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SBS 금토드라마 ‘펜트하우스2’가 막을 내렸다. 지난 1월 5일 일단 막을 내린 ‘펜트하우스’가 21부작이었던데 비해 13부작으로 끝난 ‘펜트하우스2’다. 그렇다고 4월 3일 토요일 후속 금토드라마 ‘모범택시’가 바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시즌 1편때 그랬듯 그 시간에 ‘히든룸: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방송해서다.
우선 ‘펜트하우스’는 달포만에 시즌2를 방송했다. 6월 4일부터 ‘펜트하우스3’ 방송도 예정된 상태다. 예정대로 ‘펜트하우스3’가 전파를 타면 이렇듯 두 달 안팎으로 시리즈 2~3편이 연달아 방송되는 건 내가 알기로 지상파와 케이블 등을 통틀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시즌제 드라마의 새로운 기록을 쓴 ‘펜트하우스’라 할만하다.
그런 일이 가능한 건, 시즌 1편을 논한 글에서도 잠깐 말했듯높은 인기 덕분이다. ‘펜트하우스2’는 1회 1부 16.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같음.)로 시작, 최종회 시청률 25.8%를 찍었다. 최고시청률은 29.2%(12회 2부)다. 수도권만 따로 들여다 보면 30.6%의 최고시청률이다. 30%대 드라마로 우뚝 솟은 기록이다. 평균 시청률은 22.2%다.
1편과 비교해보면 여전한 인기몰이 드라마임을 알 수 있다. 최종회 시청률만 1편의 28.8%에 미치지 못할 뿐 모든 수치는 윗길이다. 예컨대 1회 1부 6.7%, 최고시청률은 29.2%다. 평균 시청률은 16.4%다. 특히 2편의 1회 1부 시청률이 1편보다 거의 3배로 나타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펜트하우스2’ 방송을 기다려왔는지 알게해주는 단적인 증거라 할 수 있다.
2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한 것도 그 점을 말해준다. 이는 최고시청률 38.8%를 찍는 등 대박이 된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2.24.~4.14)가 3회 만에 돌파한 20%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물론 1회 1부부터 20%대로 출발한 ‘오케이 광자매’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30% 안팎의 시청률을 보장받는 KBS 2TV 주말극이란 점에서 사정이 다르다. ‘펜트하우스2’가 여전한 인기몰이 드라마라 해도 무방한 이유다.
‘펜트하우스2’의 여전한 인기몰이를 보면서 떠오르는 건 엉뚱하게도 오퇴르(auteur)다. 오퇴르란 각본 집필과 연출을 동시에 하면서 자기 소신에 따라 영화 만드는 감독을 말한다. 그들은 제작사 등 누구로부터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영화를 만든다. ‘펜트하우스2’의 경우 작가와 연출이 엄연히 다르지만, 회당 편성시간 70분을 멋대로 늘려(1편의 1~2회, 2편의 13회) 그대로 방송하고 있으니 그럴만하지 않은가!
흥미로운 건 시청자 연령대다. “요즘 10~30대 누가 TV로 ‘본방사수’를 하냐는 것도 편견이다. ‘펜트하우스’ 10~30대 평균 시청률은 10.6%로 KBS 2TV 주말극 ‘오케이 광자매’의 4.7%보다 2배 이상 높은 것”(한국일보, 2021.3.26.)으로 나타나서다. 이는 한국일보가 TNMS에 의뢰해 ‘펜트하우스2’(1~8회)와 ‘오케이 광자매’(1~2회) 성ㆍ연령별 시청률을 조사한 결과다.
‘펜트하우스2’는 1편에서 2년쯤 지난 이야기다.오윤희(유진)와 하윤철(윤종훈)이 위장부부가 되어 미국에서 돌아오고, 주단태(엄기준)는 서진의 청아그룹을 먹으려 하는 등 더 악랄해진 모습이다. 1편에서 ‘병약섹시’란 별명을 얻은 윤철이 터프가이에 이어 배신의 아이콘으로 변하고, 변호사였던 이규진(봉태규)은 국회의원이 되어 있기도 하다.
천서진(김소연)이 단태에게 폭행ㆍ감금까지 당하고 윤희에겐 무릎을 꿇는 모습도 달라진 내용이다. 단태 못지 않은 악인인데도 짠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변신이다. 하은별(최예빈)의 배로나(김현수)살인 미수라든가 유제니(진지희)에 대한 음식고문 따위 왕따며 학폭 등 10대들 출연 비중이 커진 것도 2편의 특징이다.
그뿐이 아니다 계단에서 죽어가는 아버지를 그냥 두고 온 서진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은별 스마트폰에서 본 주석경(한지현)이 청아예술제 대상을 달라며 협박하는 등 상상조차 안 되는 일들이 펼쳐진다. 특히 10대 여고생이라는 점에서 석경의 협박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1편 종영과 함께 가장 궁금해 한 이지아(심수련ㆍ나애교 역)는 6회 마지막 장면에서야 등장한다.
