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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축구]한국, 사상 첫 4강 달성
이범영 승부차기 선방 축구 종가 영국 꺽어..브라질과 준결승 대결
4일(현지시간) 저녁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한국 축구 올림픽대표팀과 영국 단일팀과의 8강전이 열린 가운데 전반 30분 지동원이 첫골을 성공시키고 환호하고 있다./뉴시스
한국 축구대표팀이 올림픽 도전 64년 만에 사상 첫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룩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5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 경기장에서 열린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에서 개최국 영국을 연장 120분 접전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이겼다.
이로써 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8일 오전 3시45분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로 자리를 옮겨 사상 첫 금메달을 노리는 ’강적’ 브라질과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
120분 연장 혈투를 강인한 체력을 버텨낸 태극전사들의 정신력과 승부차기에서 흔들리지 않은 집중력이 돋보인 한판 승부였다.
5일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대한민국과 영국의 경기에서 1:1 연장전 비긴 후 가진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이범영이 영국의 5번째 키커인 스터러지 다니엘의 슛을 막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주영(아스널)을 원톱으로 놓고 좌우 날개에 지동원(선덜랜드)과 남태희(레퀴야)를 배치한 한국은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놓고 영국을 압박했다.
전반 3분 박주영의 프리킥으로 공격의 포문을 연 한국은 오른쪽 풀백인 김창수(부산)가 몸싸움을 벌이다 넘어지면서 왼쪽 팔뚝뼈를 다치는 통에 킥오프 5분 만에 오재석(강원)을 투입하는 악재를 만났다.
초반 주도권 장악에 나선 한국은 전반 14분 페널티지역 왼쪽 부근에서 기성용(셀틱)의 패스를 받은 지동원의 왼발 터닝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혀 아쉽게 골 기회를 놓쳤다.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은 한국은 전반 18분에도 박종우(부산)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을 박주영이 골 지역 왼쪽 부근에서 달려들며 헤딩한 게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는 안타까운 순간도 맛봤다.
’골 냄새’를 찾아가던 한국의 선제골은 마침내 지동원의 발끝에서 터져 나왔다.
지동원은 전반 29분 우리 진영 후방에서 길게 올라온 볼을 기성용이 원터치 패스로 내주자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볼을 잡은 뒤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영국의 골대 오른쪽 구석에 볼을 꽂았다.
무회전으로 날아간 볼은 영국의 골키퍼 잭 버틀런드(버밍엄시티)의 손끝에 맞았지만 강한 위력 때문에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골의 기쁨도 잠시. 전열을 가다듬은 영국은 전반 33분 라이언 버틀런드(첼시)가 페널티지역에서 슈팅을 하는 순간 오재석이 슬라이딩 태클로 볼을 막으려다 핸드볼 반칙을 범했다.
주심은 곧바로 휘슬을 불어 영국의 페널티킥을 선언하고 오재석에게 경고를 줬다.
영국은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에런 램지(아스널)는 전반 36분 침착하게 동점골을 넣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한국은 전반 40분에도 대니얼 스터리지(첼시)가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돌파하는 순간 황석호가 다리를 걸어 두 번째 페널티킥을 내줬다.
한국은 역전의 위기에서 ’와일드카드’ 골키퍼 정성룡이 첫 번째 페널티킥을 성공한 램지의 두 번째 페널티킥 시도를 몸을 날려 막아내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반에 한 골씩 주고받은 한국은 후반 9분 상대의 프리킥을 막으려던 정성룡이 영국의 리처즈 마이커(맨체스터시티)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어깨 부위를 다쳐 김범영(부산)과 교체되면서 두 번째 교체카드를 써야 했다.
한국은 후반 15분 선제골의 주인공인 지동원이 스루패스를 받아 포백을 뚫고 골키퍼와 1대1 기회에서 골을 만들었지만 부심의 오프사이드 깃발이 먼저 올랐다.
지동원은 후반 38분에도 골 지역 왼쪽에서 시도한 헤딩 슈팅이 오른쪽 골대 옆으로 흐르면서 땅을 쳤다.
전후반 90분 동안 승부를 내지 못한 한국은 연장 승부로 접어들었다.
연장 전반 2분 만에 구자철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힌 한국은 끝내 골 맛을 보지 못한 채 피를 말리는 ’11m 러시안룰렛’인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영국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에서 한국은 구자철을 시작으로 백성동(주빌로 이와타), 황석호(산프레체 히로시마), 박종우까지 차례로 골을 넣었다.
한국의 골키퍼 이범영은 영국의 4번 키커까지 골을 내줬지만 5번 키커인 스터리지의 슈팅을 왼쪽으로 몸을 날려 막아내 승리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마침내 한국의 마지막 키커로 나선 기성용은 영국 골대 왼쪽 구석에 강하게 볼을 꽂아 한국의 4강 진출을 확정하는 축포를 쏘아올렸다.
브라질 축구팀 "한국, 지능적인 플레이에 포기할 줄 몰라"
오는 8일 새벽 3시45분(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 경기장에서 열릴 2012 런던올림픽 축구 한국-브라질의 준결승전을 앞두고 브라질 대표팀이 “한국이 홈팀 영국을 꺾고 4강에 오른 데 상당히 놀랐다”며 “한국 선수들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쉴새 없이 뛰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했다.
