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 인천기념일
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
1905년 2월 6일 인천거류민단의 민장 도미타(富田耕同)는 의안 제39호로 ‘인천 기념일에 관한 건’을 민회에 제출했다. "1904년 2월 8일 우리 해군 우류(爪生外吉) 함대가 기고시(木越安網) 여단을 호위 입항해 적함(러시아)의 목전에서 용감히 상륙을 완수한 장쾌한 모습은 실로 글로 다 옮길 수 없다. 더욱이 다음 날 9일 러시아함 2척은 팔미도 앞바다에서 우리 함대의 공격을 당해 결국 항내에서 침몰 및 소실을 당한 것은 실로 우리 거류민의 천고 불변의 성과가 됐다. 이에 본년부터 2월 9일을 당 거류지 기념일(인천의 날)로 정해 관공서, 학교 및 일반 인민은 휴업하고 국기를 게양해 축하의 뜻을 표하고자 한다"라는 내용이었다.
민회는 이를 곧바로 가결해 영사에게 인가 신청했고, 다음 날 7일 허가돼 2월 9일을 ‘인천기념일’로 지정했다. 그리고 "거류민 일반은 다음과 같이 양해하고 임의의 방법으로 축하의 뜻을 표하기로 한다. 2월 8일 군대 상륙 당일은 국기와 처마에 등(軒燈)을 달아 게양할 것, 2월 9일은 국기와 처마에 헌등하고 일반은 휴업해 축의를 나타낼 것,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대신궁(大神宮, 후일 神社) 기념제에 참배할 것"을 공고했다.
이로써 인천에 거류하는 일본인들은 일제강점기 내내 제물포해전에서 러시아에 승리한 날을 기리기 위해 2월 8일 전야제와 2월 9일을 기념일로 삼았다. 러시아와 전쟁은 1895년 삼국 간섭 이래 10년간 일본이 군비 확장을 하면서 별러온 전쟁이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었고, 또한 일본군이 인천 상륙 후 서울을 효과적으로 장악하고 만주를 공격할 수 있었던 전초전이었다.
이어 2월 10일 일본은 러시아에 정식으로 선전을 포고할 수 있었던 것이며, 거기에 더해 다음 날 2월 11일은 「일본서기」에서 전하는 초대 일본 천황인 진무 천황이 즉위한 날로, 일본 건국을 기념하는 기원절(紀元節)이어서, 이날 인천에서는 서전 승리의 축하를 겸한 일본인들의 경축 무드가 절정에 달했다.
1910년 8월 경술국치를 당한 후, 식민지 인천에서 행해지는 첫 번째 인천기념일에 대해 1911년 2월 11일의 ‘매일신보’는 "지난 8일은 인천해전 기념일이므로 오후 7시께부터 동 11시께까지 인천 시민은 세관 매축지에서 약 4천여 근(2.4t)의 불을 놓아 당시 정황을 돌이켜 생각하게 했다. 9일은 시민 일반이 국기와 구등(球燈, 공처럼 생긴 등)을 달아 축의를 표하고, 인천호텔에서는 오후 3시부터 관민 유지자 100여 명이 회합해 기념축하회를 열었다. 또한 인천거류민단에서는 9일 오후 3시에 기고시 중장, 우류 중장과 치요다(千代田) 함장에게 당시의 공로에 감사하는 축전을 보냈다"라고 보도하고 있다. 인천 거주 일본인만의 행사가 아니라 조선인을 포함한 인천시 전체를 대상으로 전개됐던 것으로 보인다.
인천기념일 행사는 해방되기 전까지 매해 개최됐고, 매년 2월의 신문 기사에 등장하고 있다. 10주년인 1914년 2월에는 시내에서 대대적인 제등행렬이 있었고, 1915년 2월에는 "특별히 집집마다 국기를 문 앞에 높이 달고 각 관청과 학교 휴업은 물론 은행, 회사 기타 중요한 상점은 거의 문을 닫아 축의를 표했으며, 오전 11시부터는 예전과 같이 인천부윤이 제주(祭主)가 돼 인천대신궁에서 봉고제(奉告祭)를 엄숙히 집행했는데 참석한 관민이 100여 명에 달해 자못 성황을 이루었다더라"고 해 인천의 주요 행사로 자리 잡아 가고 있었다. 봉고제는 일본 천황의 역대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로 매년 거행됐던 것이며, 때때로 이 행사에는 조선 총독도 참여해 그 의미를 증대시켰다.
인천기념일을 제정한 1905년 2월은, 그때까지도 러시아와 힘에 부치는 전쟁을 계속 수행해야 했고, 엄청난 비용의 전비(戰費)는 외국자본에 의해 가까스로 지탱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국의 국민에게도 엄청난 고통을 가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기념식이 끝나면 으레 군비 모금이 있었고, 관민(官民)을 부추겼다. 이후 만주침략, 중일전쟁, 제2차 세계대전 등 부단없는 전쟁을 획책하면서 전승(戰勝)을 기념하는 인천기념일은 시국을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
출처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http://www.kiho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