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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 스크랩 경북매일신문 산모움 기사
제노 추천 0 조회 3 12.10.01 08:5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우리나라 국토의 70%는 산. 어쩌면 우리는 산에 오를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났는지 모른다. 최근 한국등산지원센터가 발표한 우리나라 등산인구는 1천만 명. 월 1회 이상 산에 오르는 사람만도 1천500만 명을 상회한다.

40대 이상, 특히 여성 등산객의 증가가 등산 열풍을 이끌었다. 전국에 산악회만 1만8천여 개에 달하고 아웃도어, 등산용품의 시장 규모는 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패션업계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국의 중년남성들이 그나마 기력을 유지하는 건 등산을 통해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주말마다 톨게이트를 빠져 나가는 관광버스의 행렬에서 ‘국민스포츠’로 자리 잡은 등산의 인기를 실감한다. 곧 봄의 문턱. 푸른빛을 더해가는 산들이 산꾼들을 유혹하기 시작할 것이다. 늘어진 뱃살에서 인생의 무게감이 느껴진다면 구석에 방치해 둔 등산화를 꺼내 먼지라도 털어보는 것이 어떨까.

◆ 구봉 송익필 선생, 일화 전해

운장산을 말하면서 조선 중기 성리학자이며 ‘8문장가’ 중 한사람이었던 구봉(龜峯) 송익필 선생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서얼 출신인 그는 ‘서인의 모주’로 불릴 정도로 탁월한 지략가였다.

송강 정철의 특급 참모로 조선 중기의 거의 모든 사화(士禍)에는 그의 입김이 작용했다. 본래 ‘반쪽짜리 양반’인데다 선친의 정변(政變) 밀고에 연루되어 유배를 당했고, 형기(刑期) 중에 임진왜란이 일어나 운장산에서 숨어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산 이름도 그의 자(字)인 운장(雲長)에서 따왔다고 한다. 대학자의 은거는 산자락마다 수많은 일화와 에피소드를 탄생시키며 산에 상징들을 만들어 냈다.

“내 뒤에 오는 몇 사람이 나를 앞서 갔는가, 제각기 머물 곳이 있는데 무엇을 다투리요”로 끝나는 구봉의 시 ‘산행’은 초 단위로 시간을 다투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등산의 의미를 깨우쳐준다.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은 기맥을 뻗쳐 그 사이에 진안고원(鎭安高原)을 솟아 올렸다. 무주`진안`장수 3개 군에 걸쳐 있는 해발 500m의 고원은 북류하는 금강과 남류하는 섬진강의 분수계가 되고 있다. 운장산은 진안고원을 대표하는 진산(鎭山)으로 금남정맥 최고의 전망대로 통한다. 정상에 서면 중부지방의 대둔산, 계룡산과 덕유산, 마이산, 지리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 탓에  호남의 산꾼들은 연석산-운장산-구봉산을 묶어 ‘전북 알프스’로 불러왔다. 또 옛날부터 조릿대와 감나무가 많아 ‘능선에는 산죽 천지, 마을에는 인삼 천지, 산자락엔 감나무 천지’라는 말이 회자되었다.

◆ 주변 산세 굽어 살피는 듯한 ‘서봉’

눈꽃산행이 막바지로 치달을 무렵 취재팀은 운장산 산행에 나섰다. 운장산 산행은 북쪽 주천면 내처사동에서 앞산날베기 능선을 올라 동봉으로 오르는 코스와 피암목재에서 활목재를 거쳐 서봉으로 오르는 코스, 완주군 연동의 연석사에서 연석산을 오른 뒤 서봉을 거쳐 운장산으로 가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취재팀의 들머리는 피암목재로 잡았다. 우선 지명부터 낯설다. 등산로에는 이외에도 활목재, 각구목재 같은 생소한 지명들이 눈에 띈다. 재는 령(嶺)의 한자 표기고, 그렇다면 나머지 이름은 아마도 조계산의 송광굴목재, 선암굴목재처럼 ‘골짜기로 들어서는 입구’의 뜻으로 생각된다. 피암목재에서 활목재까지는 1.7㎞, 약 1시간이 소요된다. 활목재는 약 800고지. 여기부터 실루엣으로 펼쳐진 진안고원의 산군들을 조망할 수 있다.
활목재에서 서봉까지는 급경사길로 오늘 등산의 최고 험로다. 40분쯤 가쁜 숨으로 오르면 오성대를 품은 서봉이 나타난다. 봉우리 위용이 주변 산세를 굽어 살피는 듯하여 일명 독제봉(獨帝峰)이라 불리는 이 봉우리에 서면 연석산-만항치-중봉-각우목재-구봉산으로 연결되는 전북 알프스의 전경이 한 흐름으로 읽힌다.

송익필이 은거했다는 오성대도 바로 서봉 밑자락 연석산 가는 길에 위치해 있다. 1천고지인데도 샘터가 깃들어 주거에 필요한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 기골이 장대하고 눈에서 불을 뿜는 듯한 기상을 가졌던 구봉은 오성대 절벽에다 공부하던 책들을 석함에 넣어 보관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서봉은 연석산-구봉산을 연결하는 거점, 구봉은 이 길을 따라 내`외처사동이나 연석사, 내원사를 드나들며 지인들과 교유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서봉에서 상아바위를 타고 잠시 내리막길을 타다 다시 급경사 길을 치받아 오르면 오늘의 주봉인 운장산(중봉)이다.

운장산 이름은 운장(雲藏)과 운장(雲長)이 다툰다. 구름을 감추었든 구름이 길게 드리웠든 어느 쪽이든 운치가 있다. 지금은 구봉의 은거 이후 ‘운장(雲長)’이 세를 얻어 정식 지명이 되었다.

◆호남의 지붕 ‘중봉’ 발아래 구름을 굽어보고

서봉이 완주군 쪽 산군들의 거침없는 조망을 특징으로 한다면 중봉은 내원사, 쇠막골 쪽의 포근한 정경을 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기자기한 산너울의 부드러운 능선을 감상하며 일행과 차 한 잔 나누기에 좋다. 또 정상엔 벤치가 들어서 쉼터의 정취를 더한다. 아마도 정상에서 발 아래로 흐르는 구름을 감상하라는 배려인 듯하다.

가이드는 “중봉이야말로 호남의 지붕 격이고 구름처럼 장한 이 봉우리에 서야 운장이 노령산맥의 버팀목이 되는 거대한 지괴임을 실감하게 된다”고 말한다. 중봉의 장쾌한 산군들의 실루엣을 뒤로 하고 일행은 동봉으로 향한다. 산죽길을 따라 800m 남짓 거리로 20분이면 충분하다. 동봉은 구봉산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잔설에 잠긴 구봉산의 웅장한 스카이라인이 일행을 유혹한다. 전북 일원에서 가장 장쾌한 능선 종주 코스다.

구봉산도 송익필과 깊은 인연을 쌓았다. 운장산에 그의 자(字)를 빌려주었다면 구봉산엔 호(號)를 붙일 만큼 송익필은 두 산을 각별히 아낀 것 같다.

4시간여의 산행을 마치고 일행은 내처사동으로 향하는 하산 길을 잡는다. 구봉산에 대한 미련은 하산 길에도 계속된다. 가이드는 “해가 짧은 겨울철엔 종주를 하기가 어렵고 봄`가을에 여유 있게 진행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가을쯤 구봉의 행적을 따라 50리길 연석-운장-구봉 종주나 한 번 나서야겠다.

글·사진 한상갑기자 arira6@msnet.co.kr
구병산: 운장산에서 동봉을 향해 오르던 등산객들이 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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