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삼십 이장 태극합천지술(太極合天之術)
그때였다.
돌연,
[아..... 저..... 저럴 수가!]
갑자기 육혈검후가 나직한 탄성과 함꼐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소녀의 나신에 그려졌던 산수화가 서서히 움직이는 것이었다.
괴변!
어찌 그림이 움직일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소녀의 가슴이 미약하게 기복을 일으킴으로써 산수화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드디어, 숨결조차 없었던 소녀의 가슴이 미약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 순간,
[으아......]
육혈검후는 또다시 믿을 수 없다는 경악성을 발했다.
나신에 그려진 산수화, 그것이 소녀가 기복을 함에 따라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울창한 숲에 뒤덮여 있던 새하얀 육붕은 점차 희디흰 빛을 되찾기 시작했다.
또한 계곡 사이에 흐르던 물도 점차 마르기 사작하더니 곧 사라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새하얀 배 위에 그려졌던 온갖 새와 꽃들도 어디론가 날아가거나 시들어 버렸다.
때를 같이하여 얼음처럼 투명하던 소녀의 살결이 우유빛같이 뽀얗게 변해 갔다.
창백하기만 하던 안색도 점차 양볼이 발그레해졌다.
잠시 후, 산수화는 자취를 감추었으며 소녀의 호흡은 정상으로 내쉬기 시작했다.
[아..... 신기로다. 천하의 명의로다.]
육혈검후는 자신도 모르게 이같이 중얼거렸다.
부설향은 급히 입을 열었다.
[어서 소녀의 옷을 입혀 주시오.]
육혈검후는 황급히 정신을 차리며 재빨리 소녀의 옷을 입혀 주었다.
부설향은 태극합천지술로써 산수화를 그려 그녀의 체내에 잠입해 있는 차가운 기운을 밖으로 뽑아낸 것이다.
바로 산수화에 그려진 냇물과 봉우리, 나무와 새들을 통해서 말이다.
차가운 음의 기운이 산수화에 옮겨지자 곧 밖의 뜨거운 양기에 의해 음기가 증발을 한 것이다.
그의 이번 시술법은 무옥진에게 시술했던 방법의 반대인 것이다.
육혈검후가 그녀의 옷을 다 입힌 직후였다.
[으으음......]
소녀 즉, 단봉영은 나직한 신음을 토하며 두 눈을 스르르 떴다.
아!
그녀의 안광은 방금 사경을 헤매었던 여인이었을까 할 정도로 형형하게 빛났다.
완치.
거짓말같이 나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경을 헤맸던 사람이 일단 회생한다고 해도 얼마간은 요양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단봉영은 전혀 사경을 헤맸던 흔적이 없지 않은가?
실로 부설향의 의술은 신선을 능하가는 것이다.
육혈검후는 망연자실 했다.
단봉영은 곧 침상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할아버지,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이에요? 소....... 소녀...... 소녀가 다시 일어설 수가 있다니 말이에요?]
그녀의 음성은 격동과 환희에 들떠 있었다.
육혈검후는 그녀가 완치되자 미친 듯이 끌어안았다.
[얘야! 네가 다시 햇빛을 볼 수가 있다니......]
그는 단봉영을 끌어 안으며 굵은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단봉영 역시 수정같은 눈물을 끝없이 흘리며 다시 소생한 것을 실감치
못하는 듯했다.
눈물겨운 장면이었다.
육혈검후는 그녀의 양볼을 쓰다듬으며 기쁨에 몸을 떨었다.
이때, 돌연 단봉영의 눈빛이 빛을 발하는 것이었다.
부설향을 발견한 것이다.
섬전같은 눈빛, 부설향은 그녀의 눈빛을 보며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음...... 여인의 몸으로 삼화취정(三花聚頂), 오기조원(五氣朝元)의 경지에 이르렀다니 감탄할 일이로구나.)
단봉영은 육혈검후의 몸에서 떨어지며 부설향을 향해 말했다.
[공자는 대관절 누구시기에 이곳에 계신 것이죠?]
부설향은 여유 있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소생은 결코 악의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 낭자께서는 너무 신경쓰지 마시오.]
그러자,
[흥!]
