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와 유가 중의 순자학 (풍우란의 중국철학사 요약문)

[짱엄마]

----중국철학사 (풍우란)----

제 12장 순자와 유가 중의 순자학

1. 중국철학자 가운데 철학비평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 순자이다. 전한의 경학자들은 대부분 순자의 전수를 받았다. 그는 매우 근면하게 노력하여 학문이 지극히 해박했다.

2. 맹자와 순자는 공자를 존숭했다. 순자는 공자가 바로 가장 전일하고 투철하고 순수할 수 있었던 사람으로 여겼다.

순자에 따르면 당시의 제자백가는 모두 所見이 있는 동시에 편견도 있었는데, 모두 전일하지 못하고 투철하지 못하고 순수하지 못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공자는 어질고 지혜로웠으며 가려막히지 않아 도의 전체를 인식할 만큼, 왜곡된 인식체계 속의 선비들이 단지 도의 한 측면에만 몰입한 것과는 달랐다. 맹자는 공자를 일컬어 집대성했다고 했는데, 순자의 말 역시 그 의미이다. 다만 맹자가 공자의 도덕에 더욱 치중했다면, 순자는 공자의 학문에 더욱 치중했을 뿐이다.

3. 서양인들은 사람은 플라톤으로 태어나기도 하고, 아리스토텔레스로 태어나기도 한다고 말한다. “철학자는 그 기질에 따라 강경한 마음과 유연한 마음의 두 파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플라톤은 유연한 마음 쪽의 대표자이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강경한 마음 쪽의 대표자이다.

맹자는 바로 유연한 마음의 철학자이고, 그의 철학은 유심론적인 경향이 있다.

순자는 강경한 마음의 철학자이고 그의 철학은 유물론적인 경향이 있다.

맹자의 “본성을 다하면 하늘을 알게 된다.”와 “만물이 다 내게 구비되어 있다”는 말 등은 순자의 관점에서 보면 진실로 “기묘하고 모순되어 기준이 없고, 불분명하여 논리적 근거가 없고, 난삽하여 해명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맹자에 대한 순자의 비판은 두 사람의 기질과 학설이 원래 달랐던 때문이다.

전국시대의 유가 가운데 맹 순 두 학파의 쟁론은 마치 송명시대의 신유가 가운데 정주와 육왕 두 학파의 쟁론과도 비슷했다.

4. 순자시대에는 문왕과 주공은 다만 후왕으로 주의 제도는 다만 후왕의 법으로 일컬어 질 수 있었다. 당시 노장의 문도들은, 고금의 세태는 크게 다른 만큼 주의 제도는 다시 시행할 수 없다고 했다.

순자의 주의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고 했다.

5. 공자가 말한 하늘은 主宰之天이고, 맹자가 말한 하늘은 주재지천일 때도 있고, 運命之天일 때도 있고, 義理之天일 대도 있다. 순자가 말한 하늘은 自然之天인데 노자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순자의 우주관 역시 자연주의적이다.

6. 순자는 말했다. 별들이 질서 정연하게 천구를 선회하고, 해와 달이 번갈아 대지를 비추는 것이 다 자연의 운행인바, 그것이 그러한 까닭을 성인은 알려고 추구하지 않는다. “하늘을 알려고 추구하지 않고” 다만 인간의 능력을 다 발휘함으로써 “스스로 행복의 증진을 추구”할 수는 있고, 하늘의 절기와 지상의 자원을 다스려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천지와 더불어 나란히 셋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7. 맹자가 의리지천을 말하여 본성을 하늘의 일부로 여긴 것은 성선설의 형이상학적인 근거였다. 순자가 말한 하늘은 자연지천으로서 그중에서 결코 도덕적 원리가 없으므로 맹자와 다르다. 그가 말한 본성 역시 맹자와 완전히 상반된다.

