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길 [71]
도대체 어딜간건지..
갑자기 울다가 나가버린 성훈이가 나간지 한시간이 넘었는데..
녀석이 들어오질 않는다.
어깨가 욱신거리는데...
일어나서 찾으러 가봐야 하는데..
어깨를 슬쩍 내려다보니 피가 멈췄는지 검붉게 말라 피가 엉켜있었다.
탄피를 빼내야 하는데...
분명히 아픈데도..움직이는게 마음데로 되질 않는다.
그냥 어깨가 묵직하고.. 총에 맞고도 울지 않은 내가...이렇게 맥없이
울고있는걸 보니... 어깨의 통증이 더 깊이 퍼지고 있는 모양이다...
어쩌면..어깨의 통증때문이 아니라...
성훈이가 보고싶어서 나오는 눈물은 아닐까...
훗...그럴지도 모르겠다...
난 지금 성훈이 그 녀석이 많이 보고싶다...
몽환적인 모습으로라도 내 앞에 당장 서주길...
몸을 반쯤 일으키다가 다시 누웠다..
역시 일어서는건 무린가...
"후..."
내 옅은 한숨소리가 무거운 방의 공기를 가른다.
몸이 납덩이처럼 느껴진다...
이런식으로 더 누워있는다는건 내 자존심에도 별로 내키는 일이 아니다.
이미 내것이 아닌듯 느껴지는 어깨와...
우습게 흐르는 눈물..
정말...꼴 사납다....
난 누워 괜찮은 팔을 뻗어 침대의 머리맡에 놓은 칼을 더듬어 찾는다.
어디있지...?
팔을 조금더 뻗어본다.
"아..."
왼쪽 어깨에 무리가 간 모양인지 있는듯 없는듯 했던 왼쪽 어깨가 다시
한번 통증을 안겨준다. 빌어먹을...
내가 '아-'라고 통증을 호소하는걸 성훈이가 본다면..난 자존심이 상해
버릴지도 모른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손을 뻗어 침대맡을 더듬었다.
서늘한 느낌의 칼의 손잡이가 잡혀온다.
손잡이임을 확인하고는 꼭 쥐고는 눈앞으로 들어보였다.
예리하게 빛나고 있는 칼날의 썸뜩함은 여전히 아름답게 다가온다.
저 아름다움이 주는 고통이라면 달게 받으리라..
칼을 쥔 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일으켜 벽에 등을 기댔다.
벽에 기대고 있으려니 앉아있는게 조금은 수월하다...
이럴줄 알았다면 담배라도 배워둘껄 그랬다.. 이럴때 니코틴의 기운이라도
빌었다면 조금은 나았을지도 모른다..
난 칼끝을 어깨로 옮겨간다.
이제 어떻게 해야하더라...? 부위를 찢은후엔...?
"칼로 어깨 찢고는 손가락으로 탄피 뺄 껀가보지?"
갑작스런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올렸다.
"성..훈아..."
"그 칼..소독은 했어?"
"너 몸이 왜그래!!"
성훈...성훈이의 몸이 빨갛게 물들어 있다.
추운건가..? 어째서 저렇게 붉은거지?
아무리 집이라지만 추울텐데 윗옷은 왜 벗은거지?
저 큰 얼음들을 또 뭐야..
설마..그렇게 하고선 호수까지 갔다온..건..아니...겠지....?
"지금 내 몸 걱정할때가 아닐텐데..."
성훈이의 목소리에서 가느다란..하지만 분명한 떨림이 느껴진다.
추운거다..
검푸른 입술... 떨고 있다!
"이...."
더이상의 어떤말도 하지 못하고 두 주먹을 꼭 쥔채 부르르 떨고 있는 승혁
그런 승혁의 곁에 서서 고갤 숙이고 있는 현우.
"죄송합니다."
말 그대로 쇼크였다.
한국은 이제 어느정도 사정안으로 들어왔다고 안심하고 있었다.
모든게 계획데로 차질없이 움직이고 있었고 아오트와 카오스를 빼고는
마하데바에 별 장애가 되는건 없었다.
그나마 아오트와 카오스도 어딘가에 억메이지 않고 프리로 일하기 때문에
마하데바에만 위협적인건 아니였다.
어차피 그 두팀은 모두에게 위협적인 존재.
게다가 마하데바가 세력을 확장하는데에 브레이크를 걸 이유따윈 없다.
그런데..한국에서 걸려온 전화..
마하데바가 한국에 심어놓은 김석준이.. 살해 당했다.
흑호파는 이름만 감춘 마하데바의 부속기관정도이다.
30대의 아직은 풋내나는 그가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한국의 실권을
장악 할 순 없는 일이다.
김석준. 그의 뒤에는 [마하데바]라는 거대한 산이 군림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물밑 세계의 실권자 김석준.
그는 이를테면 월급봉투를 받아드는 월급쟁이와 비슷하다.
마하데바의 밑에서 일을하며 일정한 이익과 권력을 부여받는...
다만 일정기간까지 마하데바의 모습을 [흑호파]로 둔갑시켜 감추어
주는 것... 그의 임무였다.
그는 잘해 나갔다.
빠르게 세력을 넓혀 승혁을 기쁘게도 해주었다.
그런 그가..죽임을 당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승혁의
분노는 극을 향하고 있었다.
"보스..."
"누구짓이냐..누구!!!"
왠만한 일로는 감정의 변화를 잘 보이지 않는 승혁이였다.
저렇게 탁자를 내리치며 노하고 있는 승혁의 모습은 가까이서 승혁을
모셔온 현우조차도 낯설게 느껴졌다.
"아직 밝히지 못했다고 합니다. 다만.."
"다만?"
"김석준을 보좌하던 박민철이란 자가 있는데 그자가 범인을 잡기위해
애쓰고 있다고 합니다."
"박민철?"
"네. 능력으로 볼땐 김석준에 뒤지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누군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김석준을 죽인놈은 마하데바에 정면
도전을 한셈이다.
잡아내야 한다.
사실 김석준의 죽음따위는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는다.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부담과 마하데바에 도전한것이 화가 날뿐..
"박민철이란 아일 김석준의 자리에 앉히거라."
"네?"
"죽은 놈에겐 미련없다. 우두머리가 없어졌으면 새로운 우두머리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이치! 박민철.. 그 아일 새로운 흑호의 주인으로 한다.
단! 무슨일이 있어도 석준을 죽인놈을 찾아내서 머리를 갖고 오도록!"
"예..저 그리고..."
"..뭐냐..."
"뒷뜰에 버린 아오트를 보기위해 각지의 정보꾼들이나 킬러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다고 합니다."
"내버려둬라.."
"알겠습니다."
Bright smile 성훈...
[가 연]
佳緣- 그 아름다운 인연을 위해...
번 호 : 13997 / 21107 등록일 : 2000년 02월 10일 00:57
등록자 : TAIJI33 조 회 : 2350 건
제 목 : [소설] 아카시아 길 [72]
아카시아 길 [72]
"칼은..어떻...게... 소..독해야.. 하..는...거야..?"
물이 뚝뚝 흐르는 얼음을 든채 지원에게 낮게 말하는 성훈을 보고 있으
려니 눈이 시려올 지경이였다.
얼음을 방문앞에 두고 방으로 들어온 성훈은 얇은 셔츠를 걸쳐입고는
떨리는 손으로 단추를 채우고 있었다.
지원보다 먼저 죽어버릴것만 같은 얼굴..
검푸르게 변한 입술색은 좀체 본래의 탐나는 붉은빛을 되찾지 못한다.
지원이 멍하니 성훈을 보고있는 동안 성훈은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걷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힘겹게 발을 떼며 지원에게 다가서서는 지원의 손에
들려있는 칼을 향해 손을 내민다.
지원은 입을 벌린채 다물줄을 몰랐다.
무엇에 홀린듯 손에든 칼을 성훈의 손위로 조심히 올려놓았다.
성훈은 칼을 받아들고 지원의 대답을 기다린다.
"칼이랑..핀셋..불로 달궈서...하면..상처 덧나지 않아.."
지원의 말이 끝나자 성훈은 또 휘청거리며 걸어 지원의 가방에서 핀셋을
찾기위해 가방이 있는 벽장으로 다가섰다.
추위에 떨리는 손으로 가방 지퍼를 열어 핀셋을 꺼내고는 부엌으로 향하는
성훈을 보는 지원은 멍했다.
한시간 전쯤에는 미친듯이 울던 성훈은...
울지 않고 마치 기계적으로 움직이는듯했다.
지원은 잘 모르지만 사실 지금 성훈은 전혀 움직일수 없는 상태다.
성훈은 방으로 들어오더니 지원을 부축해 침대에서 내려 바닥에 앉히고는
문앞에둔 얼음을 가지고 들어와 지원의 맞은편에 앉아 어깨에 대어준다.
상처에 얼음이 닿자 갑작스레 큰 고통이 몰려온다
"아..."
일그러진 지원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잠깐 보았지만 성훈은 입을 열지는
않았다. 사실 그럴 기력도 남아있지 않았고..
고통은 점차 수그러 들었다.
어깨부분이 동상이 걸리며 점점 고통은 사라지고 있었고..
엉켜붙은 말라버린 피는 얼음이 녹아 물이 흐르며 함께 씻기어져서
피는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엉켜붉은 거붉은피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어깨는 계속 감각을 잃어갔고 어느새 손가락으로 눌러도 느낄수 조차
없었다. 문제는...지원의 어깨가 감각을 잃을 정도면 긴 시간동안을
얼음을 대고 있었다는 뜻인데...
그 얼음을 집고 있는 성훈의 손....
지원은 어깨가 감각의 다 잃었을 즈음 성훈의 손과 성훈의 얼굴을 보았다.
다만 지원이 안쓰럽다는 표정뿐...
손이 시렵다거나 아프다거나 한 표정은 아니였다.
지원은 오른손을 올려 성훈이 얼음을 대고 있는 왼손을 잡았다.
마주 앉은 성훈이 애처롭다.
"너 손 안시려?"
지원이 말하자 성훈은 고갤 들어 지원의 눈을 바라본다.
그리곤 힘없이 웃어보이며 지원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사랑해..."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사랑하고 있다는건...이제 변할수 없는 사실이였고..
그걸 스스로 받아들인 성훈에게..이 말은 어려운 말이 아니였다.
지원이 받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애초에 염두해 두지 않았다.
성훈은..성훈은 지원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랑하고 있으니까...
성훈의 손을 잡은 지원의 손이 놀라움으로 떨어져 나간다.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
하고 싶었지만 해서는 안될말..
그 말을..성훈이 먼저 해버렸다....
성훈은 지원의 반응따위 신경쓰지 않은채 일어나 방밖으로 빠져나가더니
물을 적신 수건에 불에 달군 핀셋과 칼을 감싸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직접해주겠다는 뜻인것 같았다.
지원을 다시 부축채 푹신한 침대위에 지원을 앉혔다.
맞은편에 앉아 칼을 물수건으로 잡은채 지원의 눈을 바라본다.
무슨 말을 한건 아니였다.
다만..자신에게 맞겨달란 강한 의지만 눈으로 느껴질뿐이다.
지원은 아무말 없이 왼쪽 어깨를 내밀었다.
잘못되어도..원망은 하지 않아도 될테니...그건 마음에 든다.
지원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상처쪽을 보지 않으려 했다.
아무리 지원이라해도.. 두려움은 공포로 작용한다.