단봉영은 곧 코웃음을 친 뒤 그에게 다가갔다.
이때였다.
[얘야, 어찌 은인에게 무례를 저지르려고 하느냐?]
육혈검후가 급히 그녀의 앞을 가로 막았다.
일순 단봉영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할아버지, 은인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육혈검후를 응시했다.
육혈검후는 곧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옷을 벗겼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찌 그녀에게 그 같은 말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조부의 입으로 직접 말이다.
단봉영은 그의 말을 듣고 크게 당황했다.
그녀는 어쩔 줄 몰라하며 안절부절못했다.
그러나 곧 입을 열었다.
[공자님, 소녀가 감히 은인을 몰라뵈옵고 무례를 저지른 점 너그러이 용서해 주세요.]
그녀는 말을 하며 날아갈 듯이 절을 올렸다.
부설향은 내심 당황했다.
[낭자, 예를 거두시오.]
그녀는 절을 한후 그를 응시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준수한 서생이구나. 한데 과연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저분이 그토록 놀라운 의술을 지녔단 말인가?)
반신반의!
육혈검후는 곧 의자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자, 의자에 앉거라.]
이어 부설향을 소개했다.
그녀는 그윽한 눈으로 부설향을 응시했다.
그녀는 차분한 성격을 지녔으며 또한 세심하기 짝이 없는 세밀함을 지니고 있었다.
모든 사물을 날카롭게 관찰하는 그녀의 판단은 실로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부설향은 그녀에게 적이 감탄을 했다.
그는 잠시동안 그들과 말을 나눈 뒤 입을 열었다.
[선배님, 날이 밝아오니 그만 쉬도록 하십시오.]
이어 단봉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낭자께서는 방금 완치됐으니 폭 쉬도록 하시오.]
단봉영은 그윽한 시선으로 그를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설향은 곧 자리에서 일어섰다.
[선배님, 소생도 피곤하여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말은 거칠은 면에서 어느덧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육혈검후는 그같이 부드러운 말투는 평시에는 몹시 싫어했다. 그러나 지금은 무척 듣기가 좋게 느껴졌다.
그는 가볍게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허..... 그러도록 하게. 그럼 아침에 보세.]
부설향은 예를 한 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단봉영은 그윽한 눈으로 그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육혈검후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소년 기인이로다. 과연 그의 진정한 신분은 무엇일까? 분명 강호의 절정기인일 텐데 말이다.]
그의 두 눈은 의혹에 싸여 있었다.
X X X
아침의 여명은 부설향의 침실을 가볍게 두들겨 주었다.
부설향은 햇살을 의식하며 서서히 잠에서 꺠어났다. 해는 이미 중천에 떠졌다.
그때,
똑! 똑! 똑!
가볍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설향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었다.
[누구요?]
그가 나직이 묻자 곧 창노한 음성이 뒤를 따랐다.
[노부일세.]
육혈검후의 목소리였다.
[아! 선배님이시군요.]
부설향은 곧 방문을 열어주었다.
육혈검후가 밖에서 있었으며 그 뒤에 단봉영이 다소곳이 서 있었다.
그녀는 부설향을 향해 가볍게 예를 했다.
[공자님, 밤새 편히 쉬셨어요?]
부설향도 마주 예를 하며 입을 열었다.
[낭자께서는 기분이 어떠시오?]
단봉영은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공자님 덕분에 다시 햇살을 보게 되어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부설향은 정색을 했다.
[낭자, 무슨 겸손의 말씀이시오. 소생은 다만 약간의 힘을 쏟았을 뿐이오.]
이때 육혈검후가 재빨리 중간에 끼어 들었다.
[허허허..... 그러다가는 해가 지도록 겸양을 해도 못 다 하겠다.]
이어,
[자, 노부가 한잔 살 테니 주루로 나가도록 하세.]
[예.]
그들은 곧 주루로 나갔다.
육혈검후는 이층에 자리를 잡은 뒤 점원에게 술과 음식을 주문했다.
잠시 후, 술과 음식이 나오자 육혈검후는 곧 부설향에게 한 잔 가득 부었다.
[젊은이, 노부의 경주를 받게.]
