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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검진 결과를 놓고 의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노부부,건강검진은 노부모에게 가장 좋은 '효도선물'이다. 노부모를 건강하게 잘 모시려면 이들의 건강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노인들에게 흔한 질병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이런 질병들을 조기에 찾아내고 치료하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른바 ‘효도(孝道)의 건강학’이다.
●정신이 흐려진다
노년에 흔히 발생하는 증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이런 증상들은 질병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을까.
가장 흔한 정신적 증상은 ‘정신이 흐려진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흔히들 ‘치매가 아닐까?’ 하고 걱정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노인들이 정신이 흐려지고, 기억력이 떨어지고, 가끔 사람을 잘못 알아보는 현상들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치매 외에도 우울증, 불면증, 최근에 갑자기 병에 걸렸을 때,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가 생겼을 때, 전에 먹지 않던 약(수면제, 안정제, 혈압약, 당뇨약 등의 일부)을 복용하는 경우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다른 원인에 의한 것과 치매에 의한 정신기능의 장애가 서로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치매 때문에 생기는 증상은 몇 달이나 몇 년 간에 걸쳐서 서서히 나빠지며 금방 심해지지 않는다.
둘째, 치매에서는 금방 배운 것을 기억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옛날 기억도 떨어진다.
셋째, 치매에서는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옳은 판단이나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
넷째, 갑자기 작은 일로 화를 내는 등 성격이 변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다섯째, 외출이나 장 보기 등 정상적인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을 할 수가 없다.
●무릎이 아파 걷기 힘들다
노인들에게 가장 흔한 신체적 증상은 관절통이다. 이 때문에 외출이나 운동을 잘 못하는 경우가 제일 많다. 제일 흔한 퇴행성 관절염은 비만하거나 젊어서 힘든 일을 많이 한 사람에게서 많이 생긴다. 무릎이나 허리, 엉덩이, 어깨, 팔꿈치 등 큰 관절에 주로 생기며 원인은 관절 속에서 부드럽게 움직이게 하는 연골(물렁뼈)이 닳아 없어지기 때문이다.
평소에 자주 관절을 움직여주고, 운동으로 관절 주변 근육을 튼튼하게 해주면 어느 정도 예방이 된다. 치료를 위해서는 초기에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한다. 30분 정도의 짧은 체조와 운동을 하루에 여러번 시행하는 것이 좋다. 실내 자전거 타기, 의자 등받이 잡고 일어섰다 앉았다 반복하기, 누워서 다리 들기, 평지 걷기, 수영장에서 걷기 등이 좋다. 또 몸을 뜨끈한 물에 담그는 목욕을 10분 정도씩 매일 하는 것이 좋다. 아픈 관절 부분은 뜨거운 찜질을 하루 2~3번 정도 해 주면 통증이 많이 줄어든다. 증상이 심해지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관절염과 함께 생각해야 하는 병이 골다공증이다. 골다공증이 생기면 작은 충격에도 뼈가 쉽게 부숴지기 때문에 허리나 손목, 허리척추가 골절을 쉽게 당한다. 골다공증은 여자에게 훨씬 더 많이 생기는데, 예방을 위해 에스트로겐 보충요법이 추천된다.
●뛰거나 웃으면 소변을 지린다
노인들 특히 할머니들 중에는 길을 급하게 걸을 때, 기침이나 큰 웃음을 웃을 때 자신도 모르게 소변을 지리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것을 요실금(尿失禁)이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기저귀를 차야 하거나 바깥 나들이를 잘 못하는 노인들이 생각보다 많다. 남한테 말하기 창피해 숨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이런 증상이 없는지 직접 물어봐야 한다.
