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1
강득송
마음상해서 말문 닫고 사는 사람이나
얼굴을 벽을 향하고 기도하는 사람이나
도통하는 사람이나
나라의 선을 긋고 70년을 버틴 민족이나
다.
잠자리에서 돌아눕는 부부가 된다.
벽 3
강득송
여탕의 벽에 구멍을 내고
히히적 거리던 보일러공의 묘한 장난으로 망한
목욕탕 굴뚝이 더 높다
그까짓 그림 한 장만도 못한 몸 하나로
집나가도 살아가기에 별 하자가 없는 세상인데
그 사장은
자기 고독을 썰어서 시장 바닥에 던진다.
**
칡
공현혜
저토록 깊이 내린
마음의 뿌리로
누구를 기다리는 가
겨우내 쌓인 그리움을
한 빛으로 담아
이파리 펼친 계절
그리움은 다시 약이 되고
쓴 기다림이 피운
보랏빛 섧은 꽃
참지 못해 달려가 안으면
‘당신 꽃 아닙니다’
나란히 할 수 없는 비탈 길 세상
계절 바뀌어도 잊히지 않으려
안으로 안으로만 향기 채우고
기약 없이 애태우는 먹빛 가슴
그 날이 올 때까지 묵언수행 중입니다.
단단한 사이
공현혜
구름은
제 몸 산산이 놓아도 구름이고
강(江)은
빗물 모두 품고 달려도 강(江)인데
저기, 사람과 사람 사이
무엇이 되고 싶어 단단하게 멈추었는가.
공현혜 약력
1965년 경상남도 통영시 출생
서정문학, 현대시문학 시등단, 2010 작가시선 동시등단,
한국문인협회 서정문학연구위원, 국제PEN경남회원, 경북문인협회, 경주문인협회, 통영문인협회, 한국불교아동문학회, 경남아동문학회, 한국문학신문기자
-2015년 한국 서정문학 대상 수상
-시집 [세상읽어주기] 외 공저 다수
-E-mail : u4only@hanmail.net
**
불쌍한 불상
김미숙
불상공장 오늘도 분주하다
가부좌 튼 불상 똥꼬
무엄하게 손가락 넣고 뒤집어
황금색 페인트 칙 칙 칙
관자재보살 거꾸로 세상 보니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삼라만상 인간말종 황금색이 공짜시색
아제아제 바라아제 옆집아제 뒷집아제
황금에 눈 뒤집혀 이웃도 모르고
부모도 몰라보는 거꾸로 세상
불상이 황금 칠이면 아제 염통 황금빛 날까
석가세존 트럭에 실려 피안을 떠나는데
처사님들 침 묻은 돈 주고받다 멱살은 왜 잡나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칙 칙 칙,
여행
인도양을 간다
대서양 지나 꿈을 상실한 난파선들이
희망봉 아래서 우웅 우웅 울어대는 동안
밤마다 고향을 등 진 섬들이 하나씩
별이 되었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아무도 희망봉에서 희망을 찾지 못했다
진화를 거부하고 대륙에서 떨어져나간
갈라파고스는 남극하늘을 떠돌고
삶이 진부한 영혼들이
제 몸을 조금씩 갉아먹는 동안
나는 또 뭔지도 모를 뭔가를 찾아서
어딘지도 모를 어딘가로 떠돌아야 한
긴 시간
세상을 돌고 돌아 이제야 나를 본다
어항 속에 내가 있다
개천에 용 난다고?
천만에
요즘 개천엔 용이 모두 떠난대요
필드왕 논브라 풀스톱 주먹탄에
풀들도 말라붙고
팽이제로 두더지 제로에
달팽이 한 마리 구경하기 어려운데
에이, 용타령이라니요
자고로 요즘용은 만들어 지는 것
밤이면 불 밝히고
최신형 용고龍鼓채에 승천까지 리무진으로
반딧불이 꽁무니 따라 글 읽던 선비들은
논 팔고 땅 팔아 서울 골목 어디에다
집 한 칸 마련해 기를 쓰며 책 읽어도
용은 커녕 아침마다 꼬꼬댁
닭대가리만 키운다네요
약력
김미숙 시인
별 주부전의 고향’ 경남 사천시 비토섬 출생
1998『시와 시학』 봄호로 등단
시집『피는 꽃 지는 잎이 서로 보지 못하고』 『눈물 녹슬다』
『탁발승과 야바위꾼』『저승 톨게이트』 『멸치 공화국』
교육에세이집『첫 아이 유치원 보내기』
그림동화집 『양말모자』 가 있다.
