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행기 24편 시작하겠습니다.
전편에서 타자와코선을 타고 모리오카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삿포로로 여전히 갈 길은 멀기만 한데요, 우선 이제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하려는 701계와의 관계(?)를 종식시킬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러려면 일단은 아오모리까지 얼릉 올라가야겠지요? 서둘러서 남은 여정을 진행해봅시다.
[사진 773]
구름다리를 타고 건너가는 중입니다.
이와테현의 교통 요충지답게 플랫폼이 참 많은데요, 재래선은 0번부터 9번까지 10개의 플랫폼이 있습니다.
이중에서 전편에서 이용한 타자와코선 전용인 8, 9번 홈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도호쿠본선으로 사용중인데요
0, 1번 홈은 이와테긴가은하철도(이하 IGR)로 넘어갔고, 2, 3번 홈은 야마다선과 JR-IGR을 직통하는 일부 열차가,
5~7번 홈은 센다이방향 보통열차가, 그리고 4번 홈은 삿포로행 카시오페마만 정차한다고 합니다. 규모에 비해서는 열차가 매우 뜸한 모습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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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R로 환승하려면 일단 JR게이트를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야 합니다.
같은 역 건물을 쓰고 있지만 제3섹터로 분리되면서 개찰구를 따로 마련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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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진으로 보니 그냥 평범한 가이드와 관광객 같아 보이는데, 당시에는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고 장면만 보자니 꽤나 세기말적인 모습이어서 웃기다고 찍었습니다.
앞에서는 비장한 모습으로 외치고 있고 옆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오오오오오 이러고 있고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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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오랫동안 걸어 개찰구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이용할 열차는 17시 4분에 출발하는 하치노헤행 열차입니다.
제3섹터로 넘어가긴 했지만 HHP로는 여전히 통과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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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노헤까지 가는 열차입니다. JR동일본의 701계를 양도받아서 운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도받았다고 해서 크로스시트의 자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ㅡㅜ 겉만 다를 뿐 안쪽은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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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량번호 하나만으로 해당 열차의 정보를 하나하나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http://cafe.daum.net/jtrain/MbDn/38
어차피 슬슬 어둑어둑해질 때이기도 하고 아오모리까지 상당히 장거리인지라 자리부터 맡을 생각이었는데요,
개찰구를 지나 플랫폼에 들어서자마자 기겁을 했습니다. 아니 이 시간에 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 ㄷㄷㄷㄷ
몰론 출퇴근시간대 수도권전철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동네에서 이정도 혼잡률을 보게 될 줄이야
하지만 괜찮습니다. 제게는 캐리어가 있으니까요.
덕분에 벽에다 캐리어를 붙여놓고 의자삼아 앉아갔습니다. 제가 사람이 많다고 했지 서서갔다고는 안했습니다만?!평소에는 걸리적거리기 그지없던 캐리어가 이럴 때는 도움이 되는군요. ㅎㅎ
어쨌거나 그러고 30분은 훌쩍 지나고나니 슬슬 사람들이 내리는 게 보이기 시작하더니 1시간 쯤 지나자 빈자리가 간당간당하게 없을 정도로만 사람들이 줄어들었습니다.
그제야 자리에 앉아 종착역까지 갔는데 체감시간이 한 시간은 족히 넘었던 걸로 -_-;;;;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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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R 노선도입니다.
운행패턴이 일반적으로 매시 모리오카~하치노헤 간 열차가 운행하고 사이사이에 구간열차가 들어가 있는 식인데
왜 굳이 경계역을 메토키역으로 설정했을까 하고 궁금해 했었는데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이와테현과 아오모리현의 경계라서 그렇습니다.
때문에 양 사 간의 운행패턴상 실질적인 경계지점이 하치노헤역이고 메토키역에서 시종착하는 열차편이 단 하나도 없음에도 메토키역이 경계역이 되었습니다.
덧붙여서 메토키역은 IGR에서 유일하게 아오모리현에 위치한 역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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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노헤역에 도착했습니다.
