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회사랑 동기 여러분에게 오늘은 다른 얘기로 인사를 드립니다.몇년 전부터 우리 동기 가운데 한 사람이 지방에 조그만 단독주택을 구입 심신수양과 밭농사를 지으며 소일해 오던 중 입소문이 나 지난 2015년 이맘 때에도 몇몇 동기들이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온 바 있는 경북 문경시 산북면 깊은 산골에서 하루밤을 보낸 소감을 써 동기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곳은 애초 서울 동기회 일부 회원 사이에서는 '문경의 깊은 산골 무공해 산딸기 따먹으러'가는 곳으로 소문이 나 있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해에도 4~5명이 함께 가고자 했으나 정해진 일정 즈음 날씨가 궂어 작파한 바도 있었고,
이번에도 6명이 승용차 2대로 나눠 가기로 했으나 출발 바로 전날 회원 집안 사정으로 4명만이 만나 가게 되는 우여곡절도 겪었습니다.서울과 문경의 거리를 감안 당일치기가 아니고 하룻밤을 자고 오는 여정이다 보니, 함께 하고자 할 때는 개인적으로 여러가지를 생각할 밖에 없는 게 사람살이 모습이니까요.
이번 문경 행에 함께한 이는 집주인 박원숙 장로,이정윤 동기회장,김희중 장군,나 등 넷이었습니다.
6월 10일 아침 수원에 사는 박원숙 동기의 승용차를 이용하기로 했으니,서울에 사는 우리 셋은 신분당선 출발역인 강남역에서 9시에 만나 종점인 광교역에 9시 40분 쯤 닿았습니다.강남역~광교역 구간 무인전동차는 37분 밖에 안걸립니다.참 빠르지요.
광교역 2층 대합실에서 박 장로와 연락을 해 아랫층 역사 들머리 코너에서 '역사적 상봉'을 하고 짊어지고 온 짐 배낭을 벗어 차 트렁크에 넣고, 드디어 산딸기에 대한 달콤새큼한 맛을 연상하며 승용차에 몸을 실었습니다.수원에서만 40년 이상 살아오고 있고 1년에도 몇번 씩 '문경별장'을 오가는 경험이 많은 '운전기사 박 장로'의 운전솜씨를 신뢰한 나머지 만사를 다^^잊어버리고 즐거운 얘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여주휴게소를 슬쩍 지나치고 잠시 후 여주분기점에 들어서서 드디어 45번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게 되었지요.나는 처음 중부,중앙고속도로만 알아 왔는데 중부내륙고속도로는이름이 생소해 나중에 알아보니 2008년도에 개통 운영되어 오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운전대를 놔버렸으니....
한참을 잘 달려왔지요.안전하고 여유롭게 바쁠게 없는 여정이니 서둘지 않았습니다.오는 중 "좀 쉬었다 가자고..."하는 말을 누군가 했습니다.차를 멈춰 살피니 충주휴게소 간판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11시 10분)
화장실을 다녀 나오다 왼쪽 벽면에 풍채가 그윽하게 보이는 할아버지도사님 모습이 눈에 띄였습니다.
삼국시대 신라 가야금 명인 우륵입니다.1450여년 전 진흥왕 면전에서 가야금을 연주하여 임금의 인정을 받았다는 기록이 전해내려 오고있답니다.
산딸기가 파란 이파리 속에 울긋불긋 모습을 내보이고 있습니다.멋 모르고 덤볐다가는 무성한 가시에 찔립니다.(12시 50분)
앵두나무에 앵두 열매가 엄청 열려있는 모습입니다.작은 나무가지 마다에 덕지덕지 붙어 열려있습니다.앵두열매 마디가 여리게 붙어 있어 살짝 손이 가면 우수수 떨어져 버리더라고요.바닥에 떨어진 앵두열매 낱개를 줍는 일도 보통일은 아닙니다.돌맹이가 쌓여 울퉁불퉁하니 그렇습니다.
