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 향 수

[가시고기]

내가 하고 싶은 말. 누군가 쓰지 않았다면

내가 쓰고 싶었던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게 호사로구나 생각 한다.

페이지를 정신없이 넘기다가 그만 덮고 말았다.

너무 좋아서. 그리고 너무 아까워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오늘도 읽은 내용을 곱씹기만 하였다.

다행인 것은 아직도 절반이나 남아 있다는 것이다.

목 성균의 수필집을 읽으면서 덮어두었던 나에 일기장을 들추어 보는 듯 착각에 빠진다.

연풍은 내 고향이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나의 유토피아.

나를 성장시켜 준 연풍을 나는 사랑한다.

작가는 고향에 추억을 이렇게 펼쳐간다.

방학도 끝나 가는 입추 말복 지경 친애하는 우리 죽마고우들은 해가 설핏하면

일단 주호네 이발소로 모였다. 갈매실 냇물로 나가기 위해서다.

각자의 임무가 부여된다.

양조장 집 규식이는 막걸리 준비. 주호는 양념과 양은냄비 준비.

석희는 여울낚시 준비. 형수는 보쌈 놓을 준비 등등…….

갈매실 냇물은 남한강의 지류인 달천 상류다.

갈매실은 냇물이 휘돌아 나가면서 만들어 놓은 넓은 자갈밭이다.

자갈밭은 여름 장마에 벌창하는 냇물로 깨끗하게 씻겨져 있었다.

냇가 자갈밭에는 패랭이꽃이 지천으로 피었고

그 위로 메밀잠자리가 한가롭게 군무를 추듯이 유유히 날았다.

나는 냇물에 목욕을 하고 나와서 산그늘이 내리는,

달아서 따끈따끈한 자갈에 벌렁 드러누워 그 저녁그늘이 그리는 산읍의 소묘에

공연히 맘이 격앙되었다.

행복에 겨워 일으키는 일종의 발작상태였을까.

벌떡 일어나서 황소 같은 석산이에게 덤벼들어 괴춤을 잡고 모래밭으로 끌었다.

그 녀석의 완력에 번쩍 들려 모래밭에 메어쳐지면 그 쾌감은 말할 수 없이 좋았다.

우리는 여울낚시를 드리우고 보쌈을 놓고,

반두질을 해서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여 놓고 둘러앉아서 막걸리를 마셨다.

노을에 빨갛게 물든 수면 위로 피라미들이 튀어 오르고

천변 버들 숲에서 소나기처럼 울던 말매미들도 지휘자의 마지막 지휘봉에 맞추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울음을 일제히 뚝 그치고 나면

여울물 소리가 기립박수 소리처럼 살아난다.

그때 왜 그리 행복했는지!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행복할 것인지 몰랐고 알 필요도 없었다.

간은 재대로 맞았을까?

그 매운탕 냄비에 머리들을 틀어박고 열심히 먹던 발가벗은 놈들의 모습.

저만큼 산읍은 저녁연기에 가뭇하게 잦아들고 있었다.

작가는 그 돈독했던 풍경에서 수필의 근거를 찾는다.

하룻밤 꿈길이면 넉넉히 오고 갈 지척에 있는 고향을 아내가 아픈 후

여태 찾지 못했으니 강산도 변한다는 어언 십년 세월도 더 지났다.

늘 산봉우리가 구름에 묻혀 있다가 모습을 드러내면 천상의 옥황상제가 거처하시는

대궐의 용마루 같던 월출산의 천황봉은 지금도 그대로 있는지!

내 대신 언제까지 고향을 지켜줄 것만 같던 불알친구들이 하나둘 먼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

지난 선거 때 군수에 출마하여 낙선했다는 친구 놈에게도 딱히 해줄 말이 궁색해

아직 위로전화는 못했지만 고향노래만 들으면 언제나 가슴이 먹먹해 온다.

[가시고기]

향 수 / 배 호 노래 정귀문 작사 . 배상태 작곡

가랑잎이 휘날리는 저녁바람 서늘한데
하염없이 철새들은 어데로 날아가나
가고 싶은 길은 멀고 외로운 몸 고달픈데
황혼이면 언제라도 고향 더욱 그리워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저녁하늘 바람찬데
지향 없이 철새들은 누구를 찾아가나
정든 사랑 멀리 두고 가고 싶은 마음인데
저녁노을 짙어지면 고향 더욱 그리워요.

[배호쏭]

한마디로 죄송하다는 말 뿐입니다. 내 한몸 바쁘다고... 그러면서도 쉬지도 못하고
일에 얽매였던 나를 많이많이 책망해 달라고 염치없이 간청합니다.
님의 <향수>를 오늘에사 뒤늦게 읽으면서 내 유년시절을 떠올리면서
힌없는 그리움에 몸둘바를 몰라합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 유년시절 때문에
고향의 향수와 더불어 가슴이 먹먹해짐을 어찌해야만 좋답니까!!!
고향이란 우리가 죽어서도 잊을 수 없는 마음의 안식이 아난가 합니다.
때문에 새들도 죽을때는 머리를 고향쪽을 향한다지 않습니까.... 아, 고향....
배경으로 흐르는 음악과 노래소리가 배호님의 정감으로 더욱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있네요.
님이여 건강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