6시 50분쯤에 내렸는데 하늘이 완전히 깜깜해진 게 한밤중에 도착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여기에서 아오이모리철도 열차로 갈아타고 아오모리까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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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노헤역 재래선 역은 완전히 제3섹터화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JR 열차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바로 하치노헤선을 운행하는 키하100형 열차인데요,
비록 주변은 여타 JR노선과 연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고립된 상황이지만, JR동일본 측에서 신칸센 개통 이후에도 계속해서 운영할 의사를 밝히면서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덧붙여서 청춘18티켓도 하치노헤~노헤지 구간에서 중도하차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이용이 가능하다는 특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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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모리행 열차의 출발시각은 19시 14분으로 아직 20여 분의 시간여유가 있는데요, 건너편에 벌써 열차가 들어와 있습니다.
하지만 아까처럼 엄청 혼잡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조급하게 자리부터 잡을 필요 없이 스트레칭도 하면서 몸 좀 풀다가 느긋하게 갈아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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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여기는 광고가 들어갈 자리에 시간표를 넣었습니다.
이와테긴가은하철도와 연계되는 열차시간표까지 같이 적혀있는데요, 급하게 시간표를 찾아봐야하는 상황이라면 제법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오모리로 이동하는 동안 이미 사방이 어두워진 터라 굳이 이것저것 할 것도 없이 마음 놓고 푹 잤습니다. 어차피 종점까지 밀면 되니까요. ㅎㅎ
그런데 롱시트라 푹 잠들지 못하는 게 함정. 잠은 오질라게 많이 잔 것 같은데 깨어나보면 시간은 인제 2~30분만 지나있고 ㅠㅠㅠ
그렇게 한 서너 번은 반복하니까 아오모리역에 도착했습니다. 잠은 잠대로 못 자고, 자다깨다만 반복하니 오히려 더 비몽사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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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오모리에 도착했습니다.
오후 3시 40분쯤 타자와코에서부터 701계만으로 5시간에 걸쳐 왔는데요, 아직 열차가 하나 더 남아 있다는 거^^
그나저나 중간에 하치노헤에서도 충분히 썰렁한 느낌이었는데 여기는 훨씬 더하군요.
게다가 열차에서 내리는 순간 으슬으슬 추운 게 확실히 혼슈 최북단까지 온 게 실감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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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신칸센이 아오모리까지 연장되면서 제3섹터 구간도 이곳까지 연장되었습니다.
때문에 기존 도호쿠본선 승강장 역명판은 이렇게 아오이모리철도 것으로 교체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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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우본선이나 츠루가선 방면은 여전히 JR이 건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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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도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제가 탈 열차는 22시 42분에 출발하는 삿포로행 급행 하마나스입니다.
사실 타자와코에서 좀 더 머물다가 17시 10분에 출발하는(2011년 기준, 지금은 없습니다^^) 열차를 타도 하마나스와 연계가 되었지만
대기시간이 짧았던지라 만약을 대비해서 여유롭게 도착했는데요, 다행이 별다른 사고 없이 제 시간에 도착했네요. ^^;
덕분에 거의 2시간에 달하는 여유시간이 생겼습니다.
간단히 세면세치와 함께 기존의 얇은 옷 대신 홋카이도로 들어서기 위한 채비도 단단히 한 다음,
어디 카페라도 가서 머물러 있을까 하고 역 밖으로 나섰습니다. 사실 역 안도 상당히 추웠거든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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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모리역 전경입니다. 현을 대표하는 역인만큼 규모가 제법 크지요.
그나저나 확실히 지방은 지방인가봅니다. 밤 11~12시라도 된 양 사람 하나 없는 모습인데요, 쌀쌀한 날씨 탓인지 한층 더 썰렁한 느낌입니다.