성훈은 두손으로 칼을 잡고 어깨의 상처에 칼끝을 살짝 찔러넣었다.
"윽-!"
얼어버린 어깨지만 고통은 상당했다.
지원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어깨를 얼리지 않았다면 도대체 얼마나 더
큰 고통에 시달렸을까...
성훈이 어깨에 조금 더 칼을 찔러넣자 살이 타는 냄새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
지원은 다시금 터져나온 비명소리에 오른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런 지원을 물끄럼히 보던 성훈이 나즈막히 입을열었다.
"물어.."
"...뭐라...고..?"
성훈은 왼쪽 어깨를 지원에게 내밀었다.
"어깨..물고 있으라고....비명소리 새어 나가게 할 순 없잖아..."
"성훈아..."
"..어서..."
성훈의 재촉에 지원은 그럴순 없다는듯 이를악물면서도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성훈의 말이라도 그럴순 없었다.
"사랑한다니까..."
주술과도 같은 속삭임...
꼭 그렇게 해주어야 할것만 같은...
"..성훈아...."
"사랑해..."
지원은 고갤 숙여 성훈의 왼쪽 어깨에 가만히 입을 갖다대었다.
성훈은 더 기다려 주지 않고 지원의 어깨에 이번엔 깊게 달군 칼을 찔러
넣었다.
".....!!"
지원은 참을수 없이 밀려드는 고통에 성훈의 어깨를 악물었다.
앙상히 마른 편이라 입을 크게 벌린채 악물자 어깨 뼈 부분에
이빨이 단단히 자리를 차지 했다.
성훈의 어깨는 매우 차가웠다.
성훈은 지원의 어깨를 가로로 깊게 찢어내었다.
저 깊은 곳에 총알이 박혀있는게 눈에 들어온다.. 백금과 비슷한 색의
탄피를 보고있자니 다시금 손이 떨리는듯한 성훈이였다.
"윽!!"
성훈이 칼을 찔러 넣을수록...
살이 타는 냄새가 방안에 피어나올수록 성훈의 어깨를 물고있는 지원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성훈의 어깨를 꽉 물어버릴수 밖에 없었다.
이제 핀셋으로 뽑아내면 되는데...
고통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느낄수 없다.
단단히 박힌 탄피는 뽑는다고 싶게 뽑히는게 아니다.
잘못하면 더욱 깊게 박혀버릴수도 있다...
불에 달군 핀셋...상처를 지지고 있는것이다....
성형을 하지 않는 이상..지원의 이 상처는 사라지지 않을거다.
성훈은 핀셋을 들어 지원의 어깨로 점점 다가갔다.
한번에...단번에 뽑아내버릴수 있기를...
"읍!!!"
실수다.
탄피는 뽑히지 않았도 제 자리에도 팽이처럼 한바퀴 돌았다.
상처를 터트린 셈이다.
지원은 성훈의 어깨를 악물고 새어나오려는 비명소리를 참기위해 애썼다.
다시 찢은 어깨의 사이로 핀셋을 집어 넣었다.
아픈지 지원이 몸을 비튼다.
"됐다.."
성훈의 말과 함께 침대위에 탄피하나가 떨어져 나왔다.
살에 들러붙어버린 탄피...
생살을 뜯어내는 고통을 누가 이해한단 말인가..
심한 고통에 지원은 눈을 감고는 침대위로 기절하며 쓰러졌다.
고통과 함께..성훈이 곁에 있다는 가슴 벅찬 안도감...
그런 지원을 가만히 보고있던 성훈의 입가에 그제야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 아파오는 자신의 몸...
집단구타를 당한듯 무겁기만 한 몸..
몸이 타들어갈것만 같다..
송곳으로 찌르는듯한 어깨..
성훈은 자신의 왼쪽 어깨를 가만히 내려다 본다.
..셔츠에 피가 베어나오고 있다....
셔츠의 단추를 힘겹게 열어 어깨를 보았다..
선명한 지원의 이빨자국과.. 이빨 자국에서 나는 피...
지원의 고통을 말해준다...
지원이 물고..피까지 났는데도..아픈줄 모르고 있었다..
희미하게 바보처럼 웃고는 지원의 어깨를 입고있던 셔츠를 벗어 압박해
주었다.
날이 박는데로 시내로 나가 압박붕대를 사서 다시 지원의 어깨를 치료해
주어야겠단 즐거운 상상까지 하며..
자신의 어깨도 치료를 해야하는데..그럴 기력까진 남아있지 않아..
그냥 쓰러진 지원의 곁에 누워 지원의 머릴 가슴에 품었다.
맨 가슴에 닿는 지원의 머리카락과 호흡을 느끼며..
Bright smile 성훈...
[가 연]
佳緣- 그 아름다운 인연을 위해...
번 호 : 15421 / 21107 등록일 : 2000년 02월 17일 21:00
등록자 : TAIJI33 조 회 : 2051 건
제 목 : [소설] 아카시아 길 [73]
아카시아 길 [73]
"재덕아..수원인..이제 행복할까...?"
재덕은 운전을 하며 잠시 재진에게 시선을 허락한다.
긴 시간을 아무말도 없이 생각에 짐겨있던 재진이 갑자기 내뱉은 말은
평소엔 입밖으로 내지않는 '행복'이란 어울리지 않는 단어..
"수원이 행복한지 궁금해가 그렇게 무서운 표정짓고 있었나?"
"차라리...나도 고아원 같은곳에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나 수원이한테 욕먹겠지?"
▶"그림을...그리고 싶어요...."
눈매가 서글서글한.. 유난히도 검은 머리칼이 인상적인 어린아이가
커다란 종이한장을 가슴에 품고 짧은 다리로 열심히 달음질하며 집으로
달려가고 있다.
왼쪽 가슴에 달린 하얀이름표에 파란색 실로 수놓여진 이름 [이재진]
비상한 머리로 6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또래보다 키도 작고 몸집도
작았지만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은 나름대로 모자랄것 없는 아이..
어린아이답지 않게 빳빳히 다려진 셔츠에 다림질이 끔찍할 정도로
잘된 반바지..
6살의 이재진은 그랬다..
아무래도 좋았다. 오늘 학교에서 그림상장을 받았으니까 말이다.
1등을 했다. 학교의 6학년 형,누나들의 그림보다 훌륭하다고 선생님이
머리도 쓰다듬어 주셨다..
시험을 봐서 1등을 했을때보다 더 기쁘고 행복했다.
적어도..재진은 그랬다....
현관으로 들어서서 긴 정원을 지나 집으로 달려들어갔다.
언제나처럼 멍하니 쇼파에 앉아 먼산만 바라보고 있는 엄마..
집에서 어머니가 할 일은 전혀 없었다. 집안일은 가정부가 했고, 살림또한
여유로와 돈에 쪼들리거나 할 이유도 없었다.
그저 저렇게 멍하니 재진이 학교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시는...
"엄마!"
"어- 우리 재진이 왔구나~"
금새 재진의 어머니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사랑하는 아들 재진... 어머니에게 이재진은 또 다른 세상이다...
잰걸음으로 달려와 엄마에게 안겼던 재진이 상장으로 엄마에게 내밀었다.
교내그림대회..투명수채화부문 대상..
엄마의 얼굴에도 기쁨이 나타난다.
재진은 가방을 열어 가방에 반으로 접어 넣어두었던 대상을 받은 그
그림을 꺼내 엄마에게 보여주었다.
"정말 잘 그렸구나..."
집의 정원을 그린 재진만큼이나 순결해보이는 투명화...
재진의 그림은 투명했다..
엄마는 재진을 꼭 한번 더 안아주시고는 말씀하셨다.
"상 받은거랑..그림 그린거...아빠한테는 보여주면 안된다.."
"왜?"
"아빠가 재진이한테 커서 뭐가 되가고 하셨지?"
"물리학박사."
"그림을 그리면 아빠뜻에 어긋나는거잖아.."
더 무슨말을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더 따져 물을 수도 없을만큼 엄마는 아픈표정을 짓고 계셨다..
그 후로도 그림은 계속 그렸다.
그림에 대해서는 학교의 선생님보다 많이 알고 있는 엄마에게 이것저것
물어가며..물론 아버지에겐 비밀이였으며 엄마에게도 학교의 숙제때문이라
고 말씀 드리고 자문을 구했다.
그렇게 몰래몰래 꿈을 키웠다.
겨우 6살난 사내아이는 그렇게 자신의 꿈을 키웠다.
스스로도 알고는 있었다.
자신이 보통의 아이들과 다르다는걸... 아버지가 보는 과학서적을 봐도
어렵지 않았고, 아버지가 이런저런 설계를 해 놓은 도면을 보아도 금새
뭔지 알수 있었다.
친척형이 플고있는 대학에서나 배운다는 방정식도 쉽게 풀렸다.
하지만 재미는 없었다. 공부가 싫은건 아니였지만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림..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정말 신이나서 어쩔줄을 모르겠다는 것만이
점점 확실해질뿐....
학교에 나가는건 또래 아이들과의 생활을 겪어보라는 아버지의 최소한의
배려일뿐 사실상 재진이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들은 재진에겐 쓸모없는
것들이였다.
그렇게 평범하지 않는 삶의 연속이였다.
초등학교 5학년땐.. 새로운 방정식을 발견해 한국에선 최초로
'아리스토텔레스 수학상'이라는 수학의 천재들조차 넘보지 못하는 상을
거머쥐어 전 세계의 뉴스에까지 얼굴을 드러냈다.
저명한 물리학자인 아버지는 그런 아들이 자랑스러웠고, 재진이 조금 더
자라면 함께 국가물리연구실로 출근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셨다.
그렇게 상을 받고 재진의 학교생활은 끝이 났다.
초등학교 5학년...그게 재진의 학교생활의 전부이다.
늘 집에서 방정식과 물리학공식들과 씨름을 하며 지냈다.
아들덕분에 국가의 각처에서 특별대우를 받고있는 아버진 재진의 외출마저
제한하셨다.
말 그대로 감금과도 같은 생활.. 공식...방정식...
어떤날은 꿈속에서도 방정식을 만들어서 풀고 있었다.
그나마 견딜수 있었던건...어머니..
다정한 어머니...
아버지때문에 질식해 죽을것만 같은 재진을 살려주신...어머니..엄마...
특별히 아름다우신건 아니였지만 말로는 표현할수 없는 그 온화한 미소는
재진의 안식이였다.
집밖으로 나갈수 없으니 그림을 그릴수 없었다.
아버지가 방정식풀때 쓰라고 주신 연필과 연습장...
연습장에 그림을 몇번 그리곤 했지만 재진은 부드러운 목탄과 붓이 만지고
싶었다. 버릴수 없는 미련. 그림을 그리고 싶다...
물감의 냄새가 그리웠고 정말이지 이제 방정식이라면 구토가 날
지경이다...
사람을 구경하고 싶었고..바깥공기가 그리웠다..
어머니와 아버지 외엔 사람을 구경해 본적이 없었다....감옥.....
그렇게 꼬박 7년동안.. 재진은 집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친척들과의 만남조차 없었다...
박제(剝製)가 되어버린 천재....
점점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지는 어린아이 이재진...남겨지는건
독한 천재 이재진.
감정(感情)을 잃어버렸다.
아지 배우지 못했으니 잃어버린것도 뭣도 아니였다.
슬픈게 도무지 무엇이며 기쁜건 또 무엇인가...
아프다는건 어쩔때 쓰는건지...사랑은 또 무엇인가....