요실금은 참고 살아가서는 안 된다. 일단 요실금이 생겼다면 2~3시간마다 소변을 규칙적으로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밤에 소변을 보기 위해 계속 깨지 않도록 하려면 저녁에 수분 섭취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여러 가지 치료방법이 있고 그 치료결과가 좋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남자들에게 요실금이 생기는 제일 큰 이유는 전립선비대증이다. 전립선비대증은 60세 이상 남성의 약 30%에서 생기는 흔한 병이다. 약으로 치료하면 매우 효과가 좋으며, 심한 비대증이라면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대변을 잘 못 본다
변비란 대변보는 횟수가 1주일에 두번 이하이거나, 대변이 너무 딱딱하게 굳어서 배출하기가 힘들거나, 대변을 봐도 시원치 않은 경우를 말한다. 노인들은 젊은 사람에 비해 변비가 많다.
치아가 좋지 못해서 음식을 충분히 먹지 못하고, 섬유질이 많은 건더기 음식을 잘 못 먹는데다가, 규칙적인 배변 습관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관절이 안 좋거나 다른 여러 가지 질병 때문에 움직이기가 불편한 경우가 많고, 우울증 등에 의해 장의 기능이 떨어지는 등의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변비가 심해지면 딱딱한 대변 덩어리가 장의 점막을 자극하기 때문에 오히려 항상 물 같은 대변이 찔끔찔끔 흘러나오기도 한다.
변비가 갑자기 생겼다면 대장 등에 다른 질병이 생기지 않았는지 한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특별한 병이 없다면 변비 치료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식이요법이다. 매일 아침 공복시 냉수 한잔을 마시면 좋고 생야채나 우거지국, 미역이나 다시마, 현미, 잡곡 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끼니때마다 먹도록 한다.
그리고 몸을 많이 움직이면 대장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대변을 보기가 쉬워지므로 매일 규칙적으로 걷기 운동을 하고 배를 문질러 주는 것도 필요하다. 대변을 볼 때는 몸을 앞으로 숙여주는 것이 도움이 되며 배변 시각은 식사 후 20~30분 내가 좋다. 변비약은 너무 오래, 자주 사용하면 대장의 움직임이 더 줄어들기 때문에 오히려 해롭다.
●잘 보거나 듣지 못한다
▲ 할머니가 양,한방 건강검진의 일환으로 한방 체질감별을 받고있다.노부모에게 가장 좋은 '효도선물'이다. 나이가 들면 청력도 저하되는데, 65세 이상 노인의 20% 이상이 잘 듣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현대사회는 소음이 많기 때문에 청력저하가 더 심하게 생긴다고 한다. 노인에게 생기는 청력 저하는 약이나 수술로 고치기 어렵다. 일단 청력이 떨어지면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너무 기운이 없고 처진다
두드러진 병이 없이 자꾸 누워서 지내려고 하고 맥이 없어지는 노인들에 대해서는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노인들은 치아가 부실하고 입맛이 없고 소화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에 잘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들의 영양상태를 정확히 평가하려면 여러 가지 검사가 필요하지만, 가족들이 몇 가지를 세심하게 살펴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우선 최근 한달 사이에 3~15kg 이상의 체중 감소가 있다면 영양 불량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피부의 탄력 감소가 심해지고 머리털이 많이 빠지는 것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얼굴이나 팔다리에 부종(붓기)이 생기는 것도 영양 불량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 병원에서는 혈액검사를 통해 핏속의 아부민, 혈액소, 트랜스페린(transferrin), 총 임파구 수, 기타 호르몬 검사 등을 통하여 영양상태를 평가한다.
( 윤종률 한림대의대 교수ㆍ가정의학과 ) ( 김창기 주간조선 차장대우 ckkim@chosun.com )
■노인 건강검진 체크 항목 차별화된 상품 없어… 필요하면 치매 선별검사
국내 병의원에는 65세 이상 노인들만을 위한 건강검진 프로그램이 아직 없다. 따라서 기존 건강검진 항목에 아래 항목들이 빠져 있다면 선별적으로 추가하는 것이 좋다.
1. (여성)유방X선 검사를 최소 80세까지 1~2년마다 실시한다.
2. (여성)1~3년마다 자궁경부 세포진검사를 받는다.
3. 매년 흉부X선검사를 받는다.
