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 봐, 벚꽃
성향숙
금방 닫힐 듯 문은 열려있다
이따가 봐, 결코 의심하지 않은 약속
이따,라는 너의 시간
맨발로라도 뛰어 들어가 휘젓고 싶은 바다
넘지 못할 언덕의 이름으로 높아져
벚꽃이 피었다 져도
꽃 진 자리에 작은 지구가 매달려도
너의 이름은 모두의 입으로 나눠가진다
떨어진 벚꽃처럼 입에서 입으로 잘게 부서진다
너라는 계절이 구름처럼 흩어져도
내 손엔 이따,라는 시간이 진땀처럼 쥐어져 있다
벚꽃이 열 번 피었다 져도
이따 봐, 화사한 약속은 저리도 굳건한데
조금만 더 있다가 꼭!
사거리 구석진 그늘에 검은 운동화를 두고 이따가,
너의 이름을 허공에 날리고 이따가,
약속은 어데 두고 아직,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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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향숙
2000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2008년 《시와반시》 등단. 시집 『엄마, 엄마들』 『염소가 아니어서 다행이야』 『무중력에서 할 수 있는 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