부설향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선배님, 어찌 소생이 먼저 잔을 받겠습니까? 선배님께서 먼저 잔을 받으십시오.]
하며 그의 잔에 술을 따랐다.
육혈검후는 사양하지 않고 잔을 받았다.
그러는 한편 부설향을 응시하며 내심 흐뭇해 있었다.
(기재로다. 이 같은 기협이 있는 한 천하무림은 사도가 날뛰지 못하리라.)
이때 단봉영은 그윽한 눈으로 부설향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간혹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곤 했다.
육혈검후가 입을 열었다.
[젊은이, 우리 건배하세.]
부설향도 쾌히 말했다.
[좋습니다.]
그는 말을 끝낸 뒤 다시 단봉영을 응시했다.
[낭자도 함께 잔을 드심이 어떠하겠소?]
단봉영은 내심 크게 당황했다.
[소..... 소녀는 술을 하지 못...... 못해요.]
그러자 육혈검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얘야, 이같이 기쁜 날에 이찌 잔을 들지 않겠느냐? 오늘은 한잔 하도록 해라.]
단봉영은 부설향을 슬며시 응시하며 다소곳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설향은 그녀의 잔에 가득 술을 따라 주었다.
두 손으로 잔을 받쳐 들고 있는 그녀의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육혈검후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잔을 높히 들었다.
[자, 모두 건배하세.]
세 사람은 곧 잔을 마주쳤다.
단숨에 잔을 비운 그들은 서로를 응시하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육혈검후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한데 자네는 강호에 나온지 얼마나 되는가?]
부설향은 약간 주춤했다.
하나 그는 곧 입을 열었다.
[소생은 강호에 나온지 이제 한 달 가량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육혈검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렇다면 강호에 대해선 모르는 것이 많겠구먼.]
그는 잠시 말을 끊은 뒤 재차 이었다.
[강호는 권모술수와 음흉한 간계, 그리고 사와 은원이 끊이지 않는 것이네. 또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인물들이 들끓는 곳이네. 그러니 자네는 십분 조심해야 할 것이네.]
부설향은 정중히 말했다.
[선배님의 금언, 깊이 명심하겠습니다.]
육혈검후는 무엇인가 잠시 생각하다 입술을 떼었다.
[노부가 영아의 병을 고치고자 강호에 나와 보니 사마가 득세를 하고 있더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네. 자네는 당금무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부설향은 두 눈에 맑은 빛을 떠올리며 말했다.
[소생은 아직 강호 정세에 어두운지라 자세한 내막을 모르고 있습니다.]
[음...... 그렇겠구먼.]
육혈검후는 신음 비슷하게 말한 뒤 재차 이었다.
[무림은 지금 천년 이래로 가장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네. 은거했던 무두들은 속속 강호에 다시 모습을 나타냈네. 또한 알 수 없는 신비의 은의인들이 현 강호를 좌지우지하고 있네.]
부설향은 그가 말한 은의인이란 바로 신비회를 두고 한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육혈검후는 엄숙하게 낯빛을 고치며 입술을 떼었다.
[노부는 이왕 다시 강호에 발을 디디었으니 뜻있는 무림동도들과 함께 사마를 퇴치하고자 하네.]
부설향은 그가 다시 강호에 나온다는 말에 크게 기뻤다.
그는 곧 입을 열었다.
[선배님께서 검을 잡으신다면 정파는 크게 활기를 되찾을 것입니다.
그것이야 말로 무림의 복입니다.]
육혈검후는 잔잔한 미소를 띄우며 말문을 열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이 이제 무림은 자네들같이 젊은이 들이 웅심(雄心)을 떨쳐야 하네.]
부설향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선배님의 말씀도 일리는 있으나 아직은 천하의 기인들께서 정파를 위해 활인검(活人劍)을 잡으셔야 할 줄로 압니다.]
육혈검후는 흐뭇한 미소를 만면에 지었다.
이때 다소곳이 있던 단봉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공자님께서는 심후한 무공을 지니셨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이에요?]
부설향은 느닷없는 질문에 약간 당황했다.
그는 급히 육혈검후를 응시했다.
육혈검후는 만면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내가 그녀에게 말해 주었네, 라고 하는 듯했다.