우리 일행은 오후 1시 쯤 '박원숙 장로 별장'에 무사히 닿았지요,점촌읍을 지나고 산북면소재지를 지나 길고긴 포장,비포장길을 거슬러 온 거지요.차에서 내리니 맑고 상큼한 공기가 쏴한 냄새를 풍기며 우리의 폐부 깊은 곳를 자극해 줬습니다.첫 인상이 그야말로 기가막혔습니다.바람결에 휘적휘적 흔들리는 6월의 초록이 우리를 맞이해 주는 듯해 내심 고맙고 흐믓하기만 하였답니다.
우리는 내려오며 차 안에서 이것저것 주전부리로 군것질을 한 탓인지 점심생각이 별로 안났지만
이정윤 회장이 준비해온 잡곡밥을 조금씩 먹음으로써 점심을 때워버렸습니다.그도 그럴 것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온 천지가 초록인 가운데 빨간 산딸기와 앵두가 급히^^급히 손짖하고 있는 듯해서지요.
자연 마음이 급하게 돌아갔습니다.이런 때 욕심 좀 부리면 뭐 어디 덧날까요?
나도 정신 없이 산딸기를 따며 가시에 찔기도 하고 손가락,팔뚝이 가시에 긁혀 핏자국 생채기가 나는 등 정신이 없는 가운데 김희중 장군,이정윤 회장의 모습을 담아봤으며,보시다시피 산딸기,앵두열매 밭 글자 그대로 지천이었습니다.
나중에 어느 정도 산딸기를 따내다 보니 손가락이 붉게 물들어 있음을 알았지요.여인들이 화장한 뒤의 손가락이 그런 모습인지는 평소 주의 깊게 보지않아 잘 모르지만.
산딸기와 앵두를 허겁지겁 어느 정도 따고나니 다른 욕망이 꿈틀거렸습니다.바닥에 떨어진 앵두를 줍지 않으면 그대로 썩을게 아니냐?는 아까운 생각이 들기도 해 웬만큼 줍고 빈 텃밭으로 오니 박원숙 장로 '지도'하에 바위돌로 임시 간이 야전부엌을 만들어 삼겹살 굽기 작업에 돌입해 있었습니다.
오후 4시가 지나가고 있었지요.
보시다시피 애초 두꺼운 돌을 불에 달구는데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생삼겹살이 익을 것 같지 않으니 부근 금이 간 옹기그릇 뚜껑으로 급한 김에'선수교체'를 했지요.밑불이 쎄게 타 열을 받으니 애초 금간 옹기뚜껑이 바삭바삭 산산 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아까 달구던 두꺼운 돌판을 다시올려 놓고 조금 지나니 삼겹살이 노릿노릿 잘 익어가고 있었습니다."찝게 없어!,찝게 좀 가져와?"하니 박원숙 장로는 어디론가 가는가 했더니 도톰하고 길쭉한 나무가지 젓가락을 만들어 가져오며 "자, 여기 찝게 있네!"한다. 다들 군대는 갔다 왔는지 임기응변 둘러대기는 둘째가라면 뺨때리고도 남을 사람들 같았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술이 없을 소냐.달궈진 돌판 위 잘 구워진 삼겹살을 먹으며 나중에는 술이 동이 나버렸습니다.별수 없이 차를 타고 2~30리 길 구멍가게에 가 술을 더 보충 조달하기도 했으니....
그런 모습의 전말을 다소간 기록으로 남길 수도 있겠다싶어 찍은 사진이고, 맨 아래는 '야외활동'을 마치고 주변정리 후 한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입니다.
실내로 들어 와 두 기사棋士님들이 촌음이라도 아까워 흑백의 대결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이고요.
나는 그랬지요.옛날 시골 화투치는 사랑방에서는 기름값,방값을 단단히 뜯어내던 게 생각나 박원숙 장로더러 개평을 많이 후려치라고 조언도 했고,바둑대결 결과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이제 저녁식사를 마치고 "잠시 이쪽으로..."해서 남긴 기록 사진입니다.식사하며 반주로 마신 술로
김희중 장군의 얼굴이 불콰합니다.물론 나도 많이 불콰했습니다.이렇게 해서 "문경 산딸기 밭 기행"
의 밤은 점점 더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5시 쯤 잠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동쪽의 창문틈으로 비추는 햇빛은 늦잠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이정윤 회장과 나는 길을 따라 꼬불꼬불한 임도를 아침산책 삼아 걸었습니다.맑은 하늘,초록으로 울울창창한 숲,심호흡으로 내장을 청소해 주는 듯한 상큼한 공기 이 모든 것으로 하여 육신이 다시 태어나는 듯 홀가분한 기분이었습니다.
