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오르는 사람에게만 그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기에 오늘도 새벽부터 바쁘게 준비한다. 산방에서 들어와서 가장 먼 산행 길, 강원도 정선 민둥산으로 향한다. 만남의 장소 사당역은 6시50분부터 반가운 인사가 오고간다. 리딩 대장인 나뭇꾼 대장님께서 갑작스런 해외출장으로 못 가게 되었다고 나와 아쉬움도 함께한다.
하이트 대장님은 운동하다가 다리를 다쳐 기브스를 한 체 참석하여 많은 산우님들로 부터 박수를 받는다. 두 대장님의 책임감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열심히 산행에 동참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져본다. 인사가 너무 길었는지? 7시20분이 되어 출발한다. 차창 밖 강원도 가을풍경이 그림이 되어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늘의 야생초 산행대장님은 가을 억새의 대표지인 “민둥산은 가벼운 마음으로 소풍가듯이 가면 된다”고 설명한다. 인원은 회장님을 비롯하여 44명(남:24명, 여:20명)으로 대형버스가 한 좌석을 남기고 꽉 찬다. 경부-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 이천에서 국도로 나온다. 장호원을 지나 제천 부근 박달령 휴게소에서 9시에 10분간 휴식한다.
산에는 지금 비가 내린다고 휴게소에서 우비를 준비한다. 터널로 진입하기 전 오른편으로 박달재 관문과 함께 옛길이 나있다. 천둥산과 함께 박달재를 넘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산과 철길 그리고 옛길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최근의 길들이 미관을 해치는 듯하다. 목적지에 다 와서 버스도 알바를 한다.
증산초등학교 등산로 입구에 10시30분에 도착하니, 가을비가 제대로 온다. 젊은 시절을 제외하고 비맞으며하는 산행은 처음이기에 은근히 걱정이 된다. 학교 운동장에서 인사하며, 옆에 있던 다빈님께서 “우비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너무 좋다”고 한다. 젊은 시절 빗소리를 들으며 산길을 걷던 추억이 떠오른다.
등산 안내도에서 오르게 될 코스를 본다. 예상치 않았던 비로 인하여 당초 계획하였던 능정마을에서 올라 증산초등학교 로 내려오는 코스를 변경한다. 증산초등학교에서 시작해 원점 회귀하기로 하고, 하산도 옆 코스를 이용 최단거리로 한다. 우비들을 제각기 차려입고 등산로 입구에서 준비하는 모습이 을씨련스럽다.
11시부터 민둥산 입구 다리를 힘차게 건넌다. 억새의 장관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막연한 기대도 해본다. 등산로를 따라 300m오르니 이정표가 나온다. 왼편은 하산하여 내려올 길이고, 오른편 2.2km를 향하여 오른다. 여기저기서 우비를 벗기 시작함과 함께, 추억을 즐기려던 마음도 사라진다.
오르는 등산로 옆으로 보이는 계곡의 운무에 여지저기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잠시 비가 내렸고, 미리 억새를 대신하여 운무의 장관을 보여주는 듯하다. 15분정도 오르니 많은 계단이 나온다. 체중의 증가는 증가한 무게 만큼, 무릎에 3배의 충격을, 계단에서는 7배 충격을 가한다 하니 조심하면서 오른다.
계단이 끝나니 부드러운 낙엽 길과 함께 침엽수 들이 높이 올라 왔다 한다. 나무들은 비를 맞아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고, 산우들의 배낭에 부착된 등판도 선명하게 보인다. 등산객들이 산방이름과 등판이 멋있다고 하는 칭찬에 긍지를 가져본다. 11시30분에 정상 1.3km를 남겨둔 쉼터에서 10분간 휴식한다.
아름다운 풍경이 계속하여 발길을 붙잡는다. 역시 산은 바위가 있어야 멋 있지만, 구름 또한 제 몫을 톡톡히 한다. 산속의 운무는 살짝 감추고 있는 듯, 신비스러움까지 준다. 옆에 같이 가던 다빈님께서 나뭇가지에 총총히 매달린 물방울을 보며 "물꽃이 피었다" 한다. 크리스마스트리의 작은 유리 전구가 연결된 것 같다.