아버지가 티비조차 보지 못하게 하셨지만 몰래 일년에 한두번 보는
티비의 드라마속의 헤어지는 연인은 울고 있는건가....
저들은 왜 웃는가....
한가지 알고 있는건...
"재진아...엄마 나갔다 와야 하는데..."
"다녀오세요.."
"우리 재진이 혼자 심심할텐데..."
엄마....소중한 엄마...엄마가 소중하다는 그 감정은 잊지 않았다..
엄마의 외출...
어느새 17살이 되어버린 재진...
여전했다...윤기나는 새까만 머리칼..얇상한 예쁜 입술.
달라진건 입술 아래의 아주 작아 잘 보이 않았던 점이 조금 커져있다는거.
그 점이 상당히 마음에 들어 거울을 보며 가끔 씨익-하고 웃곤한다.
10살때부터 17살이 되는 이번해까지...외출은 단 한번도 없었다.
정원에조차 나가지 못했다.
집안에서 집밖을 바라보는것 외엔 허락되지 않았다..
엄마가 외출을 하시고 재진은 오래간만에 자유가 아닌 자유를 가진다.
티비를 못본지 2년정도 된것 같은데..티비를 한번 틀어볼까..?
4년전 티비에서 언뜻 본 그 컴퓨터천재라는 녀석도 나처럼 갇혀서 살까?
(재덕이 구속될때 티비를 본듯..)
티비를 틀어도 어차피 모르는 일들일뿐이고... 그냥 집을 둘러보기로 했다
아버지 외엔 누구도 들어갈수 없는 아버지의 서재..
문을 조심히 열어 들어가보았다.
아버지의 책상이 어지럽다.
그냥 생각없이 다가가보았다. 설계도면이였다. 재진의 천재성이 알려지기
전까진 한국에서 최고의 천재박사로 불리우던 아버지다..
또 뭔가 새로운걸 만들어 내실 모양이다.
척 보니 알것 같았다.
<초소형 활동감지 폭약> 이였다.
이 폭약을 소지한 사람이 움직이게 되면 그 움직임을 느끼고 알아서
터져버리는....
확실히 아버진 천재였다..그리고 그와 함께 위험한 사람이였다.
기분이 나빠져서 방을 빠져나와 2층으로 올라갔다.
한번도 들어가본적이 없는 끝방.
아버지도 엄마도 절대적으로 말리셨다.
조심히 다가가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어머니가 깜빡 잊으셨는지 늘 잠겨
있던 방이 열려있었다.
문이 시끄러운 소릴 내며 열렸다.
"My god...."
재진이 터져나오는 탄성을 삼키고 중얼거렸다.
그림도구... 아직 완성이 덜 된 수채화..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물감과 붓..팔레트....
바닥의 붓을 집어들었다. 엄마의 이름이 새겨져있는 붓이였다...
그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 엄마는...그림을 전공했었다...
엄마가 앉았었을 의자에 앉아 붓을 놀리기 시작했다.
이 느낌!! 말로 표현할수 없는..저 아래에서 부터 벅차 올라오는 이 기분.
장장 7년을 잊고 살았던 그 감동!
"너 이 녀석!! 뭐하는 짓이야!!!"
재진의 놀란 눈이 채 한번 깜빡이기도 전에 달려들어온 아버지는
재진이 거의 완성하고 있던 그림을 들어 바닥에 내팽겨치고는 밟으셨다.
눈은 충혈되어 분노로 희번뜩이고 있었다.
아버지가 아닌것 같았다.
자상하진 않았어도 늘 무표정으로 일관하셨어도 저렇게 끔찍한 얼굴은
본적이 없었다.
놀라서 입도 다물지 못하는 재진의 뺨을 향해 다가온 아버지의 손.
그렇게 양쪽 볼을 연속으로 갈기셨다.
비릿한 맛이 입안을 멤돌다가 턱을 타고 흘렀다.
피였다.
"여보!!"
외출했던 어머니가 돌아오신 모양이다. 피를 흘리고 있는 재진에게
달려들어 재진을 막고 섰다.
"당신때문이야!! 내가 그림도구 전부 갖다 버리라고 했잖소!!"
화살은 엄마에게 돌아갔다.
"저 그림 그릴래요!!"
처음이였다.
재진이 자신의 의지대로 하고싶다고 말한건.. 아머지가 시키는데로
살아왔던 재진이였는데...
더이상은 일그러질수 없을정도로 일그러진 아버지의 얼굴..
"공부도 더 열심히 할께요..더 많은 양이라도 하겠어요...대신...그림도..
그림도 그리게 해주세요..."
눈물이 났다.
아버지가 무서워서는 아니였다.
정말...정말 너무 그림이 그리고 싶었다. 손이 더 굳기전에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결국.. 그 방안의 모든 그림도구는 아버지에 의해 태워졌다.
재진은 그저 자신의 방에서 창을 통해 울며.... 타고있는 그림도구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것밖에..할수 있는 일이란 없었다...
그렇게 몇일이 지났고. 엄마는 재진을 위로하셨지만 재진은..
그 어떤것으로도 위안을 삼을순 없었다.
거실에서 과일을 깍고 계신 어머니의 곁에 앉아 한두어개를 집어 먹었을때
서재에서 아버지가 어머니를 부르셨다.
"여보-"
어머니는 깍고 있던 사과를 놓으시고 아버지의 서재로 가신다.
서재 문을 열자 아버지가 나오신다.. 재진은 서재의 정리를 부탁하는
아버지와 고갤 끄덕이는 어머니를 바라본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보인 검은색 물체.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큰 물체를 아버진 어머니의 주머니에 넣으셨다.
그리고...방문을 닫고 채 1초도 되지 않아....
[펑!!!!]
아버지의 서재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재진은 입에 물고있던 사과를 뱉어내고 아버지의 서재로 달려갔다.
아버지와 함께...
서재에선..형체를 알아 볼수 없게 된..어머니의 시체....
시체라고도 부를수 없는 어머니의 조각조각난 파편들...
이게 어떻게 된일이냐며 아버지가 울기 시작하신다.
재진은 싸늘하게 아버지를 한번 노려 보곤 아무렇지도 않게 눈물 한방울도
흘리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 침대 위에 누워 잠을 청했다.
아버지의 짓이다...
설계도면의 그 물건을 완성하시곤...실험을 해 볼데가 필요하셨겠지..
마침 어머니의 미술도구때문에 재진이 그림을 그리겠다고 반항까지 했으니
어머니가 미웠겠지...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차곡 차곡 쌓여가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
바깥 세상을 구경하고 싶었다.....하지만 참았다.
티비로 라도 세상과 연결되고 싶었다.....하지만 참았다.
친구들과 연락도 하고 싶었고, 전화도 사용해보고 싶었다..하지만 참았다.
어머니를 죽였다....그는 미친거다..
..어머니의 죽음은 아버지의 서재에 있는 실험도구를 잘못 만진 어머니의
부주의라고 아버지는 발표하셨다.
난 검은 양복을 입고 어머니의 사진에 검은띠가 둘러진 액자를 들고
어머니의 관앞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구석에 있는 다리가 긴 의자가 보인다...
어머니가 재진이 어렸을때 그러셨다.
바깥구경이 하고 싶다는 어린 재진을 그 의자에 앉히셨다.
어린 재진의 발이 땅에 닿지 못하자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우리 재진이의 발이 땅에 닿으면.. 엄마가 데리고 나가줄께...]
"엄마...엄마 혼자 나가시면 어떻게요....흐흑...."
그제야 터진 울음....
아버지의 명성답게 많은 사람들이 문상을 왔고.. 실성할것처럼 우는
아버지를 보고있자니 구역질이 났다.
최저의 인간...
그렇게 새벽은 다가왔고....사람들이 많이 돌아갔을 즈음..
재진은 그의자로 다가가 앉아본다... 어머니와의 추억..
발끝이....바닥에 닿는다....
어머니의 관이 무덤으로 향하는 버스가 떠나고...
아버지는... 그날조차..어머니의 관이 나가는 날 조차...따라나서지
못하게 하셨다...
장례식에서...친척들이 7년만에 본 재진을 못 알아보는걸로도..
성이 차지 않으신걸까....
혼자 또 집에 남았다...
이젠 어머니도 없는 집을..앞으로 또 몇년을 더 갇혀 살아야 하는걸까..
"내 아버지가 아냐..사람이 아냐..."
아무리 사랑하지 않는다고는 하나...아내에게 그런 실험을 하는게...
사람일리 없다.....
말끔하게 정리된 아버지의 서재로 들어갔다..
아직도 어머니의 피냄새가 베어있다...
아버지의 의자에 앉아 설계도면을 펼쳤다...
복수해야한다....
새벽...
어머니의 관을 땅에 묻고 집으로 오셔선 피곤했는지 쇼파에 누워 잠이
든 아버지의 얼굴...
저 얼굴이 방금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편의 얼굴일순 없다..
저렇게 편안하고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
재진은 차가운 조소와 함께 부엌의 냉장고로 가서 냉동실 문을 연다.
하얀 성에가 날리고 재진은 차가운 핀셋으로 냉동실의 구석에 놓아둔
새끼손톱만한 은빛 작은 물체를 꺼낸다.
두께는 겨우 조금 두꺼운 책의 표지정도..
꺼내와서는 자고있는 아버지의 목 얹저리에 그걸 접착시킨다.
갑작스런 차가움에 잠시 몸을 떨던 아버지가 눈을 뜨곤 자신을 보고있는
재진의 앞에 서서 재진의 어깨를 두드려준다..
"재진아..엄마가 실수를 한것이니 어쩔수 없지.."
아버지란 사람은 끝까지 역겹다...
"아버지...소형 활동감지 센서 만드셨죠?"
"니..니가 그걸 어떻게!!!"
"전 아버지가 만든거에 10분의 1 크기로 만들었어요..."
"그래?"
아버지는 자신의 잘못도 잊고 얼굴에 또 화색이 돈다.
아들이 만든 발명품으로 다시한번 재진을 유명하게 만들고 싶었던
거다.. 재진은..원하지도 않았건만...
"어디있니?"
"아버지 목에요..."
아버진 놀라서 목에 손을 뻗는다. 정말로 목에서 차가운 작은 금속이
만져진다. 그런데 이상하다.... 자신이 움직였는데도 터지지 않는다...
"움직였는데도 터지지 않으니까 신기하죠..?"
"......"
"제가 만든건...활동 감지가 아니라...<체온 상승감지센서>예요.."
"무..무..무슨 소리야!!!"
"아버지보다...제가 똑똑하단 뜻이예요.."
아버지는 목에서 폭약을 뜯어내기위해 애를 썼지만 그건 이미 불가능한
일... 재진은 슬픈 눈으로 아버지를 보며 울음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왜..왜 내 엄마를 죽였어요...."
"이걸 당장 떼지 못해?!!"
"아버지가 그렇게 움직임이 많을수록..몸에 체온이 올라갈꺼고...아버진..
더 빨리 엄마 곁으로 가실뿐이예요...."
"너 이녀석!! 감히 아버지한테!!"
"왜..왜..왜 엄마를 죽였어요... 왜 내게서 엄마마저 빼앗가 가세요....
전 다 포기하고 살았어요... 그런데..아버진..제게 주어진 하나마저..
잔인한 방법으로 없앴어요..엄마한테 가셔서....사과하세요..
사죄...하세요...."
[쾅!!!]
재진의 아버지가 만든 폭약의 세배정도의 화력이였다..
