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경찰/221025/박찬석
세계에서 빈부의 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는 남아공(South Africa Republic)이다. 소득 불평등을 재는 척도는 지니계수(Gini Index)이다. 숫자가 크면 불평등이 심하고, 낮으면 평등하다. 남아공은 지니계수가 0.63이다. 세계 최고이다. 소득 불평등이 가장 크다는 말이다. 나쁘다. 독일(0.29), 프랑스(0.29), 영국(0.36), 미국(0.48)이고 한국(0.34)과 일본(0.34)순이다. 노르웨이(0.25), 스웨덴(0.26), 덴마크(0.27), 네덜란드(0.28)는 낮다. 아프리카의 앙골라(0.51), 보츠와나(0.53), 나미비아(0.59)는 높다. 국민소득이 평등한 국가들이 잘 산다. 국가의 최고 덕목은 국민이 안전하게, 균등하게, 잘 살게 하는 일이다. 통치자는 지니계수를 낮추려고 애쓴다.
남아공은 세계에서 살인사건이 가장 많은 나라이다. 하루에 평균 55명이 살해된다. 1년 평균 살인 사건이 2만 건이 넘는다. 전쟁을 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희생자(1.4만 명)보다 더 많다. 인구 10만 명 당 1년에 35.9명이 죽는다. 세계 평균은 10만 명 당 살인 건수는 6.2명이다. 한국은 0.6명이고, 일본은 0.3명이다. 가장 낮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민주주의도 잘하고 소득이 꽤 높은 나라(1인 당 소득 1만 5천불)이다. 소득이 높은데도 왜 이렇게 살인 사건이 많은 것일까?
남아프리카 부자들은 신변보호를 사설경찰에 의뢰한다. 남아공은 사설 경비업체의 천국이다. 9천 개나 있다. 사설 경비회사에 고용된 청원경찰관이 45만 명이다. 무장을 한다. 남아공 경찰관 19.3천 명, 군인 7.4만 명이다. CNN 방송은 사설경찰관이 남아프리카의 군인과 경찰을 합한 수보다 많다고 했다. 150만 명은 사설경찰관 자격증이 있다. 국가경찰 1명 당 사설경비원 2.57명꼴이다. 경찰 업무를 아웃소싱(outsourcing)하고 있다. 부자들의 경호가 늘어나면서 생겨난 직업이다. SAPS(남아프리카 경찰)이 있지만, 경찰력만으로 치안을 감당하지 못한다.
남아공(South Africa Republic)에 여행한 적이 있다. 1994년에 인종차별 정책(Apartheid)이 철폐되었다. 12년이 지난 2006년에 서케이프타운 백인 부자 동네를 가보았다. 케이프타운의 서쪽 대서양, 테이블베이(Table bay)이다. 고급 주택가이다. 관광버스로 부자 동네를 한 바퀴 도는 것이 전부이다. 내려서 사진을 찍지도 못한다. 모두 단독주택들이다. 담장 높이가 형무소 담장 높이만 하고, 그 위에 철조망이 있고, 방범용 고압전선이 걸려있다. 빨간색 페인트로 고압전력, 주의(High voltage, Caution)이라는 글자가 붙어있다. 대문 곁 높은 위치에 경기관총이 걸려있다. 대문에는 개를 거느린 무장한 경찰관이 서성거린다. 사설 경비원이라 했다. 우리나라 은행의 가스총을 찬 헐렁한 청원경찰과는 차이가 있다.
둘러본 주택가는 웨스트 케이프 주, 테이블베이 란두노(Llandudno)비치이다. 해운대 같은 곳이다. 땅값이 가장 비싸다. 란두노 앞바다는 대서양이다. 6.9km앞에 로벤(Robben Island)섬이 있다. 만델라 대통령이 27년 동안 감금되었던 감옥 섬이다. 지옥 같은 감옥 섬 맞은편에는 천국, 란두노 비치가 있다. 뒷산은 테이블마운틴(Table Mountain), 남아프리카의 아름다운 국립공원이다. 사람살기 좋은 지중해 기후지역이다. 란두노 주민 구성은 백인 87%, 흑인 10%, 칼라레드 2%이다. 남아공 인구 구성은 흑인 81%, 칼라레드 9%, 백인 8%이다. 란두노는 백인 거주 특구인 셈이다.
남아공에서는 피부색에 따라 소득이 결정되고, 소득에 따라 주택지가 결정되고, 택지에 따라 치안이 결정된다. 백인 최고 소득층, 칼라레드(collared)는 그 아래, 최하위는 흑인(black)이다. 칼라레드는 백인과 혼혈이다. 아파르트헤이트 때(1994년)는 유색인종으로 분류했다. 남아프리카에서 백인이 사는 곳은 경치도 좋고, 기후도 좋고, 치안도 좋다. 상류층 부자들은 경비를 보안회사가 한다. 백인 중산층은 게이트 커뮤니티(Gated Community)에 산다. 커뮤니티 전체 주위를 철조망이나 높은 펜스로 주변과 왕래를 차단하고 있다. 출입문 경비실은 외부 자동차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차량번호와 신분을 확인하고, 초대한 주민의 확인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보행자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에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없다.
요하네스버그 교외 빈민가 소외토(Soweto)가 있다. 소외토는 남아공 최대도시 요하네스버그(인구 440만 명)의 근교 빈민가이다. 흑인 98.5%과 백인 0.1%가 산다는 통계가 있다. 관광객을 빼고는 백인을 보지 못했다. 경치는 황량하다. 나무가 없다. 헌 함석으로 덮인 지붕이고, 판자로 가린 가건물이 많다. 실업률이 25%이다. 영어보다 줄루(Zulu)어를 쓴다. 뜨겁고 포장도 안 된 흙먼지 날리는 도로이다. 130만 명이 산다 했다. 집에는 수도와 화장실이 없고, 전기가 들어오는 집은 40%에 불과하다. 마을에 공동 화장실과 공동수도가 있다. 까만 아이들은 맨발로 도로에서 축구를 한다. 경찰차가 하루에 한 번 순찰하고 가는 게 경비의 전부이다. 불평등과 강력범죄 간에 상관계수가 매우 높다는 연구가 있다.
그림1. 남아공의 케이프타운과 요하네스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