4. 시력과 안압, 청력검사를 매년 받는다
5. 대장검사를 위해 매년 직장수지(手指)검사와 대변잠혈(潛血)검사를 시행하고 의사와 상의 후 최소 10년마다 대장경검사를 받을 수 있다. 주기적인 검사를 잘 받은 사람은 85세 이후는 더 이상의 검사가 대부분 필요하지 않다.
6. 1~2년에 한번 위내시경 또는 위투시 검사를 받는다.
7. 최소한 5년마다 1회 콜레스테롤 검사를 한다. 고혈압, 흡연, 당뇨병 등의 관상동맥질환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는 자주 검사하되 이러한 위험요인이 없는 경우에는 75세 이후 의사와 상의 후 검사를 더 이상 받지 않을 수 있다.
8. 매년 혈압, 체중을 체크한다.
9. 정기적으로 갑상선 진찰 및 갑상선 기능검사를 받는다.
10. 고지혈증, 흡연, 당뇨병, 심장병의 가족력 중 1개 이상 해당되는 사람은 심장 운동부하검사를 받는다.
11. (남성)전립선암 표지자 검사와 직장수 검사를 최소한 75세까지는 의사와 상의 후 시행한다.
12. 1년에 한번 정도 골밀도 검사를 받는다.
13. 필요한 경우 치매선별검사를 받는다.
( 원장원 경희대의대 교수ㆍ가정의학과 )
●효도 건강선물 자석 틀니·보약ㆍ검버섯 제거 등 인기
노부모의 건강 증진을 위해 어떤 선물을 하는 것이 좋을까. 병의원에서 받을 수 있는 효도 건강선물들을 소개한다.
▶혈관나이 측정검사=혈관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를 체크하기 위해 최근 혈관상태를 간단히 측정하는 맥파검사가 인기다.
▶검버섯 레이저 시술=‘저승꽃’이라고 불리는 검버섯을 걷어내 깨끗한 피부를 선사한다. 치료는 멜라닌 색소를 제거하는 큐스위치 레이저를 이용하며 때로는 화학 박피를 함께 하기도 한다.
▶보청기=노화로 인한 청력 감퇴에는 보청기가 유일한 대안.보청기를 고를 때는 난청 전문 이비인후과 병원에서 청력에 대한 정확한 검사를 하는 것이 필수.
▶자석 틀니=기존 고리형 틀니는 남아 있는 치아를 뿌리까지 뽑아내야 제작이 가능했고, 부분 틀니도 주변 치아에 금속고리 등을 걸어야 사용이 가능했다. 자석 틀니는 틀니에 이상이 있더라도 자석만 간단하게 갈아 끼우면 되는 반영구적. 장착과 분리가 용이하고 쉽게 빠지지 않아 최근 인기다.
▶허리 골(骨)시멘트 성형술=허리나 척추에 골절이 오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해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하지만 마취나 출혈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진통제 투여로 치료를 대신해 왔다.골절이 된 척추에 특수 주사바늘을 꽂고 골시멘트를 주입하는 이 방법은 마취가 필요없고 시술시간도 30분을 넘지 않는다.
▶무릎 인공관절=퇴행성관절염은 초기에는 약물요법과 물리치료가 가능하다. 중기에는 관절 내시경을 통한 수술, 말기에는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보통 인공관절은 90도 정도로 꺾어지는데 요즘에는 120도 이상까지 구부릴 수 있는 좌식(坐式) 생활용 인공관절이 개발돼 있다.
▶성장호르몬 투여=키 작은 어린이 성장을 위해 많이 알려진 성장호르몬은 성기능 개선, 면역계의 강화, 심한 스트레스 대처, 기억력 감퇴의 개선 등 노인들에게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약=노년기에 접어들면 대부분의 장기와 기관이 노쇠해진다. 이때 한방 보양제(補陽劑)가 도움을 줄 수 있다.
▶건강검진=가장 좋은 선물은 역시 건강검진. 필요하면 뇌혈관질환 등을 선택적으로 정밀 검사할 수 있다. 한방적 체질검사가 가능한 양한방 협진 건강검진도 있다
( 김창기 주간조선 차장대우ckki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