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독감, RSV 동시 유행 ‘면역부채’가 초래한 현상
겨울철 동시에 유행하고 있는 호흡기감염병 증상만으로는 구분 어려워
코로나19 감염병이 확산되는 동안 호흡기 질환이 현저하게 감소하면서 집단 면역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RSV와 독감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코로나19 7차 재유행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9만 명에 육박하는 신규확진자가 발생했다. 입원 중인 확진자도 793명으로 이 중 592명이 위중증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뿐만이 아니다. 올 겨울 일상회복으로 각종 행사가 이어지면서 독감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면역부채'가 초래한 현상이라고 말한다.
면역부채란 비대면 비노출로 인한 일종의 '면역 빚'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을 인위적으로 원천봉쇄하면서 당장은 병에 걸리지 않지만, 결국 병에 걸려 갚아야할 빚으로 축적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2020년, 2012년 독감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RSV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일상회복으로 대면접촉이 활발해지자 겨울철 각종 호흡기 감염병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병이 확산되는 동안 호흡기 질환이 현저하게 감소하면서 집단 면역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RSV와 독감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같은 호흡기 감염병이다보니 증상은 비슷하지만 치료제는 달라야 한다는데 있다. 이 때문에 의료진들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와 독감, RSV는 어떻게 다를까?
먼저 코로나19는 발열 후 기침, 인후통, 두통, 근육통, 메스꺼움 구토, 설사를 동반한다. 또 기존에 폐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호흡곤란이나 폐렴으로 빠르게 진행되기도 한다. 특히,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후각이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와 독감의 가장 큰 차이는 발열이라고 말한다. 코로나일 경우 발열부터 시작해 증상이 나타나고 독감의 경우는 기침과 근육통이 몸살처럼 나타나다가 발열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또한 코로나19는 보통의 목감기와는 차원이 다른 통증을 느끼고, 마른 기침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독감'은 급성호흡기 질환으로 주로 겨울부터 초봄까지 유행한다. 콧물, 기침, 인후통 등 국소적인 증상을 주로 유발하는 감기와는 다르게 발열, 근육통, 두통 등의 전신적인 증상이 보다 뚜렷하게 나타난다. 기침 재채기 등을 통해 분비되는 비말을 통해 전파되며 폐렴 등의 합병증을 발생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독감 바이러스에는 크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 B, C형 3가지가 존재하며, 가장 흔하게 발병하는 질환은 A형과 B형이다.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홍콩독감, 스페인독감, 러시아독감, 신종플루 등이 A형 독감에서 파생된 것으로 A형 독감은 기침, 인후통, 콧물, 근육통 등의 일반적인 호흡기 증상과 함께 38도 이상의 심한 고열이 특징이다.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사람뿐 아니라 조류와 돼지 등도 감염될 수 있고, 면역력이 낮은 사람일수록 치료가 오래 걸리고, 폐렴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늦봄까지 유행하는 B형 독감은 계절성 독감으로 A형에 비해 전염 속도가 느리고 증상도 약한 편이다. 발열이나 기침, 인후통, 콧물 등의 호흡기 증상을 보이며 오한,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과 심한 고열 이후에는 중이염이나 폐렴 같은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RS바이러스는 늦가을부터 초봄 사이에 유행하는 대표적인 바이러스이다.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보통 소아뿐만 아니라 청소년, 성인을 포함해서 거의 모든 사람이 어릴 때부터 평생 반복되며 한 번 이상은 걸리는 바이러스이다.
RS바이러스는 감염병인 만큼 접촉과 비말로 전파되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나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쉽다.
RS바이러스는 대부분 콧물, 발열, 기침 등의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려우나, 점점 기침이 심해지면서 가래가 끓기도 하고, 쌕쌕거리거나 헐떡거리면서 숨을 쉴 수 있다. 면역력이 약한 소아나 어르신, 특히 영·유아가 감염되었을 때, 심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RS바이러스는 하부 호흡기쪽으로 바이러스가 침범을 하기 때문에 폐렴이나 모세기관지염, 폐이형성증을 일으킬 수 있다. 미숙아들의 경우 RS바이러스에 걸리게 되면 증상이 심해져 입원의 가능성이 높아지며, 심한 경우 중환자실 치료까지 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RS바이러스는 예방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없기 때문에 증상 위주의 치료로 진행한다. 대부분 대증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여 증상에 따라 수액공급, 해열제 투약 등 보존적 치료를 하게 된다. 영유아의 경우 호흡곤란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서 입원치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여혜숙 기자 hsyeo@h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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