그러나 수련이 김순옥 작가의 전작 ‘아내의 유혹’에서처럼 점 하나 찍고 돌아온 건 아니다. 보는 동안 어수선하고 다소 헷갈리게 한 쌍둥이 설정을 통해서다. 1편에서 단태가 칼로 찔러 죽인 게 수련이 아니라 주석훈(김영대)ㆍ석경의 생모인 애교로 밝혀진 것이다. 은별에 의해 죽은 로나도 살아 있다. 사실은 단태가 살해범이고, 수련이 살려낸 것으로 드러난다.
이렇듯 ‘펜트하우스’ 시리즈는 무슨 사건이 터지면 거기서 그치고 끝나는 게 아니다. 그 사건 이면 이야기를 다시 풀어내는 식으로 전개돼 죽은 사람도 살아 돌아오곤 한다. 로건리(박은석)가 폭발에 휩싸이는 장면으로 2편이 끝나고, 3편에서 그 이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증을 갖게 하는 식이다. 시청자를 유인하는 아주 영리한 전략이라 할까.
아무튼 다시 돌아온 수련에 의해서 단태가 무기징역을 선고받는 등 모든 악인들이 죗값을 치른다. 법정에서조차 그들은 막장 달인들 같다. 이런저런 콘텐츠의 어느 법정에서도 본 적 없는 막장스러운 범죄자들 모습이다. 결국 수련만 착한 사람으로 남는 2편의 엔딩이다. 특히 수련이 로나를 구해낸 건 설아를 죽인 윤희와 대비된다.
1편에서 이미 얘기한 내용과 겹치지 않게 하려 하지만, 끝내 설아 죽인 범인이 오윤희로 확정된 건 좀 유감스럽다. 소위 부유층 막장 드라마에 쥐뿔도 없는 서민이 끼어든 셈이라 썩 어울리지 않는 설정으로 보여서다. 선악의 경계마저 허물어버린, 그야말로 ‘막장열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펜트하우스’로 남게 되어서다.
막장 논란과 별도로 따져볼 것도 있다. 먼저 제28회청아예술제 시상식이 이상하다. 은상 다음 금상은 없는지 바로 대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어서다. 수상자 발표에서 ‘성악부문’이라 해야 할 것을 ‘성악부분’이라 한 것도 명백한 오류다. ‘꾸꾸치’(꿋꿋이→꾸꾸시, 9회)나 ‘창꼬’(‘창고’, 11회)처럼 발음상 잘못과는 또 다른 문제다.
다소 뜬금없는 장면들도 있다. 가령 단태ㆍ규진ㆍ윤철이 포커 도박을 하는 것도 그렇지만, 거기에 강마리(신은경)가 딜러로 나서는 건 시청자들을 어리둥절케 하는 장면이다. 보다 막장스럽게 하려는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고상아(윤주희)가 주방에 있는데, 규진과 마리가 거실 소파에서 키스하는 것도 좀 아니지 싶다.
윤철과 윤희가 헬기를 타고 서진 약혼식장에 나타난 건 일종의 팬서비스로 보인다. 그런데 그런 1회 끝장면이 2회 첫화면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일부러 그리 한 듯한데, 몰입감을 해친다는 점에서 좀 불만스럽다. 단, 약혼식 전 날 등 일부러 변죽을 올리는 장면 연출은 비단 ‘펜트하우스2’뿐 아니라 다른 드라마에서 드러난 문제이기도 하다.
아무리 반전의 귀재로 인정한다하더라도 글쎄, 양집사(김로사)의 “주단태는 내 남자야. 누구한테도 안 뺏겨”하는 황당한 사건은 어떻게 봐야할지 난감하다. 민설아 생몰연대(2005~2019)도 의아하다. 14살이면 중1인데, 그 나이로 중3들을 가르쳤단 것인가? 또 ‘최연소국제콩쿠르 수상’으로 로나의 청아예고 재입학이 이루어지는데, 그쯤이면 방송은 몰라도 신문 정도에는 기사가 났어야 하지 않나?
‘펜트하우스2’의 가장 큰 문제는 악인들 모두 자식을 위해선 못할 짓이 없다는 인식과 실천으로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는 점이다. 오히려 세속적 탐욕으로 인한 악행이 부각된 단태만 거기서 조금 비켜있을 뿐이다. 과연 그런가. 아니 그래도 되는 걸까? 모든 부모와 자식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는, 이를테면 주제의식조차 막장인 ‘펜트하우스2’인 셈이다.
한편 드라마에서처럼 이지아가 중간에 출연한 ‘히든룸: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촬영중 숨은 이야기 등 시청자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안겨주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장안에 일고 있는 막장 논란은 쏙 뺀 채 쓸데없는 미니 시상식 따위 아쉬움을 남긴다. 웃으며 재미있자고 한 것이겠지만, 가령 ‘천인공노상’을 수상한 엄기준 표정이 보통 수상자같이 환하게 웃으며 기뻐하는 게 아닌 그런 시상식이어서다.
<전북연합신문(2021.4.7.)에 실린 글의 원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