눈앞에서 조각난 아버지... 아버지의 피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 쓴
재진....
꼭 세상 사람이 아닌것 같았다..
마치...실성한 사람처럼.... 아버지의 피를 뒤집어 쓴채....
안집의 문을 열고 나섰다.. 정원을 걸어...
현관을 열었다...
7년만의 외출....
푸른 새벽거리...재진의 마음만큼 싸늘한 느낌을 안겨준다..
머리끝으로 피를 한방울씩 떨어뜨리고.. 온 몸에 피를 뒤집어쓴채....
현관앞에 섰다...
"이재진...."
재진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부른 쪽을 바라본다...
어슴프레 보이는 낯선이의 그림자...
처음보는 그는 다가와 손수건으로 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닦아 주었다.
더럽다는듯한 표정도 아니였고...
전혀 놀라는 기색도 아니였다..
보통 사람이였으면 당연히 놀랐어야 하는데 그는 아니였다.
"자..날 따라가자...."
"누구세요..?"
"킬러."
"내가 따라가면 내가 할 일은 뭐예요...?"
"니가 하고싶은 일을해.."
"그림을..그리고 싶어요..."
"마음데로 하렴..."
낯선 이는 재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금 내가 뭘하고 나온건지 알아요..?"
"사실..오늘 니 아버지란 작자를 죽여달란 의뢰를 받고 왔는데...
니가 먼저 해치워버렸더구나... 아무래도 넌 내가 맡는게 좋을것
같아서 밖에서 기다렸어."
"뭐라고 불러야 해요?"
"현아저씨."
재진은 손을 내민 현아저씨의 손을 잡았다..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는걸 의미하고 있었다..
현아저씨를 따라 낯선 집으로 갔을때...
첫눈에도 근접할수 없는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외모로 쇼파에 앉아 총의
사용법을 개조하고 있는 살인청부의 천재 18살의 은지원과...
귀여운 외모로 미국의 위성의 운동 방향을 바꾸고는 재미있다고 웃고있는
괴상한 천재 동갑 17살의 김재덕과...
순진한 외모로 조각칼도 아닌 단도로 나무를 깍아 아름다운 여인을 조각
하고 있는 나이프의 천재 16살의 장수원과...
지적인 외모로 고고학 전문 서적을 들고 술술 외우며 여행준비를 해야한다
고 바쁘던 암기의 천재 고지용이...
물리학의 천재 이재진을...반겨주었다.
Bright smile 성훈...
[가 연]
佳緣- 그 아름다운 인연을 위해...
번 호 : 15422 / 21107 등록일 : 2000년 02월 17일 21:00
등록자 : TAIJI33 조 회 : 2201 건
제 목 : [소설] 아카시아 길 [74]
아카시아 길 [74]
늦은 아침에서야 눈을 뜰수가 있었다.
바보처럼..성훈이 앞에서 기절을 하다니.... 하지만..그 고통을 정말이지
이루 표현할수 없을 정도였다..
시간의 경과로 살점과 붙어버린 탄피..
어깨를 보니 깨끗한 붕대로 감겨져있다.
성훈이가..새벽에 시내에 다녀온 모양이다...
무모한 녀석...
추운지 이불로 몸을 말고 잠이 들어있는 성훈이...아직도 입술이 제 색을
찾아오지 못하고 있다...
너 정말로...나때문에 호수에 가서 얼음 가져온거야...?
그리고 물에도 빠진거니...?
왜 그랬어....응..?
왜 그런거야...
니가 그렇게 해주면 형이 좋아할거라고 생각한거니...?
너 이렇게 파리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모습 보면서..내가 대견하다고
칭찬이라도 해줄거라고 생각한거야...? 응?
니 몸도 엉망일텐데...또 언제 일어나서 시내엔 다녀온거야....?
너 운전도 못하면서.........
그 먼 거릴...또 걸어서 다녀온거니...?
왜 자꾸 형을 무기력하게 만드니......
왜 이렇게 부끄럽게 만들어.....
자고있는 성훈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넘겨주었다.
빨갛게 얼어버린 볼은...아마도 동상에 걸린듯하다.....
마치 죽어버린것처럼..숨소리조차 내지 않는 성훈이..숨을 쉴때마다
미세하게 들썩이는 가슴께의 이불을 보며 안심을 하고 있다..
어깨가..거짓말처럼 아프지 않다...
아니..여기서 아프다고 투정을 부리면 형의 자격도 없다는 생각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는것 같다..
[사랑한다니까....]
어깨를 치료하던 성훈이가 한 말...
분명 고통때문에 제 정신은 아니였지만....그 말만은 귀에 정확하게
꽂혔다..
사랑한다고 했다...
형에게 하는 투가 아니였다...
은지원...그저 나를 보며 한 말이였다...
느낄수 있었다...
분명..간절하게 사랑하고 있었다...
나는 차마 날아가 버릴까봐 꺼내지도 못한 말을..성훈인..해주었다...
날 사랑한다고 했다...
이젠 어떻게 되는걸까....
나도...녀석을.....사랑하니까....
무진장 엄청나게 행복하게 잘살면 해피엔딩인가...?
녀석이 날 사랑하는 것만큼....아니 확실히..내가 녀석을 더 사랑하고
있는데...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내가 어리석은 건가....
성훈이가 잠에서 깨어나면....난 제일 먼저 무슨말을 해 줘야 하는건가...
사랑한다고 내가 더 사랑한다고 고백해야 하는건가...?
아니면...절대 그럴순 없다고...타일러야 하는건가....?
어떤말을 해야..앞으로의 성훈이가 행복해 질수가 있을까...
얼음동상처럼 차갑게 얼어버린 몸으로... 뭐가 그렇게 행복한거니..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고있는 성훈이...
"음...."
성훈이가 뒤척인다...
아직은..아직은 깨면 안돼...
아직 너한테 어떤말을 해야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는데...
"형...."
제길...
지원과 성훈은...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마치 약속이나 한듯... 둘 중 누구도 먼저 입을 열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눈을 조심스레 깜빡이며.. 마주보고 앉아있기만 했다.
지원이 성훈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본다..
늘 그랬던것 같다...
저 눈엔 꼭 지원만이 존재했었다..
그게 형의 모습이였던..새롭게 다가선 모습이였던... 성훈의 눈엔 늘
지원만이 자리했다..
참 멀리도 돌아왔다.
스스로를 타이르며..
절대 안된다고 부정하며...
어째서 느끼지 못했던건지...두사람 모두.....
하지만 그 간절함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행복을 빌어주는 만큼이나...
아끼는 마음이 독해서.... 자신의 삶으로 상대방을 끌어들이는게...
어렵다....
"미국으로....돌아...가...."
몇십분만에 지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란건..고작 저 따위....
"쿡쿡..."
성훈이 고개를 숙이곤 쿡쿡거리며 웃는다.
전혀 웃을 기분이 아닐텐데...
쿡쿡거리는걸로 부족했는지 고개를 들고는 지원을 보며 큰소리로 웃어
제낀다.
"하하하.."
웃으면서도 추운지 몸을 감싼 이불을 놓지 못한다..
지금 성훈이 버티는건 정신력.. 그 하나뿐이다...
지원은 웃고있는 성훈의 모습을 물끄럼히 바라보기만 한다.
"돌아가...."
"왜?"
갑자기 웃음을 뚝 그쳐버리고는 차갑게 내뱉는 성훈의 말..
"....그건..."
"내가 사랑한다고 말해서?"
"..어..."
"누가 형보고 나 사랑해 달래?"
할말이 없다.
성훈의 저 말뜻은 혼자도 상관없으니까 말릴생각 하지말라는 완강한 거부.
하지만 문제는...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커튼 틈으로 한줄리 햇빛이 성훈을 통과한다.
"눈부셔..."
이 한마디를 남기고 지원은 눈을 질끈 감는다..
햇빛에 반사된 금빛의 성훈의 머리칼...
얼어서 발그스래한 볼...
지원이 눈이 부셔 눈을 감아버린건....갑자기 커튼 틈으로 들어온
햇빛과는 아무 상관이없었다...
사랑한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성훈의 모습이..너무 아름다워서...
두 눈으로 보고있다간 눈이 멀어버릴것 같아서....감아버린것이다....
지금 지원이 할 수 있는 말은 한 마디뿐..
"미국으로 돌아가..."
"형이 오라면 오고...가라면 가야하는거야 난?"
"성훈아.."
"내가 언제 사랑 구걸했어?!! 내가 나 사랑해 달라고 그랬냐구?!
나 혼자라도 하겠다는데 왜 자꾸 그래!!!"
"멍청아! 너 혼자가 아니니까 그렇지!! 너보다 내가 더 해! 알아?
너 혼자가 아니니까 문젠거야!!!"
"형...."
멍한 눈으로 지원을 바라보는 성훈이 보인다.
지원은 고갤 돌려버린다.
자의(自意)는 아니지만 말은..해버렸다...
다시 주워 담을수는 없다...
성훈은 말없이 지원의 두 손은 자신의 두 손으로 잡아 본인의 얼굴로
잡아당긴다.
뺨으로 손을 잡아 끌어 지원의 손이 성훈의 뺨을 감싸게 되자 뺨의 차가운
기운이 손으로 확 느껴졌다.
고개를 돌렸던 지원이 다시 성훈의 눈을 바라봤고...
성훈은 그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그냥 받아들이자.형.....힘들어지지...말자고..........
어차피....뒤틀렸어...태어났을때부터...........
그냥.....나 받아들여...."
지원은 야단맞는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성훈의 겨드랑이 아래로 팔을
끼워 허릴감싸곤 성훈을 가슴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성훈은 저항없이 지원의 가슴에 안겨 지원의 목에 팔을 두른채
지원을 꼭 껴안았다.
"나 앞으로도 의외 처리하러 가면...너 또 집에서 계속 걱정하면서
기다려야 하는데..괜찮아..?"
"기꺼이..."
Bright smile 성훈...
[가 연]
佳緣- 그 아름다운 인연을 위해...
번 호 : 16866 / 21107 등록일 : 2000년 02월 24일 02:54
등록자 : TAIJI33 조 회 : 2165 건
제 목 : [소설] 아카시아 길 [75]
아카시아 길 [75]
이른 새벽.
승혁은 어두운 계통의 가운을 걸친채 방안의 화분에 물을 주며 화분의
아랫부분에 자라나는 잡초를 뽑았다.
여느집 보통 아저씨와 다르지 않은 모습..
가벼운 슬리퍼를 신고, 히끗히끗보이는 흰머리까지..
저 사람은..저렇게 평범해보이는 사람은..그제새벽... 사람의 머리
절반을 총으로 날려버린 사람이다.
조직원의 관리를 위해 어제부터 밤을 센 현우가 승혁의 방에서 차를
마시며 화분에 정성을 쏟고있는 승혁을 보고있다.
밤새도록 바쁜 현우가 못내 안타까운지 새벽에 불러 따뜻한 차를 건내는
승혁이였다.
어떤게..진짜 모습인지..
"현우야...여기 새싹이 돋았구나.."
"때가 아닌데..겨울에 왠 새싹이죠?"
현우는 찻잔을 나무내음이 나는 원목탁자위에 놓고는 폭신한 쇼파에서
일어나 승혁에게로 다가섰다.
정말로 새싹이 돋아나 있었다.
한 겨울에..아무리 실내라고는 하나 있을수 없는일..
"하하..내가 사랑을 준만큼 보답하는거로구나"
아이처럼 기뻐하는 승혁을 보며 현우는 슬며시 웃는다.
