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 산책 28. 통영의 옛 나루터②

[여 재]

■ 향토사 산책-28.            통영의 옛 나루터 ②             

                                                                                                                   艅齋  金 一龍

                                                                             <한산신문> 2013. 3. 23. 연재  

  지금으로부터 약 4백여년전인 임진왜란 직후의 1604년(선조 37), 조선의 삼도수군통제영이 옛 이 고장 두룡포(頭龍浦, 현 통영시가지)로 옮겨 올 때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북쪽 내륙의 고성에서 두룡포로 들어오는 육로가 없어 나룻배를 타고 북신만(北新灣)을 건너 다녔다고 했다.

  즉 지금의 원문(轅門)고개 밖 마구산(馬廐山) 아래의 해안에서 나룻배를 타고 통영위생운영사업소(분료처리장)가 있는 굴리포끝(屈螭浦末. 속칭 구루지끝)으로 건너와 다시 명정동의 고갯길을 넘어 왔었다. 그리고 통제영을 설치한 수십년 후에야 비로소 원문에서 무전동과 북신동의 북쪽으로 통하는 길을 내어 나루를 건너는 폐단이 없게 되었다고 한다.

  명정동 고갯마루에는 당시 두룡포 영문 입구의 이정표로 세운 돌벅수(石人)가 지금도 남아 전해지고 있다. 원래 서낭당 돌탑과 함께 2기의 벅수가 길 양편에서 서로 마주보고 서있었으나, 1970년대의 도로확장공사 때에 할멈을 잃고 할배만 길섶 언덕 위로 옮겨졌다. 그러자 할배벅수는 지나가는 악동들이 던지는 돌팔매질의 표적이 되어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래 필자의 중매로 주변을 단장하고 예쁜 각시를 얻어 새 장가를 들게 되었으며, 이후 발굴된 할멈은 안타깝게도 머리가 없어 영감 곁에 가지 못하고 애처롭게 뒤에 서있다.

 한편 당동과 미수동을 잇는 충무교(忠武橋) 아래의 옛 ‘판데목’에도 나루가 있었다. 통영의 육지 끝과 미륵도 사이의 가장 협소한 수로였다. 옛날 ‘폰데 나무다리’라 불린 굴량교(掘梁橋)가 있었으나, 항시 위험하고 불편하여 여기를 메워서 육로로 잇기도 했다. 그럴 때면 인근 마을에 전염병이 창궐하여 다시 물길을 트고, 또 메우기를 수없이 반복했던 나루터였다.  

  그 서쪽 통영대교(統營大橋) 아래의 ‘송장나리선끄터머리’ 또한 옛 인평동의 ‘한실’과 미수동의 ‘미오지’ 마을을 잇던 나루가 있었다. 겨울철 서풍(西風. 갈바람)에 송장(시체)이 항시 떠밀리어 오던 나루였으며, 임진왜란 당시 이충무공의 출진을 전송한 나루 즉 송장진(送將津)에서 유래되었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예로부터 큰 나루터에는 거룻배뿐만 아니라, 장삿배도 드나들었다. 나루터 주변에는 일종의 임시로 들어서는 시장이라 할 수 있는 난전(亂廛)이 형성되기도 했다. 어물전(고기전), 나무전, 옹기전 그리고 기타 잡화전 등이었다. 그 품목도 실로 다양하여 나무전만 하더라도 ‘장작’, ‘갈비’, ‘솔케이’, ‘잔솔케이’, ‘솔밤싱이’, ‘겡이’, ‘물구리’, ‘껄티이’, ‘자장카리’, ‘모장카리’ 등이 있었다.

  이러한 대표적인 옛 나루터가 지금의 서호동과 도천동의 경계를 이루는 서호만 해안의 ‘서드레나리선머리’(西橋里津頭)였다. 서호동의 ‘새터’가 매축되기 이전, 바닷가 해안이 명정동 아래까지 깊숙이 들어가 있던 아주 옛적의 일이다. 이곳 나루터에는 주로 하동(河東)의 큰 장삿배가 닿았으며, 온갖 잡화를 싣고 와서는 도산매를 했다. 특히 옹기전과 나무전이 성시를 이루었다.

