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 객지생활을 전전하던 노가다 아들내미가 직장을 옮기더니 재수좋게 부산으로 발령을 받았어요.
요즘 1군 건설업체들의 도산위기에 마음을 졸이다가 좀더 나은 회사의 경력직채용시험에 붙은 결과랍니다.
모처럼의 3-4일 여가가 남는다고 엄마랑 아빠랑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하길래...드는 칼에 제주나 남도 섬투어쪽으로
구상을 해 보았는데...결국 제 엄마의 주장인 경비절감을 이유로.... 거제도 1박2일로 방향을 틀고 말았네요.
![거제와 민속 005.jpg 거제와 민속 005.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27%2F28027%2F20%2F20110502_110556_071f3b3bf4009a06f18caffeddab3c5d.jpg)
또 다른 이유인즉슨...주말에 강풍,호우주의보가 예상되고..황사경보까지 발령한다 하니 더더욱 멀리는 못 나가는거죠..
아들은 서울 근교에만 근무를 했었으니...근래에 개통된 거가대교도 둘러볼겸, 바닷가 회도 한점하자는 여정이었지요.
![거제와 민속 024.jpg 거제와 민속 024.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27%2F28027%2F20%2F20110502_110650_8c184b68147d0c54f3376d67c18443f9.jpg)
거가대교를 거쳐 김영삼대통령의 생가를 경유하려 했는데, 관광버스가 넘 밀려들어서 장승포로 다시 돌아 나왔습니다.
이 곳은 아이들의 외가동네였기도 하거든요..대통령생가에 가름(?)하여...지 엄마 생가를 둘러 보는걸로 대신합니다...ㅎ
![거제와 민속 025.jpg 거제와 민속 025.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27%2F28027%2F20%2F20110502_110701_8b42ef188d091b6d37832a58128aa215.jpg)
수없이 많이 다녀 간 지역인데도 올때마다 새길이 개통되고,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서 다소 어색한 느낌을 갖게 되기도
하지만..변함없이 반겨주는... 눈에 익은 모습은 고기잡이 어선들과 등대변의 낚시꾼들 입니다.
![거제와 민속 027.jpg 거제와 민속 027.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27%2F28027%2F20%2F20110502_110715_fd2d225bca045c535146a2595c6663be.jpg)
오후 3시경에 부산을 출발을 했으니 출출한 술시가 가까와 오고...
예정에는 해거름무렵 지세포 어촌박물관 근처의 횟집을 찾을 게획이었는데, 현지에 아직 살고있는 아이들 이모가 새로
생긴 깔끔한 식당이 있다기에 호기심이 動해서 길을 바꿉니다. 장승포1구쪽에서 전번에 잠시 들른적이 있는 유명한 해
물탕집인 항만식당을 지나 마전동(장승포5구)쪽으로 빠져 나옵니다.
![거제와 민속 028.jpg 거제와 민속 028.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27%2F28027%2F20%2F20110502_153452_be96a4fd8dc352def4be1df702876671.jpg)
HOTEL ART...(거제 문화회관) 앞.
거가대교 개통전만 하더라도 이곳은 부산과 거제간을 운항하는 쾌속선과 지심도.외도.해금강을 운항하는 유람선. 그리고
꾼들이 계절마다 달라지는 손맛을 보기위해 낚싯배를 타는 포구라서 언제나 관광버스와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부산-거제간 항로도 없어지고 유람선기착도 여러곳으로 분산되는 바람에 다소 느슨한 분위기를 느끼게 합니다.
![거제와 민속 030.jpg 거제와 민속 030.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27%2F28027%2F20%2F20110502_110805_c9f2d52604a0417d0caa7a5e623ddb3b.jpg)
도착한 아침바다라는 음식점은 중년의 아짐 세친구들이 소일삼아, 놀이터 삼아 연 일터랍니다.
