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깬 현은 자신이 낯선 공간에 덩그러니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내가 왜 여기 누워 있었지. 분명 나는 조금 전까지 출장을 가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는데…… 눈에 들어오는 방안의 풍경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것들 뿐이었다. 고급스러운 가죽 소파 장식장에는 금빛으로 빛나는 트로피가 줄지어 늘어 서 있다. 넓은, 방안에는 현, 자신이 우두커니 있다. 고개를 갸웃, 몇 번이나 기억을 떠올리려 생각을 복기했지만 편두통처럼 머리가 아프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매고 앉아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으니 귓속에서는 윙윙대는 소리만 들리고 사람 소리는 들리는 않는다. 마실 것을 찾기 위해 소파에서 일어났다. ‛여기가 어디지…‛ ‛내가 왜 여기에 있지.’ 현은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소파 테이블에는 조금 전에 꽃을 꽂았는지 향기가, 그윽하다 분명 겨울인데 이렇게 아름답고 싱싱한 꽃을 볼 수 있다니 속으로 감탄하며 향기를 따라 방안을 살폈다. 넓은 방에는 갖가지 운동 기구와 영화관 화면처럼 큰 텔레비전이 눈에 들어왔다. ‘와…아 방 한번 크다, 근데 여기 누구 집이지…’ 혹시 내가 집을 잘못 찾아온 것일까… 그때였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현아? 뭐 해 전화해도 안 받고…” 누군가 방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지막하게 슬리퍼 끄는 소리가 들리더니 조용하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애가 어디에 있기에 대답이 없어.” 여자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현은 차마 밖으로 나갈 용기가 없다. 사실 아직도 상황 판단이 서지 않아 자신이 도둑 누명이라도 쓰게 되면… 하지만 계속해서 화장실에 숨어 있을 수도 없다 누구든지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어떡하지… 하필 속옷만 입고 있는 이때 머릿속에서 바람 소리가, 요란하다. 밖에서는 요란한 휴대폰 벨 소리가 들린다. 현은 목욕 가운을 걸치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화장실 밖에는 우아한 차림의 여인이 얼굴에 웃음을 띠며 서 있다. 중년 여자의 웃음 띤 얼굴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며 사죄의 인사를 했다. “죄송 합…” 현이 부끄럽고 송구스럽다는 표정으로 오 여사 앞에서 쩔쩔매고 있자 “애가 지금 뭐 하는 거야?” “안 하던 짓을 하고.” 오 여사는 현의 우스꽝스러운 몸짓에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거리며 “아직도 애처럼 장난이나 치고 있어…” 오 여사의 다정한 말에 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현아 뭐 해?… 아직도 준비 안 했어?” 현이라고 했어, 나에게 ‘그럼 내가 현, 그러면 이 분이 내 엄마!!! 현은 오 여사가 방을 나가자마자, 자신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아 얏, 정말 아프네.” ‘그럼 꿈은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나는 어디 있는 거지.’ 현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 하려 애쓰고 있다. 잠에서 깨어났을 뿐인데, 어느 부잣집 아들이란다 그리고 이름이 현이라고 한다. 이 상황 정말 어떻게 된 거야 ‘왜 나는 하필 깨어났을 때, 달랑 팬티 한 장만 걸치고 있었지 기억하기로 분명 외출복을 입고 있었는데…’ 현이 거실에 서서 멍하게 서 있자 오 여사가 현에게 재촉한다. ‘애가 오늘따라 왜 그래, 아빠 기다리신다, 빨리 준비하고 나와…’ 현은 대답 대신 고개만 까딱한다. 그리고 여자를 보면 습관처럼 감탄한다. ‘우 와, 너무 미인이다, 엄청 ―젊다‛ ‘내가 아는 사람과 다르긴 한데 — 현이라 이제 내 이름은 현.’ 무엇인가 번쩍하는 소음에 정신을 잃었는데.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손이 모자란 장안동 T 제과점에 일손을 돕기 위해 새벽 6시에 집을 나서다 변을 당했다는 것은 마치 전생의 기억처럼 어렴풋하게 안개 속에서 마주한 것도 같은데 그 기억이 마치 아- 주 오래전 일처럼 아니면 다른 사람의 기억을 훔쳐본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런데 깨어 보니 어느 부잣집 도련님이 되어 있다 옷장에서 옷을 꺼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현이다. 드레스룸에는 모양도 색깔도 가지가지 이상하게 생긴 옷들이 정렬되어 있다. 이렇게 많은 옷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우두커니 서 있다. 애들처럼 옷을 입으려니 벌레가 스멀거리는 것 같아 쓴웃음이 나온다.