위 안내문은 문경시 산북면 석봉리와 문경시 문경읍 당포리 사이 경계지점에 설치된 표지판으로 이 고개는 나중에 확인한 바 조항령(675.5m 새목재라고도 함)이었습니다.
이곳을 반환점으로 되돌아 내려오니 김희중 장군이 우리가 왔던 길을 올라오고 있었습니다.어제 말하기를 "발가락이 좀 이상해 많이 못걸어"해서 우리 둘만 출발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함께 올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숙소에 닿아 주변을 살피던 중 가까운 곳에 위와 같은 장독대의 옹기그릇 무더기가 있었습니다.오래 전 이곳에 일가를 이루고 살아왔던 사람들이 이사할 때 원근 불문 같은 농촌으로 가게 되었으면 이 옹기그릇을 가져갔으련만,아마 도회지로 이사하며 옹기그릇이 필요 없고 오히려 군더더기 이삿짐이 될 거로 여겨 놔두고 갔으려니 생각하니 측은한 마음과 더불어 쇠락해 가는 농촌의 상징물로도 보였습니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이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져 나갈려는지? 착착하기만 했습니다.
우리 일행 셋이 정상 조항령에서 내려오니 박원숙 장로는 슬슬 웃으면서 "우리 이제 집에는 다 갔네."
한다.얘기를 들어보니 승용차 트렁크에 물건을 넣어 실으며 그 안에 차키를 놔두고 문을 닫아 부럿다고 했습니다.나도 걱정스러워 옷거리철사줄을 펴 차유리 틈새로 깔짝깔짝해 보기도 해봤지만 어림없는 짓이었다.결국 나중 보험회사에 연락 차문을 열기는 했지만,난감했던 한때의 해프닝이었습니다.
우리는 일요일 차가 밀릴 걸 예상하고 12시 20분 집을 나서 오는데 긴장이 풀린 탓인지 어찌나 졸음이 쏟아지는지 수안보 어느 온천목욕탕에 들러 간단한 샤워를 하고, 여유롭게 수원에 닿으니 오후 5시가 되었습니다.
저녁식사 시간으로 어중간 때이긴 했지만 어느 음식점에 들러 저녁을 먹으며 반주를 곁드리면서 "문경산딸기투어"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박원숙 장로,고맙습니다.손수 운전하며 연 이틀 베풀어준 정의는 늘 잊지 않고 지내겠습니다.
그리고 다정다감한 얘기며,삶의 정보를 함께 나눌 수 있었던 김희중 장군,이정윤 회장에 대해서도 마음 깊히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모두 다 늘 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늘 소망햇던 산딸기 투어 함께 못함을 뉘를 탓 하리요,
중촌의 탐사기행을 읽고 몇년전에 다녀온거 세삼 아롱거림니다,
새콤달콤 잘 익은 산딸기 가시덤풀로 팔둑에 빨간 그림을 그리면서 따먹고 먹어도 질리지않은 그 맛~~~
수원 광교역에서 박원숙장로가 제공한 리무진 승용차에 몸을 싣었다 찾아간곳은 산좋고 물좋은 박원숙장로님의 문경 별장. 숲속의 상쾌한 공기는 우리들 페의 구석까지 침투하여 대청소를 해주는 느낌이었다 노처녀가 총각을 기다리듯이 무르익을대로 익은 산딸기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세상만사를 잊고 정신없이 채취하다 보니 실컷 먹고도 남아 각자 집으로 가져가기로 하였다 돌에 데워서 먹은 삽겹살 정말 맛있었고, 수안보 온천 목욕시켜 주신 박장로의 극진한 대접에 감사하고 마늘 선물까지 보내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문경산딸기 여행 나는 잊을수 없는 영원한 추억으로 간직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