그리고 현우도 신기한 모양인지 승혁의 곁에서서 그 새싹을 보며 기뻐한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사이좋은 부자(父子)라고 생각을 했을게다.
현우는 다시 쇼파로 돌아와 앉았다.
역시 이틀꼬박 한숨자지 않고 눈을 뜨고 있는일은 쉽지 않다.
하루하루 눈에 뜨일정도로 늘어나는 마하데바 조직원이나...
늘어가는 구역..
이젠 정말 체계적인 계획이 아니면 다스릴수 없을정도로 마하데바의
규모는 커져갔다. 이제 마하데바는 미국전역의 두려움의 대상이다.
미합중국 정부조차 모른척 눈을 감아주는...마하데바....
현우는 따뜻한 찻잔에 손을 가만히 대어본다.
기분이 좋아진다.
평화로움.. 이 세계는 늘 시끄럽다.
작게는 밑의 아이들의 사고들이나...크게는 구역다툼까지.
하루라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었다.
물론 요즘에는 현우에게까지 오지 않고 미르옐의 선에서 마무리되지만
말이다.
하지만 역시 매일 보고는 올라오므로 피곤하긴 매한가지다.
찻잔의 손잡이에 손가락을 끼워넣고 아랫입술에 찻잔의 끝부분을 가볍게
얹고 차를 마셨다.
"현우야-"
"네."
"아오트와 카오스 자료를 모집한다지?"
"아..네...카오스 자료는 많이 모았습니다."
승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화분의 넓은 나뭇잎 부분을 정성스레 닦아내어 주고있다.
"아오트 자료도 어서 수소문해보거라.."
"아오트는 이미 제거했지않습니까.."
"현우야.. 네 장난에 한번 놀아주었으면 된거 아니냐?"
현우는 들고있던 찻잔을 놓쳐버렸다.
[챙!]
가벼운 마찰음과 함께 찻잔이 산산히 부서졌다.
하지만 현우는 얼어붙어 움직일수 없었다.
"무..무..무슨 말씀이신지.."
승혁은 키가 작은 나뭇잎을 닦느라 숙였던 허리를 펴고는 예의 그 건조한
눈을 들어 현우를 가만히 응시한다.
"정녕...몰라서 묻는게냐...아님 나를 놀리는게냐.."
"......"
"아오트가 그토록 쉽게 내 손에 죽을 녀석이였다면 난 녀석을 처음부터
신경쓰지도 않았어!"
"보스..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됐다.. 장난은 한번으로 족하다.. 그냥 한번 놀아준셈 칠테니 앞으론
이런일 없도록 하거라.."
"네."
승혁이...현우가 시킨 사람의 얼굴을 총으로 날려버린 이유는 간단했다.
누군가 혹시라도 아오트의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이 시체를 보고 아오트가
아니라고 한다면 마하데바는 웃음거리가 될것이다.
승혁이 아오트를 두려워하고 있기때문에 현우가 꾸민일이라게 들통이
난다면 마하데바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될것이고,
승혁이 두려워하는 아오트...아오트는 더욱 큰 명성을 얻게 된다.
어차피 아오트가 자신이 아오트라고 나설리도 없고. 나서지 않는 이상
전설적인 아오트는 마하데바의 주인 승혁의 손에 죽은 상태일뿐...
이 바닥에서 [죽었다]...라는 소문은 빨리 퍼지지만...
[사실 죽지 않았다]...라는 소문은 퍼지는 속도가 10배이상 느리다.
무서운분...승혁은 현우의 아니 마하데바 전체의 위에 앉으신 분이시다!
"재덕아, 너 안 잘꺼야?"
아침 10시..
집에 도착하고나니 이미 시간은 저렇게나 지나있었다.
장거리 운전에 피곤할텐데도 재덕은 핸드폰 밧데리를 갈더니 쇼파에
앉아 핸드폰을 꼭 잡고 있다.
운전을 하지 않은 수원과 지용도 피곤함에 못이겨 샤워도 대충하고
방에서 함께 널부러져 자고 있는데 재덕은 왠일인지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재진의 질문에도 대답은 하지 않고 그저 웃어보이기만 할 뿐이다.
"기다리는 전화라도 있는거야?"
"미국에서 전화 올끼다...니 먼저 자라."
"자다가 전화오면 깨면 되잖아.."
"혹시나 못 받으면 우야노..."
"중요한 전화야?"
"..어..."
저렇게까지 중요하다는데 자라고 더 권한다는건 재덕을 더 피곤하게 하는
일이라는걸 잘 아는 재진이기에 고갤 끄덕이며 방으로 들어갔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과거가 재진을 더 피곤하게 한다.
평생 기억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띠리리립- 띠리리립-]
"여보세요."
변환기를 사용해서 전화를 받는 재덕을 보며 재진은 방으로 들어왔다.
=접니다.=
그 였다.. 아오트를 살피러 간 그..
"아오트에 대한건 다 알아봤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아오트의 시체를 살필만한 시간적 여유가 부족
했습니다. 알아낼수 있었던건 몇가지일분...=
"시체를 봤다면 얼굴 생김새는 보았을것 아닙니까!"
=아니요. 전혀 볼수가 없었습니다.=
어째서 일까..?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해도 시체로 누워있는 사람이 몸을
뒤척이거나 얼굴을 가리고 있을리도 없고 다른건 못봤어도 얼굴은 정확히
볼수 있어야 하는게 당연한 이치아닌가?
현아저씨의 얼굴을 재진에게 그려달래서 미국의 그에게 보내어 동일인물
인지 확인해보려던 재덕이였다.
그런데...얼굴을 보지 못했다니...
=완벽하게 으깨어져 있더군요.=
"네?"
=마하데바의 저택으로 들어가서 실패를 했다면...마하데바저택에서
아오트를 곱게 내보내줄리가 없지 않습니까... 얼굴을 총으로 완전히
날려버렸더군요..=
"그런데 그가 아오트라는걸 뭘로 단정하고 있는거죠?"
=죽기전에 그렇게 스스로 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체의 얼굴을
보았던들 아오트의 얼굴을 모르는 우리로선 그가 아오트라고 믿을수
밖에요.. 게다가 마하데바저택의 입에서 나온말이니 믿을만 합니다.=
그의 말이 맞다...
아오트의 얼굴을 모르니.. 얼굴이 제대로 붙어있었던들 확인할 길은 없다.
마하데바..그 정도의 명성이라면 거짓을 말 할 린없다.
혹시...그걸 노리고...?
"국적은요?"
=Korea....=
"한국?!"
=네..죽기전에 존재를 알릴때도 한국말을 구사했고..그의 주머니에서
한국 어린이들의 사진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일본인이나 중국인 일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분명 서울의 거리였습니다. 그리고 컴퓨터로 각 국의 얼굴의 형태를 비교
분석하여 한국 어린이들임을 밝혀냈습니다.=
현아저씨일지도 모른다....
현아저씨일 확률이 높다..
마하데바의 저택으로 숨어들어 승혁의 침실에 숨어있었다면..
누구의 도움을 받았다해도 보통의 심장을 가진 자로서는 불가능하다..
"알았...습니다...."
=그럼..=
[달칵-]
나쁘게 생각하지 말자...
현아저씨가 아닐수도 있다....
Bright smile 성훈...
&- 아카시아 길을 다른곳으로 퍼가도 되냐고 멜 주셨던분!
퍼 가시도록 하셔요^^
[가 연]
佳緣- 그 아름다운 인연을 위해...
번 호 : 16867 / 21107 등록일 : 2000년 02월 24일 02:54
등록자 : TAIJI33 조 회 : 2170 건
제 목 : [소설] 아카시아 길 [76]
아카시아 길 [76]
"어깨 안아파?"
서울로 올라가는 길. 날 대신해서 운전대를 잡은 성훈이가 날 힐끔
쳐다보며 묻는다.
난 고갤 끄덕이며 운전을 하는 성훈이 못미더운듯한 시선을 보낸다.
"강성훈...너 진짜 운전 할 줄 알긴 하는거야?"
"미국에서 운전면허증 땄었어.."
"근데 왜 이렇게 운전하는게 서툴러?"
사실이였다.
운전하는 폼은 보기에도 우스웠다.
물론 내겐 귀엽게 보였지만...
운전대를 거의 껴안다싶이 하고는 앞유리창에 코가 닿을정도로 상체를
내밀고 있는데다 두 다리는 긴장한듯 굳어있는게 두 눈으로도 느껴질정도
였다.
갑자기 헤드라이트를 켜는가 하면 직진을 하면서 깜빡이를 켜질 않나..
깨끗한 앞유리창에 클리너를 나오게 한다던가..
음악을 틀어준다고 해놓곤 유리창을 닦고.
확실히 보통의 수준은 아니였다.
"면허증 따놓고.. 거리주행은 처음이야.-_-; "
"후나...-_-;; "
난 걱정된다는듯한 표정으로 성훈의 이름을 한번 부르고는 성훈이의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잔뜩 긴장한 모습이 꼭 오락게임에 빠진 초등학생과도 같은 모습이다.
집중..긴장....
"쿡.."
성훈일 보며 낮게 새어나온 웃음소릴 다행히도 성훈이는 듣지 못한
모양인지 운전에 몰두하고 있다.
가만히 보고있자니 밀려드는 행복에 나오려는 미소를 참는것도 쉬운일이
아니였다.
세상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운...연인(戀人)...
어렵게 얻은 내 사랑...
"예쁘다..."
"뭐라고?"
"예쁘다고.."
"옆 차에 이쁜 누나라도 앉아있어?"
"글쎄.."
평일임에도 차가 조금씩 막히고 있었다. 서울로 들어서는 톨게이트로
접어드는게 쉽지가 않다.
차가 막혀서 제자리에 서게된자 성훈은 옆차선에 서있는 차를 고개를빼서
들여다 본다.
하지만 아무리 성훈이가 들어다 봐도 내가 예쁘다고 할 만한 여자는
옆차엔 없다.
옆차엔 운전하는 40대의 아저씨와 아저씨의 와이프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분. 두 사람이 전부니까...
그렇다고 그 차 건너의 차는 썬팅이 심해서 보이지도 않는데...
"설마..저 아줌마가 마음에 든건 아닐테지?"
"쿡쿡...글쎄..."
"치..."
내 어정쩡한 반응에 심통이 났는지 입술을 쭉 내미는 성훈을 보고있자니
살아있음에 조금더 감사하게 된다..
"사랑해 성훈아..."
못들은걸까... 성훈인 운전대를 꼭 잡고는 마치 전쟁이라도 하는듯한
비장한 표정으로 차창밖의 차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처음하는 거리주행이라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닌가 보다..
하지만....성훈이가 들어주었으면 좋겠는데..
난 다시한번 작게 입을 떼어낸다..
"성훈아...사랑해..."
"앗- 저 차 새치기한다!!"
버럭소릴 지르며 차의 크락션을 크게 울려대는 성훈이..
이번에도 고백실팬가...후..
차라리 내가 운전을 하는편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성훈이의 말데로 두어칸 앞에서 승용차 한대가 세치기를 하며 다른차
들의 욕을 먹고 있었다.
저 차 한대때문에 성훈이에게 고백한 용기가 뭍힌다는건 아무래도 용납
되지 않는다.
다시한번...조금 힘을 주어 성훈이에게 내 마음을 전한다.
"성훈아..사랑한다고...."
이번엔 들었겠지...
