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
이비아
대안학교 교사 양성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은 내 인생의 갈림길에서 무척 의미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대안학교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양성과정에 참여했으나, 이제는 대안교육의 기본적인 매커니즘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가지고 공교육과 대안교육의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안교육은 난사람을 양성하기보다 된사람을 양성한다는 점에서 무척 가치로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으로 났지만 진짜 사람다운 사람으로 길러 내려면 주변인의 많은 사랑과 노력이 필요한데, 공교육이 간과하고 있는 이러한 부분을 대안교육은 훌륭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양성과정을 통해 만나 뵌 대안교사 분들은 하나같이 학생 한명 한명에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인격적으로 대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셨는데, 높은 교사의 질이 이러한 교육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환경, 젠더, 정치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으로 기른다는 점에서도 대안교육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대안학교 졸업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자 만들어진 소모임에 참여해 대안학교 졸업생 2명을 만났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름의 고충이 큰 것 같았다. 초등학교 중학교까지는 대안학교 시스템에 대해 만족도가 높지만,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입시, 진로선택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만족도가 급격히 낮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교육 측이 학생들에게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살아나갈 무기를 쥐어 주고 현실적인 생존 방법을 무한히 연습시킬 동안, 대안교육 측에서는 데미안, 논어 등을 읽으며 철학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훌륭한 교육방식이라고 생각하나, 세속과 동떨어진 상태로 철학하고 토론하는 것은 학생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며, 결국 그로 인해 맨 몸으로 사회에 나가 모든 것을 배우게 된다고, 대안학교 졸업생이자 전직 대안학교 교사인 한 분은 이야기하셨다. 이러한 문제의 답으로 혁신학교를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아서는 교육부와 대안학교의 사이가 개선되고, 교육부에서 대안교육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원해주는 게 정말 필요하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이렇게 대안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지는 이유 중 하나로, 부모나 교사 등 주변의 강한 권유로 인해 대안학교에 오게 된 학생들이 꽤 많다는 것을 들었다. 대안학교가 정말 잘 맞고, 대안학교에 오지 않았으면 크게 힘들었을 학생들도 있지만, (한 졸업생의 경우가 그러했다.) 대안학교에 오지 않아도 기존 시스템에 적응하여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의 경우 자신이 가보지 않은 길을 아쉬워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타고난 기질에 따라 대안교육에 적합한 학생이 있고, 그렇지 않은 학생이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고 졸업생들은 이야기하였다. 그래서 많은 대안학교에서 입학 전 학교에서 숙식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학교 이념에 적합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 같으나, 위와 같은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 학생 선발 시 채점 과정에서 본인의 강한 의지에 보다 높은 점수를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의외의 이야기로, 대안학교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찾는 것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자신에 대해 수없이 성찰한 대안학교 학생들이 진로 선택에 있어서 유리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으나, 졸업생들은 진로 선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체험과 경험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일반 학교에서는 졸업생들과 전문가를 부르는 등 아이들에게 직접, 간접경험을 시켜줄 자금이 충분하지만, 대부분의 대안학교는 자금난에 시달리기 때문에, 학생들이 현실적인 선택 앞에서 정보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 그들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동창 중 대부분이 학교를 졸업하고 보통 5~6년 정도 방황을 하며 결국에 늦깎이로 대학 입시를 치르거나, 국가에서 제공하는 자격증 과정을 이수한다고 이야기하였다. 졸업생들은 이렇게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 부분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인생에서 꿈을 찾기 위해서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자신에 대해 충분히 탐색하고 성찰한 대안학교 학생들은 분명히 늦더라도 자신과 꼭 맞는 길을 찾아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그래서 대안교육은, 혹은 교육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모든 역사는 ‘정반합’의 매커니즘으로 진행되어왔다는 변증법적 논리에 동의하므로, 기성교육에 대한 반발로 대안교육이 나왔다면, 이제는 공교육의 장점과 대안교육의 장점을 가진 ‘Brand New 대안교육’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주장해 본다. 나는 전반적으로 기성교육의 문제는 이념에, 대안교육의 문제는 자금에 있다고 생각하여 대안교육을 중심으로 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념 측면에서 대안교육이 더욱 타당성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발도르프 등 해외의 여러 대안교육을 한국에 들여오는 과정에서 더욱 완벽한 현지화를 이루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상황과 정서에 맞으면서도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교육’을 목표로 합을 이룬다면 정말 멋진 교육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육자의 꿈을 가진 나도 한국의 교육에 더욱 큰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를 지켜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