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 최고봉인 매킨리(6,194m)는 이곳 원주민 인디언 아타바스카 족들에 의해 산을 데날리(Denali)라고도 불렸으며, ‘큰 산’, ‘아주 높은 곳(The high one)’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산이 위치한 알래스카는 미국 영토가 되기 전에는 러시아 땅이었기 때문에 러시아인들은 이 산을 가리켜 ‘불샤야고’라고 불렀으며, 이 또한 ‘큰 산’이라는 의미라 한다. 한때는 프랭크 덴스모어라는 탐광자의 이름을 따서 ‘덴스모어 봉’이라 불리기도 했다. 현재 불리고 있는 이름인 매킨리는 1896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공화당 대통령 후보 윌리엄 매킨리(William Mckinley)의 당선을 기념해서 붙인 인명이 지명화된 예이다.
이 산이 데날리라는 원래 이름을 되찾게 된 것은 1975년의 일로 알래스카 주정부가 인디언 원 이름으로 부르도록 결정했다. 미연방 정부의 지명위원회도 매킨리가 아니라 데날리가 올바른 산 이름이라는 사실을 주장하고, 데날리로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두 가지 이름이 함께 사용되고 있다. 남아메리카 최고봉 아콩카구아(6,959m)는 잉카의 공용어인 캐추아 말로 ‘흰 파수꾼’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오세아니아(대양주)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칼스텐츠 피라미드(Carstensz Pyramid, 4,884m)는 인도네시아에 있다. 대양주(大洋洲)는 6대륙의 하나로 태평양 전역에 산재한 섬을 통틀어 묶은 이름이다. 칼스텐츠 피라미드는 보통 서뉴기니라고 부르는 이리안자야 섬에 있으며, 일명 푼칵자야(Puncak Jaya)라고도 부른다. 현재 쓰이고 있는 이름은 1623년 이 지역의 탐험을 마친 독일 탐험가 칼스텐츠(Jan Carstensz)를 기념하기 위해 작명된 이름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는 스와힐리 말로 ‘빛나는 산’ 또는 ‘위대한 산’이라는 의미다. 이 지역 주민인 와차가(Wachagga) 부족은 흰 눈을 덮어쓰고 있는 이 봉우리를 가리켜 키보(Kipoo)라고 부르고 있다. 유럽 대륙의 최고봉 엘브루즈(5,642m)는 페르시아어로 ‘눈 덮인 산’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불의 신 프로메테우스가 바위에 묶인 채 독수리에게 심장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았다는 신화가 있는 산이 바로 엘브루즈다. 신화 속의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 신을 거역하고,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죗값으로 이 산에 묶인 채 가혹한 형벌을 받는다.
흔히 유럽 대륙의 최고봉은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인 몽블랑쯤으로 알고 있으나 지리학적인 견해로는 카프카즈(Kavkaz)의 엘브루즈가 유럽 최고봉이다. 남극 대륙의 최고봉 빈슨 매시프(Vinson Massif)는 그 높이에 대해 두 가지 숫자가 사용되고 있어 정확한 높이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 최초로 측정된 높이는 5,140미터였지만 이는 잘못된 기록이며, 최근 재측량 결과 4,897미터로 정정되었다. 빈슨(Vinson)이라는 이름은 1935년부터 1961년까지 남극의 과학적인 탐사 사업을 적극 후원했던 칼 빈슨(Carl Vinson)의 이름을 딴 것이다.
아시아 대륙의 최고봉 에베레스트(8,850m)는 세계 최고봉이다. 이 산은 세계 최고봉답게 자그마치 다섯 개나 되는 산 이름을 가지고 있다. K15, 에베레스트, 사가르마타, 주무랑마, 초모룽마가 그것이다. 그러나 원래의 이름은 티베트어로 초모룽마(Chomolungma)이며, 초모(Chomo)는 ‘여신’, 룽마(Lungma)는 ‘지역’을 뜻한다. 즉 ‘세계의 여신’ 또는 ‘지구의 모신’이라는 의미다.
K15와 에베레스트라는 이름은 영국인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빚어낸 결과로, 사람 이름과 측량 기호를 산 이름으로 둔갑시킨 억지 이름이다. K15는 이 산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 이 산의 원래 이름을 몰랐기 때문에 편의상 붙여진 측량 기호였다. 19세기 초 인도를 통치하던 영국의 인도측량국이 지배 지역의 지도 제작을 목적으로 네팔과 티베트 카라코람의 고산 지대를 측량했다. 이 사업은 2년 만에 끝났으며, 입국이 허용되지 않던 네팔 지역의 산은 산 너머 산을 측량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1852년에 세계 최고봉이 발견되었으며, 당시 이 산의 이름을 알지 못했던 영국인들은 편의상 카라코람(Karakoram) 산군의 머리글자 K를 붙여 K15라는 측량 기호를 산 이름으로 대신했다.
그후 이 산의 현지명을 확인할 수 없었던 영국은 최고봉 측량 활동에 공이 컸던 초대 측량국장 조지 에베레스트(George Everest)의 이름을 붙여 에베레스트산(Mt. Everest)이라는 억지 산명을 만들었다. 산 이름에 인명을 붙일 수 없는 것이 당시의 관례였으며, 지명 정하기 원칙은 현지에서 부르는 것을 택하는 것이 세계 지리학계의 공식임에도 영국인들은 이를 무시한 채 의도적으로 자기나라 사람 이름을 산명으로 만들어버렸다. 그후 수십 년이 지나서 이 산에 초모룽마라는 티베트 이름이 예부터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이미 세상에서는 에베레스트로 산명이 굳어져버린 후였다.
초모룽마라는 이름은 이미 이 산이 영국인들에게 발견되기 전부터 유럽에 알려진 이름이라고 한다. 1733년 프랑스에서 간행된 티베트 지도에 초모룽마라는 이름이 산명으로 표기돼 있었으니, 1백여 년 뒤 영국 측량 관계자가 이를 몰랐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영국의 한 지리학자는 당시 측량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이런 자료가 있음을 알고도 에베레스트란 이름을 붙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모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네팔에서는 이 산을 사가르마타(Sagarmatha)라고 부르며, 이 이름은 네팔 왕국의 전설적인 정복자의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이름은 에베레스트 인근에 거주하는 셰르파 족들에게조차 생소한 이름이라고 한다. 티베트를 합병한 중국에서는 한문으로 티베트 발음을 따서 주무랑마(珠穆朗瑪)라고 쓰고 있으며, 중국은 이 이름 이외의 명칭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초모룽마가 세계 최고봉으로 확정된 지 150년이 지났지만, 세상 사람들은 아직도 원래의 이름을 버려둔 채 에베레스트로 부르고 있으니 본명을 찾기는 어렵게 되었다.
영국에 의해 처음 측정된 에베레스트의 높이는 8,847.7344미터(29,028ft)이다. 이후 8,848미터로 공인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8,850미터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구위치파악시스템(G.P.S.) 등 최신 기법을 이용하여 정확하게 관측한 결과 2미터가 더 높은 8,850m로 밝혀졌다. 이는 내셔널지오그래픽소사이어티(N.G.S.)에 의해 발표되었다. 1995년 5월 미국의 조사단이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G.P.S.를 이용해 정밀 관측했고, 그후 콜로라도 대학의 과학자들이 관측 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이런 수치를 발견했으며, 미국에서는 이를 공식 수치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네팔 정부에서도 이를 공식 높이로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