이래저래 준비를 마치고 요시노야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고 나왔는데도 시간은 여전히 9시 40분
얇은 점퍼까지 걸쳤는데도 추위가 엄습해옵니다. 서둘러 카메라를 넣어두고 카페를 찾으러 돌아다녔는데요 생각해보니 난 일어를 모르잖아? 안될거야 아마...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간판은 못 알아보더라도 대충 실내를 보면 눈치는 깔(?) 수 있기는 한데, 일단 반 이상은 이미 문을 닫았고 그나마 카페로 보이는 가게는 딱 한 군데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거기라도 들어갔더니 10시에 문을 닫는다고 해서 도로 나옴 ㅠㅠㅠㅠㅠ
역 광장 건너편에 무언가 사람이 바글바글한 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여기는 왠지 카페라기보다는 바에 가까운 느낌
그래서 한참을 길바닥에서 방황하다가 근 20분 만에 마주친 분께 물어보니 아까 10시에 문 닫았다는 그 카페... ㅠㅠㅠ
아 잠깐 딴소리인데 아까 그 분 굉장히 커여우셨습니다. 시크하고 도도한 인상의 여자 분이었는데 영어로 물어보니 에에에엣 하더니 엄청 어쩔 줄을 몰라하시던 ㅋㅋㅋㅋㅋㅋ영어로 물어봤다고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인 건 니가 처음이야에... 어쨌거나 결국은 구내 편의점으로 와서 캔커피 두 개를 사들고는 하나는 그 자리에서 까먹고 하나는 쪼물딱쪼물딱하면서 셀프힐링을... -_-;;;;;;
덕분에 시간은 잘 갔습니다. 어느덧 시간은 10시 반이 되었는데요 이쯤 되면 열차도 승강장에 들어왔을 듯. 슬슬 들어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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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장에 내려오니 E751계가 막 역에 도착했습니다.
아오모리~아키타 간을 오가는 특급 츠가루로 운행하는데요, 특급 이름만 바뀌었지 예전에 485계로 운행했던 특급 카모시카와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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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건너편에는 제가 탈 하마나스도 들어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객차 위주의 열차와는 달리 일본은 침대열차를 제외하고는 객차형 열차를 찾아보기가 힘들지요.
그래서인지 여타 열차들에 비해서 객차형 열차에 대한 인기가 상당합니다. 저 말고도 여기저기서 사진 찍는 분들이 많더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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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차 뒤꽁무니까지 가서 한 번 찍어봅니다.
빛 때문에 헤드마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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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나스
‘해당화’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 793]
하마나스는 현재 JR에서 운용 중인 유일한 급행열차이기도 합니다.
2012년까지는 오사카와 니가타를 잇는 급행 키타구니도 있었지만 지속적인 수요 감소로 인해 폐지되었지요.
아직까지는 꾸준히 운행되고 있지만 하마나스의 미래 역시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바로 홋카이도 신칸센 때문인데요. 보다 정확히는 세이칸터널에 신칸센이 들어오면서 전압을 20,000V에서 25,000V로 승압하게 되면 기존 기관차로는 운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폐지론이 슬슬 나오고 있는 여타 침대열차와 함께 하마나스 역시 폐지 수순을 밟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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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까지 아직 시간여유도 있겠다 객차들을 하나하나 찍으러 가봅니다. ㅎㅎㅎ 먼저 가장 앞쪽에 위치한 침대객차인데요, B침대로 운용중입니다.
가격대는 다소 센 편이지만, 하마나스 객차 중에서는 가장 편안한 이동을 보장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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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식이 기둥에 절묘하게 가려있지만 보통차 지정석으로 보입니다.
딱 옛날 무궁화호가 연상되는 모습인데요, 승차감은 오히려 떨어질 것 같습니다.
지정석권을 미리 구입한 만큼 좌석걱정 없이 여유롭게 탈 수는 있겠지만, 좁은 좌석에 불도 환하게 킨 객차에서 밤새 이동하기에 그리 편안한 이동은 어렵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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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차에 연결되어 있는 드림카입니다.