부설향은 다시 단봉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낭자, 그것은 선배님께서 과찬을 하신 것이오. 다만 소생은 몸을 보호할 수 있는 호신술 정도를 지니고 있을 뿐이오.]
단봉영은 초롱한 눈으로 그를 응시하며 반신반의한 표정을 지었다.
부설향은 곧 화제를 돌렸다.
그는 육혈검후를 향해 말했다.
[선배님께서는 독단적으로 강호에서 할거하실 것입니까, 아니면 일정한 거처를 두시거나 아니면 뜻있는 고수들을 규합하여 사마와 대항하실 겁니까?]
육혈검후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두 눈을 스르르 감았다.
잠시 후,
[그것은 아직 결정짓지 못했네. 그러나 뜻있는 정파의 군웅들을 규합할 수만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이네.]
부설향은 두어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선배님께서 군웅들을 규합하시려면 언제든지 소생을 불러 주십시오. 천리가 멀다 않고 찾아가겠습니다.]
육혈검후는 크게 기뻐했다.
[자네가 힘이 되어 준다면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마찬가지 일세. 천하무림을 대신해 노부가 감사를 드리는 바이네.]
부설향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저었다.
[어찌 천하무림을 위하는데 힘을 남기겠습니까?]
육혈검후는 크게 감탄하는 빛을 띄우며 말했다.
[과연 자네는 영웅으로서 손색이 없네.]
단봉영은 그윽한 눈빛으로 부설향을 응시하며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부설향은 그녀의 눈빛과 표정을 대하는 순간 내심 크게 놀랐다.
(아..... 저 눈빛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나와 대면한 모든 여인들은 모두 저같은 눈빛을 띠었지 않은가?)
그는 이같이 생각하며 그들과 작별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때 육혈검후가 입을 열었다.
[자네는 이제 어디로 갈 예정인가?]
부설향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소생은 일정한 거처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발길 닿는 곳으로 천하를 유랑하며 견식을 넓힐까 합니다.]
육혈검후는 그를 응시하며 천천히 말했다.
[그것도 좋을 걸세. 그러나 단 한 번 노파심으로 말하건대 절대로 사람을 겉모양으로 판단하지 말도록 하게.]
부설향은 예를 하며 입을 열었다.
[선배님의 충언 명심하겠습니다.]
그는 이같이 말한 뒤 재차 입을 열었다.
[선배님, 소생은 이만 작별을 고하고자 합니다.]
찰나,
[예엣!]
단봉영이 갑자기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육혈검후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이 침착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단봉영이 급히 말했다.
[공자님, 어찌 이대로 떠나시려고 하세요?]
부설향은 차분하게 입술을 떼었다.
[낭자, 소생은 한 가지 중요한 약속이 있어 부득이 떠나야 하오. 이해하여 주시기 바라오.]
[그.... 그렇지만.....]
단봉영은 가라앉은 음성으로 힘없이 얘기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육혈검후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느릿하게 말했다.
[젊은이, 그럼 매사에 조심하도록 하게. 물론 자네의 무공이 고강한 줄은 알지만 강호는 너무도 험난한 곳이네.]
부설향은 알았다고 대답한 뒤 단봉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낭자, 그럼 몸조심 하시오.]
단봉영은 허전한 눈빛으로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설향은 다시 육혈검후를 향해 예를 했다.
[선배님, 인연이 있으면 다시 뵙겠습니다.]
육혈검후도 저으기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헤어지다니 정말 섭섭하구먼. 자네의 말대로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세.]
단봉영은 애절한 눈빛으로 부설향을 응시하고 있었다.
육혈검후가 살며시 말했다.
[얘야, 만남은 헤어짐의 시작이고 헤어짐이란 다시 만날 기약이 아니냐? 너무 섭섭해 하지 말거라.]
단봉영은 묵묵히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럼 훗날 뵙겠습니다.]
부설향은 그녀의 눈빛이 두려운 듯 급히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도 그의 뒤를 따랐다.
부설향은 그들의 눈빛을 뒤로 한 채 속절없이 사라져 갔다.
단봉영의 애수에 젖은 촛촛한 눈물을 의식하며.......
<사 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