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와,
해가 꼴깍 넘어간다.
진현찬 선생님, 김민영 선생님네 이층 베란다에 앉아
향긋한 커피 한 잔 하며 지는 해를 본다.
손톱만한 해가 산마루에 걸려 있으니
아, 세월이 흘러흘러
오늘이 간다.
여러 달 걸려 손수 지은 집,
그 집을 들어갈 때는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은진향교 홍살문을 지난다.
너른 마당에는 알뜰하게 가꾼 배추, 무우가 파릇파릇 뽐내고 있고
과실나무 수 십 그루가 의연히 서있다.
멋지게 큰 반송 소나무가 한층 마당을 빛내고있다.
장인 어른께서 만들어준 빨간 파라솔 탁자가 사람을 부르고 있다.
거기에 앉아 나누는 정, 살아가는 이야기는
풍성하고 따뜻하고 살맛나는 인생을 보장해주겠지.
몇 년 후 나무사이로 사람들이 오가며 옛날 집지을 때 이야기를 수놓겠지.
집 안은 또 어떤가
오밀조밀 손길이 닿아 이야기가 숨어있고
하나하나 되살아나 따뜻한 삶이 펼쳐지네.
거실에서 구들방을 덥히려고 나무 때는 나무꾼도 보이고 .
덥혀진 방에서 새삶을 가꾸어가는 선녀도 보이네.
십자가 고상 아래에서 펼쳐지는
진현찬 김민영의 아름다운 삶이야기가 새록새록 궁금하고
마냥 퍼질러 앉아 듣고만싶다.
새벽을 살며 일할거리가 기다리고
주말에 하늘땅을 벗삼아 땀흘려 일하니
가을밤 별이 새삼 다가오고 달님이 환한 쟁반으로 반기니
아침마다 대나무숲을 찾아드는 온갖 새소리,
남쪽 해가 가득 쏟아 내리붓은 마당,
집 둘레 감나무에 다닥다닥 매달려있는 빨간 감이 그대로 낮별되어 떴으니
아, 살맛나는 자리구나.
여기가 본래 살아갈 고향인 걸 이제야 알겠구나.
아들 한빛이 말이, 여기 와서 사니 아주 좋다고 하는 걸 보면
그걸 알겠다.
4키로 떨어진 탑정저수지로 간다.
한 눈에 저수지가 탁 트여 보이는 골목가든,
대둔산 정기가 흘러흘러 여기 저수지로 모이니
바라보는 우리 마음이 편안해진다.
수십년 고목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우릴 반긴다.
아, 풍성한 가을이로다.
서리 맞을 때까지 기다려야 감이 제맛을 낸다고 하네.
짭조름한 메기매운탕에 산사춘 곁들이니
온 몸이 짜르르, 한다.
가을 맑은 날, 우리가 만나고 기운을 나누니
아, 좋다.
산을 만나고 흙을 디디고 열린 하늘을 마시며
땀흘려 일하며 살아가는 시골집 주인
진현찬 김민영 선생님이 행복해 보였다.
쉬는 주말없이 삶터를 멋지게 가꾸며
살맛나는 새삶을 어찌 일구어갈까.
다음에 어떤 이야기 보따리를 펼칠까,
자꾸 궁금해진다.
향교 옆
서로 생겨난 은진까페에서 해넘이를 보며
마시는 커피맛이란?
기막히게 맛있다.
첫댓글 얼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