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13일차] #33 첫 번째 D-DAY, 실전에서 드러나는 강점

[이하진]

“해볼게요.”

10시부터 기획단 아이들이 회의실로 모입니다.

간단히 일정을 나누고, 각자 맡은 역할을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아이들에게 역할을 잘 알려줄 방법을 찾다가

아이들 이름표에 들어갈 만한 작은 사이즈로 각 프로그램 별 역할을 정리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이 한 명씩 도착할 때마다 이름표를 건네주며 역할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전날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갑작스레 운동회를 진행하게 된 승빈이입니다.

승빈이가 부담스러워 하지는 않을지, 하기 싫다고 하지는 않을지 걱정이었습니다.

막 도착한 승빈이를 붙잡고 최대한 조심스레 운동회 진행을 해보면 어떨지 물어봅니다.

 “해볼게요.”

승빈이의 대답에 잠시 벙찝니다.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 그동안 걱정했던 것이 씻기는 후련한 마음까지.

2주 내내 아이들에게 감동받았던 적 많지만, 촉박하게 돌아가는 당일에 보여주는 마음은 더 크게 다가옵니다.

맡은 역할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굳게 마음 먹고 ‘해보겠다’하는 마음은 조금 더 크고 무겁습니다.

다만 그 무게가 짐처럼 다가오지 않고,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맡은 바, 기획한 바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강당을 빌리고자 담당자 선생님께 전화하며 긴장하고 떨려하던 승빈이가

어느새 프로그램에 대한 진심으로 진행까지 맡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혹시 몰라 간단하게 준비한 대본을 보여주니, 직접 읽어보며 대본을 수정합니다.

대본을 프린트해주니 대본을 들고다니며 열심히 연습합니다.

다른 친구에게 부탁하여 함께 할까 물으니, 이미 연습을 해 괜찮다고 합니다.

승빈이의 책임감 있는 모습은 늘 봐왔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유독 빛을 발합니다.

오늘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않을 보물탐험대 팀 기획단 아이들에게도 역할을 다시 알려줍니다.

각자 역할을 알려준 후에는 전체적인 일정을 알려주며 오늘 하루 있을 일을 미리 모두와 공유합니다.

이미 아이들은 친구들과 놀 생각에 들떠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점심 먹고, 복지관에서 준비물 챙겨 운동회가 열릴 체육관으로 향합니다.

부딪히면서도 어울립니다

진행과 기획단 및 일정 소개를 맡은 승빈이가 역할 다 합니다.

기획단 소개를 했더니, 운동회에 참여한 친구가 맨 앞 줄에서 물어봅니다.

 “이거 다 기획단 친구들이 만든 거예요?”

 “멋있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서준이에게 전달하니 머쓱한 듯 아무 반응 없이 넘깁니다.

당시에는 아무 반응 없었지만, 아이들은 뿌듯해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멋있다 여기는 일을 해내고, 그 덕분에 아이들이 즐거워했던 오늘 하루가 즐거웠던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규칙 설명을 맡은 규환이가 규칙을 설명하며 운동회 첫 번째 종목인 피구가 시작됩니다.

승빈이는 진행을 시작하며 잠시 버벅이는가 싶더니 운동회를 깔끔히 정리합니다.

일반 피구를 시작했는데, 고학년이 던진 공에 맞은 저학년은 아웃되지 않는다는 규칙이

한 팀에게 불리하다는 규환이와 서준이의 불만사항이 들어옵니다.

정작 팀원 아이들은 불만이 없는데도 계속해서 규칙을 바꾸자 합니다.

어찌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승빈이와 혜리가 맞섭니다.

운동회 종목을 정하면서도 한 번 맞선 적이 있는지라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단비 선생님과 함께 나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각자의 의견에 일리가 있습니다.

조금씩 양보했으면 하지만, 규환이와 서준이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습니다.

