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신념 하나로 자신을 버린 부모를 찾아 나선 음악신동이 신비롭고 영적인 음악적 교감을 통해 결국 가족의 사랑을 재확인하게 된다는 내용은 사실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지극히 교과서적이고 간명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통에 논리적 비약이 심하고 개연성이 떨어진다. 시치미 딱 뗀 우연의 일치, 감정적인 충만함, 무언가 특별한 용기를 심어주는 정신적 정화, 교묘하게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적 호소력이 인간내면의 여린 감성을 열리게 할 뿐이다.
다만 이목을 사로잡는 뮤직비디오의 매 대목들에 심취해 감상하다보면 영화의 본질적 결점 따윈 부지불식간에 지나쳐버릴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시청각적 흡인력이 대중적 흥행성을 담보한다. 순수한 음악적 열정을 통해 얻은 진실한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 그리고 가족의 행복을 관객의 정서에 감명 깊게 심어주는 것 또한 이 음악영화만의 성스러운 축복이자 미덕이다. "음악은 우리 곁에 있다. 우린 그저 듣기만 하면 된다."라는 어거스트의 마지막 대사가 잊히지 않는 이유다.
-수록곡-
1. Main Title - Mark Mancina
우주를 유영하듯 대기를 감도는 전자음, 흐느끼는 첼로, 청명한 어쿠스틱 기타, 곱게 공명하는 피아노선율, 몽환적인 하프, 차분하고 사색적인 목관악기의 드라마틱한 앙상블이 점점 고조되면서 에반 테일러(프레디 하이모어 분)의 내레이션과 함께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영감을 불러낸다. “아마 내가 듣는 음악은 내 아버지와 어머니한테서 왔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듣는 음들은 두 분이 만났던 밤에 들었던 음과 같을지 모른다. 그렇게 두 분은 서로를 찾았듯이 그렇게 날 찾으실지 모른다. 난 믿는다. 옛날 어느 때인가 오래전에 두 분은 음악을 듣고 따라 가셨다.”는 대사와 함께 자신도 음악적 교감을 통해 부모님과 만나게 될 거라는 걸 암시하는 도입부장면의 표제음악.
2. Bach / Break - Steve Erdody and Jonathan Rhys Meyers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Partita for solo violin No. 3 in E major, BWV 1006) 전주곡(Prelude)을 첼로협주곡으로 편곡한 영화버전이 서곡을 장식하고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폭발적인 가창과 연주가 압권인 'Break'로 이어지는 접속곡. 영화에서는 라일라 노바체크(케리 러셀 분)가 첼로연주를 선보인데 이어 루이스 코넬리(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분)가 기타연주와 함께 후창(後唱)하는 방식으로 무대가 펼쳐지는데, 클래식오케스트라와 록 밴드의 절묘한 퓨전이 이목을 포획한다. 바로크음악의 다이내믹한 면과 록음악의 경쾌한 드라이브감이 리스 마이어스의 보컬과 멋지게 융화된 크로스오버 록음악. 아이리시 포크적인 피들(fiddle)연주가 가미돼 이채롭다.
3. Moondance - Featuring Jonathan Rhys Meyers
“월광 아래서 춤추기 좋은 환상적인 밤. 너의 눈 위에 별을 담고. 사랑을 만들기엔 환상적인 밤. 시월하늘의 덮개 아래서.”를 속삭이듯 부르며, 옥상 위에서 라일라에게 구애의 목소리(작업 멘트)를 보내는 루이스의 소야곡. 방랑자 위저드(로빈 윌리엄스 분)의 고즈넉한 하모니카와 어쿠스틱기타연주를 배경사운드로 환상적이고 낭만가득한 장면의 분위기를 강화한다. 모국 아일랜드의 정서를 바탕으로 켈틱 소울(Celtic Soul)의 신천지를 개척한 밴 모리슨(Van Morrison)이 1970년에 발표한 회심작 < Moondance >(빌보드 앨범 차트 29위)의 동명타이틀인 이 곡은 탈속(脫俗)적이고 신비로운 음악의 기운이 기상천외한 운명의 도피처로 관객의 욕망을 끌고 들어가는 영화의 성격과 기막힌 조화를 이루는 마법의 주문이다.
4. This Time - Jonathan Rhys Meyers
엄한 아버지에 이끌려 떠나간 라일라를 그리며 사랑의 상처에 흐느끼는 루이스의 노래. 애절한 마음을 구구절절 담은 록발라드다. 중반부터 현악선율이 깔리며 감정을 한층 고조시킨다. 루이스의 클럽 무대 연주에 이어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개선문)에서 서로 엇갈려 기다리는 장면에 깔리면서 가장 인상적인 뮤직비디오적 장면을 연출한다.
5. Bari Improv - Kaki King
에반이 아침 햇살의 영광(靈光)을 받으며 타악기를 다루듯 경이로운 기타연주로 맥스웰 “위저드” 월리스(로빈 윌리엄스 분)와 앵벌이용 음악친구들을 아연실색케 하는 장면. 음악신동 어거스트가 부모로 물려받은 천재적 유산을 발현하는 첫 번째 순간이다. 실제 연주는 미국출신 여성기타리스트 카키 킹(Kaki King)이 했다. 지하철에서의 연주를 시작으로 전문 뮤지션으로서의 재능을 확고히 한 음악적 배경이 어거스트 러쉬의 길거리 뮤지션 이미지에 투영된다.
6. Ritual Dance - Kaki King
공원과 길거리를 전전하며 기타를 두드리는 어거스트의 연주. 부모님께서 자신의 연주를 들을 거라는 신념으로 기타에서 손을 놓지 않는다. 이 곡 역시 카키 킹의 기타솜씨가 귀를 압도한다.