제15회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제6회 만해 님 시인 작품상‘을 수상.
교육학을 전공하고 경남대 출강 중.
misuk4488@daum.net. 010-2498- 4488
**
완성과 미완성
김미정
이 흐려진 창
다 닦을 수 없음을,
다 맑아야
네게로 갈 수 있음을,
이제는 알고
이제는 버린다
미완의 너를 품고
미완의 나를 연다
완성,
그 안의 허물에 걸려
우린 죄다
아픈 사랑으로
허물어져가는
영원한 미완성품인 걸
이젠 알고 있느니
알아차려 버렸느니
기적의 오늘
김미정
오늘 아침
저 찬란한 태양빛을
온몸으로 받을 수 있음은
오늘 저녁
저 곱게 저무는 석양 보며
내일을 기약할 수 있음은
기적입니다
행복입니다
솟구치는 기쁨입니다
아이에스,
저 광란의 일격 총격 사상
씻지 못할 죄, 겁 없이 나대는
겁나는 세상에서,
그리고
제 욕심 채우려
은밀히 생명을 죽이는 독버섯 양심들이
지천으로 깔린 세상에서
오늘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은.
**
世流
청락/김민철흘러가는 천 천 천川 거품 머금은 역류의 몸부림에도 혼자서는 어쩔 수 없어 속절없이 밀려가네자연의 순리를 어찌 거스릴까만가다가 잠시 멈추면찾아올까 고요 적寂 아! 인연 그 사랑
해로 偕老-사랑꾼
김민철
절경을 눈앞에 두었더라도
당신이 옆에 없다면
어찌 아름답다 하겠는가
비록 꽃 대궐에 살지라도
당신이 옆에 없다면
한낱 잡초속의 돌멩이라
어쩌면 자유로운 듯하나
당신이 옆에 없으면
정갈한 음식에 맛을 잃었다 할까
절대 아프지 말아요
떨어져서도 안돼요
영원히 함께가요 나의 사랑
여름밤
청락 김민철
재잘대는 조개껍질의 속삭임이
하얀거품의 속살을 쏟아내면
노을 지는 저녁바다의 잔물결에
찰랑이는 붉은 여운이 뭉클합니다
밤하늘의 별빛에 눈을 감고 누운
모래밭의 밀어에
은은하게 울리는 이어폰의 노래소리
정말 좋아요
당신과 함께하는 감미로운 여운
바다의 끝을 간지럽히는
파도처럼 사르르 녹아듭니다
별똥 별 하나
찡긋하는 눈빛으로
달빛이 불그스레 입맞춤이 달콤한
아름다운 여름밤입니다
프로필
부산 해운대 출생, 2009년 월간시사문단 신인상,
작품시집: 행복한 사람(2011),노란숲길(2014),
풀잎문학상 수상(2014)
**
시
아라홍련을 보고
김 병 수
아라가야에 홍련이 있었으니
아득히 하늘 열릴 때
그 씨알 칠백년 잠들다가
세상 밝히며 붉게 피올랐다.
나도 한 칠백년 잠들다가
다시 깨어 나
흙탕물에도 흔적 남기지 않는
연봉 같은 삶을 피우고 싶다.
청옥연반(靑玉蓮盤)에 피오른 불꽃처럼
가물가물한 무명(無明)을 살라낼 적에
이내 맘은 어느새 선정(禪定)에 드는데
연화의 물결이 석양을 희롱한다.
비 올적에
김 병 수
비 올적엔
바라만 보아도
알 수 없는 그리움이 깊어갑니다
돌아오지 않을 임의
얼굴이 구름처럼 덮쳐옵니다
정에 겨운 사람의 일이
이리도 비참하리만치
찰나의 순간에도 괴롭히는지요.
헤일 수 없는 빗방울이
주룩주룩 남기는 것은
허한 마음 대신할 물거품뿐입니다.
도솔천에 계신
당신의 몸은 젖지 않으셨는지요.
물거품의 허망
다시 물이 되어 흘러갑니다.