8. 배울 수 없고 도모할 수 없는 천성적인 것을 性 이라고 한다. 배워서 얻을 수 있고 도모하여 성취할 수 있는 인위적인 것을 僞라고 한다. 性은 자연(天)에 속한다. 자연은 그 자체로 그것의 법칙(常)이 있고, 그 가눙ㄴ데에 이상도 없고 도덕적 원리도 없는 만큼, 성 가운데에도 역시 도덕적 원리가 있을 수 없다. 도덕은 바로 인위적인 것이다.

9. 사람이 예절과 의리를 누적하여 군자가 됨은, 밭갈고 김 매는 일을 누적하여 농부가 되는 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지식과 습관 방면의 일이다. 맹자는 인간이 금수와 다른 까닭은 인간이 가진 시비지심 등의 선단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순자는 인간이 금수와 다른 까닭은 인간이 가진 뛰어나게 총명한 재능에 있다고 했다. 따라서 순자의 성악설은 실제로 성선설과 다르다.

10. 순자의 심리학

1) 인간은 정욕이 있으나 또한 마음도 있으니, 욕망은 꼭 제거할 필요는 없고 단지 마음으로써 절제하면 된다. 마음은 사려하고 인식할 수 있으므로 욕망을 절제한다.

마음이 욕망을 절제하는 까닭은, 마음이 욕망에 빠져 행하면 반드시 원하지 않는 결과를 얻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대상은 자주 혐오대상과 서로 관련되고, 혐오대상은 자주 욕망대상과 서로 관련된다.

우리는 취사선택을 할 경우 반드시 마음의 사려와 인식으로써 각 방면의 이해를 가늠해야 화 복에 미혹되지 않는다. 도란 고금의 올바른 판단기준이다. 이 도란 이른바 하늘의 도도 아니요 땅의 도도 아니요, 인간의 도인 것이다. 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고 욕망을 성취할 수 있게 하는 것들이다.

2) 순자의 심리학 중에는 단지 사려할 수 있고 인식할 수 있는 心과, 추구하여 반드시 만족하려는 정욕이 있을 뿐임을 알 수 있다. 심은 정욕을 절제하여, 판단기준과 척도를 수립하여 이익 중에서 큰 것을 취하고 손해 중에서 작은 것을 취하는 것이다.

순자의 학설은 이 측면에서 묵가의 공리주의와 완전히 똑같다고 할 수 있다.

3) 순자도 靜虛를 강론한다. 그러나 심의 虛란 바로 “이미 저장된 것 때문에 장차 받아들일 것을 해지지 않는 것”이고, 심의 평정이란 夢劇 대문에 지모(분별력)를 어지럽히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의 주요 기능은 인식과 사려이므로 “그것을 사용하면 궁리한다.” “몽극”은 그대로 내버려두면 멋대로 일어나는 그때그때의 이런저런 잡생각이다. 이런저런 잡생각으로 知謀를 방해하지 않는 것이 바로 평정이다. 따라서 순자는 비록 정허를 강론했지만, 장자처럼 지인의 마음가짐은 거울과 같다는 것을 심의 정허상태로 삼지 않았다. 이것은 순자가 노장의 학설을 채용하여 수정과 변화를 가한 것이다.

4) 참되지(진실하지) 못하면 전일할 수 없고, 전일할 수 없으면 밖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람은 인의를 반드시 전일하게 행하여 그만두지 않아야 비로소 성취할 수 있다. 인의도덕아란 본래 人性 속에 없다. 그것을 배우는 것은 바로 성을 변화시켜 인위를 일으키는 것인즉, 마치 물을 거슬러 배를 젓는 것과 같다.

인간의 인의도덕은 인간의 제2의 천성이 된다. 즉 “도야된 성품을 지속시켜 처음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교화된 것이다”는 말이다. 성선론자는 인간으로 하여금 애초의 상태로 돌아가도록 했고, 성악론자는 인간으로 하여금 오랫동안 옮아가서 애초의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했다. 이것이 맹자와 순자의 차이점이다.

