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081116
* 어디로/대관령 옛길 걷기
* 누구와/ 채응규 전태일 원미화 오윤옥 장복미 김주연 전재옥
* 코스/ 대관령박물관-원율이제-하제민원-주막터-제2쉼터-반정-국사성황당-반정-대관령박물관 16km
춥지도 덥지도 않은 요즘 계절이 산다니기에 더 없이 좋다.
그러나 봄철 가을철 일년에 두번 불씨를 지녔다는 이유로 山門은 늘 우리앞에 닫혀 있다.
닫힌 山門, 열린곳을 찾으러... 어디 한 곳 우리를 받아줄곳을 찾다보니 대관령 옛길이 나왔다.
강릉시 성산면으로 들어가서 국사성황당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내려오는 코스로 16km쯤 된다.
국사성황당에서 도로를 따라 조금 걷다가 제왕산 능선으로 돌아서 주막터까지 오면 원점회귀 산행으로 딱 좋은데
그 코스는 당연 山門 닫힌 코스여서 좀 아쉬웠다.
11월 가을날 가볍게 갔다오기엔 거리상도 너무 멀지않고 딱 맞춤이었다
아침6시. 태백에서 출발한팀과 합류를 했다. (고한출발06:07)
어젯밤 늦게 잠자리에 들은탓에 미화와 나는 뒷자리에서 성산까지 오는 내내 꾸벅꾸벅 ....(이사님죄송)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대관령박물관 앞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대관령옛길 표지석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 박고, 잔물버리고 배낭을 다잡은 시간이 07:45
마을로 난 시멘트 포장길을 걷는다.
이렇게 에쁜길을 걸어보는것이 얼마만이던가?
단풍은 빛이 바랬지만 아직도 나뭇가지에 붙어있고, 11월의 아침은 그렇게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맞는다.
주연언니는 " 너무너무 좋고 너무너무 행복하고 너무너무...너무너무..."
너무너무를 꼭 두번씩 엮어서 감탄사를 마구 쏘아댄다. 산에만 오면 행복해지는 여자이다.
주연언니의 행복함에 같이 행복해지면서 원울이제를 지나고, 생명의샘터를 지나고-예전엔 이 샘물이 대관령을
넘나들던 사람들에게 얼마나 요긴했을까- 초록산장을 지나고 하제민원을 지난다.
박물관에서 하제민원까지 1.5km쯤 걸었을까. 이곳부터는 계곡길이다.
본격적인 산길로 빠져 들어간다. 요즘같은 가뭄끝에 계곡에는 상당한 수량의 물이 흐른다.
여름 한 철에는 피서객들로 들볶이겠다.
하제민원의 우주선 화장실
어젯밤 늦게까지 과음한 오여사를 위하여 계곡 한켠에 자리를 잡는다.
해장술로 오여사 속을 달래기도 하고, 입산주로 가볍게 목을 축이기도 하고 산속에 들어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주연언니의 말을 빌어 너무너무^^행복하다.
완만한 계곡길을 걷는다. 이 길엔 참나무가 많아서 낙엽이 많이 쌓여 있다.
푹신푹신하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때문에 또 행복한 산행이다.
낙엽을 밟고 가다보니 구르몽의 감미로운 시 한수가 스친다.
낙엽으로 뒤덮힌 옛길
시몬, 나무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 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밟는 소리가,
-레미 드 구르몽의 낙엽
08:50 주막터 도착.
"주모~~, 나왔네. 막걸리 한 사발 가져와 보시게나"
너스레를 떤다. 옛 주막터를 복원해 놓았다. 잠시 들마루에 앉아 쉬어가기에 좋은 자리이다.
이 길은 다른 산길과는 달리 앞사람 뒷꿈치보며 올라갔다가 후다닥 내려오는 그런 길은 아니다.
계절을 느끼며 생각하고 나를 찾는 사색의 길이다 .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그런 길이다.
천천히 계절을 음미하고, 이야기하고, 자연속에 동화되어 간다.
반정(구, 영동고속도로와 만나는곳) 1km를 남겨둔 제2쉼터에 자리를 폈다.
아침을 안먹은이도 있고, 시간상 여기쯤에서 아점을 해결해야 하산해서 점저 먹는데 쉬울듯,
오여사표 불고기도 볶고, 된장찌개도 끊이고, 채이사표 칵테일에....사과..김밥...주먹밥...양배추쌈...소주..
다른 사람들의 눈과 코를 자극하면서 오붓한 이 시간. 이런것들을 위해서 산에 오는지도 모르겠다.
주막터
제2쉼터-벤치가 있어 간식을 먹기에 좋다
늙으신 어머님을 강릉에두고
이 몸은 홀로 서울길로 가는 이 마음
돌아보니 북촌은 아득도 한데
흰구름만 저문산을 날아 내리네
사친시-신사임당
신사임당이 율곡의 손을 잡고 강릉땅에 어머님을 홀로 두고 대관령을 울며 넘을제 지었다는 사친시이다
지금이야 길이 좋아졌지만 그 옛날에는 이 길이 얼마나 높고 깊고 ...
대관령을 예전에는 대굴령이라 했단다. 하도 가파르고 넘어지면 대굴대굴 구른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신사임당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11:00 제2쉼터 출발. 11:20 반정도착.
반정
예쁜화장실에 잔물 버리는 시간 10분소요. 국사성황당까지는 18.3km 옛길의 연속이다.
국사성황당 도착12;05. 이 곳은 백두대간상에 놓인 곳이다. 설악권에서 진고개 거쳐 대관령으로 오는 길목이며,
여기에서 닭목재를 지나 삽당령거쳐 대간은 지리산까지 장쾌하게 꿈틀거린다.
이곳에서 선자령쪽으로 가면 좋으련만.....감시초소에 아저씨의 예사롭지 않은 눈빛을 뒤로하며 올라오던 길을 다시
되내림한다.(12:20)
반정을 지나고, 제2쉼터의 맛있는 추억도 지나고, 주막터에 다다랐다.
아침엔 시간이 일러서 그랬는지 문도 활짝 열어놓고 숲해설가 한 분이 주워온 나뭇가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나무공예 때 쓸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 데리고 솟대 같은것을 만드는 체험을 한단다.
14:40. 대관령 박물관 도착.
아름다운 길을, 사색의 길을, 나를 찾는 길을 7시간동안 걸었다.
겨울 지나고 새싹돋는 봄에 다시 한번 다시 찾아야 겠다. 혼자 걸어도 좋을 이 길을 얼마동안은 잊지못할 것 같다.
사북도착16:05
국사성황당
단원 김홍도의 대관령
마름터에서 가벼운 뒷풀이
첫댓글 대관령 옛길 이야기 잘 들었네. 그런데 아는 얼굴도 두엇 있구먼. 전태일 아우님과 미화 씨~. 반가워라. 안부 전해 주고.
spq!!
그렇게 좋은곳도 있었나요 한번 안내좀 하시지요 좋은때 소집하셔서.......... 그림 좋습니다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