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성산포 성당에 도착하자마자
짐도 내리지 않고 우리는 성당에 들어 섰다.
먼길 갈 때나 다녀 왔을 때에 어르신께 인사를 드리듯이
성당에 도착하자마자 예수님께 인사를 드렸다.
오후에 올레길을 간다 하였다.
성당에서 저녁 식사를 해 먹기로 했다고... (바리바리 싸들고 온 식재료가 떠 올라서 ....걱정 스러웠다.)
조장들 모이란다.
가니까....저녁에 해 먹을 요리를 선택하란다.
아침에 샌드위치 억지로 먹은 생각이 나자 그중 그나마 담백한 카레 라이스를 선택했다.
덕분에 11조 자매들은 올레길을 도중 하차하게 생겼다.
아무래도 식사 준비를 하려면 미리 도착해서 해야하기 때문이다.
처음 제주도 캠프를 계획할 때만 해도 한 두 때만 식사 준비를 한다 했는데....
어찌 그리 되었는지....
어제 공항에서 잠도 제대로 못자서 피곤한데다. 오늘 올레길 걷다가 될돌아 가서
식사를 준비한다는게 .... 넘 피곤할텐데.....카레가 나를 손짓해서리....ㅉ
아침만 해 먹고....저녁은 사서 먹게 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다.
올레길은 놀멍 쉬멍 내가 선 자리에서 내 삶의 지나온 자리를 되돌아 보고, 내가 선 삶의 자리를 보면서 내가 살아갈 날 들을 바라보면서 걷는 길이다.
놀멍 쉬멍, 즉 놀면서 쉬면서 천천히 걷는다는, 그래서 육체가 아니라 정신을 위한 길이라는 제주 올레길을
숨차하면서...아무런 여유도 낭만도 없이 고달프게 보낸다는 것은 너무나 아쉽고 슬픈 일이다.
내가 카페에 '제주 올레길을 아십니까! 를 올린 것을 읽어 보신 분들은 내가 하는 말들을 알아 들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 배정 받은 방에 짐을 풀고 세대의 차로 나뉘어서 버스에 올랐다.
오후 일정인 올레길 걷기가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1,3,5 코스 중 선택의 길 중에 어느 것이 우리에게 주어질지....
수녀님의 우려에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이 탄 3호 버스에 올랐다.
3호 버스는 5코스를 향해 있었다.
신부님께서 주일학교 조에는 대학생부 봉사자들을 하나씩 안배해 주셨다.
사실 그들도 우리 아이들 보다 나이가 조금 더 들고 키도 조금 더 크고 세상도 조금 더 알기는 하다마는 아직은 ....많이 불안했다.
그러나 지도도 있을테고....안내 표시와 리본을 따라 걸으면 되니까...잘하겠지 하는 생각에 우리 조는 그냥 갈 수 밖에 ....
아이들 인솔자를 믿고 우리는 훨훨 5호 코스를 향해 나아갔다.
시작점인 남원포구에서 큰영산책로-동백나무 군락지-위미 -조배머들코지- 명장포구-쇠소깍까지....
쇠소깍에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가 우리를 성당까지 태워다 준단다.
코발트빛이라던가 에메랄드 빛이라던가 참으로 아름다운 바다와 푸른 하늘~빛나는 햇살과 바다 특유의 향취에 취해서 자연과 하나가 된 우리는 그 속으로 풍덩 뛰어 들어갔다.
두 팔 넓게 벌리고 가슴 가득 자연을 보듬아 안는 다는 것이 성모님의 품안처럼 따사롭고 향기로웠다.
어제의 나를 보고, 오늘의 나를 보자. 그리고 내일을 향해 가자~
내 인생의 주인은 나다.
나를 리드하고 나에게 생명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사랑을 갖자. 내 삶의 나무에 물을 주고 햇살과 영양분을 주자~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지나는 길에 있는 '별주부전'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아침에 비싸디 비싼 샌드위치를 반 밖에 못 먹고.....입맛이 없어서리....
그래서 그런가 무척 배가 고팠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맛 없는 비빔밥~억지로 먹다 또 남겼네~ 에궁
아무래도 먹는 것으로 너무 많이 죄를 짓네요.