역시 지정석권이 필요한데요, 차이점이라면 좌석이 보다 널찍하고 리클라이닝 각도도 좋아서 -보통차에 비하면-편안하게 갈 수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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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마나스 가장 뒤쪽에는 자유석 객차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휴일 막바지기는 하지만 9월이어서 그런지 좌석여유는 제법 있어 보이는데요, 한창 성수기 때에는 좌석 경쟁이 상당히 치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몇 시간 전부터 줄서기는 기본이고 객차에 들어서면 밀치기와 함께 치열한 좌석쟁탈전이 ㅎㅎ
예전에 이를 직접 겪으셨던 분께서 여행기를 쓰셨는데요, 이쪽을 참고해서 보셔도 좋을 듯! http://cafe.daum.net/jtrain/Ik3q/3
그런데 저는 어디에 타냐구요?
[사진 798]
바로 여깁니다. ㅎㅎㅎ
창문 모양새가 특이한 게 평범한 객차 같지는 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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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노비노비 카페트카입니다. 하마나스 4호차에 위치해 있지요.
삽화 속 드리누워있는 강아지의 표정이 참 편안해 보이는데요, 말그대로 카페트카라서 바닥에 담요를 깔고 누워가는 형태입니다.
앉아서 가는 것보다는 훨씬 편안할 뿐만 아니라 JR패스는 물론 HHP로도-급행료와 지정석값 1770엔을 내면-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당히 인기가 많지요.
물론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기 때문에 처음 입국하게 되면 으레 이것부터 좌석이 있는지 찔러보게 되는데요, 저는 진작에 예약에 성공했다는 거 ^_^ v
나리타공항에서 하마나스를 예약하겠다고 하니 그냥 보통차 좌석으로 끊어주시길래 특별히 부탁드려서 바꿨거든요. ㅎㅎㅎ
자 그럼 이제 어느 자리로 가면 될지 티켓을 꺼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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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옹이?
한동안 벙쪄있다가 이게 어찌된 일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그렇습니다.
나리타공항에서 예약할 때 드림카로 달라고 했던 겁니다. ㅠㅠㅠㅠㅠ
다른 건 다 기억이 안 나는데 제가 뭐라뭐라 주문하자 직원 분이 ‘드리-임--카아아---?’ 하고 되묻는 거 하나는 확실히 생각났거든요.
그때는 리얼 드림카가 노비노비시트인 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오랜만에 닉값 한 번 제대로 했군요 하이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진 801]
그러한 관계로 오늘은 드림카에서 밤을 지새우기로 합니다.
아 그런데 잠깐
생각해보니 오는 편도 드림카로 예약되어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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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보통차에 비해서는 좌석이 널찍널찍해서 좋긴 한데 엥? 거기 완전 개념 좌석 아니냐? 좌석 사이에 팔걸이 구분까지 바라는 거는 사치인가요 ㅠㅠㅠ
옆자리에 등치가 매우 큰 아저씨가 있었는데 제 쪽으로 기대서 주무시더군요...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제 자리가 침범당하는 건 절대 못 참는 성격이라....)
가뜩이나 첫날 뻘짓에 땅을 치고 있었는데 이건 뭐 ㅠㅠㅠㅠㅠㅠㅠ
사진에서 좌석 2/3 지점에 일반 좌석과 여성전용 좌석 경계가 있는데 이쪽은 일부러 발매를 하지 않은 건지 4석 모두 비어있더군요.
결국 하코다테에서 오랫동안 정차하고 있을 때 그쪽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사진 803]
새벽 1시 정각, 하코다테역에 도착했습니다.
하코다테역은 바닷가를 마주하고 있어 종착역의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열차의 방향을 바꾸게 되는데요, 자고 있던 승객들도 모두 우르르 일어서서 의자를 반대로 돌리고 다시 잠을 청합니다.
저 역시 역에 도착하자 일어서서 자리를 돌렸지만 사실 여기에서 일어난 이유는 따로 있지요. ㅎㅎ
[동영상 44]
바로 기관차 교체 때문입니다.