"...바보야....자꾸 그런말 하지말란말야...나 사고내면 어쩔거야..."
의외의 성훈의 대답에 난 성훈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보기 좋게 붉게 달아오른 얼굴...
하하...
성훈인 처음부터 다 듣고 있었던거다...
부끄러워서 대답하지 못한걸...내가 세번이나 그런말을 했으니...
너무 눈치없는 연인을 둔 우리 성훈이..앞으로도 힘들겠네...쿠쿡...
"고지용!! 오늘 식사당번 너잖아!!"
지용의 문앞에 서서 밥을 내놓으라고 농성을 벌이고 있는 수원을 보며
난 피식 웃는다.
지용인 아주 푹- 자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문까지 잠궈놓고 취침에
들어갔다.
지용이가 마음먹고 잔다면야 저정도 소란이야 귓전으로 흘릴수도 있다.
정신력이 강해 뭐든지 마음먹으면 해내는 아이니,
공룡이 옆에서 뛰어다녀도 좋은꿈꾸며 잘 수도 있는게 지용이다.
나는 수원이에게 단념하라는 투로 말을 했다.
"수원아...포기하그라..지용이가 문 잠궈놓고 잘 정도면 마음 단단히
묵은기라...맨날 니가 칼들고가서 찌른다고 협박하니까 그나마
일어났던거지.. 오늘은 어림없따."
하지만..수원인 배가 고프다.
그렇다고 식사준비를 하기는 너무나 귀찮다..
고로 식사당번인 지용이가 일어나야한다.
문앞에서 소릴 고래고래 질러보지만 수원인 원래 목소리가 큰 편이
아닌데다 배도 고픈탓에 그리 큰 효력은 발휘하지 못하는듯하다.
"우아암...잘잤다.."
눈을 비비며 나오는 재진의 목소리에 수원은 구세주를 만났다는듯이
재진에게로 쪼르르 달려가 재진의 옆에 선다.
"재진이형...배 고프지?"
"어...밥 준비 다 했어?"
"오늘 지용이 식사당번인데..아직도 잔다."
"지용이 깨워서 뭐 할꺼야... 어차피 깨워놔도 라면 끓여줄텐데...
지용이 메뉴가 늘 그렇지..라면 아니면 냉장고에 남은반찬 싹쓸이해서
만든 돼지비빔밥...난 둘다 싫어..."
그도 그랬다..
지용이 식사당번때 늘 먹게되는건..라면.-_-
라면이 싫다고 우기면..냉장고에 남은 반찬을 싹싹 긁어다가 비빔밥을
만들어준다.
하지만..수원인 그거라도 먹고싶은 모양이다...
솔직히 이젠 밥이 문제가 아니라 문까지 잠궈놓고 자는 지용이가 괘씸해서
수원이가 저러는 거라는걸 난 잘안다. 하핫..
"그래도..오늘 지용이 당번이니까...깨워야잖아.."
"그럼 깨우면 되잖아..너 지용이 자면 깨우는 방법 있잖아...내가
만들어준 그 다용도 엑스칼리버...그 걸로 지용이 여기저기 막 쑤시면
벌떡 일어나지 않냐?"
"근데....방문까지 잠궈 놓은거 있지.."
"이러언~~ 괘씸하안~!!"
난 그렇게 함께 두 눈에 빛을 내는 재진과 수원을 바라본다.
둘 다 막자고 일어나서 머리엔 새집을 짓고 저렇게 밥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은...정말이지...에휴.....
도대체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인지....
"잠깐만 있어라 수원아.."
"응..형만 믿어."
방으로 도로 들어간 재진인 손가락 두개정도의 두께와 길이를 가진 유리
시험관을 들고 나오더니 묘한 미소를 흘린다.
재진이 저 미소를 흘릴땐 조심해야한다.
뭔가 일을 낼꺼라는 신호니까..
재진은 지용의 방으로 후다닥 달려가더니 시험관의 뚜껑을 열더니
지용이의 방문의 쇠로된 손잡이에 용액을 유리 스포이드로 옮겨 뿌린다.
"이건..쇠만 녹이는 용액이얌....하하하"
그렇게 말하자 재진이의 말에 대답이라도하든 지용이의 문손잡이가
엿가락처럼 휘더니 녹아들어갔다.
곁에선 재진일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엑스칼리버를 더욱
꽉 쥐는 수원이..
지용아.....명복을 빈다...
[턱-]
문이 열렸다..
"으아아악-----"
지용아....쯧쯧..
Bright smile 성훈...
[가 연]
佳緣- 그 아름다운 인연을 위해...
번 호 : 17280 / 21107 등록일 : 2000년 02월 26일 03:18
등록자 : TAIJI33 조 회 : 2107 건
제 목 : [소설] 아카시아 길 [77]
아카시아 길 [77]
"그래서..이렇게 다친거야?"
놀란 표정으로 지원의 어께를 살피며 묻는 재진에게 지원은 고갤 끄덕이며
멋쩍게 웃었다.
한번도 이런 실수를 한적이 없는 터라 지원의 어깨의 상처에 대한
멤버들의 놀라움은 이루 말할수 없을정도 였다.
어색하게 웃어보이는 지원의 곁에 앉은 성훈의 생각하기도 싫다는듯한
표정이 그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었는지를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깊어보이는 상처...
성훈의 아직도 창백한 모습...
얼음을 부수다가 언 호수에 빠졌다는 성훈의 모습이 영상처럼
그려지는듯 했다
"형 바보가..? 하루이틀 일해본것도 아이고...소음기 잊어먹는 킬러가
어딨노..."
재덕의 걱정이 베인 잔소리에 멤버들도 동의 하는듯 고개를 함께 끄덕이고
있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서 만난것도 아니였는데 서로에게 할 얘기가 너무나
많았다. 이런저런 잡다한... 열심히 귀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얘기에도
모두 주의를 기울였다.
가족...
하룻저녁 외박을 하고 돌아와서도 이것저것 할말이 많은 수다스런
모녀(母女)처럼.. 서로에게 의미없는 말이라도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가족이고 싶다...그리고..이제 그들은 가족이다..
"근데 지용이 얼굴엔 왠 반청고 투성이야?"
"묻지도 마..쳇.."
성훈의 질문에 지용은 수원을 슬쩍 흘기더니 이내 고갤 돌려버린다.
재진과 재덕은 그런 지용을 보며 쿡쿡거리며 웃음을 참으려는듯
손으로 입을 꾹 눌렀다.
수원은 궁금해하는 성훈을 향해 웃으며 말해주었다.
"식사당번인데 방문 잠궈 놓고 자길래 내가 행위예술을 좀 보여줬어."
"행위예술?"
"있어 그런거..큭큭.."
지용은 수원을 향해 들고있던 쿠션을 던지며 뭐라고 소릴 질렀지만 입가에
붙은 반창고탓인지 발음이 분명하지 않았다.
퍽, 어쨋던 지용의 복수심을 담은 쿠션은 수원의 얼굴을 정통으로 맞춰
지용의 분풀이를 조금은 해줬다.
다함께 웃으며 얘길 나누던 재진이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지원에게 말한다
"근데...김석준을 그정도로 보필하던 놈이라면.."
"박민철이야."
"그래. 박민철. 박민철이 김석준을 그정도로 받들어 모시던 놈이라면
지원형 위험한거 아냐? 형 찾을려고 혈안이 되어있을텐데.."
일리있는 말이였다.
충실한 '개'일수록 주인에겐 더 충성스러운 법이다.
그정도의 '충견'이라면 지원을 찾기위해 힘쓰고 있을거라는건 불보듯
뻔한 일...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 앉았다.
사실상 그들이 지원을 찾아낼수 있는 방법은 매우 희박하다.
지원일행이 그 정도로 노출이 쉬운 팀(team)이였다면 이렇게까지 성장 할
수도 없었을것이다.
그리고 이미 이 바닥에선 함부로 지원의 이름을 들먹일 만한 사람은 없다.
마하데바가 이제 막 서서히 조직세계의 절대자로 서고 있다면
'카오스(Chaos)'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바닥에서 절대적인 존재로
군림해왔다.
조직세계와 청부업의 세계는 별개(別個)다.
서로에게 속하지 않는 독단적인 단체. 섣불리 서로 건들수 없는 암묵의
조약을 맺고 있다.
어느쪽이 먼저든 승산은 반반..
수적으로 우세하다고 해서 조직이 이길 확률이 높은건 절대 아니다.
누가 뭐래도 승률은 절반씩이다.
이 두 세계가 암묵의 조약을 깨트린다면 그건 보이지 않는 전쟁...
실상 더 무서운건 세계 1,2차 대전이나 앞으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세계 3차대전이 아닌 이들이 잡고 당기고 있는 팽팽한 실이 끊기는 일이다
마하데바가 섣불리 카오스를 치지 못하는것도 이 이유때문이다.
게다가 아오트(A.O.T) 역시 확실히 카오스보다 몇수 위인것은 사실이지만.
그 역시 카오스를 함부로 건들일순 없다.
카오스!!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 이들은 성장하고 있다.
이들이 걱정하는건 돌발 상황일뿐이다.
혹시나 박민철로 인해 물위로 모습을 드러내게 되면 여러모로 불편해진다
대학을 다니는 다른 멤버들이나 성훈이까지도 대학은 고사하고 집마저
은폐된 곳으로 옮겨야한다.
가라앉은 분위기에 지용이 입을 였었다.
"이상하지 않아? 박민철이란 자가 그정도로 충성스러웠다면 벌써 어떻게든
어떤 행동을 취했을거고, 벌써 그의 행동을 우리가 읽었어야 했어.
너무 조용하잖아. 지금..."
"박민철도 다쳤을테니까 치료나 하고 행동을 시작할려나보지..."
지원의 반박에 지용은 그래도 석연치 않은지 더 생각을 꺼내 놓았다.
"형이 총으로 쏴도 그자리 지키더라며? 그정도면 그 깟 상처 우습게
여긴다는뜻 아냐?"
그도 일리있는 말이다.
어째서 박민철은 이렇게 조용한걸까...
푹풍전야인가..?
지원은 아랫입술을 손가락으로 두어번 만지작 거린후 재덕에게 말했다.
"재덕아 너한테 정보 파는 녀석한데 그 쪽 분위기 어떤지 물어봐."
재덕은 대답대신 가볍게 고갤 끄덕이더니 전화기를 들었다.
재덕이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 위해 무선전화기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고
남은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이유없는 미소를 흘렸다.
반가움인가..?
마주 보고 앉아만 있어도 좋다는건.. 뭐라 설명해야 하는건가...
성훈은 지원의 오른손을 슬쩍 감싸쥐며 물었다.
"어깨 결리고 그러진 않아?"
"그냥 그래...너 안피곤해?"
"나도 그냥 그래.."
"첫 거리주행 소감이 어때?"
"오싹한데^^ "
지원은 어깨를 움츠리며 오싹하다고 표현하는 성훈을 보며 환하게
웃어보인다.
이런 사랑을 부정하려고만 한 자신이 바보같기만한데..
"어~ 두사람 분위기 이상한데에~"
재진의 놀림섞인 말투에 지용이 입가의 반창고가 발음에 불편한걸
느꼈는지 입가의 반창고를 떼버리더니 지원과 성훈을 보며 마구 웃기
시작했다.
달칵, 방문이 열리며 재덕이 전화기를 들고 방에서 나왔다.
쇼파에 앉으며 이상한단 표정을 짓는다.
