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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음 소리와 내가 하나되는 무대 위의완벽한 희열
의 가장 큰 힘은 피아노를 칠 때 느끼는 완벽한 즐거움과 긴장감, 그리고 그것을 본능적으로 드러내고 싶어하는 욕구에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 욕구가 다행히도 듣는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는 편인 것 같구요.” 무대 위에서 분출하는 자신의 열정에 대해 말간 얼굴로 이야기하는 손열음. 그녀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차이코프스키 청소년 국제콩쿠르 최연소 2위 입상을 비롯, 세계 유수의 대회에서 최연소 수상자로 입상한 경이로운 경력의 피아니스트다. 그러나 고백컨대 화장기 하나 없이 맑게 웃는 얼굴이 너무도 앳되어 천재에게 가질 법한 범인으로서의 이질감은 느낄 새도 없이 함께 웃고 말았다. 만 16세의 나이로 한국예술종합 학교 영재로 수석 입학할 때부터 주목을 받아온 최고의 차세대 피아니스트, 손열음. 그런 그녀의 방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연주용 그랜드 피아노로 이름 높은 오래된 뵈젠도르프였다. 금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는 그녀의 피아노는 박성용 금호아시아나 그룹 명예회장이 선물한 것으로, 새 피아노를 마다할 정도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애기(愛器)다. 약간 낡은 듯한 뵈젠도르프를 처음 보는 순간, 피아노의 명품이라는 스타인웨이보다 더 정감있게 느껴졌고 그 낡음 속에 묻어나는 세월이 못내 탐났다는 그녀. 집의 무게 중심 같은 그 피아노 앞에서 손열음은 순식간에 예비 거장의 면모를 드러냈다. “제 연주의 장점이요? 제가 평가하는 건 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요. 오히려 청중의 평가가 더 진실한 법이니까요.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연주는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나도 무언가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재능에 대해 묻자 그녀는, 다만 무대를 준비할 때만큼 흥분되는 순간이 없고 무대에 올라선 순간보다 만족스러운 순간이 없을 뿐, 나머지는 모두 함께 느껴주는 관중의 몫이라 말한다. 연주 중에는 손가락 하나 하나가 팽팽히 뻗어 있는 촉수. 음(音)과 하나가 되어 나를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는 순간, 무아지경에 빠진 손이 머리보다 먼저 건반 위를 장악한다. 아직은 악보보다 감정이 앞설 때가 많아 정교함이 모자라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등 기대고 들을 수 없도록 관중을 압도하는 흡인력은 분명 그녀를 천재라 일컫는 충분한 이유다. 그런 그도 가끔은 어릴 때부터 주목받아온 사람으로서 주위의 시선에 적잖은 부담감을 느낀다. 네 살 때부터 ‘절대음감’이라는 극찬을 들으며 자라왔기에 하나씩 상을 탈 때마다 자연스럽게 불어나는 기대 때문. 그러나 그 무게에 지지 않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유난히 긴장 없이 피아노를 즐기는 낙천적인 성격과 그리고 자신의 길에 대한 확고한 믿음 때문이었다. “음악을 선택한 이유요? 선택이라기보다 음악은 그냥 하나님이 제게 예비해 놓으신 길이라 생각해요. 그게 하나님이 저를 만드신 이유라 생각하구요.” 라며 조금의 의심도 없이 음악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라 말한다. 진중한 눈빛이 나이를 잊게 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녀는 또, 친구에게서 온 전화를 받으며 금세 다시 평범한 또래의 웃음을 보인다. “어릴 때부터 무대 체질인 것 같아요.” 라던 야심찬 표정이 어디 갔나 싶더니, “말이 많은 편인데 인터뷰는 이상하게 좀 어려워요.”라고 살짝 다가와 소근대기도 한다. 좋아하는 음악가를 묻자 주저없이 모차르트를 외치며 더할 수도, 뺄 수도 없는 최고의 음악가라며 열변을 토하는 그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앞두고 있는 이 유망한 피아니스트는 그렇게 능숙한 화려함보다 순수한 당참으로 제 이름을 각인시켰다. 자신의 음악이 추구하는 것은 ‘감동’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모든 감정. 테크닉의 완성이라던가 음악적인 해탈이라는 것은, 적어도 그녀에게는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다. 다만 모자람을 채워 앞으로 나아갈 뿐, 그리고 사랑해 마지않는 모차르트의 연주처럼 나와 관객이 함께 느끼는 천국의 소리를 위해 노력할 뿐이다.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내가 되고 싶다는 그녀의 이름은 열음. ‘열다’라는 뜻의 그 이름이 앞으로 마주칠 숱한 문들 앞에서 주저없이 손잡이를 돌릴 수 있는 힘이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