항만하역협회 대표와 해양수산부 장관 등 '노사정'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항만 노사정 무쟁의 선언식'을 가졌다. 또한 2003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에도 '비난성명'을 발표함으로써 항만하역분야의 한 축을 담당하는 화물운송노동자들의 고립화 전략에 일조 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2007년 이후 단위사업장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항운노조가 공급하고 있는 노동력이 궁극적으로 '상용화' 방향으로 나간다면 항운노조의 독점적 지위는 상당부분 침식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정부와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에 따라 고용불안정까지 한층 높아진다면 조직의 위기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이럴 경우 항운노조는 '위로부터(국가와 자본)의 압력'과 '밑으로부터(조합원)의 압력', '옆으로부터(전국운송하역노조)의 압력'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정부와 자본은 '선택의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즉 국가와 자본의 전략적 선택은 새로운 노사관계로의 이행과 관련한 '전환의 비용'(transitional cost)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항운노조에 대한 '유지비용'과 전국운송하역노조에 대한 '지불비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있다.
⑵ 전국운송하역노조
전국운송하역노동의 조직변천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1988년 9월 12일, 14개 노동조합 2,600명 조합원으로 전국화물운송노동조합연맹이 설립되었다. 1999년 2월 20일에는 14개 사업장의 발기로 산별노조인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을 설립했고, 2001년 2월에는 전국화물운송노동조합연맹과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 통합지도부가 발족하기에 이른다. 2002년 10월에는 비정규직 조직화의 결과물인 화물운송특수고용직연대(준조합원 조직)를 출범시키면서 2003년에 대규모 조직적 동원화를 바탕으로 사상 초유의 물류마비사태를 초래한 2차례 파업을 전개한바 있다. 지부현황 및 조합원 수의 추이는 다음 <표8>과 같다.
<표8> 지부 현황 및 조합원 수(1996년∼2002년)
(단위: 개/명)
주1) 2003년 현재 화물연대 인원은 제외했음
주2) (b)/(a)(지부당 평균 조합원수) 수치에서 소수점 이하는 생략
주3) 1999년에 조합원 수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AAS지부가 가입했기 때문(1,084명)
출처: 전국화물운송연맹, 전국운송하역노조 각년도 정기대의원대회 자료집
전국운송하역노조의 조직체계는 본조-지역본부-지부-분회로 짜여져 있고 지역본부는 부경지역본부와 경인지역본부가 있다. 2003년 현재 전국운송하역노조는 30개 지부에 총 3,696명의 조합원이 소속되어 있으며 산별노조로 전환한 1999년까지 지부수와 조합원수는 비교적 성장추세에 있었으나 그 이후에는 지부수와 조합원 수 모두 진동폭이 크다. 이는 신규조직과 해산조직의 수와 관련성이 있다. 최근 6년간(1998년∼2003년) 동안 신규조직은 46개이며, 해산·사고조직은 33개이다. 특히 2002년에는 11개 조직이 해산·사고조직으로 나타나고 있고 설립 당해 해산된 조직도 10여개에 달한다. 위와 같은 수치가 함의하는 바는 조직사업에 있어 불안정성이 심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신규조직 및 해산조직을 규모별로 살펴보면, 대부분 50인 이하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설립 당해 해산된 조직의 전부는 50인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부현황을 규모별로 살펴보면 100인 이하 지부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2003년 현재 22개 지부). 5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은 AAS(1,178명), (주)동방(669명)이다. AAS와 (주)동방의 조합원 수(1,847명)는 전체 조합원의 50%를 차지한다. 나아가 300인 이상의 4개 사업장(AAS, 동방, KCTC, 세방)의 조합원 수는 2,680명으로 전체 조합원 수의 72.5%를 차지하고 있다. 1996년 이후 지부(산별노조 전환 이전의 기업별노동조합) 수의 증감을 결정하는 사업장 규모는 대부분 100인 이하의 사업장, 특히 50인 이하의 사업장들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의 전략은 명실상부한 산별조직을 바탕으로 기존 민주노조의 무풍지대였던 항만노사관계에 주도적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다. 국가와 자본 그리고 항운노조는 항만분야에서 전국운송하역노조의 성장을 저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항운노조의 경우 국가·자본과는 사안별로 '표면적 갈등' 정도는 나타날 수 있지만 '실질적인 대립관계'로까지는 나아가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전국운송하역노조에 대한 전략에서는 국가·자본과 공조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의 경우는 국가·자본·항운노조에 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입체적 과제가 앞에 놓여진 셈이 된다.
