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소박한 장터＞를 맞이하여

[8기 윤엘리스]

5월 13일 토요일, 개울 건너 밭에서 열린 <소박한 장터>에 참여했습니다. 소농학교의 일원으로서 바구니도 만들어보았고 이 후기를 쓰기 위해 개인적으로 장터로 가 그곳에 있던 여러 사람들과 인터뷰도 했습니다.

우리는 장터가 열리기 2주 전에 사랑스러운 전통 장과 빵 모임 선생님이신 텃밭언니와 장터 포스터를 멋있게 디자인하신 최송희님에게 <소박한 장터>에 대해 처음 들었습니다.

행사에 대해 배우며 이야기 나누고, 달걀 바구니를 준비하며, 장터에서 사람들과 인터뷰를 통해 지역 공동체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 뿐만아니라 삶을 어떻게 천천히, 자연에 맞게 살수 있을지에 대해 더 깊이 성찰하기 시작했어요.

<발효종 뚝딱> (빵) 모임에 참여했던 멤버들은 모임의 리더이자 선생님이신 텃 밭언니, 그리고 도우미로 참여하신 최송희님 및 조영미님으로부터 <소박한 장터>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듣기 시작했습니다. 최송희님은 생태귀농학교 55기생이시면서 개울 건너밭 회원이시고, 박영미님은 자신의 별명인 '냉이꽃'처럼 여기저기서 활동하고 있다고 하셨어요. 영미님은 '호미꽂는 날' 동네 축제에서 우리가 들었던 '따랑 풍물패’에서 북을 치시고, 대야미 가양주 협동조합에서 일하시며 개울 건너밭 회원이시기도 합니다.

저는 빵 모임에서 이 세 분한테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지역 경제를 창조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소박한 장터>의 중요성을 알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장터가 열리기 전, 빵 모임 덕분에 박용미님과 김준열님이 우리 소농학교 8기생들이 손으로 만든 달걀 바구니를 장터에서 팔기 위한 '탁탁'이라는 컨셉을 잡을 수 있고 바구니의 가격도 논의할 수도 있었어요.

아래는 용미님이 달걀 바구니 컨셉과 가격을 어떻게 잡으셨는지를 설명하신 글입니다~

"소농 8기에서 달걀을 판매하기로 한 건
우리가 특별히 돈을 들이지 않고 마련할 수 있는 상품으로 했으면 한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제가 작년 7기 선배인 이은모님께 볏짚으로 달걀 꾸러미 만드는 것을 배웠고요,
오늘 8기 동기분들께 배운 것을 전수한 것입니다.
볏짚을 적셔서 만들면 더 좋은데,
시간상 오늘 그냥 해서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고요,
생각보다 동기님들이 잘하셔서 상품으로 팔 수 있을 만한 정도의 완성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또 준열님께서 그냥 달걀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제품에 대한 컨셉을 잡아 주신 게 도움이 되었어요.
예를 들면 달걀의 이름을 '탁탁'이라고 지어 주신 것이나, 이 제품을 사는 것이 단순히 달걀을 사는 것이 아니라 대야미의 자연과 소농학교 학생들에 대한
기부의 마음을 함께 사는 것이라는 점요. (제가 만든 안내문을 참고해 주세요.)

준열님의 의견을 토대로 제가 PPT로 간단한 안내문을 만들었고요.

사실 달걀 세 개에 4천 원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는 매우 비싼 가격이지만, 소농학교 학생들을 지원하는 의미에서 약간의 기부금 의미도 포함되어 있어서
사주시는 분들이 그러한 마음으로 기꺼이 사 주신 것 같아요.

(우리가 책정한 가격은 4천 원이었는데, 준열님이 주변에 5천 원으로 강매하긴 했지만요.^^;)

다음 번 장터를 할 때는 조금 더 시간이 넉넉히 있어서 어떤 상품을 팔 것인지, 어떤 컨셉을 잡을 것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준비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그 것 뿐만아니라, 마케팅을 위해 용미님이 달걀 바구니의 컨셉을 설명하는 첨보 ppt 파일도 만드셨어요. 대단하시죠? ^^

장터가 열린 그 날 아침에 용미님은 달걀 바구니를 볏짚을 이용해 손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가르처주셨습니다. 용미님은 이 공예 과정을 작년에 연구하신 7기생이자 귀농운동본부 스태프이신 이은모님한테 배웠습니다.

옛날에는 종이나 플래스틱으로 만들어진 달걀 박스 같은 것이 없었기 때문에 계란 장수들은 이런 볏짚으로 만들어진 바구니에 달걀을 판매했다고 들었어요.