열차 방향전환도 그렇지만 하코다테~삿포로 구간은 비전화구간이기 때문에 기존의 전기기관차로는 운행할 수 없는데요,
때문에 열차 앞쪽에서는 ED79 전기기관차를 떼내는 작업이, 뒤쪽에서는 대기하고 있던 DD51 디젤기관차를 연결하는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저를 비롯한 뭇 철덕들이 분주해지는 순간이지요 ㅎㅎ;;;
다행이 누구보다 빠르게 난 남들과는 다르게일찍 나온 덕분에 먼저 좋은 자리를 잡고 심지어는 삼각대까지 세움ㅋ 동영상 촬영을 시도해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 804]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기관차 연결 작업이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부터 삿포로까지 약 5시간 30여 분 동안 수고해줄 DD51 기관차입니다.
블루트레인 객차 도색에 맞추어 기관차 역시 파란색 도장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 805]
한편 반대쪽에서는 ED79 기관차의 분리작업이 모두 끝났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쪽이 열차의 맨 앞같이 보이는데 테일라이트라니 뭔가 적응이 안 되는 모양새입니다.
[사진 806]
하마나스는 하코다테에서 23분이나 정차하다가 출발합니다.
기관차를 모두 교체하고도 10분은 훌쩍 넘는 여유시간이지만, 덕분에 삿포로에는 너무 늦지 않은 시각에 도착할 수 있어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우리도 무궁화호나 새마을호 야간열차는 운행을 천천히 하거나 주요 역에 오래 정차함으로써 도착시간을 5~6시쯤으로 늦추면 승객편의 측면에서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죠 ^^;
아까 역에서 신나게 뛰어다닌 덕분인지 잠깐 잠이 깨버렸지만 칠흑같이 어두운 창밖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이내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사진 807]
광활한 초원과 함께 점차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이 펼쳐졌습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라는 어느 소설의 유명한 구절처럼 긴 어둠 끝에 처음으로 마주한 세상은 이제껏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것이었고,
홋카이도의 이질적인 풍경은 낯설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이내 앞으로 이어질 여행에 대한 기대와 두근거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진 808]
차창 밖 풍경에 황홀해하기를 1시간 쯤 지났을 무렵, 열차는 점차 시내로 들어오는가 싶더니 이내 삿포로역에 도착했습니다.
9월 17일 오전 9시 2분, 도쿄 신주쿠역을 출발한 삿포로로의 여정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는 순간입니다.
[사진 809]
2011년 9월 20일 화요일, 이 날은 사흘간의 황금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첫 번째 날입니다.
열차에서 내리는 승객들은 그동안의 여행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무언가 아쉬운 듯한 혹은 홀가분한 모습이었으며, 건너편 플랫폼에서는 무미건조한 흑백의 옷차림을 한 통근객들로 북적였지만
저는 여전히 일본에 처음 발을 들였던 그 순간처럼 여전히 가슴이 뛰고 있습니다.
홋카이도에서 새로운 여행이 시작될 테니까요.
여기까지 오는데 참 오랜 시간이 흘렀지요 하하(...)
다음 편부터는 이 여행의 후반전인 홋카이도에서 여정이 이어집니다.
언제나처럼 여행기를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면서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
첫댓글 여행기 잘봤습니다. 그래도 드림카라도 맡으신게 어딥니까? ㅋㅋ 저는 이번 여행의 3일차 밤을 하마나쓰의 폭탄 지정석에서 보냈습니다. 좌석이 뒤로 안제껴집니다. ㅎㅎ 목베개 없었으면 큰일날뻔 했습니다.