정상을 600m 남겨둔 지점에서 11시55분에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행동식과 막걸리로 배고픔을 달랜다. 허큐리스님께서 준비한 막걸리와 리나님이 준비한 구운마늘 안주는 산우님들에게 힘을 실어 준다. 산 이름과 같이 산전체가 민둥할 줄 알았는데, 산의 7부 능선 위 부터만 나무들이 전혀 없다고 한다. 15분정도 에너지를 보충하고 다시 오른다.
잠시 후 일행 중 한사람이 “억새다” 하고 외친다. 넓게 펼쳐진 안개속의 억새 군락지는 나타났는데 은빛 물결은 볼 수가 없다. 지난주에 축제가 끝나, 흔적이라도 찾아보려 했으나 실망이다. 가운데 길은 목장 길 펜스처럼 되어있고 바닥은 나무껍질을 깔아놓아 감촉이 좋다. 펜스에 부착된 ‘억새가 아파요’의 알림판도 이제는 지쳐 보인다.
봉우리 전체가 둥그스름하고, 가운데 정상을 12시20분에 밟는다. 표시 석의 해발 1,119m는 ‘강원도는 평지도 고지대가 많다’ 는 말처럼 반 정도만 산행 한 듯하다. 진달래님께서 준비한 찐 고구마를 정상에서 내놓자 “와! 와!”하는 함성과 함께 순식간에 없어진다. 맛은 먹어본 산우만 알것 같다. 정상에서 이불을 펴고 단체사진도 한 장 찍어본다.
12시40분에 갈수록 진하게 끼는 안개 속에서 하산을 서두른다. 하산하면서 어느 산우님이 말을 한다. “산에 오르다가 만 것 같다” “시즌에 오면 먼지투성인데 비가 와 먼지가 일지 않아 좋다” 모두 아쉬움이 남는 말 같이 들린다. 이정표에서 왼편은 올라온 길이고 오른편 완경사 코스를 택한다.
하산하는 코스는 짧다고는 하지만, 제 높이를 자랑하듯 침엽수 숲길이 먼저 나온다. 조금 더 내려오면 활엽수 지대가 나오며 단풍이 붉게 물들어 있다. 내려오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랄라님과 대화를 나누니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늦게 산을 알게 되어, 산의 매력에 빠지다 보니 일찍 젊은 나이에 시작 못한 것이 아쉽다.’
산에 오를 때 비가 그치었던 높이의 지점부터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축복 받은 산방임을 알려준다. 13시40분에 출발지점의 다리를 건너게 된다. 중간 중간 쉬면서 풍경에 빠지기도 하면서 여유 있게 산행을 하였는데도 2시간 40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지난주까지 축제광장이었던 초등학교 건너편 있는 무대로 식사를 위해 오른다.
하이트 대장님께서 산행대신 준비한 덕분에 모든 산우님들이 축제 광장 무대에 오른다. 부회장님께서 준비한 따끈한 소고기 국밥에 김치 맛은 일품이고, 오늘 날씨와도 맞는다. 홀로 준비해서 이렇게 봉사를 하니, 감사 할뿐이다. 강만기님의 복분자 술은 계속 제조되어 여러산우님께 끼쁨을 준다. 무대 뒤 산에 설치한 대형사진을 다시 카메라에 담아 보는 것으로 아쉬움 달래본다. 회장님의 선창에 따른 구호가 민둥산에 메아리 치고.....
등산장비를 갖추지 않고 간편한 복장에 운동화를 신고 오르는 사람도 많다. 향후 축제기간 중 평일에 한 번 더 와야겠다고 생각도 해본다. 1시간의 식사가 끝나고 14시40분에 영월 청령포로 향한다. 50분 뒤 도착하여 단종의 애환이 담긴 곳을 1시간정도 돌아본다. 몇 번 왔기에 낯설지가 않다. 나루터, 관음송이 그대로다.
단체사진을 찍고, 16시30분에 버스가 출발한다. 18시까지 여흥시간이다. 가슴이 작아지는 순간, 강요가 없고 시간제한을 두니 안도의 숨을 쉬게 된다. 모두가 수준급 이상의 열창, 듣는 것만도 즐겁고 피로가 풀린다. 복정역에 도착한 시간은 21시경, 심한 교통체증이다. 새로운 가을 추억에 같이 동참하여 준 회장님과 많은 음식을 준비한 부회장님, 수고하신 여러 대장님, 그리고 모든 산우님들 감사합니다.
‘08. 11. 09. 민둥산 산행 하고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