"뭐래?"
"지용이 말처럼..뭔가 이상하데이... 박민철이 서울에 올라오고부턴
흑호파의 움직임이 뜸해졌다카는데... 김석준을 죽인 사람을 찾으려는
행동이 전혀 눈에 뜨이지 않는단다...이게 우예된일이고..."
"폭.풍.전.야... 큰 비가 내릴 모양이야..."
성훈이 나즈막히 읊조렸다...
Bright smile 성훈...
[가 연]
佳緣- 그 아름다운 인연을 위해...
번 호 : 17281 / 21107 등록일 : 2000년 02월 26일 03:19
등록자 : TAIJI33 조 회 : 2111 건
제 목 : [소설] 아카시아 길 [78]
아카시아 길 [78]
"현우야. 한국은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거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원위치를 찾아가는건 시간문제
라고 합니다."
"음...김석준을 죽인 놈은 찾고 있다고 하더냐?"
"행동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조만간에 목을 갖다드린다고 하니.."
승혁은 현우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였다. 이정도의 타격이야 어느정도 예상했던 것..
다시 본래의 자릴 찾아간다고 하니 이젠 한시름 놓았다고 해야한다.
때 아닌 비가 갑작스레 내리는 바람에 마하데바 대저택은 서늘한 기운마저
안겨주고 있었다.
쉬지않고 작은 빗방울들이 유리창을 거세게 내리쳤다.
"아오트에게 연락을 취해 보았느냐?"
"저 그게..."
"뜸들이지 말고 말하거라."
"연락이 되질 않고 있다고 합니다.. 아오트에게 의뢰를 부탁했던
사람들도 닥달을 해봤지만 다들 연락이 되질 않는다고 합니다."
"흠..."
무겁게 내려앉는 한숨소리에 현우는 고개를 더욱 깊숙히 숙였다.
모든게 자신의 잘못인것만 같아서 죄스러울 따름이다.
"현우야..."
"네..?"
"어머니 병환은 어떠신게냐.."
"매일 같습니다.."
"더 큰병원으로 옮겨보는게 났지 않을까...?"
"승혁님께서 보내주신 병원보다 더 큰 병원은 L.A에는 없습니다..."
"나을수만 있다면 다른나라라도 가셔야지.."
"늘 마음 써 주셔서...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수원이랑 나랑 나가서 동태를 살피고 올께."
"야..고지용~ 왜 나까지 끌여들엽!"
"장수원..니가 날 많이 좋아하잖아..얼마나 좋아했으면 내 잘생긴 얼굴에
십자수까지 했겠어- 안그래?"
내 말에 말에 수원인 더는 반박을 하지 못하고 고갤 끄덕이고야 말았다.
순진한 놈...
그나저나 너무 난리를 쳐도 미울놈들이 넘 조용하니 더 불안하다.
그렇게 이를 갈았다면... 모든 별장에 숨어들 정도로 김석준을 죽인
킬러에 대해 집착을했다면 지금쯤 난리를 피웠어야 마땅하다.
김석준이 죽었다는게 다 알려진 마당에 킬러라도 잡아서 설욕을 해야
함이 마땅한데도...지나치게 조용하다..
성훈이 말데로 폭풍전야 일지도 모른다.
일이 커지기 전에 막아야 한다.
수원이 혼자 가서도 박민철 따위 죽이는일은 어렵지 않다.
그깟 애송이 쯤이야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
하지만..우린 의뢰받지 않은 사람에겐 총구를 들이밀지 않는다.
우린 살인자가 아닌.. 청부업자(請負業者)일뿐...
돈을 받고 원하는 일을 들어줄 뿐이다.
박민철을 죽일 생각이 없다면 그가 일을 벌이기전에 막을수 밖에...
흠...
다친 지원형도 지원형이지만 성훈이가 더 걱정스럽다.
지원형이야 계속 함께 있어서 못느끼는듯 하지만 성훈이의 얼굴이 말이
아니다.
까칠해진 입술은..아직도 본래의 성훈이의 입술색이 아닌데...
두어번 훑어본 한의서를 본 바에 의하면..
보아하니 몸살인것 같은데...
저렇게 쉬지 않고 웃고 있는게 용할뿐이다.
얼굴색도 별로고..눈밑에 검은 그림자까지...
"강성훈. 너 피곤하면 가서 자."
재진형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성훈에게 안정을 취할것을 권해본다.
확실히 누가봐도 좋지못한 상태...
"괜찮아..안 피곤해... 처음으로 운전을 해봤더니 긴장을 했었나봐..헤헤"
운전때문에 두 손에 떨린다는말은 들어보지 못했어...
강성훈....어디 아픈거지....
니가....지금 어딘가가 망가진거지...
겨울에 맨몸으로 얼음물에 빠진 녀석이...살아있는게 신기한거지...
마냥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있는 지원형이 조금 밉다...
다른때 같으면 자기가 먼저 알고는 챙겨주면서... 어째서 저렇게나 힘들어
하는걸 못알아 보는건지...
"지.."
지원형을 부르려던 나는 그만 둔다.
재진형이 눈치를 줬기때문...
그냥 두라는뜻인것 같은데...
...하긴....성훈이가 저렇게까지 피곤하단걸 지원형이 느끼지 못했다는걸
스스로 알면..아마도 성훈일 친동생처럼 생각하는 지원형에겐 충격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저렇게 두면...나쁠텐데...
"니랑 수원이랑 뭐를 우얄낀데..?"
혼자 성훈이 건강상태를 살피는 내게 재덕형이 내일의 행동에 대한
움직임을 물어온다.
"나랑 수원인 일단 흑호파가 운영하는 나이트클럽 아니까 거기 가보고..
재진형..내일 할 일 없지?"
"나 내일 바빠. -_- "
"아닌거 알아. 형은 내일 흑호파 본거지에 들어가서 분위기 살피고 와."
내 명령조의 말에 재진형은 울상이 된다.
제일 위험한 일...
저건 한마디로 호랑이굴에 가서 호랑이 눈치를 살피고 오라는뜻과도 같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에 금새 적응할만큼 강심장인 사람은 재진형뿐이니..
게다가 임기응변에도 강한편이니 아무래도 말주변이 짧은 나나 수원이
보다는 재진형이 적합할듯 하다.
"내가 제일 위험하잖아-"
"형은..."
"나 뭐?!"
"형은 형이잖아..."
재덕형이 재진형의 어깨를 두들이며 잘 갔다오라고 약올린다.
"야- 재덕이는 뭐 안하냐?!!"
"내는..내일 김석준제거한 잔금, 컴퓨터로 해킹해서 우리 통장으로 옮겨야
하기때문에 집에 있어야 한데이~ 잘갔다 온나~"
재덕형의 말에 다함께 웃는다.
내일은 바쁠것 같다..
성훈이...피곤해 보이는데....
Bright smile 성훈...
[가 연]
佳緣- 그 아름다운 인연을 위해...
번 호 : 17642 / 21107 등록일 : 2000년 02월 28일 01:37
등록자 : TAIJI33 조 회 : 2127 건
제 목 : [소설] 아카시아 길 [79]
아카시아 길 [79]
거실에서 내일의 일정을 위해 이런 저런 많은 얘기가 오갔다.
시간과 사전조사도 필요했으니까..
"나...들어가서 좀 자도 되지?"
역시 더는 버티는게 힘들었는지 쇼파에서 몸을 일으키는 성훈을 재진과
지용이 안타까운 눈으로 올려다 보며 고갤 끄덕였다.
"운전하느라 피곤했나봐.."
대충 얼버무리며 방으로 향하는 성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지원이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지원이 걱정하는건 몸이 많이 상한것에 대한것이 아니라 운전을
해서 많이 피곤한것만 같아보이는 모습때문일거다.
어째서 지원의 눈에 보이지 않는것일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성훈이의 몸이 않좋다는걸 지원이 못느낀다는건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다.
눈동자가 조금만 붉어져도 아픈거 아니냐고 호들갑을 떨던 지원인데..
어째서 저렇게 창백한 모습을 알지 못하는걸까..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사랑하는 아이...
사랑하는 성훈이가.. 힘들게 얻게된 성훈이가 아프다는걸 인정 할 수 없는
지원의 무의식의 고집.
은지원은 인정할 수 없다.
성훈이가 창백한것도 몸이 생각보다 많이 망가졌다는것도...
인정할수 없음에..눈에 보이지도 않는것이다.
지원의 눈에 보이는 성훈은 항상 밝게 빛날수 있기를...
그건 비단 지원뿐 아니라 지금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욕심..
지금 지원의 무의식이 고집을 부리고 있다.
지금 지원의 무의식이 욕심을 부리고 있다.
고통으로 움찔거리는 성훈의 눈썹은 보이지 않는다.
성훈의 눈밑의 검은 그늘따위 지원의 눈엔 보이지 않는다.
건조하게 말라붙어 껍질이 일어나는 성훈의 입술을 지원을 알지 못한다.
보이는것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빛나고 있는 성훈...
그렇게 무의식의 지배아래... 아무것도 모르고 눈이 멀어버렸다.
그렇게 함께 성훈의 사랑에 눈이 멀었다.
이제 지원에게 '강성훈'은 또 다른 '은지원'....
바로 자신이다.
"야, 넌 또 어딜 가~"
재진이 일어나 어딘론가 향하는 수원을 보며 물었다.
수원은 갑자기 베시시 웃더니 성훈이 들어간 성훈의 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니가 거긴 뭐할라고 가노?"
"헤헤.."
"웃지만 말고 말을해. 말을."
"엄마랑 잘꺼야...헤헤.."
말을 마치자 마자 수원은 쏜살같이 성훈의 방으로 달려들어갔다.
며칠사이 성훈이 많이 보고싶었던 모양이다.
네 사람은 그런 수원을 보며 소리내어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점점 밝아지는 수원의 모습도 좋았고, 수원이 성훌을 따르는 모습도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엄마'라는 말이 좋았다.
엄마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있다해도.. 수원의 입에 나오는 엄마는
기억속의 않좋은 부분을 자리하는 그런 엄마가 아니다.
언제나 곁을 지켜줄...훌쩍 떠나 버리거나 자신들을 버리지 않을...
수원이 부르는 '엄마'는... 국어사전에도 없는 새로운 개념이다.
"그럼 내일 아침 일찍 나갈꺼야?"
지원의 질문에 지용은 잠시 생각을 하는듯 하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재진이형은 그 놈들 모이는 본당으로 가야하니까 일찍 나서는게 좋겠고,
나랑 성훈인 나이트클럽 둘러보러 가는거니까...오후 5시쯤 나가서
여기저기 둘러보곤 곧바로 나이트로 가지 뭐."
"재진아 정말 혼자 괜찮겠어?"
지원은 아무래도 혼자 그곳으로 재진을 보내는게 마음에 걸리는지 재차
재진에게 의사를 물었다.
"그럼 어깨 총맞은 형이 갈래? -_-? "
재진의 말에 지원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어깨에 총 한번 맞고부터 멤버들의 지나친 걱정에 몸둘바를 모르는 지원.
지원의 어색한 미소에 멤버들이 또 웃을 즈음 성훈의 방에서 뒤따라 들어
간 수원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 들려왔다.
"형들!!! 지용아!! 얼른 와봐!!"
좋지 못한 예감에 벌떡 일어난 재진과 지용보다 한발 앞서 달려간건
지원이였다.