1999년과 2000년에는 전국화물운송노동조합연맹의 사업계획을 산별조직인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이 관철시켜내는 형태를 띠었다. 그러나 2001년부터는 독자적인 전략적 과제 설정과 분야별 추진과제를 선정하는 등 내용을 풍부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2년 사업계획부터는 '전략적 과제'와 '부서별(분야별) 과제'의 틀을 구성하여 체계화하였다. 2002년부터는 산별노조의 형식적 완성과 더불어 실질적 내용을 채워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교섭방식의 다각화, 통일적 요구의 선정, 교섭지원체계의 구축 등이 모색되고 있고 또한 '산별적 조직'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미조직-비정규노동자의 조직화사업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 결과 2002년에 화물연대를 발족시켰고 2003년에는 위력적인 투쟁을 전개한 바가 있다. 또한 복수노조시대에 대비한 항만분야로의 조직화사업도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1999년 2월 산별노조인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이 출범한 이후 산별노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 다각도로 진행되어 왔다. 특히 장기적인 조직발전의 전략을 '운수산별노조'로 설정함으로써 조직역량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철도, 지하철, 화물, 택시, 버스, 항공을 망라하는 '명실상부한' 운수산별노조의 추진전략을 본격화 할 예정이다.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의 임단투 기본전략은 '공동요구-공동교섭-공동투쟁'을 축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요구-교섭-투쟁-타결의 시기집중'을 관철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안정화되어 있지는 않다. 또한 요구안에 있어서 지부의 현안문제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의 요구안을 동시에 제시함으로써 '사회적 요구'에 대한 투쟁의 상을 정립해 나가고 있긴 하나 관철정도는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와 같은 임단투 기본전략은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이 느슨하게 연결된 단사별 연합조직이 아니라 '하나의 노동조합'(산별노조의 실질화)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전국운송하역노조의 경우 현재 '기업별 노조체제'의 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산별노조의 실질화는 형식적 조직전환의 문제와 함께 조직에 산별적 내용을 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은 '기업별노조의 내용+ 산별노조 형식'이라는 '과도기적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산별노조의 내용+산별노조 형식'의 강화라는 '산별노조 체제'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별노조체제'→ '과도기적 체제'→ '산별노조 체제'로의 이행은 단순히 '시간'(진화론적 발전)의 문제는 아니다. 결국 조직 내·외적 도전에 대한 주체적 역량의 문제가 핵심적 관건이 될 것이다.
5. 결론
현재 전세계적으로 위력을 떨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분야별 노사관계를 규정하는 외적조건이다. 1970년대 이후 계속되고 있는 축적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자본간 경쟁은 심화되고 있고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의 압박으로 날로 높아지고 있다. 자본의 재구조화는 노동의 재구조화를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따른 자본의 재구조화와 국가의 역할변화는 노동에 대한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노동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대외적 환경변화의 구체적 실현양태는 주체들의 전략적 대응이 상호 교차하는 과정에서 굴절·변형된다. 문제는 굴절의 정도와 변형의 방향은 주체들의 계급역량(class capacity)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요약하자면, 항만산업의 구조적 변동에 따라 향후 몇 년간 항만노사관계는 급변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방향은 어느 일방적 성격으로 예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체들의 전략적 대응에 기초한 상호작용(계급투쟁)의 결과를 반영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항만노사관계를 둘러싼 환경변화, 항만노사관계의 특성과 변화, 각 주체들의 전략(대응)을 검토해 보았다. 그러나 이를 바탕으로 하나의 전망을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이 글의 목적 중 하나는 항만노사관계 변화의 내용과 특성, 그리고 이를 추동하는 원인과 주체들의 전략 등을 '탐색'함으로써 향후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단초를 마련하는 것이다. 항만노사관계의 중요성에 비해 이 분야의 연구성과물은 매우 미비한 상태이다. 그나마 최근의 변화상황을 전제로 한 연구결과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앞으로 항만노사관계의 세부주제별로 밀도 있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전체적인 조망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엄밀하고 분석적인 개념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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