**
비가 오는 날이면
김 종 두
비가 오는 날이면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쓰자
그립다 생각 하면
더욱 그리운 사람에게
밤은 빗소리에 젖고
풀잎은 빗물에 젖고
가슴은 그리움에 젖는 밤
불빛 희미한
가로등 밑으로 둘이 함께
우산 바치고 거닐면
마주보는 눈빛이
환히 밝아오던
그리운 얼굴
이렇게 비가내리는 날이면
가슴에 사무친
뜨거운 그리움이 비에 젖어
더욱 그리워지는 날에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쓰자.
**
봄
도경회
사람 사는 거 팔모니라
좋은 날도 있을 거야
이제 그만 울어라
송홧가루 노랗게 날리는 날
반들반들 윤이 나게 닦아놓은 등황빛 대청마루
버릇없는 장닭들 함부로 발자국 내어도
말없이 몇 번이고 마루를 닦으시던 어머니
치맛자락 슬픔 길어 사각거렸다
어린 것의 어미가 되어
밝은 볕살 복사꽃 그늘에
말없이 나 오래 서 있다
너를 위하여 평생
아니 저 세상에 가서도
내 아픈 손가락으로 슬픔의 푸른 실 잣는
늘 마르지 않는 샘물임을 아는지
한 줌 뜨거운 흙
올해도
제비꽃 한송이 품어다 준다
가을산
도경회
그리운 이 먼저 가 누워 있어 향기로운 흙
진한 황토빛으로
돌배와 돌감이 순종으로 익고
싸락밤 도토리 영글어 톡톡 떨어지는 산
오늘은 혼자서 오른다
내가 평생 지고 가야할 일상의 짐
시원하게 벗어버리고
햇볕 잘 드는 봉긋한 무덤 포근한
잔디에 앉아
원시의 몸부림 섞어 울어본다 마음껏
그러면
산을 닮아 맑아진 눈으로 산이
버리고 간직하는 것
오랜 기다림 후에 소담스레 안아 기르는 것
무엇인지 보일까
비비새 가벼이 날고
가끔씩 산꿩이 무겁게 울어
소나무 가지에 달이 뜨면
누이와 함께 나비를 잡던 유년의 나
만날 수 있을까
그리운 이 먼저 가 누워 있어 더욱
향기로운 가을 산
꽃같다
불같다
프로필
도경회
- 경남 산청군 신안면 출생.
- 진주 경상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졸업(간호학 석사)
- 2002년 계간《시의 나라》 등단.
- 시집으로 『노래의 빛』 『외나무다리 저편』『말을 걸었다』등이 있음.
- 진주문인협회 회원, 국제 펜클럽 회원,
- 이메일; rosedo@hanmail.net
- 주소: 우편번호 52656 경남 진주시 상봉대룡길 18 (화인 아파트 101동 809호)
**
초혼점등, 그리고
박성임
어둠과 빛살이 살 부비며 한몸되다
이끼 낀 풍등하나 강나루 건너오고
백옥색 치마저고리 천만번 스쳐온 바람
승천하는 땅의 기원 하강하는 빛의 춤사위
몇 겁을 거슬러야 저 강의 눈물 보듬을까
엇갈려 뒤돌아볼 수 없는 유등의 슬픔이여
별신굿 신명 춤에 되살아오는 남강의 체온
내 작은 초롱불 밝혀 영원으로 가는 길목에
천년의 등불을 안고 귀환하는 불타는 배웅이여
트라피스트의 침묵
박성임
어둠 속에 오셔서
밝음 속에 계시는
그분을 만나려고
내짐을 맡기려고
그러나 보이지 않았다
육안으론 볼 수 없다
씻김의 예식을
천만번 한다한들
내안의 찌꺼기
걸러내지 못하면
그분은 오시지 않는다
만나주질 않는다
끝까지 버티어서
바라보고 또 바라봐도
뼛속까지 스미는
냉기와 손발 저림
혈관을 뚫지 못하는
저 침묵의 비밀
**
내 사랑은
양곡
세상에
꽃 한 송이 피었다가
지는 순간부터
내 사랑은 시작 된다
바다 끝에서부터 바람이 불어오고
나뭇잎은 모두 새잎 인냥
어두워지는 가지 끝에서 흔들리기 시작하고
내내 거리를 방황하며 외롭기만 하던 길은
밤하늘로 올라가 처음인 듯
밝아오는 아침을 새롭게 준비 한다
꽃이 피어 있는 동안 벌들이 앵앵거리는
꽃소식이 가슴에 너무도 벅차
못내 안부가 그리웠던 사람들은
비로소 별빛으로 나에게 다가와
마음에 이름으로 새겨지기도 하고
하나의 믿음이 되기도 하고
세상에
피어 있던 꽃 한 송이가
지는 저녁부터
내 사랑은 열매 맺기 시작 한다
다솔사(多率寺)
양곡
그날은
대양루(大陽樓) 목어가
웃고 있었다
스님 두어 분
적멸보궁(寂滅寶宮) 앞마당을 쓸고
서까래가 무너진 해우소를 고쳐 세우고
속이 텅 빈 고목 속을
사람들이 드나들고, 많고 많은
사람들이 무시로 드나드는 사이
부처님 진신 사리탑과 황금편백나무
사이로
때까치 몇 마리 날아들고 있었다.