남은 한손으로 문을 벌컥 열즈음 뒤따라 달려온 멤버들이 지원의 등뒤로
도착해 방안을 들여다 보았다.
침대에 축 늘어져 있는 성훈과 그런 성훈을 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횡설수설하고 있는 수원이 눈에 들어왔다.
지원은 방으로 뛰쳐들어가 축 쳐진 성훈을 잡아 안았다.
몸이 불덩이처럼 뜨겁다.
"어떻게 된거야!!"
"나..나도 모..몰라. 방에 들어왔는데.. 자..자..자..고 있길래 할
말있어서 깨..깨...울려고...흐..흔들었는데 가..가..갑자기 추..추..축
늘어져버..버..버리잖아."
수원이도 많이 놀랐는지 알아듣기 힘들정도로 말을 더듬었다.
재덕도 많이 놀라선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하며 어둥거렸다.
재진과 지용만이 올것이 왔다는듯 안타까은 표정을 지을뿐이다.
"지용아! 가서 차 시동걸어놔!"
"어.알았어!"
지용이 밖으로 뛰어나가고 지원을 재진을 올려다보며 외쳤다.
"재진아, 성훈이 업어."
자신이 업고싶었다.
아무리 재진이라도 다른 사람의 등에 업히게 두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팔로는 아무래도 무리가 따랐고 자신을 원망할 밖에 다른걸
할 수 없었다.
재진의 등에 업혀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성훈의 뺨을 아프지 않을
정도로 톡톡 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성훈아!! 강성훈!! 눈 떠봐..나 보여? 형 보여? 지원이형이야..나 보여?"
대답은 커녕 고개짓도 못하는 성훈을 보며 어느새 현기증마저 느끼는
자신을 발견했다.
유치한 감정... 연인이 아프면 내가 더 아파져온다는 유치한 노래가사를
비웃던 자신이 더 우스워졌다.
그건 사실이였다.
정말...질식 할 것만 같은 공포..
이러다 성훈이가 죽어버리면 어쩌지...라는 말도 안되는 앞선 걱정.
재진은 성훈을 업고 밖으로 나가 집앞에 세워둔 지용의 차로 달려갔다.
한손으로 등뒤의 성훈일 잡고 한 손으로 차문을 열었다.
지원이 먼저타고 재진이 뒷좌석이 성훈을 밀어 넣어 주었다.
아직도 의식이 없는 성훈이의 머리부분을 다리에 누위고 짧게나마 다릴
뻗을수 있게해주고 재진은 보조석에 앉았다.
"나도 따라 갈꺼야!!"
수원이 나서자 재덕이 막무가네로 달려드는 수원을 붙잡았다.
"차에 자리가 없다아이가..먼저 보내고.. 우리도 몇가지 챙겨가 뒤따라
가자..그라문 안되나..."
"싫어! 걱정된단 말야!!"
[짝-]
차안에 있던 멤버들과 수원의 눈이 커졌다.
재덕이 수원의 뺨에 손을 댔다. 처음있는일..
"내는 걱정 안되는줄 아나!! 내도 무서워 죽겠따. 지금!!"
그제야 비로소 수원도 재덕의 얼굴을 바라봤다.
울고 있었다.
우는법을 배운건..참 번거로운 일인것 같다..
평생동안 우는 방법을 몰랐다면 좋았을텐데..
우는 방법을 가리친 사람이 저렇게 누워 울리고 있다니...
참 너무한단 생각이 든다...하느님이란 분..
"도대체 가족분들은 뭐하시는 분들입니까! 사람이 이 지경이 되도록
옆에서 구경하셨습니까?! 열이 40도를 넘어섰습니다! 이 상태로 조금만
더 있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응급실로 업고 온 성훈을 보더니 의사는 지원과 재진,지용을 잡아먹을듯이
소릴 질렀다.
원래 의사란 사람들은 환자의 상태에 대해선 아주 무감각한 편들이다.
그도 그럴것이 병원에 있으면서 죽어나가는 사람을 얼만큼 보았겠으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이 봐왔겠는가.
환자의 보호자에게 남의 일 말하듯 병명을 설명하고는 무표정하게 횡하니
사라지는게 의사들의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이 의사가 화를 이렇게 내는건.
고열로 인한 고통이 심했을거고, 그걸 호소했을텐데 보호자란 사람들이
이제서야 병원에 데려온것에 대한 분노였다.
이 정도의 고열이라면 뇌에 손상을 주어 정신분열도 가능했다.
40도를 넘어섰으면 그건 이미 사람이 몸이 견디어내기 힘든 체온.
이 날카롭게 생긴 의사는 성훈이 아무런 고통을 호소하지 않았다는것조차
믿지 않았다.
그 정도로..성훈이 느꼈을 고통이 컸다는걸 의사는 잘 알기 때문이리라..
정신력으로 버텼다는 걸..의사는 상상조차 못할것이다.
의사의 외침에 가까운 꾸지람이 계속되었고, 지원은 고갤 숙여 성훈의
의식이 없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의식도 없는채로..눈물이 눈가를 적시고 있는성훈...
지금 성훈에겐 고통을 호소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런 몸으로 계속 웃어주고...
어깨를 치료해주고.. 약을 사러 새벽에 함참을 걸었을 성훈을 생각하니
지금 당장 입에 총을 물고 죽기라도 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어디가 얼만큼 안좋은겁니까..어려운 병명은 말해줘도 모르니까..
풀어서 설명해 주세요."
지원을 대신해 재진이 의사를 향해 물었다.
의사는 아직도 진정이 안되는지 간호사에게 뭐라고 마구 주문을 하더니
말했다.
"보호자분들은 절 따라오세요. 설명드리겠습니다."
의사가 대답도 듣지 않고 뒤돌아 걸어갔고 지용과 재진이 의사의 뒤를
따라걸었다.
"형은 안가?"
"난..그냥 성훈이 옆에 있을께."
"그래 그럼.."
Bright smile 성훈...
[가 연]
佳緣- 그 아름다운 인연을 위해...
번 호 : 17643 / 21107 등록일 : 2000년 02월 28일 01:38
등록자 : TAIJI33 조 회 : 2171 건
제 목 : [소설] 아카시아 길 [80]
아카시아 길 [80]
의사는 손에 들고있던 청진기를 내려놓고 의자에 앉더니 지용과 재진에게
앉기를 권했다.
흥분을 가라앉혔는지 좀 전보다 한결 부드러워진 숨소리였다.
"지금 환자의 상태는 아주 신기할 따름입니다."
"네..?"
"저 정도의 상태로 살아있는게 용하단 말입니다."
"그...그게 무슨 말이예요!"
지용이 흥분을 하며 달려들려고 하자 재진이 지용을 막고 섰다.
의사가 어떤식으로 말하든 자신들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저 환자, 몸 전체가 동상에 걸렸는데 모르십니까? "
"전..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동상상태에.. 지금 살아있는게 신기할뿐입니다.
정신력으로 버티나 본데... 몸살까지 겹쳐서 눈뜨고 있는것도 불가능 할
정도입니다. 그 고통은 직접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못합니다.
어른 10여명에게 집단구타를 당 할때만큼의 고통이 바로 그겁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
성훈은 강릉에서 직접 운전까지 하고 올라왔다.
저 정도의 상태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닐수 없다.
당장 쓰러져도 시원찮을판에 장거리 운전까지 한다는게 말이되지 않는다.
"아프단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불가능한 일이지만..뭔가..환자의 의지를 붙들어 매었겠죠..그리고
긴장이 풀리면서 갑자기 몸으로 모든게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성훈에겐...지원을 안전히 서울로 데려오는게..가장 시급한 문제
였을테니까...
그리고 집으로 데려와 멤버들의 얼굴을 보고나니..이제 긴장이 사라져버린
것이다...그정도라면 지금의 상황이 정리가 된다......
재진과 지용은 몇가지 더 의사에게 전해 듣고는 의사의 방에서 빠져나와
다시 응급실로 가보았다.
성훈의 뉘였던 침대는 이미 비어있었다.
지용은 간호사를 붙들고 물었다.
"방금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 어디갔어요?"
"응급처치하고 입원실로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빨리 입원수속을 밟아요?"
"곁에 계시던 보호자분이 입원실 내놓으라고 하도 난리를 치시는 바람에
그러게 된것 같아요.."
재진은 피식웃으며 병실을 알아내 지용과 함께 걸었다.
그 얌전한 양반이 입원실 내놓으라고 난리를 피웠다니...
"지용아..좋은 구경 놓쳤다.."
"형도 그렇게 생각하지?..쿡...은지원의 난동이라..."
그렇게 웃으면서도 정작 둘은 재밌다기 보다는 습쓸한 미소를 씹으며
계단을 밟았다.
서로 약속이나 한듯..머리속을 빙빙 돌고있는 의사의 말..
[죽을뻔 했습니다...]
병실의 문앞의 숫자를 확인하고 문을였었다.
재덕과 수원이 와있었다..생각보다 일찍온 그들을 보니 괜히 반가워지는
재진과 지용...
"재진아. 지용아..의사선생님이 뭐라카드노?"
재진은 지용에게 얘기하라는듯 보호자 침대에 벌러덩 누워버린다.
재진이 벌러덩 누워 버리자 지원과 재덕..수원의 초조한 시선이
지용에게 곶힘은 당연한 결과였다.
"동상이래...몸살까지 겹친.."
"동상? 동상때문에 아가 쓰러지나?"
"몸 전체에 동상이 걸렸다나봐..그거 어른 10명한테 맞은것만큼
아픈거래...살아있는게 신 기하대....."
지용의 말이 끝나자마자 지원은 고갤 침대에 뭍고는 가만히 있는다.
살아있는게 용하단말은...하지 말았어야 한걸까...
정적만 흐르는 병실안이 낯설다...
지용은 애써 밝은 표정으로 수원을 향해 물었다.
"성훈인 어때?"
"어..방금 간호사 누나가 해열제 놓고 갔어..내일쯤 깨어날꺼래.."
"그래..."
또 다시 침묵....
곧 퇴원할 수 있다는 간호사의 말에 어느정도 안심은 하지만..
이 분위기는....
예정보다 조금 더 빨리 움직이기로 작정을 한건지 재진은 예정보다
1시간이나 앞인 아침 8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재진이형..조심해.."
수원의 말에 재진은 고갤끄덕이며 병원을 나섰다.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는 병원으로 와 성훈의 얼굴을 보고는 흑호파의
본당으로 가기위해서였다.
배웅을 하곤 다시 병원으로 들어가는 재덕과 수원을 보며 재진은 걸음을
재촉했다.
여기서 더는 일이 터져선 안된다.
박민철측이 무슨 꿍꿍이속으로 아직도 움직이고 있지 않은건지 알아내야
한다.
재진은 차를 타고 이동하는건 아무래도 번거로울것 같아 택시를 잡아탔다.
재덕이 뒷조사를 해 알아낸 흑호파의 간부급들을 표시하는 뱃지를
카피해서 가슴팍에 달았다.
금빛의 뱃지는 둥그렇게 생겼고, 빨간테가 박혀있었다.
명동이 활동무대지만 그들의 본당은 인적이 드문 일산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정도의 인원이 의심을 받지 않고 경찰의 눈을 피해 활동하기엔 더없이
좋은 조건.
빠르게 지나가는 창의 배경을 대충 흘려보내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Bright smile 성훈...
[가 연]
佳緣- 그 아름다운 인연을 위해...
======================
영어로 쓰기 귀찮았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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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길-(71~80)
장우혁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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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8.0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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