바구니를 만들기까지에는 한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바구니를 예쁘게 만드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다행히 달걀들이 맛있고 우리가 자연에서 키운 닭에서 나온 것이고, 게다가 달걀 바구니를 더 예쁘게 만들어주는 라벨과 플랜카드가 있어서 제가 장터에 도착했을 때 쯤 우리가 어설프게 만든 달걀 바구니들이 이미 다 팔렸다고 들었습니다. 심지어 용미님이 8만5백원을 벌었다고 하셨습니다. 대박이네요!^^ 저희가 팔아서 번 돈은 소농학교 후원금으로 전달되었습니다.

<소박한 장터>에서 우리가 실천한 것 (달걀들이 자연에서 우리의 손에 길어진 닭에서 나온 것, 직접 키운 볏짚을 이용해 바구니를 만든 것, 번 돈이 소농학교 후원금으로 전달된 것)은 우리가 귀농하기 위해서 배워가는 가치 (지역 경제를 유지하는 가치, 한국의 전통 지리와 근대화 이전 역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자급자족의 가치, 상호부조의 가치,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가치, 그리고 시간을 천천히 보내는 가치)와 관련된 것입니다. 우리가 소농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가치지요.^^

다음과 같이 영어로 쓴 부분은 <소박한 장터>의 여러 참여자들을 소개하는 추가 내용입니다. 번역할 시간이 부족했어요. ㅠㅠ 그런데 8기에 영어를 잘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관심이 있으시면 한번 읽어보세요~

Beyond our work as the 소농학교 8기 students in caring for, conceptualizing, researching, making, and selling the egg baskets, I would like to introduce you to the other people I met at the 소박한 장터.

When I first arrived at the 장터, next to our stand was 박호진, who used to be the 사무극장 at the 귀농운동본부. These days he told me that he still lives nearby in Ansan, and that he does some activities with the 농촌사회연구소 in 종로. Beyond that, the reason he was attending the 장터 was to sell brooches and eco bags that were hand-embroidered by himself and women. Currently, he told me that he is trying to help women, because in Korean society, he explained that women, after they get married and move in with their husbands, they often get cut off from their former lives, and lose their independence. So he said that the hand embroidery and making of eco bags is something that he wants to be teach women, so that they can spread this knowledge to others, and create social relations and local economies of their own, ideally giving them a meaningful means of creating new social relations, economic independence, and self worth outside of simply being "wives" and "mothers."

(Photo of 박호진's embroidery)

Across the way, there was a table with many different items on it. 조영미 of the 가양주 집 was selling bottles and cups of 막걸리, and one of the male graduates of the 소농학교 7기, who is currently studying about 적정기술 아궁이, was selling a book by the famous teacher of 적정기술 아궁이, whose name I forgot.

(Photo of 막걸리 and 적정기술 책)

Moving along, 소농학교 7기 and 생태귀농학교 73기생, 김정화, was sitting at the 정자 selling sangria, 매실 에이드, and 오미자 에이드. Currently, 김정화 is doing farming at 대야미 with 영감의 세계, and so she was at the 장터 as a representative of her group, together with 정하혁 (양반), 생태귀농학교 7기생 and our principal and 텃밭언니's son. 김정화 explained to me that while people usually make sangria with wine, fruit, and juice, she made hers with wine, fruit, and 오미자청. And of course it is then fermented for 40 hours before adding sparkling water. She also had made beautiful ice cubes with 배꽃 and 제비 꽃 to serve with the sangria. The drinks were being sold for 3000 won if you bring your own cup, and 3500 won if you don't, to encourage people not to use disposable cups.

(photo of 김정화's stand)

Next to her, 7기 졸업생 and the 일바지 모임 leader, 김미경, was making 파전 for people to eat. She told me that she is a member of 우리씨랑, the 소농학교 졸업생 모임 that farms in the 길건너 밭. Last year they made the land anew, and now farming it based on what they learned at the 소농학교.

(Photo of the 파전 making)

While talking to her, I ran into 박영준, 7기 소농학교 졸업생 and 71기 생태귀농학교 졸업생. Some of you may have met 박영준 last Friday when he came to help us wash and soak the rice in preparation for our 부의주 workshop. 박영준 was involved in the 부의주 모임 last year. This year, he told me that he started a community farm in 분당, called 분당농부. Currently he recruited two other families to farm there with him. He said that his goal is to create a farming community in 분당, so if any of you have family members or friends who would like to do non chemical fertilizer, non 농약, non herbicide farming together with them in 분당, they may contact him if they are interested.