역(驛)
양곡
기억과 기억을 연결하는
진양교 다릿발에 둘러진
논개의 쌍가락지 같은
금빛 언약, 추억처럼
귓속을 파발마가 달렸다
터널을 지나
진주역 개양역 문산역
만나고 헤이는 인연이란
늘 한 마디 말도 없이,
**
넥타이
양재성
남자라고 다 어찌 흔들림이 없으랴
가끔씩은 일탈을 꿈꾸기도 하지만
막다른 생사의 기로 죄어오는 올가미
사노라면
졸라매야 할 데가 어디 하나 둘이던가
머리띠부터 신발 끈이며 허리띠까지
쌓이는 압박과 늘어가는 눈치에
출구를 향한 몸부림과 분노는 사라지고
비에 젖은 참새처럼 쪼그라든 가슴엔
어느새 체념이 똬리를 튼 지 오래
단잠에 든 처자들의 얼굴이
곡마단의 관객처럼 오버랩 되어 오는
외줄 같은 내일의 거울 앞에서
이제는 풀려날까 두려워
이른 새벽부터 제 스스로의 목에
칭칭 동여매고 나서는 질긴 포승줄
까치집
그대 마음 열고자
고이는 맘 우려낸 메시지를
날리고 또 날려도 그대는 답이 없고
길 건너 우뚝 선 통신 중계탑
그 철탑이 무슨 잘못 있는 양
이른 아침부터 원망스레 바라봅니다
그런데
철탑 위로 까치 한 쌍이
내가 날린 밀어들을 모조리 낚아채어
그들의 보금자리를 짓고 있었습니다
아하,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하지만
저 까치들이 둥지를 다 짓고 나면
그때는 내 마음 고스란히
그대에게로 전해져 갈 테지요
저 까치집을 다 짓고 나면 말입니다
프로필
한국문협해양문학위원, 경남문협부회장, 경남펜부회장, 전 거제문협지부장,
2002년 한국시신인상, 배기정문학상, 모던포엠문학상, 한국문협공로상,
<시집>나무의 기억은 선명하다(2012), 지심도의 봄(2015)
**
그녀에게 보내는 메시지 1
이민호
그리운 그대여!
바람 한 점 없는 낮은 구름 낀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쏟아져 내리는 비를 피해 어느 낯선 처마 밑에 서서 그대 생각에 빠져 듭니다
지난밤 세차게 내리는 빗방울 소리에 잠에서 깨어
그대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대 젖은 목소리는 나를 깊은 시름에 잠기게 했습니다
내가 처음 그대를 만나
그대를 내 가슴에 품었을 때
그대와 나는 특별한 운명에 내맡겨 졌지요
그때 우리는 인생과 사랑을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우리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우리는 서서히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나 지금은 그대 곁에 머무를 수 없지만
그대를 만나고 난 후부터
잠시 잠깐도 그대를 잊은 적이 없고
그대를 사랑하게 된 것을 후회도 않으며
하늘이 우리 둘 만의 시간을 허락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대여!
