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 생차의 새로운 가공 기술(6)

[솔바람]

새로 만든 보이차의 쓰고 떫고 강한 맛을 줄여서

햇차라도 조금 더 부드럽고 편하게 마실 수 있게 만드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대형차창 등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방법

즉 모료를 익혔다가 그걸 원료로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고 실행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차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 가능한 방법이

찻잎을 따서 살청하기 전까지 일정 시간 동안

탄방하는 것입니다.

차가공에 탄방이란 말과 위조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둘 다 생엽을 시들리는 것인데 분명 차이가 있으니까

다른 용어를 썼을 것입니다.

이 둘의 차이는 시간입니다.

시간을 짧게 하면 탄방, 길게 하면 위조입니다.

녹차를 만들 때 살청 전에 잠깐 널어두는 것은 탄방

홍차나 우롱차를 만들면서 오랜 시간 동안

널어두는 것은 위조입니다.

보이차를 만들 때 살청 전에 잎을 널어두는 시간이

길지 않으므로 위조보다는 탄방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당합니다.​

​그런데 탄방을 하건 위조를 하건

차나무를 떠난 잎을 살청하지 않고

널어놓고 있으면 찻잎이라는 하나의 세계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납니다.

​

첫째, 수분이 줄어듭니다.

본래 식물은 뿌리에서 물을 흡수하고

이것이 순식간에 줄기를 말단에 자리한 잎까지 가서

뒷면에 있는 구멍을 통해 발산됩니다.

그런데 잎이 나무에서 떨어져나오면

뿌리로부터의 물공급이 중단되는데

그래도 물은 계속 증발됩니다.

​그 결과 잎의 수분이 줄어듭니다.

수분이 줄어들면 살청할 때 편합니다.

살청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수분을 증발시키는 것인데

탄방을 함으로써 수분이 많이 줄어듭니다. 

 

​수분이 줄어들면 찻잎의 모양이 이렇게 축 쳐집니다.

나무에 매달려 있고 수분이 충분할 때 잎의 내부 구조는

단단한 세포벽이 버팀목 역할을 해서 쨍쨍하고 튼튼했는데

수분이 줄어들면서 세포벽에 힘이 없어지니까 잎 전체의

구조도 전처럼 버티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잎 내부에서 또 다른 변화가 야기됩니다.

바로 효소가 활발해진다는 것입니다.

본래 이파리 안에서 효소는

효소가 작용하는 대상과는 서로 떨어져 있습니다.

예를들어 폴리페놀과 폴리페놀을 분해하는 효소가

다 찻잎 안에 들어있지만 짱짱한 세포벽으로

가로막힌 방에 따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작용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던 것이 찻잎 내부의 수분이 줄어들고

세포벽에 힘이 없어지면 세포벽 때문에 가로막혀 있던

기질과 효소가 세포벽을 넘어가 만나게 됩니다.

좀 복잡한가요...

아무튼 그래서 찻잎을 널어 두면

그 사이에 효소가 작용해서 화학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차의 쓰고 떫은 맛을 내는 것은 폴리페놀입니다.

폴리페놀 함량은 차나무의 품종에 따라 다른데

녹차를 주로 만드는 소엽종보다

보이차 홍차를 만드는 대엽종쪽의 함량이 훨씬 높습니다.

이 폴리페놀도 찻잎을 따다가 그늘에 시들리는

시간을 두면 잎의 수분이 줄어들면서 효소의 작용이

활발해져 분해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이 시들리기, 즉 탄방의 시간을 오래하면 할수록

완성된 차의 쓰고 떫은 맛이 줄어들고 순하고 부드러운

쪽으로 조금 더 이동할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게 대형차창에서 생산되는 차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요?

이론적으로는 가능한데, 실제로는 약간 힘든 점이 있습니다.

지난 번 포스팅에서 대형차창이 전용 차나무 플랜테이션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만, 모든 대형차창이 그런 것도 아니고, 플랜테이션을 갖고 있는

경우라 해도 100% 자기네 기지에서 생산되는 모차만으로 차를 만들지 못합니다.

원료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차농들에게 수매를 해야 합니다.

맹해차창 앞에서 놀고 있을 때 보면

5톤, 10톤 트럭이 끊임없이 공장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 중에는 상당량이 수매한 모차입니다.

물론 탄방 시간을 길게 잡으면

차의 화학성분 변화를 유도해서

차의 맛에 변화를 줄 수 있지만

소량생산이 아니고 대량생산이며

더구나 외부에서 수매한 찻잎이

상당량을 차지할 때는 공장에서 조절하기 힘듭니다.

모차 수매하는 것만도 바쁜데

언제 농부들을 일일히 찾아다니면서

자기들이 원하는 수준까지 탄방시간을 늘려달라고

주문을 넣을 수 있겠어요.

제 생각에는 이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실제로 실행하기에는 매우 번잡하고

극히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싶습니다.

[까만양]

대규모 생산을 성공적으로 하기위해 가장 선결되어야 하는 요소가 표준화된 프로세스인데 맹해 정도면(?) 노하우로서 갖고 있지 않을까요. 수매대상이 어느정도 정해져 있다면 모차 생산 가이드를 줄수도 있지 않을까요. 너무 기대치가 넢은건가요^^

[솔바람]

보이차도 앞으로는 전과정 기계화를 목표로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특히 모차를 수매하는 경우는 품질의 평준화를 이루기가 힘듭니다. 물론 말씀하신대로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수매 대상 농가를 계도할 수 있지만.... 그러느니 모료를 묵혀서 가공하는 것이 훨씬 통제하기도 쉽고 효율적이라고 생각됩니다. ...

[고지퇴]

생활 여건상 茶를 조금은 알고 마시자하여 가끔 여유로울 때 이곳저곳 기웃거리곤 하는데....정말이지 솔바람님이 최고의 스승입니다...존경함다^^

[오리발]

동감입니다.

[솔바람]

두분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부끄러워 어디로 숨어야겠습니다.
차벗이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상일]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