7. Raise It Up - Jamia Simone Nash and Impact Repertory Theater
경찰의 추격을 피해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다 교회로 영도되는 어거스트. 알 앤 비라 생각할 가스펠을 합창하고 있는 교회 합창단과 마주한다. 여기서 어린흑인소녀와 눈이 맞게 되고 악보 읽는 법을 비유적으로 한 번 듣고 나더니 거의 '뉴 밀레니엄 모차르트'처럼 피아노를 치며 경이롭게 악보를 써서 방 벽에 온통 걸어놓는다. 소녀는 나중 그걸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고 교회목사에게 달려가 모차르트와 같은 신동이 출현했다고 허둥대며 황급히 어거스트에게 데려간다. 어거스트는 파이프 오르간에 앉아 장엄한 연주를 하며 희열에 차있다. 극중 독창을 한 자미아 사이콘 네쉬와 찰스 맥 그리고 합창단이 실제 노래했다.
8. Dueling Guitars - Heitor Pereira and Doug Smith
루이스와 어거스트의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부자상봉. “내가 줄리아드에 다녔고 오늘밤 콘서트가 있다면 난 무슨 일이 있어도 가겠다. 넌 음악을 그만둘 수 없어.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나쁜 일이 네게 생기면 음악만이 이겨내고 벗어나게 해주거든. 나쁜 일은 없을 거라고 믿어.”라며 어거스트에게 힘이 되는 조언을 건네는 루이스. 혈육의 정은 당기는 데 서로를 못 알아보는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음악 연주로 교감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실제 연주는 심플리 레드(Simply Red)의 멤버로 활동한 바 있으며 영화 <글래디에이터>, <미션 임파서블 2>, <아이 앰 샘> 등의 영화음악에 연주와 작곡으로 참여한 브라질 출신 기타리스트 헤이터 페레이라. 영화 <트위스터>, <몰 플랜더스>의 사운드트랙을 연주했으며 그래미상에 빛나는 기타리스트 더그 스미스. 두 유명 기타연주자의 협연으로 이루어졌다.
9. Elgar / Something Inside - Steve Erdody and Jonathan Rhys Meyers
어거스트가 피날레의 지휘를 맡을 야외무대공연에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복귀 연주회를 갖는 라일라의 첼로연주. 엘가(Edward Elgar)의 첼로 협주곡 E단조 작품 85(Cello Concerto In E Minor, OP 85, Adagio-Moderato)로 서곡을 장식하고 루이스가 그녀를 위해 새로 쓴 곡 'Something inside'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두 번째 접속곡. 가까이 있으면서 다시 한 번 서로 엇갈릴 운명에 놓인 음악남녀의 음악교감을 절묘한 영상음악으로 잡아낸다.
10. August's Rhapsody - Featuring Freddie Highmore - Mark Mancina
본의 아니게 흩어졌던 가족이 마침내 하나 되는 마지막 야외공연. 천부적 음악재능이 만들어낸 '어거스트의 랩소디'(August's Rhapsody)를 통해 극적 긴장감과 해소를 위한 절정의 장을 마련해준다. 첼리스트 라일라의 클래식, 록밴드의 리더 루이스의 록음악, 교회의 가스펠, 외계에서 날아든 사랑의 세레나데 '문댄스', 도시의 대기를 가르는 인더스트리얼 록적 온갖 소음(<어둠속의 댄서> 사운드트랙의 일부를 환기)과 자연의 소리들, 어거스트에게 음악적 영감을 준 모든 사운드적 요소들이 총화 되어 교향악적으로 오케스트레이션 된 영화와 음악의 하이라이트. 드라마적 영화음악의 피날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극히 관습적인 틀 안에서 주조된 스코어. <트루 로맨스>(1993), <스피드>(1994), <트위스터>(1996), <타잔>(1999), <트레이닝 데이>(2001)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마크 맨시나(Mark Mancina)와 요즘 제일 잘나가는 영화음악실세 한스 짐머(Hans Zimmer)의 대중적 감각이 돋보이는 합작품.
11. Someday - John Legend
엔드 크레디트와 함께 나오는 끝 곡. 존 레전드 또한 어릴 적 음악신동으로 불릴 만큼 천부적 재능의 소유자로 유명하다. “언젠가, 우리가 함께 할 때”라는 가사가 영화적으로 와 닿는 사운드트랙.
12. King Of The Earth - John Ondrasik
현악 반주와 함께 만돌린 소리가 특징적인 성인취향의 감성 팝-록. 원맨밴드 파이브 포 파이팅(Five for Fighting)으로 활동한 싱어송라이터 존 온드라식이 노래했다.
13. God Bless The Child - Chris Botti and Paula Cole
전설적인 여성재즈보컬 빌리 홀리데이의 명곡을 크리스 보티의 트럼펫연주와 싱어송라이터 폴라 콜의 보컬로 재해석해낸 재즈적 팝음악.
14. La Bamba - Leon Thomas III
비운의 로큰롤 명인 리치 밸런스의 히트 명곡 '라 밤바'를 극중 꼬마 흑인음악가 아더X(리온 토마스 3세)가 공원에서 재연해낸다.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사운드를 환기하는 연주와 함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장면. 그의 연주를 듣고 뒤꽁무니를 쫓아간 어거스트는 거리의 부랑아들이 모여 사는 허름한 건물로 들어간다. 원곡과 달리 두터운 베이스와 브라스사운드가 가미돼 재즈적 느낌이 나는 팝-록음악으로 탈바꿈했다.
15. Moondance - Chris Botti
백인 재즈뮤지션 크리스 보티의 트럼펫연주로 다시 듣는 '문댄스'. 흥겨운 스윙감이 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