지금 나의 가슴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그림자로 가득 차오르고 있습니다
슬픔과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그대는 나에게 감미롭고 아름다운 위안입니다
그대가 그립습니다
그녀에게서 온 메시지 1
이민호
화려한 드레스 걸린
금발 마네킹 어깨 너머
눈부신 햇살이 넓은 창을 가득 메우고 있는 오후입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난 지금
넓은 창 가득 번진 햇살과 함께
환하게 웃는 그대 모습 다가와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뜨거운 찻잔을 들고 서
길 위로 지나가는 연인들 행복한 웃음소리에
그대 눈길 내 가슴에 와 닿는 듯
내 작은 가슴은 터질 듯 부풀어 오릅니다
그대를 사랑하고
그대를 그리워하고
그대를 기다리는
내 마음은 어느새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처럼 축축이 젖어듭니다
날 사랑한다는 그 말
그대의 그 한마디가
외로운 이 가슴에 위안이 되어
오늘도 난
그대만을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나를 사랑하는 그대를 진정 사랑합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내 꿈의 모든 것은
나의 모든 것은
그리고 내게 남겨진 모든 시간은
그대를 위해 바치렵니다
프로필
이민호(李珉浩) 시인/수필가/소설가. 호는, 有數, 道陽, 東湖 李煥. 국제펜클럽한국본부 경남지역위원회 사무처장. 남강문학회 경남사무국장. 계간 시와 수필 편집위원장. 前)반년간지 문예 감성 편집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제1회 김동리 다솔문학상 수상. 1981년 단편소설<사랑과 슬픔>으로 문단에 나옴. 모던 포엠, 문학세계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 문학광장 시 부문 신인문학상. 시 산문집<사랑은 받을 때 보다 줄때가 더 행복하다>. 시집<사랑은 그리움 외로움 기다림의 시작입니다>. 공저 시집<다섯 갈래의 길>, <언어의 사원을 꿈꾸며>. 단편 소설<사랑과 슬픔>, <배반의 장미> 외 다수의 동인지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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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부터 내리는 비
이용호
어젯밤 천상에서
가정불화 생겼나 봐
곤한 잠 설쳐가며
아침부터 찔찔
밤새 참았던 울분
천사의 눈물 비가 되어
높디높은 하늘에서
밤새워 졸음 참아가며
서럽게도 울었나 봐
세파에 찌든 때
오염될까 두려워
남몰래 지워 주려고
그리움의 꽃
이용호
날씨가 좋아서
공원을 갔더니
골골마다 늘어선
꽃들이 상팔자
노랑꽃 붉은 꽃 하얀 꽃
식물도감 속에서
탈영한 병사들
넉살도 좋아라
바람기 많은 풀꽃들
컥컥 거리고 나불댄다.
오월의 입맞춤에
피가 솟고 혈색이 감돌아
곳곳마다 둥지를 틀고
사랑을 훔친 환상의 나라
온몸 찌릿한 그리움이 꽃 핀다
문수암
이용호
무이산 허리춤에
무명천 휘감고
찰싹 달라붙은 문수암
깎아지른 산기슭에
부메랑처럼 날아오지 못해
기암괴석 거느린 천년고찰
문수보살 친견할 때
미소 머금은 보살상
곡절 많은 소원 다 들어주신다
마음의 문을 여니
잊혀 진 세월만큼
닫힌 얼굴에 미소가 생기고
바람 소리에 등 떠밀려
손발이 걸음을 재촉한다
바위틈 문수보살님 곁으로
그리운 얼굴들 가슴에 묻고
검은 욕정 벗어 던지고
하늘을 오르는 화사한 그 미소
프로필
- 경남 산청군 시천면 내공리 615번지 출생, 건국대 농학석사/동아대 농학박사
- 문학21 시부문 등단(2007년), 경남시인협회 회원(현재), 산청문인협회 회원(현재)
- '늘푸른문학회' 회원(현재), 사)한국문인협회 회원(현재)
- 사)국제 PEN클럽 한국본부 경남지회 회원(현재)
- 저서: 흰구름 마져도 쉬어가는 지리산, 지리산 흰구름 외롭지 않네,
옮겨 심은 꽃 둥지,
- 경남 진주시 말티고개로 102-5 대영 아파트 102-1006호
- 휴대폰 : 010-8530-5446, 자택 : (055) 757-5446,