왜 아침바다였을까...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는데...집이 바다일출을 바로 볼수 있는 위치에 있기도 하지만, 25년여 주부
로서 아이들 엄마로서, 그리고 가정 지킴이로서의 역활에서 벗어나... 내가 힘들이지 않고 가장 잘 할수 있는 일을 찾는
새로운 발돋음의 시작이라서...의논끝에 의기투합해서 지은 이름이 아침바다라니.. 그 의미가 또 새롭게 와 닿는거지요..
![사본 - 거제와 민속 076.jpg 사본 - 거제와 민속 076.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27%2F28027%2F20%2F20110502_110818_05e2cadc249b52c1b6121bc2dae3df13.jpg)
아침바다 명함은 색갈이 세가지였는데, 한사람은 기쁨.. 한사람은 사랑.. 또 한사람은 행복이라는 상징적인 이름으로 명함
을 새겼답니다. 기쁨은 국수와 김밥과 팥빙수등 아이들이 즐겨찾는 음식을 맛나게 만들수 있대요..사랑은 비빔밥과 나물
무침등 밑반찬이 자신있구요..글고 행복은 해산물과 생선조림등을 다룰때가 젤 즐겁답니다..그래서 여기는 자기만이 뽐낼
수 있는 솜씨와 절친함으로 똘똘 뭉친 세사람만의 일터라네요...
![사본 - 거제와 민속 073.jpg 사본 - 거제와 민속 073.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27%2F28027%2F20%2F20110502_110830_15377390ab16a583cce6222bd969253a.jpg)
남편 뒷바라지와 아이들 양육에 지쳐있었던 세아짐들이 의기투합해서, 서로 잘할수 있는 일을 맡아서 분담하며, 격의없
는 대화를 서로 나누며 손을 맞추다보니, 오랜동안 쌓여 있었던 울증도 화증도...그리고 얼룩져 있었던 연민들마저도 하
나 둘씩 벗겨져 나가더랍니다.. 어느듯 예쁜 세송이의 금낭화처럼 한송이 두송이, 세송이의 아짐들은... 청초하고 싱그러
웠던 원래의 모습으로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음을... 시간과 함께 자연스럽게 느껴가고 있답니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 시간들의 흔적도 스스럼없이 서로 나누어 가짐으로 가벼워졌고, 유방암수술로 인한 자신감상실도
즐겁게 일을 나누고, 서로 맞듦으로서 채워져 갔으며, 무엇엔가 항상 쫓기던 불안감도 그 불안함의 원인을 같이 공유하고
찾음으로서 편안함으로 정돈이 되는.....이 아짐들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터를 가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제와 민속 008.jpg 거제와 민속 008.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27%2F28027%2F20%2F20110502_110848_cc0534d049c8cce20568b17b957d0b6d.jpg)
예약도 없이 들이닥친 나그네에게... 定食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메뉴는 아니었지만..
고향의 맛을 느끼기 위해 들렀다는 불청객의 요청에 따라 남은 음식재료들 만으로 자연 그대로의 맛을 만들어 주었지요
돌아가신 아이들의 외할아버지는 어느날 막내 사위에게 뜬금없이 트럭바퀴의 튜브 몇개를 구해 달라고 하셨지요.
어디에 쓰실건지도 모른채 몇개의 튜브를 보내드렸는데..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내려간 처가집 앞의 바다에는
흰줄을 맨 조그마한 배가 하나 떠있었지요..바로 그 튜브로 만든 배가 아래 그림의 방게도 잡고, 문어나 붕장어도 잡는
미니 통발배였답니다. 해거름무렵... 줄을 당겨서 바다로 나가 통발을 놓고, 아침 일찍 또 바다로 나가서 통발을 건져
올리면 우리처럼 집 나왔던(?) 방게들이 들어 와 있었고..그 방게들은 외갓집을 찾은 손주들의 맛난 먹거리가 되었지요...
그 방게를 여기서 만났답니다.
오른쪽 아래는 마른 백조기의 윗몸통을 쪄낸 부분이고, 옆에는 달갱이라는 생선을 구워내었어요.
![거제와 민속 009.jpg 거제와 민속 009.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27%2F28027%2F20%2F20110502_112007_af8d1ee92887fab65227d172f1ecf6c8.jpg)
예전..식이요법할 때..돌미나리와 함께 즙을내어 엄청나게 마셨던 돗나물무침도 나왔구요.