Moving along, 최송희 and 현지영 (소농학교 6기, 생태귀농학교 64기), were selling 모종, together with used clothing, for 1,000원 apiece. They explained to me that 이복자, the teacher whose lecture we will get a chance to hear this coming Saturday, helped them grow numerous 토종 모종 this year: 흑수박, 목화, 사과 참외, 수새미, 긴호박, 청주 오이, 흑 찰옥수수, 쥐이빨 (노란색, 분홍색), 수원초 고추, 곡성초 고추, 유월 고추, 가지, 청상추, 아욱. They were selling these indigenous plants for around 1000원 apiece, as well as giving away non-indigenous sunflower and basil 모종.

(Photo)

Inside the 개울 건너 밭's greenhouse, 텃밭언니 was cooking up a storm. She was making small pizzas with vegetables from the 텃밭, 토마토 소스 that she cooked, and 임실 cheese, and baking them in the 화덕. They were being sold for 8000원 each. I met our classmate, 최미경, and her husband in there, where he was waiting to eat a pizza. Yum!

(Photo of the pizzas)

There I met our principal as well, so I asked him about the history of the 개울 건너밭. He explained that they started the 개울 건너밭 모임 on the 1300 평 field here in 1991 at first with only around 3-7 members. The broader context in Korea, he explained, was that after democratization in 1987, there was a rising interest in living an ecological life in Korean society. Still, all of the first members of the 개울건너밭 lived in Seoul and would only come to 대야미 on the weekends, to do farming with the same principals as our 소농학교, no 비닐, no chemical fertilizers, no herbicide, no 농약. Nowadays, he explained, there are far more members of the 개울건너밭, and most of them live nearby.

The name, 개울 건너밭, was the name that the principal's grandmother used to call the field, when their family lived in the 한옥 집 that is now being used for the 본부 office. He explained to me that, perhaps some 60 years ago, she used to ask him to "Go to the field across the stream and pick some squash." So that's how, for him, the field became known as 개울 건너밭. Nowadays though, it's funny because most people enter the 개울건너 밭 from the road on the opposite site, because they are coming from 대야미역, not the principal's house. Nevertheless, the field is still called 개울건너 밭 to refer to this very local, micro scale history and geography.

(Picture of people farming)

Finally, I talked to 박연미, 7기 졸업생, who is a current member of the 개울 건너밭. She told me about the history of the 소박한 장터. It started around 6-7 years ago. At that time, 박연미, who lives in 산본역, had enrolled in a rice farming school they had at the 개울 건너밭, called the 논학교. Nowadays, while the 논학교 no longer exists, the 소박한 장터 is held twice a year, once in spring and once in fall. While 박연미 could not participate in the 개울 건너밭 again until last year when she became a student in the 소농학교, she is now a member of the 개울 건너밭 once again. She explained that compared to other 도시농장, where you have to do everything yourself and there isn't' much of a community, here things are done together. For example, compost is distributed once in the early spring to everyone, and at the 소박한 장터, there is a real community atmosphere in which neighborhood people come and show their talents. For example, earlier that day, there was an 오카리나 공연 by students at the 산어린이 학교.

All in all, I was very impressed with the extended community surrounding the 개울건너밭, who appeared at the 소박한 장터. There were people from all different classes of the 소농학교 and 생태귀농학교, teachers and former teachers and staff of the 귀농운동본부, members of many different 모임s that grew out of these schools covering farming and all aspects of our daily lives, members of other like-minded and related local institutions (such as the 산울림 어린이 학교 and 가양주 협동조합), as well as extended relatives of all of these members.

As a researcher, I also thought about the meaning of 소박하다. Over the course of my conversations, people expressed to me the importance of the very local community, geography, and history of the 개울 건너밭, the importance of making and exchanging things that one cared for oneself out of the local context, without artificial ingredients or pesticides, and slowly over time. People talked about selling things like this that they made, as a way of communicating and sharing these values. There is also the notion of 장터, which, though it means "marketplace," also reminds me of the place for a kind of 장, scene or scenario, to occur. I like this idea, that the 소박한 장터 is not about buying and selling so as to extract a profit, as one would do in a typical market, but the setting of a scene in which people practice an alternative set of values by sharing them with others in the extended community. I am curious what we as 소농학교 학생 will make for the fall 장터. I am already looking forward to it. ^^

(Photo of the banner of the 소박한 장터)

[8기ㅡ최창규]

엘리스님 글 처음봤어요.
이날도 인터뷰를 여러사람에게서 많이 하셨군요.
기록을 어떻게 이렇게 잘하시는지 신비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