- 이메일 : dldydgh5446 @ 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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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종芒種 무렵
조종명
산은 제 마음대로 푸르르고
툭 트인 하늘에서 뻐꾸기가 운다
콩밭 두렁에 앉은 노인은
비둘기와 싸운다
새벽부터 울리던 이장네 집
감나무 농약 치는 전동기 소리 그치자
건너 마을 집들은 나무 그늘 속으로 숨는다
먼 어느 마을에서 수탉이 목을 길게 뽑는다
감나무 잎이 간간히 흔들린다
문득 딱따구리가 아침때를 알린다
비둘기 세 마리가 살금살금 기어와 콩을 쫀다
깡통을 두드리는 소리가 골을 울린다
노인은 맹자 고자편 告子篇을 읽다가
대막대를 두드린다
읍궁대泣弓臺 쪽에서 안개가 일더니
병산屛山을 다 덮어
초록색 바탕에 희게 환칠을 한다
* 읍궁대(泣弓臺):曺命勳(1763~1832)이 영조가 승하하자 이 대에 올라 3년 동안 궁궐을 향해 望哭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부른 대의 이름
* 병산(屛山):우리집 건너편의 산 이름, 원래 이름이 없었다. 모양이 병풍 같아서 병산이라 부르기로 했다
문
조종명
방문을 반쯤 연다
눈발이 먼저 들어 오고
만락재 추녀에 달린 등불이
따라 들어 온다
활짝 열었다
머리가 하얀 소나무 숲
문을 닫으면
따뜻한 온돌방에
푸륵 푸륵
참새가 들어 와 있다
봄 밤
조종명
어쩌란 말이냐
곡우절 밤 비는 사납게 내리고
근육질의 관자놀이를 흔드는
저 찬란한 관능은
피다가 피다가 벌겋게 터져
산하를 물들인다 바로 그 자리에
더 진한 신록이 산과 들과
바다를 점령한다
봄을 싣고 왔던 차가운 바람이
충분히 데워진 봄을 싣고 가려한다
더는 억눌러 참를 수 없는
봄밤의 환락은 간다
그래서 비는 요란하게
천지를 가득 채워
뜨거운 관능을 재우는구나
약력
1992 농민문학 등단, 1941 경남 산청 출생
산청 문협, 경남 문협, 한국 문협,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남도시단 동인.
시집: <소나무는 외롭지 않다 2004>, <긴 길에서 만난다 2010>
주소: 경남 산청군 삼장면 덕산 대포로 269-6
전자 우편: jbell97@hanmail.net
손전화: 010-3832-8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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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서 오는 편지 24
-형제 섬
차영한
일어서는 바다를 숨겨주는 바람은
깔깔한 너울로 덮어주고 있네.
물새로 하여 메시지가 왔다는 시늉을 하네.
내 감흥을 커팅(영상의 전환)하면서도
젖은 손은 만져주면서 바다전설을 읽어주네.
저 융단폭격에서도 산산 조각난 파편들이
흔적 없어도 춤추게 하는 신묘한 허깨비들을 보게 하네.
가장 고독할 때 사물놀이 하는 날씨 예고하기도 하네.
체념하기보다는 더한 호기심을 부추기면서 가장
숙명적인 도피성을 우연한 자유로움으로 덮어주는
여기는 항상 홀수로 말하고 있네. 무례한 허상을
믿을 수 있도록 폭소爆笑시키고마는 물고기 떼가
날아올라 바닷새 떼를 우롱하는 날씨를 보네.
차영한
통영출생/ 1978.10~1979.7 월간『시문학』을 통해 자유시 부문 추천완료 등단/ 2011년 월간 『시문학』을 통해 평론 ‘청마시의 심리적 메커니즘분석’당선/ 시집은 ‘시골햇살’, 연작시집‘섬’, ‘살 속에 박힌 가시들’, ‘캐주얼빗방울’ 등/ 평론집은 ‘초현실주의시와시론’, ‘니힐리즘너머 생명시의 미학’ 등/ 제15회 청마문학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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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홍종기
곧게 선, 벽을 쫙쫙 찢고 있다.
평평한 수면에 벽 치려는가
거꾸러져 처박힌 물줄기
끊임없이 튀어 오르는 저 물
모임
홍종기
질척거리는 빗속
질척거림 잡으러 간다
질척거리지 않는 모임을 기대하며
머리 지우개
홍종기
때로는 지울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자제하지 못한 과한 행동
나만을 위한 못된 걸레질
내가 지워야 하기에
머리에 지우개가 달려 있어야 한다.