  원래 하동은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지역에 있어 영호남의 문물이 집산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물건들은 서민을 위해 대량으로 만든 저급품, 즉 장터에 내다 팔기 위한 속칭 ‘장내기’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래서 ‘하동장배’로 싣고 온 물건들을 ‘하동장내기농’(장롱)’, ‘하동옹구’(옹기) 등으로 각기 ‘하동’ 지명을 따서 일컬었다. 광복 직후까지도 서호동의 ‘해방다리(解放橋)’ 곁에는 옛 옹기전과 나무전이 즐비했었다.

  이는 옛 통제영 창건 이래 고성, 거제 등의 인근지역은 물론 멀리 여수, 하동, 남해, 사천 등지를 통해 영호남의 다양한 문물이 통영으로 끊임없이 유입되었으며, 결국 오늘날의 ‘통영문화’를 이루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근세 1960년대 이후의 나룻배는 대부분 동력선으로 바뀌었다. 서호동의 옛 ‘새터시장’과 봉평동의 ‘해평(海坪. 해핑이)’ 마을을 오가던 도선(渡船)이 있었다. 기계소리가 “택택...”거리며 귓전을 울린다고 하여 속칭 ‘해피이택택이’로 불렸다.

  주로 아적재자의 장꾼들과 학생들이 이용했다. 물살이 튀겨 오르는 난간 없는 뱃전에 걸터앉아 싱그러운 갯바람을 쏘이며, 통영항 주변의 산천과 시가지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바다를 가르는 뱃길이 싱그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다가 중학교 앞 ‘해피이’ 해안에 이를 쯤 이면, 배추와 무를 심은 농경지의 거름에서 나는 역겨운 분뇨냄새로 인해 이를 속칭 ‘해피이 똥바람’이라 했다.

  한편 통영 시가지에서 가장 최근까지 남아있던 나루는 통영항 강구(江口) 입구의 항남동 동충(東忠) 해안과 동호동 남망산(南望山) 기슭의 옛 해송정(海松亭. 해송징이) 해안을 잇는 ‘동충끝나리선머리’였다. 

  나룻배는 겨우 6～7명이 탈수 있는 작은 전마선이었으며, 약 120ｍ의 물길을 대략 5분간 노를 저어 건넜던 ‘남망산도선’은 1980년대 중반까지 운항했었다.

  옛 통제영의 강구안은 전선(판옥선)과 거북선이 항시 정박하는 군항이었기에 이곳 나루터는 엄격히 통제되었다. 양쪽 해안에는 큰 장대에 쇠사슬을 역어 만든 파수수책(把守水柵)이 각각 설치되어 있었으며, 수군과 사공이 각각 2명씩 지켰다.

  그리고 세병관 앞의 망일루(望日樓. 종각)에서 울리는 인정과 파루의 종소리에 맞추어 통영성 4대문과 함께 이 수책을 열고 닫았으니 그 역사적 유래가 꽤 오래임을 알 수 있다. 

  이제 시대는 변하여 바닷길에는 쾌속선이 빠르게 내달리고, 가까운 거리의 옛 나루터에는 대부분 다리가 놓였다. 옛 사람들의 애환이 서린 나루터도, 그 주변의 시끌벅적했던 난전도 이젠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생활의 풍속도가 함께 달라진지도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빠른 교통수단으로 바뀌기 마련이긴 하지만, 바닷길의 쾌속선과 연이어진 다리 위를 질주하는 자동차의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이는 풍경은 저만치 아련하기만 하다. 이렇게 우리는 오히려 자연과 이웃과도 점차 멀어져만 가는 가 싶다. 

옛 원문 해안과 북신만의 나루터(명정동 구루지끝)

명정동 고갯마루의 돌벅수(石人)

옛 ‘폰데 나무다리’와 나룻배(1900년대)

[삼도수군통제사]

아!~해피똥바람이 그런거였군요....ㅎ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사나이]

비료가 없던시절 분뇨로 농사를 짓을때....
어릴때 시내 항남동에서는 똥을 사고 팔고 하는것을 보았는데
한 장군에 주인은5원 달라고하고 사는이는 3원 준다고하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본적이 있는데
그 해피 바람을 타고 그 냄새가 바로 그 냄새였구나 잘보았씀니다

[하얀공주]

잊혀지고 사라져만 가는 엣자취를 관장님을 통하여 새롭게 접하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