아이고 고생 많으셨군요 ㅠㅠ 명색이 야간열차인데 리클라이닝이 전혀 안된다니요 ㅠㅠㅠㅠㅠ 그렇긴해도 나름 추억이 있는 열차라 폐지 전에 한 번 쯤은 다시 이용해보고 싶은데 홋카이도를 갈 일이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ㅎㅎ;
(1차) 장거리 탐사를 하는 연구회 여행기들 중에서 아마 신칸센을 이용하지 않고 완전히 재래선 보통/쾌속 열차 탑승으로만 이루어진 여행기는 아마도 님의 여행기가 유일할듯 싶습니다. 이로인해 JR pass가 없는 여행객들에게는 물론, 연구회에도 실증 가치가 높은 매우 여행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9월 중순에 님의 여행기에서 느껴지는 쌀쌀한 날씨를 보면 역시 한 여름철 무더위로 인해 땀 이 많이 나고 에어컨 소리로 시끄러운 도쿄와 도쿄 이남 지역과 역시 철저하게 대비되는 도호쿠 지방의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아울러, 모리오카역에서 낮 시간대를 마치고 초저녁으로 들어가는 감흥을 엿 보게 됩니다.
(2차) 비교적 환승 시간이 촉박하지는 않으셨을텐데, 모리오카역사를 나가셔서 역 전체를 촬영한 사진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우천에데가 캐리어가 크면 역사 바깥으로 나가기가 상당히 어려워 지는 것 같습니다. 2011년 도호쿠 신간선 완전 개통을 전후로 한 도호쿠 본선 아오모리-모리오카 구간의 제3 섹터화를 뉴스와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직접 간접 경험해 보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일철 뉴스를 전했던 저에게는 아오이모리 철도는 상당히 용어가 익숙한데, IGR 철도 용어는 생소한 것 같습니다. 메토키역의 양 회사의 경계역인데, IGR 열차가 아오모리현의 하치노헤역까지 운행된다는 사실도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3차) 승객들이 드문 한 밤의 로컬선에서 장거리 열차 탑승을 하며 느끼는 이 생각, 저 생각의 감흥은 여러가지 일 것 입니다. 고독감도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비장한 각오로 홋가이도로 넘어가시는 님의 모습을 보니 130여년 전 도쿠가와 막부 진영의 모리오카번 무사들이 하코다테를 지키는 막부 군을 지원하러 가족들과 이별 후 그 먼 험한 길을 죽음을 각오하고 오랜기간 아오모리로 걸어가던 역사도 생각하게 됩니다. 하마나스와 카펫카와 관련되어 저도 10년 전에 JR큐슈 직원이 카펫카를 몰라서 드림카로 지정석권을 발급해 주었고, 저는 그겻이 카펫카로 착각했던 제 실수도 생각이 납니다. 이번 편도 님의 여행기에 동화됩니다.
사실 제 여행일정도 모두 이전에 다녀오셨던 분들 것을 참고(라기보단 복붙ㅎㅎ)해서 짠거지만 그럼에도 도움이 되신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 항상 정성어린 장문의 댓글 남겨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
ㅎㅎㅎ Fujinomiya님의 덧글 읽고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서요.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2013년 3월에 JR Pass 이용해서 하마나스 급행 노비노비 카펫카를 이용했었는데 약간 시끄러웠지만 그래도 누워서 갔기에 편안하게 아오모리~삿포로 구간을 건너갔었던 경험이 있네요. 그러잖아도 이제 이 하마나스 급행도 북해도 신칸센 개통과 함께 사라지게 될 예정이라서 이번 늦여름에 북해도&동일본 패스를 이용해서 타 볼까 합니다. 날짜를 잘 맞추면 왠지 운좋게 다시 한 번 노비노비를 노려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쉽진 않겠지요. 북&동 패스의 예외구간도 모두 이용하시고.. 쏠쏠하고 실속있게 다녀오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돌아와서 얼마나 탔나 거리를 재보니 4300키로쯤 나오더군요^^;; 노비노비시트를 타지 못한 게 아쉬워서 다음 주에 떠나는데 한 번 시도해볼까 합니다. 월요일 밤이긴한데 3일차에 딱 한 번 밖에 시도하지 못해서 장담은 못하겠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