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한 사포닌은 팥에도 있었다.
예전부터 백 종류 이상의 사포닌이 여러 식물 혹은 해양 동물에서 발견되어 그 존재
가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 성분량이 아주 작았다는 것, 콩 사포닌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용혈성 등의 독성이 있다는 것, 추출 분리 기술이 지체 등으로 약리학적인 규명이 좀
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와 콩 뿐만 아니라 팥에서도 사포닌을 추
출하는 데 성공해 몇 가지 훌륭한 효과를 밝혀내게 됐다.
팥에는 '고사기'에도 나오는 우리나라 고래의 식품으로 그 약효에 대해서도 예전부
터 경험적으로 잘 알려진 식품이다.
예를 들면, 에도 시대에 편집된 서적으로 모든 음식물의 유래와 효용을 기록해 놓은
'본조식감'에는 "팥은 기분을 평온케 하며 수분 대사를 좋게 하고 요의 배출을 좋게
하고 생선독을 해소한다"라고 기록돼 있다. 또한 에도 시대의 유명한 학자로 '일본외
사'를 저술한 라이상요는 그의 병상 일기 속에서 고명한 한의나 양의의 여러 가지 치
료를 받고 있었는데 증상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기 때문에 "팥과 잉어를 끓여 먹었더
니 금시 병세가 호전되었다"는 말을 기술하고 있다.
이처럼 당시는 팥과 잉어를 물이나 식초로 삶은 것은 각기나 신염 등에 잘 듣는다고
생각했다. 현재에도 중국에서는 빨간 팥 잉어탕이라는 한방 처방이 있으며 팥과 잉어
만으로 만든, 각기나 신염의 특효약으로서 의약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동아,
율무, 설탕 등과 함께 삶아서 허약 체질의 보약으로, 또한 곶감과 삶아서 황달의 양생
에, 혹은 팥만 갖고 당뇨병의 보조약으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팥을
각기의 특효약으로서 의약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조상들이 남긴 이들 식이요법은 현대의 의학 지식에서 보아도 올바른 것이 적지 않
다. 오랜 세월 동안 경험 법칙에서 생긴 실로 '생활의 지혜'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
다.
또한 어떤 곳에서는 당시의 팥가루를 '지야보모(비누)'라고 해서 얼굴의 기름기를
제거하는 화장품으로 사용했다고 하며 이 효과야말로 사포닌의 작용 그 자체였던 것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