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생생한데, 꿈이 아니냐고 확인하기 위해 자신 얼굴을 꼬집었지만 아팠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 그러면 꿈이 아닌 현실이다. 가난한 빵쟁이를 어떤 사고로 하느님이 불쌍한 나를 위해 이런 부잣집에 잠시 데려다 놓았다, 생각하면서 옷장에 있는 옷 중에서 대충 골라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식탁에는 이 집의 가장인 아빠 차 회장이 눈으로는 신문을 바라보며 살찐 입으로는 연신 음식을 씹으며,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눈치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현이 인사를 건네자 무슨 뚱딴지같은 표정이냐는 얼굴로, 밥을 뜨고 있던 오 여사가 눈짓으로 현에게, 자리에 앉기를 권한다. 맞은편에는 매사에 신경질적인 형인 준이 식탁에 앉아 식사하고 있다, 현을 보자마자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너는 학교 갈 시간 다 되어 가는데 뭘 그렇게 꾸물대는 거야” “게으른 자식” 아침부터 욕설을 듣자 급 피로감이 몰려온다. ‘내가 게으른 자식이라고… 이 집에서 나의 존재가 뭘까.’ 무엇 때문에, 동생에게 대 놓고 욕할까. 준의 존재를 알기 전에 아마 나는 예전에 읽은 소설 속 주인공처럼 현실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준은 무엇 때문에 심술이 났는지 아침부터 현에게 욕을 한다. 현은 얼른 식탁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미안해 형.” 억지 미소를 지으며 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너스레를 떨고 있다 “다음부터는 식사 때는 미리 준비하고 있을게.” 자신도 모르게 손을 공손하게 모아서 인사를 하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차 현의 어머니 오 여사는 “애도 촌스럽게 그러니 형이니까 네가 이해해.” 내가 지금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얼른 이 상황에서 적응할 생각을 해야지 나는 참 바보인가 보다. 현은 이마에 여드름이 잔뜩 나 있고 신경질적인 준을 바라보며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웃고 있다. 그래 이번 생은 네가 나의 형이니까 내가 봐준다. 전생에는 바보처럼 살다, 친구에게 배신당하더니 이번엔 환생한 인물이 하필 고등학생이라니, 아이고 내 팔자야 공부는 딱 질색인데 다시 대학입시 시험공부라니… 그날 저녁 학교에서 돌아온 현이 방안을 찬찬히 살피고 있다 전생의 기억 따위는 잊고 현재 생의 인물에, 전이 되려면 무엇 하나 소홀할 수가 없다 현의 시선은 협탁 위에 있는 책자로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그곳에는 로봇 그림이 그려져 있는 책자가 여러 권 쌓여 있었다. 현이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책자를 넘겼다. 그러나 무슨 사용 설명서 같은데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책장을 덮었다. 현은 방안에 냉장고가 있어 목이 마르면, 부엌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다.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이 있으니 한편으로는 행복하다. 현으로 살게 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자신은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 습관처럼 무서운 것은 없는지, 새벽 6시면 일어나 세수한다. 그리고 허둥지둥 출근 준비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손을 씻다 거울에 비친 자신 모습을 보고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 아직도 전생의 기억이 흉몽처럼 떠오르는데 거울 속에는 키가 큰 소년이 놀란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거울 속 소년의 이름은 차 현 고등학교 1학년 나이는 17살 키가 크고 얼굴이 하얀, 귀공자처럼 생긴 소년이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다. 소년을 보며 씩 웃자 거울 속 현도 나를 보고 웃는다. 재벌 집 막내아들로 환생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은 설정이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둘째 아들로 거대 그룹을 거느린 재벌 총수 욕심이 많고 정치에 대한 야망도 있음. 엄마, 재벌가의 며느리답게 돈이 많음 외할아버지는 학교 재단 이사장 외할머니 또한 어린 시절부터 경제에 밝음. 정말 요술 거울이 아니라면, 아니 꿈을 꾸고 있지 않다면, 자신은 지금 거대한 덤프트럭의, 클랙슨 소리에 놀라서 기절하기 전의 준호는 어디 있단 말인가. 설마 죽었을까? 핸드폰을 열었다 핸드폰에는 현이 알고 지내는 친구들과 친척들의 전화번호가 창에 뜬다. 아직도 현은 핸드폰 조작이, 미숙하다 한참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다 갤러리를 열었다 그곳에는 현이 궁금했던 것들이 날짜별로 나열되어 있었다. 