11. 사회와 국가의 기원

(공리주의로써 사회와 국가의 기원을 설명한다)

1) 순자는 인간이 선을 바라는 것은 성이 악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황백가는 이것을 논박하여 “만일 성이 악하다면 어떻게 선을 행하려는 마음이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이 말은 순자를 혼란시킬 수 없다.

이른바 선이란 禮意文理요 仁義法正인데, 인간은 본시 이것들을 욕구하는 것이 아니라 부득불 욕구할 따름이다.

2) 인간은 총명한 才知가 있어서, 공동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음을 알고, 도덕적 제도 없이는 공종체를 이룰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지자는 도덕적 제도를 제정했고 사람들도 그것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지자가 분별을 정했다”했는데, 知者라는 두 글자가 극히 주목할 만하다. 인간이 그렇게 한 것은 바로 지식이 있었기 때문이지, 본성 중에 본래 도덕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3) 의리가 있음을 인간이 금수와 다른 까닭으로 삼은 듯하고, 인간이 인간다운 까닭으로부터 입론하여 분별과 이리의 필요성을 증명한 듯하다. 그러나 화합하면 통일되고 통일되면 힘이 증대되고 힘이 증대되면 강해지고 강해지면 만물을 제압할 수 있다. 그래서 가옥을 짓고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여전히 공리주의에 입각하고 있다.

4) 인간이 인간다운 까닭에 입각하여 예의 필요성을 증명했다. 이 점은 맹자와 같다. 그러나 인간이 나면서부터 가진 것은 오직 이익을 좋아하고 해를 싫어함 따위일 뿐이라고 했으니, 여전히 맹자와 다르다.

12. 에악과 악론

1) 예란 분별을 정하여 인간의 욕구를 절제한다는 말이다.

공자는 학문을 강론하면서 한편으로 개인의 性情의 자유를 중시했고 또 한편으로 인간 행위의 외부규범을 중시했다고 말했다.

맹자는 개인의 성정의 자유를 더욱 중시했는데, 성선설을 주장한 이상 개인의 도덕적 판단을 중시한 것 역시 당연했다.

순자는 인간 행위의 외부규범을 더욱 중시했으므로 예를 더욱 중시한다.

2) 순자는 인간은 본성은 악한데 인간이 선하게 됨은 인위의 덕분으로 여긴 만큼, 예를 중시하여 인간의 본성을 바로잡지 않을 수 없었다.

예의 분별을 정하여 인간의 욕구를 절제하는 것이외에도, 형식(격식)을 도모하여 인간의 감정을 형식화하는 것인데, 이 방면에서의 순자의 논의는 매우 정치하다. 순자가 功利를 중시한 점은 묵자와 같다. 단 묵자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았다.

정감도 중시하여, 실용도 중시하고 형식도 중시했는데, 이것은 상례와 제례에 대한 순자의 논의 속에서 볼 수 있다.

3) 상례와 제례는 처음 인간의 미신에서 일어난 것이다. 순자는 그의 자연주의적 철학에 따라 상례와 제례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는데, 이는 순자의 공헌이었다.

13. 王霸

1) 순자의 정치철학 역시 반드시 성인이 왕이 되어야 최선의 국가사회가 있을 수 있다고 여겼다. 성인이 왕이 되어 행하는 정치가 곧 王政이다.

2) 성인이 왕이 되어 행하는 정치가 왕정이다. 그렇지 않으면 亂政은 아니더라도 역시 霸政일 뿐이다. 이것은 맹자의 왕 패 구별과 같다. 그러나 맹자의 왕 패 구별은 동기론에 입각한 주장이었다.

맹자는 王者의 王政이란 다름 아닌 “남에게 모질지 못하는 마음(不忍人之心)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순자는 성이 선함을 주장하지 않은 만큼 그것을 바탕으로 왕 패를 구별하지 않았다.

3) 순자의 정치철학이 맹자와 다른 점은, 순자는 인성이 악하다고 여긴 만큼 개인의 성정의 자유를 중시하지 않았고, 따라서 이른바 성왕의 권위는 절대적이어야 한다고 여겼다.