우선 아이들이 말한 대로 규칙을 없애되, 왕피구로 종목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아이들끼리 다투느라 진행에 장애가 생기면 어쩌나 했지만, 조율한 결과대로 또 잘 어울려 놉니다.

하려던 대로 피구도 하고, 훌라후프 줄넘기도 하고, 막대 오래 버티기도 하고, 막대 술래잡기도 합니다.

운동회 종목을 정하며 농구를 주제로 서로 맞섰던 기억에 농구 시간을 걱정했지만,

막상 농구 시간이 되니 우선 다함께 막대 술래잡기를 몇 판이나 실컷 즐기고, 많은 아이들이 지쳐 무대 위로 올라옵니다.

기운이 남은 아이들, 농구가 하고 싶은 아이들만 모여 농구를 가르치거나 배우고, 함께 경기합니다.

갈등 끝에 정해진 운동회의 모습은 오간 데 없고, 모두가 어우러지는 운동회만 남았습니다.

가끔 팀이 불균형하게 나뉠 때면 또 서로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함께 어울려 놉니다.

진행을 맡거나 심판을 맡을 때면 의젓하게 자신의 몫을 잘 해내는 승빈이도 놀이에 참여하면 신이 나 뛰어다닙니다.

마지막 발야구는 참여 인원이 적어 금방 끝나자, 시간이 남아 다른 놀이도 함께 했습니다.

중간중간 지쳐 잠시 쉬는 아이들, 몸이 좋지 않아 무대 한 켠에서 안정을 취하는 아이들,

모두들 다른 것을 하고 있지만 금새 주변에는 친구들이 몰려듭니다. 무엇을 하든 함께 합니다.

아이들은 처음 만나도 친구가 되어 함께 있습니다. 즐겁게 놀기 바랐던 마음이 한껏 충족됩니다.

모든 경기가 끝나고 시상식을 진행했습니다.

3등까지 상품을 준비했는데, 1등이 4명 나왔습니다.

어찌할까 고민하다 혹시 몰라 챙겨온 참가상품을 챙겨 4등 상품으로 정했습니다.

1등 안에서는 등수를 어떻게 정할까 물으니 가위바위보로 하면 된다 합니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을 몰라 초조해 하기만 했습니다.

아이들의 의견에 따라 1등을 모두 무대 위로 불러 가위바위보를 합니다.

4등 아이가 아쉬워하지 않을까 싶어 걱정했지만, 아무것도 안 받은 건 아니라 다행이라합니다.

아이들은 상품보다는 그저 함께 즐기고 노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가볍게 생각하고 돌아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즐거워보입니다.

운동회 중간에 승빈이 부모님께서 연락이 오셨습니다.

승빈이에게서 운동회가 재미있다 연락왔다고 합니다.

힘들지는 않을지, 버겁지는 않을지, 앞서 걱정했습니다.

아이들은 맡은 역할 해내며 뿌듯해하고, 직접 만든 놀이 즐기며 재미있어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강점으로 놀이를 꾸려보는 그 과정 자체를 재미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실전에서 드러나는 강점

운동회 후 저녁을 먹은 아이들은 곧바로 복지관 별관으로 갑니다.

공포체험을 준비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녁을 먹고 잠시 쉴 겸 강당에서 모이자고 했지만,

이미 공포체험을 제대로 준비할 마음을 먹은 아이들은 쉴 생각도 없습니다.

급히 뒤따라가 공포체험을 돕습니다.

준비를 하고 있으니 다윤이와 혜리도 함께 꾸미기 위해 옵니다.

봉사자 선생님들도 하나둘 씩 모입니다. 이렇게 많은 도움이 함께 합니다.

빨간 조명을 만들고, 귀신 사진을 붙이자는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인데, 훨씬 다양한 아이디어로 방을 채웁니다.

마스킹테이프로 무서운 문구를 적고, 빨간 물감으로 손자국을 남깁니다.