휴대폰에는 현의 사진이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 이어진다. 그리고 현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손목에는 상처투성이의 싸구려 시계 대신 반짝이는 시계가 차 현을 응시하고 있다. 시계 하나만 봐도 돈이 많은 집인 것 같은데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분위기가 싸한 기운이 자신을 감싼다. ’ 뭐지… 도대체 뭐냐고…‘ 현은 넋이 나간 듯 그 자리에 서서 거울만 응시하고 있다. 차 현의 엄마인 오 여사가 차가운 미소를 흘리고 있다. "잊었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무 기억이 없는데요?" 오 여사가 얼굴을 살짝 찡그린다. "무슨 날인데요?" 현이 물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내일은 병원에 가서 진찰해 봐야겠어.” 윤 박사 말로는 일주일이면, 정신이 되돌아올 거라 했는데, 이상하다. 오 여사는 고개를 갸웃한다. “너는 이상하지 않아?” “병원에는 왜.” 현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오 여사가 “너 정말 기억에 없는 거니?” “예 사실 저는 병원에 갔던 기억이 없어요, 엄마.” 현은 오 여사에게 또박또박 엄마라고 말을 하고 보니 속에서 무엇이 치미는 것처럼, 어색한 기운이 온몸을 스친다. 현이 기억하는 것은 자신이 소파에서 일어난 이후의 것만 기억에 있고 잠들기 전. 말에서 떨어져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오 여사에게 들었지만 자신 몸을, 이리저리 살펴도 몸에 상처는 없고 단지 타박상 입은 푸른 멍의 흔적만 있을 뿐이었다. “아니지, 며칠 동안 의식 없이 병원에 누워 있었는데, 전혀 기억에 없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야, 전혀 딴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은 너답지 않아―” 오 여사는 막내 현이 귀엽다. 딸이 없는 오 여사는 현이 어릴 때부터, 딸을 대하듯 했다. 오 여사는 막내아들이 귀엽다는 듯이 한참을 쳐다보는데, 현은 그 시선이 부끄러워 얼굴 고개를 돌린다. 현은 오 여사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나다운 것은 뭘까 연구 좀 해야겠다. “근데 너 표정을 보니 애가… 정말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인데 단기 기억 상실증 아니야?” 오 여사는 한숨을 푹 쉬더니, 말을 이어 갔다 "찰리가 너를 그렇게 야멸차게 걷어찰 줄 누가 알았겠니? "찰리가 누군데요?“ 현이 오 여사를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어머 애, 현아 너 아직도 기억이 안 나는 거야“ “저는 응 그러니까 찰리라는 애 기억에 없는데.” 오 여사는 아들을 찬찬히 바라보며 말을 이어 갔다 “찰 리가 달리다 너를 넘어트리고 혼자 달아났잖아 그래서 너는 병원에 며칠 동안 누워 있었던 거고―” “아… 아 … 알았어요, 엄마.” “기억해 볼게요.” 현은 오 여사와 더 이상 이야기했다 자신의 정체가 들통이 날 것만 같다. 자신이 현이 아니고 전생의 준호라는 사실을 알까 점점 두렵다. “이럴 게 아니라 너 다친 곳 한번 보자 그때 멍들었던 자국이 있을 거야.” 하고 오 여사는 현의 옷을 끌어당긴다. 현은 오 여사에게서 멀리 벗어난다. 그리고 바지를 올려 상처를 살핀다. 다리를 살펴보아도 멍은 없다. “얘가 엄마 말은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는 구나” 현은 미치겠다. 이럴 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오 여사는 쉽게 물러나지 않고, 현의 상태를 살핀다. "너 고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아빠가 너에게 선물한 영국에서 거금을 들여 들여온 말이잖아...‛ ‘달리는 말이라니…’ 고등학교 입학 선물로 말을 선물하다니 정말 재벌 집이 맞긴맞구나. 현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푹 쉬었다. 현이 쓰는 방으로 연결된 거실에는 한쪽 벽이 온통 장난감이다. 장난감도 정말 고급스럽다. 방 한 곳은 피규어가 잔뜩 진열되어 있는데, 정작 나는 피규어에, 관심이 없다. “제가 그 말을 내가 좋아했어요???” “그럴 리가 없는데, 나는 말은 구경도 못 해 봤는데” 잠깐 딴생각에 빠진 현이 혼자 중얼거리자 오 여사는 현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너 정말 기억이 전혀 안 나는 거야?“ ”네가 얼마나 찰리를 좋아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너 일부러 그 애를 잊으려 하는 것 같은데, 아빠가 다음 주에 영국에서 혈통 좋은 말을 공수하기로 했으니 걱정 하지마.” ”이제 찰리는 잊는 게 좋을 거야. “ 오 여사의 말을 듣고 현은 이제 말이 싫다고 정말 말 타는 거 할 수 없다고 투정을 부리려다, 더 이상 문제가 생기는 것이 싫어 고개를 저었다. 씨엔디자인 Daum 카페 |
첫댓글 잼나게 잘 보고 있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