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ide the forest : 2024. 05. 04
세상엔 아무리해도 안 돼는 게 더러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우리 집 ‘꺼칠이(14살 먹은 잡종견)’에게 말 가르치기와 또 하나,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억지로 ‘소에게 물 먹이기’ 일거라고 하더군요.
우리 집 ‘꺼칠이’는 몇날며칠을 굶겨 봐도 절대 ‘밥 주세요.’ 한마디를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소를 물가에 데려다놓기 전까지는 억지로 물을 먹게 하기는 힘들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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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북정맥 15구간? 네, 그렇습니다. 밤고개에서 안흥진까지 17km, 5시간 코스입니다. 반 억지로 전 전 12구간부터 조금씩 줄여 만든 금북정맥 마지막구간입니다. 지난해 3월 속리산 천왕봉부터 시작해 안성의 칠장산을 찍고 이어서 내처 안흥진까지 왔습니다.
한남금북정맥 160여km, 금북정맥 280여km, 도합 440여km의 종착점에 서기까지 꼬박 1년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만 접속구간 포함, 이제까지 걸어온 거리를 따져보면 이제 겨우 9정맥 전체 2,000여km의 시작에 불과합니다(낙남정맥 300여km는 타 산악회와 연계한 관계로 넣지 않았습니다).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지요? 우리는 이미 정맥종주를 시작했고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440여km를 걸어왔으며, 2개의 정맥(어떤 이들은 3개의 정맥) 종주를 완성했습니다. 이제 겨우 남은 거리는 불과 1600여 km(백두대간 남한 구간의 2.5배) 남짓(?), 남았을 뿐입니다.
한 달에 두 번씩, 쉼 없이 간다 해도 3년여? 아마도 그보다 더 걸리면 걸렸지 덜 걸리진 않을 겁니다. 일단 칼을 뽑았으니 썩은 무나 호박이라도 함 찔러봐야하는 거 아닙니까? 남(전국의 타 산악회 산-꾼들)들 다 간다는데, 우리가 못갈 이유는 없습니다. 그래도 못 간다? 에이~, 백두산악회 자존심 상합니다.
본의 아니게 초반에 개와 소를 빗대어 빈정상하진 않았는지요? 지난후기들에서도 가끔씩 거론했었습니다만 이제라도 함께 시작하시자 는 뜻입니다. ‘대 백두산악회’ 자존심이 있지, 이제껏 정맥종주팀 한번 꾸려보지 못한 불찰은 차치하고 지금부터라도 차분히 준비하고, 다음 충청인 백두산악회 산-꾼들을 위해서라도 함께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진정 우리강산 강토를 흐르는 산맥을 걷고 싶은 산-꾼들이라면 ‘백두대간’만으로는 뭔가 허전합니다. 각 기수별로 정맥종주에 나서주신다면 대원들 모두는 선택의 폭 또한 넓어집니다.
오늘 후기가 후기답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래도 하나만 더 말씀드리고 가겠습니다. 로고속의 ‘A mountaineer’는 ‘산악인’ 혹은 ‘산-꾼’이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 로고의 기치아래 모여주신 대원님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이 로고는 백두산악회에서 함께 쓰기를 원합니다. 9기 정맥종주대만의 로고로 남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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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와 후미, 여전한 간극 속에 삼삼오오, 대열이 정비되진 못했습니다. 대간팀 선두들은 여전히 정맥팀에서도 선두입니다. 나름대로 산을 즐기는 방식의 차이, 걷는 버릇(?) 탓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습니다. 버스 안에서가 아니고 날머리 안흥진 정자에서 선두들이 후미들을 기다렸습니다. 중간팀과 후미팀들 마중을 나오기까지 하셨습니다. 결국 한자리에 모두 모이는데 성공...
여름 뙤약볕과 겨울 한파, 폭설..., 제 기억속의 ‘금북정맥’입니다. 종주 내내 일기 탓만 했었는데요. 마지막 구간에서 다 털어버렸습니다. 더워도 더운 줄 모르게 불어주는 솔바람, 햇빛을 막아주는 숲길, 틈틈이 내주는 산의 선물(두릅과 취나물 등) 등등..
한마디로 좋았습니다. 단 제가 가지고 다니던 사진용 핸드폰(폰을 두 개 가지고 다님)이 말썽입니다. 당장은 사진 출력이 안 됩니다. 어쩔 수없이 여러 대원들이 톡방에 남겨주신 사진을 가지고 나머지 기록, 영상으로 남기려합니다.
10분만 더..? 해변에서도, 하산식 장소에서도 오늘은 시간 넉넉히 할애합니다. 통 큰 총무 화창한걸님 덕분에 거~하게 하산식을 즐겼고, 산행 스케줄 전권을 갖고 계신 무봉 산대장님, 5월 셋째 주 토요일에는 ‘화대종주’ 번개를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금북정맥 하산식 시간은 모든 게 널널하게 이어집니다.
나머지 기록은 영상으로 남깁니다.~^^
첫댓글 제 핸폰 사진, 지워진 건 아닌데요. 컴으로 다운이 안됩니다.
뭘 잘못 만진건지.. ㅜㅠ
그래서 좀 늦었습니다. 개인 인물사진 못 올려 미안합니다. 담에 슬쩍 올리겠습니다~~^^
정겨운 후기글 잘읽고 갑니다ㅡ
수고많으셨습니다~~
정맥팀을 이끌어 주신 회장님, 산대장님, 총무님을 비롯한 대원님들 덕에 한남금북, 금북까지 마무리 지었습니다.
수고했구요,
감사합니다.
빠지지 말고, 삐지지 말고, 용감하게 전진 하자구요!!
감사합니다
벌써 그늘이 반가운 시절이 왔습니다.
가막살나무나 층층나무 꽃을 제외하면 꽃나무 보기도 어렵습니다.
크기를 다투는 초록들 사이로 길은 시원합니다.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완주하신 두 분과
땜빵(?)^^하며 완주한 몇분을 비롯하여
함께 길을 이은 산님들과
한 정맥을 마무리하는 자리는 풍성하고 여유로웠습니다.
입산주는 들머리로 가는 새벽 차안에서 벌써 시작되었고
등정주는 안흥진이 보이는 산속에 제로님이 깜짝 파티처럼
차려주신 자리에서 계속 되었습니다.
하산주는 마음껏 축하하는 자리입니다.
가까워도 멀어도 험해도 거칠어도 마다 않고 가는
산님들의 길을 응원합니다.
회장님, 대장님 두 분, 총무님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다시 새로운 길을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