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메모리가 잘못되어 사진이 다 날아가 버렸습니다...쩝...
지난 주말에 연천으로 지인들과 함께 나들이를 갔었습니다.
대하철이라, 대하구이를 중심으로, 꽃게가 풍년이라 꽃게찌게, 찜, 그리고 키조게 관자 버터구이, 돼지 목살 바베큐, 전어구이
이렇게 많은 종류의 요리를 해 보겠다고 작정을 하고, 지인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저희 부부까지 합쳐서 총 7인이 되더군요.
총 7인에 개한마리와 함께 연천 나들이를 떠났습니다.
11시에 노량진 수산시장에 모여, 장을 대충 보았습니다.
대하는 키로에 1만3천원 정도하니 키로당 30~40마리짜리들로 살 수 있더군요.(죽은넘....)
꽃게는 암놈으로 키로당 1만2천원에 샀습니다.
키조게가 중국에서 수입이 안되어서 가격이 많이 올랐더군요. 껍질없이 발라논걸로 만원어치 한줄을 구입했습니다.
전어는 25마리씩 판다는걸 5마리만 달라고 땡강을 부려 2천원에 구입했습니다.
원래 돼지고기를 전날 구입하여 럽을 해서 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직장에서 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당일 1키로를 구입하였습니다.
연천에 도착해서 유명한 재인폭포에 처음으로 들렀습니다.
오면서 점심을 먹은지라 도착하니 3시반쯤 되었더군요.
갈수기라 폭포는 없었지만, 기암절벽을 배경으로 정말 멋지더군요. 한탄강과 만나는 지점의 풍광도 예술이었습니다.
사진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아쉽네요.
단풍놀이라고 갔는데, 단풍을 그닥 볼만하지 않았습니다. 가을가뭄이 심해, 잎들이 그냥 말라버렸더군요. (이번주말에 남쪽으로 가시는 분들, 특히 내장산 쪽은 볼만하다고 합니다.)
한탄강 오토캠핑장을 예약해 놓은 관계로 그리로 바로 직행했습니다.
역쉬 요즘 날씨에는 장비가 갖추어진 고수님들이 아니고는 캠핑을 못하는지라, 훌륭한 장비를 갖추신 고수님들 몇 팀을 제외하고는 캠핑장은 한산하더군요.
우리가 불을 피우고 요리를 준비하는 동안 조금 떨어진 사이트에서 작은 화재가 발생했었습니다.
물을 담아 달려가보니, 화롯대의 불이 버너용 화이트 가솔린 통에 옮겨 붙어 난 사고인거 같더군요.
크게 안번진게 다행인듯 하더군요. 화이트 가솔린통이 천 재질로 된 케이스에 들어 있는데, 아마 케이스에 가솔린이 조금 흡수된 상황이라 불이 붙은거 같습니다.
다행이 조기에 진화되었고, 주변에 계신 몇몇분들은 자동차용 소형 소화기 까지 들고 오는걸 보고, 저랑 지인들은 '역쉬 고수님들의 풍모가 느껴진다...소화기까지 준비하고 다니셔.....'라며 감탄했더랍니다.
어쨌든..다들 배고파 하는 통에 준비해간 두개의 그릴에 브리켓을 얹어 불을 붙이고 요리를 준비했었습니다.
얼마전 구입한 코베아 4인용 테이블이 진가를 발휘하더군요.
돼지고기는 미리 럽을 안한터라 스테이크용 처럼 두텁게 썰어 숲님의 기본럽으로 럽이 아닌 밑간을 하고, 키조개는 내장을 제거하고 관자를 적당한 두께로 썰었습니다.
요리에 대한 준비와 계획이 전부 제가 하다보니, 대부분의 일을 제가 하게 되더군요. 아웃도어 요리에 서툴다 보니, 우왕좌왕, 이거 하다가 저거 하다가, 하다보니, 주변사람들도 덩달아 우왕자왕, 일은 안되고 바쁘기만하더군요. 그러다보니 그릴은 이쪽, 버너는 저쪽, 정리가 전혀 안되었습니다.
어찌어찌 정리하고, 삿갓군에는 고기를, 쓰던 중국산 그릴에는 은박지를 깔고 그위에 소금을 두껍게 깔아 새우를 굽기 시작했습니다.
새우 소금구이는 이번이 두번째인데, 저번의 경험을 살려 가장자리에는 소금을 깔지 않고 적당히 구멍을 내주고, 소금 중간중간에도 구멍을 뚫어 주었습니다. 은박지로 싼 석쇠 전체에 소금을 덮으면 공기가 부족해서 숯불이 꺼지는 수가 있거든요.
그리고 소금이 가열되어 발생한 증기가 에나멜은 일어나고, 금속은 녹슬게 합니다.(심지어 27종 스텐도 녹이 슬어버립니다. 집에서 오븐에 소금구이를 했다가 스텐으로된 내부가 녹이 슬어 죽도록 고생했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중국산 그릴의 뚜겅을 기름으로 완전히 코팅을 한 상태에서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말짱합니다.