브라질 대표팀의 주장 티아구 실바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팀의 지치지 않는 체력과 탁월한 정신력을 높게 평가하면서 “대부분 지치기 마련인 연장 시간에서조차 한국 선수들은 지칠 줄 모르고 이기기 위해 골을 끊임없이 노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굉장히 경기를 영리하게 하고, 패스 미스 같은 실수도 거의 없다. 공을 잘 돌리고 효율적으로 경기를 운영해 상대가 파고들 틈을 좀처럼 내주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브라질 감독 마노 메네제스 역시 “한국은 매우 응집력이 강한 팀”이라며 “경기 시간 내내 페이스를 일정하게 유지한 것도 상당히 놀랍다”며 한국 선수들의 남다른 정신력과 의지를 높이 샀다.
외신들은 브라질과 한국을 창과 방패에 비유하고 있다. 브라질은 12득점 5실점으로 준결승에 진출했고, 한국은 3득점 2실점을 기록해 브라질은 공격력, 한국은 수비력이 더 낫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브라질은 ‘세계 최강’으로 꼽히긴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과는 유독 인연이 없다. 월드컵에서 5번이나 왕좌에 올랐음에도 올림픽에선 금메달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다. 11번 참가해 4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1984년과 88년은 은메달, 1996년과 2008년은 동메달을 따내는 데 그쳤다.
한국은 브라질과의 역대 전적에서 절대적인 열세다. 국가대표팀 간 역대 전적(1승3패)과 청소년(U20) 대표팀 간 역대 전적(6전 6패) 역시 브라질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만큼은 브라질이 ‘세계 최강’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국 선수들은 ‘해볼 만 하다’라는 자신감이 팽배해 있다.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4강에 진출한 자신감과 겸손함으로 브라질전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런던 2012] 축구 결승, 한일전 될까
日, 멕시코와 4강 대결, 평가전서 2대1로 이겨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는 오는 8일 한국―브라질, 일본―멕시코의 4강 대결로 좁혀졌다. 유럽팀이 모조리 메달권에서 탈락한 가운데 아시아 두 팀이 돌풍을 일으키는 양상이다.
준결승에서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승리를 거둘 경우 결승전은 한일(韓日)전이 된다. 올림픽 축구 결승에 아시아 팀이 진출한 전례는 없다. 아시아 축구의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은 일본의 1968년 멕시코올림픽 동메달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과 일본은 잇달아 강호를 제압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어 '아시아의 반란'이 실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본은 예선에서 스페인과 모로코를 각각 1대0으로 눌렀다. 강호 스페인을 제압한 것은 이번 대회 이변으로 꼽힌다. 온두라스와 0대0으로 비겨 D조 1위로 예선을 통과한 일본은 8강전에서 이집트를 상대로 3대0으로 쾌승하면서 팀 분위기가 최고조에 올라 있다.
일본 공격수 오쓰 유키(오른쪽)가 이집트와 벌인 런던올림픽 축구 8강전에서 헤딩슛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AP 뉴시스
일본은 공격과 수비 모두 짜임새가 돋보인다. 투톱으로 나서는 나가이 겐스케와 오쓰 유키가 두 골씩 터뜨리며 골 감각을 유지하고 있고 골키퍼 곤다 슈이치는 네 경기에서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일본은 준결승 상대인 멕시코와 올림픽을 앞두고 치른 평가전에서 2대1로 이겨 자신감도 갖고 있다. 일본은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오쓰 유키(묀헨글라드바흐)를 비롯해 유럽파가 6명이다.
멕시코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소속인 단신(172㎝) 골잡이 지오바니 도스 산토스의 빠른 침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도스 산토스는 이번 대회 가봉전 두 골을 포함해 세 골을 기록하고 있다. 예선 첫 경기에서 한국과 0대0으로 비긴 멕시코는 가봉과 스위스를 연달아 격파해 8강전에 올랐고, 세네갈과 벌인 8강전에서는 연장전에 두 골을 넣어 4대2로 이겼다.
일본에선 멕시코올림픽 이후 축구 대표팀이 44년 만에 올림픽 4강에 진출하자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고 있다. 유도 남자에서 사상 처음으로 '노 골드'에 그치는 등 선수단 전체가 금메달 두 개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축구에 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게다가 일본은 여자 축구도 브라질을 꺾고 4강에 올라 결승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사상 첫 축구 남녀 동반 우승도 가능하다"며 흥분하고 있다. 일본 여자 대표팀은 지난해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어 남자 대표팀보다 금메달 확률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네티즌들은 자국 축구팀의 선전과 함께 한국 남자 대표팀의 영국 격파에 다소 복잡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은 일본이랑 싸우면 30% 정도 능력치가 상승한다''차라리 결승에서 브라질이랑 붙는 게 더 낫다''우와, 한국이 이겼다. 최악이다'같은 글들을 올렸다.
자료:조선닷컴...201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