빈대떡을 먹었으니 먹을 만큼 먹은 건가~
초자와정 고맙수다. 하영 보고 하영 먹엉 댕깁써예
(찾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많이 보고, 많이 드시고 다니세요.)
물을 많이 준비하지 못해서리....
지나는 길에 인심 좋은 제주 아저씨 집에게 물을 얻었다.
시원한 삼다수 맛이 참 좋았다~
지금은 밀감나무 약 치고, 손 보고 할 때라고 한다.
10월 말에 밀감을 수확하고. 한라봉은 3-5월 경에 수확한단다.
제주 사시는 큰 고모 덕에 한라봉 많이 먹어봤는데...
지금 나온것은 저온 냉장한 것이라고한다.
오는 길에 사 먹었는데 ....먹을 만 했다.
7코스가 올레 코스중에 제일이라고 꼭 다녀 가라고 하였다.
아름다운 제주의 풍취와 어우러진 제주 올레길은 생각만큼 잘 정비되어 있지는 않았다.
아마도 태풍 영향도 있었겠지만...
코스 가는 길을 표시 하는 화살 표시나 리본이 불 불명한 곳도 여러 군데 있어서 몇 번 길을 되돌아 가면서 찾아 가기도 했으니까.
빙과류는 있으면 먹고 없으면 먹지 않을 정도로 밖에 좋아하지 않는 내가 마트에서 산 쭈쭈바?를 아주 맛나게 먹었다.
청도 산행 때도 그렇고, 땀 흘린 후 먹는 것은 나름 별미인가보다. 비닐 봉지를 거꾸로 들고 끝까지 먹었으니....보통 먹다가 반은 버릴 때가 많았었는데....
잠을 못자서리...피곤이 겹쳐서 그러하겠지만
쇠소깍에 도착하기까지 15km의 길을 걸은 시간이 대강 대여섯시간 정도일텐데....다리가 많이 아팠다.
우리가 도착하고 나서 바로 버스가 왔다.
한참을 버스가 아이들을 찾아 헤맨뒤에 중,고등학생들이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우려했던대로 초등학생들이 보이지 않았다.
연락을 통해서 들은 아이들이 있다는 장소도 너무 황당?한 위치였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인솔자가 말한 장소를 찾아 간 버스가 아이들을 찾아서 한참을 헤매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119를 불러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까지 나왔다.
1시간 정도를 이리저리 헤매다가 아이들을 찾은 장소는 목적지인 쇠소깍 부근이었다.
버스에 오르는 인솔자의 얼굴은 허옇게 떠 있었다. 얼마나 힘들고 놀라왔을까~
아이들 또한 피로와 짜증으로 얼굴 표정들이 말이 아니었다.
우리들은 그저 아이들 등을 두드려 주면서....
수고하였다.
고생하였다. 하였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어두움이 성당을 덮고 있는 시간에 성당에 도착하였다.
모든 이들의 걱정과 우려를 뒤로하고 식당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는데.....
밥이 자꾸만 목에 걸렸다.
그러면서도.....이 와중에 밥까지 하고 수고한 자매들도 있는데....그 자매들이 한 밥인데...먹어야지...먹어야지....하면서
나는 꾸역꾸역 저녁을 먹었다.
저녁 미사가 끝난 시각은 밤 10시가 넘어 있었다.
파김치가 된 몸이 그래도 차가운 물이나마 샤워를 하고 나니....조금 나아졌다.
그런데...웬걸.....
잠자리가 없었다.
늦게 들어간 죄로......
이미 일찍 닦고,,,,잠자리를 펴고 피곤한 몸들을 누이고 있는 자매들 틈새로 끼어 들어갔다.
정수리를 마주대고 군대서 취침하듯이 누운 우리들....
밤에 나가기라도 할라치면 ....누군가의 발이나 머리를 밟아야만 지나갈 만큼 좁은 방에서....우리는 잤다.
아~ 왜 이리도 잠이 안 올까~ 너무나 잘 자는 자매들도 많은데...너무 부러웠다.
뒤척이고 있다가 늦은 시각에 잠이 들었나보다....늦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