묵자는 곡 인성이 악하다고 적극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인성에 본래 선단이 있다고는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14. 正名

1) 공자는 정명을 말하여,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답게 하려고 했다.

2) 맹자는 “아버지도 무시하고 임금도 무시하면 다름 아닌 금수이다”고 말하여, 사람의 이름을 바루고, 아버지도 무시하고 임금도 무시하는 자를 사람 밖으로 배격했는데, 이 또한 맹자의 정명론이다.

3) 공맹의 정명은 다만 도덕적인 착상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정명론은 단지 윤리적인 흥취만 있었고 논리적인 흥취는 없었다.

마치 소크라테스가 “귀납법을 써서 定義를 구한 것” 역시 본래 윤리적인 흥취만 있었던 것과 같다. 플라톤의 이데아론 역시 윤리적인 흥취가 논리적인 흥취보다 더욱 컸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러 비로소 순전히 논리를 논한 저작이 나왔다.

4) 순자는 변자들의 전성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그가 논한 정명은 역시 논리적인 흥취가 매우 컸다.

5) 묵경이나 순자 ‘정명편’ 모두 상식을 옹호하고 변자를 논박한 학설이라고 했다. 정명편에서 논하는 인식론과 논리학은 그 근본 관점이 묵경과 같다.

※ 순자의 정명편

1) 인간이 가진 인식능력이 知이고, 이 知가 외물과 접촉하는 것이 인식(智)이다. 心에는 徵知(심에 의한 변별과 증명을 거친 인식)가 있는데, 심이 인상에 의미를 부여해야만, 귀로 소리를 알게 되고, 눈으로 형체를 알게 된다. 그러나 徵知는 반드시 天官(선천적인 감각기관)이 사물을 類에 따라 기록한 연후에야 가능하다. 오관이 기록했지만(簿) 분류하지 못하고, 심이 증명하려고(徵) 해도 설명할 수 없는 경우를 일컬어 우리는 모른다(不知)고 한다.

2) 이름을 제정하여 실상을 지칭하게 하여, 위로 귀천의 구별을 밝히고, 아래로 동이를 변별한다. 귀천의 구별이 밝혀지고 동이가 변별되면, 뜻이 전달되지 못할 염려가 없고, 일이 막히고 안 되는 재앙이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름이 존재하는 목적이다.

무릇 동일한 류, 동일한 실정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의 천관의 지각(意物) 역시 동일하기 때문에 누구나 비슷하게 모사하여 소통한다. ~~~

다른 실상의 것들은 반드시 다른 이름을 가지도록 하여 혼란이 없게 한다. 마찬가지로 같은 실상의 것들은 반드시 같은 이름을 가지도록 한다.

이름 자체에 본래의 합당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름은 약정에 의해서 명명된다. 이름 자체에 본래의 실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약정에 의해서 실상이 결정된다.

3) 명제(辭)란 서로 다른 “실상”의 “이름들”을 연계하여 하나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다. 변설이란 이름과 실상에 대해서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동적이고 정적인 측면에서의 법칙을 논구하는 것이다. 남을 이해시키는 것이 “변설”의 작용이다.

분석이 그릇되지 않고 유추가 모순되지 않으며, 남의 말을 듣고 합리적인 부분을 흡수하며, 논변하면 모든 논거를 밝힐 수 있다. 그리하여 마치 먹줄로써 곡직을 바로잡듯 正道로써 간교한 학설을 변별하기 때문에 邪說이 횡행할 수 없고 백가는 달아날 데가 없게 된다.

4) 일반 백성은 도로써 통일시키기는 쉬워도 더불어 이치를 논할 수는 없다.“ ‘이치’란 사물의 그러한 까닭을 말한다. 이 말은 공자가 말한 ”백성을 따라오게 할 수 있을지언정 깨우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사는 순자의 제자이다. 순자의 이 말을 보면 진시황과 이사의 사상통일 정책의 이론적인 근거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