막걸리 안주로는 노가리보다 더 좋아하는... 모래문절이라는 넘을 말려서 쪄내었네요...집에서는 다듬고 말리기가 귀찮아
서 손을 못대던 생선인데... 얼마나 정성스럽게 손질을 하고 깔끔하게 말렸는지, 군내하나 나지않는... 정말 고소하고 쫄깃
한 맛을 오랜만에 느꼈답니다..장모님이 다듬고 말려서 보내 주시던... 제가 젤 좋아하는 술 안주였었거든요..
![거제와 민속 013.jpg 거제와 민속 013.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27%2F28027%2F20%2F20110502_111326_fa1fce7d1b055c05f77df5da8ad97621.jpg)
집의 뒤뜰은 채소 텃밭이고, 집앞은 바다목장이랍니다. 생선도 낚시나 작살로 잡아 오기도 하고, 군소나 문어도 건져 올
리고, 상큼한 톳이나 미역, 곰피등도 이집 아저씨가 재미삼아 바다에서 잡고 채취해 온거 랍니다.
제철에 나는 7색 나물과 우리들 세대의 마지막 해초인 톳나물도 두부를 가미하여 맛나게 무쳐나왔어요. 이집의 요리는
천연조미료가 아니면 쓰지 않는게 불문율이랍니다. 파래무침 하나도 된장으로 무치느냐, 멸치젓갈을 가미하느냐에 따
라 맛이 달라지니깐..손님 취향에 따라 알맞게 무쳐낸답니다.
![거제와 민속 015.jpg 거제와 민속 015.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27%2F28027%2F20%2F20110502_111347_7410b4dfefca445b9bfefa22a270b90f.jpg)
예전. 저는 한가지 고집을 가지고 있었어요. 내부모님 장례는 절대 병원이나 전문장례원에서 치루지않겠다는 거였어요.
해서 외동며느리인 울집사람이 좁은 집에서 두번이나 고생을 좀 하기는 했지만, 울엄니 장례때는 장승포 처갓동네에서
공수해 온 가자미조림과 문어숙회, 한치회등 바닷가 음식을 대접하는 바람에, 한동안 조문객들의 얘기거리가 되기도했
던 ....그 (납쎄미) 조림도 나왔네요...맨손으로 졸 졸 뜯어서 입에 넣으면 쫄깃~~하니..참 맛있는 음식이에요...
![거제와 민속 018.jpg 거제와 민속 018.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27%2F28027%2F20%2F20110502_111411_b792b972ee42c698b6daa8d0b9799227.jpg)
울집사람이 즐기는 갈치젓갈도 보입니다.
저는 아직 손대기가 마땅찮아서 부산촌넘 소리를 듣는 음식이구요. 맑은 미역국이 올랐는데..아무데서나 맛 볼수 없는
생 미역국이랍니다. 푸른색이 그대로 살아 있는 만큼 깔끔하고 씨~~원한 국물맛이 일품이었습니다.
![거제와 민속 021.jpg 거제와 민속 021.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27%2F28027%2F20%2F20110502_111436_95287640f1e98108f82aea87e5b19fd8.jpg)
오랜만에 입을 즐겁게 해주는 음식을 대하는 통에..
평소 두배주량의 소주를 비워냈습니다. 모처럼 따라나선 울집 노가다 아들넘도 넘 맛있어 했구요. 음식도 다양했었지만,
기쁨과 사랑과 행복의 세 여인이 연출해 낸 성품 그대로의 손맛과 정성이 가미되지 않았다면..평범한 그 음식에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여운이 감돌수 있었을까요...참으로 지혜로운 길을 나아가는 세 아짐들의 아름다운 손맛이었습니다...
....mooyong66
첫댓글 내고향도 거제도인데 좋은 소식 고맙고 나도 다음에 가는 길에 아침바다 한번 들러보아야 하겠네.. 자주 재미있는 소식 올려주어서 고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