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사랑만이 문제아를 바로잡을 수 있다.’ 가출을 일삼던, 갈데없는 문제아가 한 교사의 ‘제자바로세우기’로 학급석차가 40등이나 오르고 반장으로도 뽑히는등 모범생으로 탈바꿈했다. 중·고등학생들의 탈선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요즈음, 한 교사의 헌신적인 제자사랑이 우리 교단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서울 신정여상 3년 徐鎭京(서진경.17·서울 양천구 신정7동)양. 95년 1학년때의 徐양은 “부모도 어쩌지 못하는 대책없는 아이”였다. 3회의 무단가출, 28회의 무단결석, 4회의 조퇴…. 성적도 전교 7백58명중 7백47등(학급석차 58명중 55등)으로 꼴찌를 면치 못했다.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냥 학교에 가기가 싫어서 거리를 배회하다보니 문제아로 낙인찍혔고, 학교생활에도 흥미를 잃게 됐어요.”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들에게까지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徐양을 이처럼 거듭나게 한 것은 2학년때의 담임 金昌鶴(김창학·39·상업)교사. 金교사는 지난해 3월 2학년8반의 담임을 맡는 즉시 徐양의 신상을 파악하고 고심끝에 徐양에게 반장선거가 있을 때까지 임시반장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개학 첫날 진경이가 머리를 빨갛게 염색한 채 앉아있길래 지우라고 했어요. 다음날 보니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지만 지우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문제아지만 관심을 쏟으면 바로 잡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徐양은 金교사의 배려속에 1주일후 실시된 반장선거에서 1학년때 반장을 지낸 ‘모범생’을 제치고 80여%의 지지로 당선, 학교생활의 일대 전환점을 맞을 수 있었다.
“선생님이 임시반장을 맡길 때만해도 ‘내가 문제아여서 그런가보다’ 하는 불편한 심정이었는데, 막상 정식반장으로 선출되자 고마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눈물부터 쏟아졌어요.” 반장이 된후 徐양은 우선 집근처의 독서실부터 찾았다. ‘꼴찌반장’으로서는 “친구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을 것같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방과후 밤늦게까지 독서실에 앉아 공부에 매달린끝에 2학년 첫 중간고사에서 얻은 성적은 반에서 17등. 꼴찌에서 일거에 상위권으로 뛰어오른 성적은 徐양 자신뿐 아니라 급우들에게까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남들보다 월등하지는 못해도 노력한만큼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확신은 가지게 됐어요. D공전 전자계산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徐양은 3학년1학기까지 3학기동안 내리 반장을 맡으면서 2학년 학급석차 18등, 3학년 1학기 학급석차 14등을 기록했다.
2학년 때의 담임 金씨는 지난 6월 徐양의 이야기를 정리해 교육부 주최 ‘교육체험수기 현상’에 공모, 11명의 본상(우수작)수상자중 한사람으로 선정된바 있다. <金永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