연필 머리에 지우개가 달려 있듯
내 머리를 깨끗이 지울 지우개가
머리 위에 있어야 한다.
약력
단국대학교 졸업, 육군 소령 예편, 해성고등학교 교사 30년 역임,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경남 PEN 회장
한국문학작가 고문, 예인문학 고문 겸 주간, 가톨릭문인회 부회장
대한민국 ROTC 중앙회 자문위원, 단국대학교 총동창회 상임이사,
시집: 어머니의 강, 앨범 속에 내리는 비, 비어버린 역 외
주소: 52770 경남 진주시 모덕로 223번길 6(하대동) 전화: 010-3582-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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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영롱하고 아름답다
지봉 황주철
당신은 바람 부는 날
우리를 위해 옷을 벗고 추운 날
사립문 없이 바람 소리 들리고
부뚜막에 불피운 시절
시름하며 다가온 하얀 입김
세월이 흘러
흘러간 지금은 몸 하나
어느 뉘 쓴 줄 모르고 있었다
별이 빛날 때
다시
일어서는 어머니
새벽 별이 빛나고
먹을 물이 없을 때
머릿수건 풀어놓고 달빛 태우며
땀을 흘린 어머니
아침이 열리고
새로운 문이 열리면서
하루는 바다
전,답,옥토 달려간 어머니
긴 세월도
아~짧은 세월도
불편한 점 없이 희미한 웃음
둥실 떠 있는 달처럼
찢어지고 구겨진 옷처럼
남은 것은 주름실
가져가는 것은 불혹의 힘
물기에 젖은 눈물방울
진주 빛 눈물을
누가
당신의 마음을 알겠나.
거북등 갈라진 여름
지봉 황주철
저늘한 바람이 불어
얼굴 빛을 심어 줄 작은곳에서
우둑허니 거 있을 수 없는자리
그곳에
가고 오지 않는 희붉은 덩어리
숲 속에는 바람 한점 없는데
여름밤 저녁은 마당에서 먹는다
한낮 더위가 중부 내륙지역에 35도
영남지역은 34도 경북 지역은 40도가 오르내린다.
더위가 뉴스로 화재다
초저녁 별은 더 있어야 하는데
달빛 창가 그립다
푸른 빛 누워 있는 녹색 밭에
쓰러지고 일어나는 숨통 터지는
콧부리 같은 하얀 백발이 넘어간다
논두렁에 갈라진 거북 등살에
불나비 같은 미술품은
정자 나무를 슬프게 한다
속을 드려낸 흙살
제철소에 구워낸 따끈한 개떡처럼
하늘에 가린 구름을 그리워하네
갈라놓은 자리 바람
스치는 고을에
스러지고 누워버린 잔잔한 풀들
하늘만 보고 있다.
내 사랑
지봉 황주철
내 사랑 떠나가도
내 마음 아파 멍들때
그 순간 뿐이겠지
서로 안아주고 보듬어 주고
밥 먹을때 이쁘 한 당신
그것도 순간이었다고 하였나
눈물 흘러 거두어 버린날
사랑을 장난한 사람
사실을 인정 하였지
이미지도 없는 일만 하고 있었던 당신
들췌내어 뭘 얻겠나
쓸떼 없고 바딱친 사랑
채에서 우리는 사랑 아까운
눈물 보내고 그 낭비 어디서 받을까요
괜히 이런일 끼어 들어
가슴에 멍들어도
사랑은 한순간 뿐이더라
죽을 만큼 사랑한 당신
죽을 만큼 행복 주고 싶다
우리 서로 생각한다면
술 한잔가슴에 담아
기억하고 이슬 내린 아침
불러보고
잊어 버릴 수 없는 웃음으로
내 가슴에 날려본다.
프로필
서울 총신대학교 졸업
(46325) 부산광역시 서동로 140번길 31
전화번호: 011 - 864 - 5871
국제PEN클럽한국본부 경남지역위원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부산시인협회 이사
부산대학교 효원시문학회원, 갈렌피겐문예대학 현대시 강의
세계모던포엠작가회 부산지회 수석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