새우 소금구이의 가장 포인트는 아무래도 적당히 굽는거라 생각합니다. 너무 구우면 육즙이 빠져나가 살이 퍼석해지고, 맛이 떨어지죠. 껍질이 바삭해 지기 직전이 가장 농염한 육즙을 머금고 있어 한입 배어물면 진한 육즙이 입안에 퍼지는 바로 그때의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껍질의 상태가 완전히 말라 깨지는 상태가 아닌 부드러움이 남아 있고, 약간의 끈적한 육즙이 살짝 묻어 나올때죠.
그 사이 다른쪽에서는 답답해진 일행들이 꽃게를 장만하고 찌게를 올렸더군요. 준비해간 찜냄비에는 꽃게 5마리를 넣었구요.
꽃게를 적당이 먹고 키조게 관자 버터구이를 해 먹었습니다. 뭐 레시피는 별게 없고, 그냥 관자를 후라이팬에 버터로 구웠습니다.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버터는 가염버터라서 소금등의 양념을 하지 않아도 짭잘하니 괜찮습니다. 주의할 점은 다들 아시겠지만, 너무 구우면 질기고 맛이 없다는 거죠. 넙쩍하게 썬 관자가 살짝 오목해지면 다 익은겁니다. 참, 개인적인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관자는 결대로 썰면 맛이 없습니다. 결과 반대방향으로 썰어주어야 맛있습니다. 그리고 키조개 내장은 먹어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맛이 텁텁하고, 많이 먹으면 배앓이를 한답니다.
새우를 맛나게 먹고, 마지막 마무리로 고기와 햇반, 꽃게 찌게를 함께 먹었습니다.(꽃게 찌게 국물이......캬.....소주를 부릅니다.)
꽃게찌게는 처음에 물과 함께 냉동 대합조게살 2개, 꽃게2마리를 뚜껑을 따고 반으로 잘라 넣고, 끓기 시작할 즈음에 마늘, 양파반쪽, 파 반뿌리, 청량고추 4개, 고추가루 두 큰술을 넣었습니다. 청주가 있으면 같이 넣었을텐데 없어서 생략했습니다.
다끓어 국물이 우러나오면 마지막으로 된장을 적당이 풀고 새우젓으로 마무리 합니다.
보통 집에서 요리할때 저는 조미료를 안쓰기 때문에, 마무리를 젓갈로 합니다. 맑고 시원한 국물에는 새우젓을 사용하고, 얼큰한 국물에는 멸치액젓, 때로는 갈치속젓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럼 감칠맛을 보충할 수 있거든요. 냉동 대합조게살은 국물육수용으로 아주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큰 봉지로 왕창사서 두고두고 쓴답니다.(북한산이 싸고 좋아요. 크기도 크고....)
우리 부부를 제외하고는 다들 처음으로 먹는 바베큐였는데, 호평이 대단했습니다.
럽을 하지 못하고 밑간 형식으로 기본럽을 사용했고, 약 100도에서 3시간동안 간접구이를 했습니다. 워터팬대신 바닥에 맥주를 부어주고, 훈제는 사과나무 청크를 사용했습니다.
사과나무 향이 생각보다 잘 입혀졌고, 중간중간에 맥주를 보충해 주어 부드러운 식감이 좋더군요. 다만 아쉬운점은 왠일인지 맥주향이 거의 나지 않았고, 양념이 속까지 배이지 않아 좀 싱거웠습니다.
갖은 우여곡절끝에 요리를 다 해먹긴 먹었습니다만, 너무 정신도 없고, 따듯하고 맛있을때 즐기면서 먹어야 하는데, 별로 그러지 못해 좀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번 야유회를 통해 느낀점은
1. 미리 요리의 순서를 잘 정하고, 세부사항을 머리속으로 정리해야한다.
2. 요리공간을 합리적으로 한곳에 모아 잘 배치해야 한다.
3. 할일을 사람들에게 잘 배분해 주자.
정도 인거 같습니다.
요 세가지가 안되어서 너무 혼란스럽고 우왕좌왕 했던거 같네요...
아웃도어 요리. 요리 자체 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것을 신경써야 한다는 걸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첫댓글 그러게 말입니다. 버들님이 바쁘게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웃도어에서 바비큐 파티를 계획하다 보면 버들님 말씀처럼 주도한 사람이 거의 예외없이 총대를 메게 되더군요~ 사진이 없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아주 꼼꼼하게 적어주신 후기 덕분에 준비과정의 설레임과 요리과정, 행복한 표정까지 한 눈에 그려지는군요. 좋은 후기 고맙습니다~ ^^
솔직히 만든 사람은 좀더 잘만들껄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옆에서 요리해준걸 먹는 사람입장에서는 밖에서 이런 요리를 먹는 것 만으로도 굉장히 좋아하죠 가을 분위기에 처음 먹어보는 바베큐... 주위분들이 버들님께 고마워 했을 듯 합니다..
아...숲님과 셜리님이 힘을 주시네요.....갔다와서 몸살났답니다. 숲님이나 다른 고수분들이 정말 고수분들이라는거....제대로 깨달았습니다.
후기 잘보았습니다. 그래도 한번 넘기셨네요.. 저는 이제 시작하고 있습니다. 역시 경험 없는 터라 뭐하나 하려면 부산합니다.. ㅎㅎ 홧팅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