어느새 그럴 듯한 공포체험방이 됩니다. 방탈출을 위한 방에서는 귀신 사진을 붙이고 방 곳곳에 문제를 숨깁니다.

어느새 함께 하는 손길이 늘었습니다.

수빈이와 수영이도 놀러 와서 돕고 있고,

영화 소개와 구삼촌 소개를 마치고 강당에서 돌아온 승빈이도 이리저리 함께 할 일이 없는지 기웃거립니다.

원래 영화를 끝마치고 마무리 멘트를 하려고 했던 수빈이에게 공포체험에서 할 만한 역할을 제안합니다.

공포체험을 위해 입장하는 친구들에게 공포체험의 세 가지 놀이를 소개하고 안내하는 역할입니다.

그간 기획단 활동을 하며 오랜 시간을 함께 하지는 못해 수빈이의 강점을 자세히 들여다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친구들 앞에서 공포체험을 자세히 설명하고,

친구들을 인솔하는 모습을 보며 섬세하고 담대한 수빈이의 강점을 발견합니다.

연후는 공포체험 방을 꾸미다가 또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습니다.

옆 방에서 숨어 있다가, 아이들이 401호에 입장하면 몰래 들어가 놀래킨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연후의 열정이 가감없이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에어컨을 켜지 않아 덥고 습한 방에도 망설임없이 들어가 대기하려고 하길래 급히 에어컨을 켜주었습니다.

에어컨이 켜졌는지 아닌지 알지도 못한 채 어떻게 하면 더 놀래킬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선생님! 애들 들어오면 꼭 말해주세요! 바로 나가야 돼요!”

물론 다른 아이들도 모두 진심을 다해 준비합니다.

규환이도 404호 창고에 들어가 있다가 아이들을 놀래킬 생각입니다.

공포체험이 시작되고, 한 팀씩 들어옵니다.

연후도, 서준이도, 다윤이도, 규환이도 모두 몰래 숨어 아이들을 놀래킵니다.

가끔 정말 놀라는 아이들도 있고, 시시하다며 타박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친구들이 잘 놀라면 연후 어깨도 그만큼 올라가고, 잘 놀라지 않으면 발을 동동 구르며 괘씸해 합니다.

규환이는 공포체험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분명 가면도 쓰기 싫고 분장도 싫다고 했던 규환이가 정작 당일에는 분장에 제일 열심입니다.

서준이가 챙겨온 붕대를 얼굴과 팔에 감아 미라 분장을 합니다.

붕대에 빨간 물감도 조금씩 묻혀 더 공포스럽습니다.

방탈출을 위해 걸어오던 아이들이 방심한 순간 놀래킵니다.

회의에서는 분장이 귀찮은 듯 말했지만 가장 열심히었던 규환이는,

먼저 공포체험을 끝내고 돌아간 아이들이 스포일러를 했다고 하자 열을 냅니다.

 “선생님 애들이 스포했다는 게 진짜예요? 스포하면 안 되는데!”

잘 준비한 만큼 재미를 주고 싶은 마음일 것입니다.

규환이는 공포체험이 진행되는 내내 붕대를 더 감고, 다시 감고, 물감을 더 칠하면서 계속해서 준비합니다.

아이디어만 잘 내는 줄 알았던 규환이는 실전에도 강했습니다.

미리 준비하지 않았던 미라 분장을 척척 해내고,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에서 아이들을 놀라게 합니다.

이렇게 실전에서 드러나는 강점도 있습니다.

아이들 덕분에 준비했던 만큼, 그 이상으로 훌륭한 프로그램 되었습니다. 주인공 되었습니다.

시상식을 진행하는 내내 기획단은 왜 상품이 없냐는 연후의 질문을 들었습니다.

기획단 아이들도 진정으로 주인공되었다 느낄 수 있도록, 수료식 잘 준비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참여자 아이들 즐겁게 놀 수 있게 방학 내내 준비한 만큼, 즐거운 수료식 저희가 만들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