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바깥 나들이
차단순(85세) 할머니가 지난 어느 토요일 점심식사 후, 외출복으로 곱게 차려입고 화장한 얼굴에 핸드백을 챙겨들고 나주 금천면 조카 집엘 한 이틀 다녀오겠다고 하였다. 그곳을 가려면 경로원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백운동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그쪽으로 가는 버스를 또 타야만 했다. 직원은 그렇지 않아도 걷기 힘들어 하는 할머니가 외출을 한다니까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나 보다.
“할머니는 걷기도 힘드신데다가 더구나 몸집이 크셔서 버스에 오르내리시기도 힘드시지 않아요? 그러니까 너무 돈 아끼지 마시고 이럴 땐 택시를 타고 가시지 그러세요?”
“괜찮아라우. 걱정하지 마시쑈.”
“걱정이 되지요. 그렇게 하시면 꼭 좋겠는데요.”
“아무시랑도 안해라우.”
할머니 혼자서 멀리 외출한다고 하니까 마음이 놓이질 않는 직원과 택시비가 몇 천원도 아니고 2만원이나 들텐데 그 많은 돈 쓰기를 아까워하는 할머니와의 대화는 쉽게 끝나질 않았다. 옆에서 듣고 있다가 “할머니, 조금만 기다려보세요.”하고 말한 후 원내 형편을 알아보았다. 그런데 경로원차가 할머니를 위해 출동할 수 있으려면 넉넉잡고 1시간은 기다려야 했다. 할머니에게 다시 말씀드려 보았다.
“할머니, 지금 당장 떠나셔야되요?”
“글안해라우. 급할 것 없어라우.”
“그러면 기왕 물리치료실에서 1시간정도만 따끈따끈한 돌침대에 누워 물리치료를 받으시고, 우리차로 떠나시는게 어떻겠습니까?”
할머니는 반색을 하며 고마워했다.
“아이구, 고맙지라우. 근디 저 땀시 미안해서 어찌깨라우?”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원내 방송을 했다.
“갑자기 나주 금천면엘 다녀올 일이 생겼습니다. 혹시 바람 쐬러 나들이 가고 싶으신 분 계시면 현관으로 나오시기 바랍니다.”
몇 분 나오시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하늘이 청명하고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순식간에 봉고차가 만원이 되었다. 운전해 줄 직원에게 할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경치 좋은 곳으로 드라이브하면서 돌아오라고 말했다. 저녁 식사 때 쯤 전화가 걸려왔다.
“할머니를 잘 모셔다드리고 영암 왕인박사 유적지를 둘러 보고 가는 중입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중국집에서 식사를 하시고 싶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원하신다면 맛있는 것 사드리고 천천히 오세요.”
어두움이 깔릴 무렵이 되어 귀가한 분들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나들이 갈 때면 거의 생전 따라가지 않다가 이번엔 선뜻 앞장을 섰던 허리가 많이 굽은 차정순(82세) 할머니는 차에서 내리더니 식구들에게 이렇게 자랑을 했다.
“국화꽃이 노란히 피고 빨간히 피고 그랬는디 겁나불데. 볼만하드만. 그라고 구경하고 그냥 오는 줄 알았는디 기어코 짜장묵고 가야한다해서 오다가 짜장 묵으러 갔는디 괴기를 몽땅 넣은깨로 맛이 있기는 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