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일 차(2020.7.4)>
제주 둘째 날이 밝았다. 비록 수면 시간은 짧았지만 어젯밤 게스트하우스에서 비교적 평온한 밤을 보냈다. 4인실 방을 홀로 잘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주인장이 고마웠다. 빗속 강행군 탓에 몸도 마음도 몹시 힘들고 피곤했지만 새벽에 일어나니 가뿐하고 머릿속은 냉수를 끼얹은 듯 맑아왔다. 이제 제주도 일주, 75km를 남겨두고 있다. 페달을 천천히 쉬엄쉬엄 돌려도 오후 3시까지면 충분할 거 같다. 오늘 토요일은 제주에서 부산까지 배편이 있는 날이다. 저녁에 배를 타면 내일 아침 일찍 부산에 도착하여 바로 낙동강 자전거길과 새재·한강 자전거길 종주를 햐면서 서울에 갈 수 있다. 흐린 날씨지만 일단 비가 내리지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좀 느긋하게 6시 반에 길을 나선다.
먼저 표선해비치해변 인증센터로 가 도장을 찍었다. 어젯밤 식사한 식당 코앞에 있었는데 어제는 그걸 몰랐다. 인증센터 부스 앞은 넓은 모래사장의 표선해변이다. 맑은 날이라면 피서 인파로 분빌 테지만 비가 오고 흐른 날씨라 오늘은 소나무 밑의 십여 개 텐트만이 조용히 아침을 맞고 있다. 나는 오늘도 안전한 라이딩을 다짐하며 자전가에 올라탄다.
해변을 지난 자전거길은 바닷가를 벗어나 일반도로의 가장자리로 이어졌다. 30여 분 달려가자 자전거길은 우측으로 돌아서며 곧 자전거 전용의 해안길이 나왔다. 어둠이 걷힌 이른 아침의 바닷가는 바람만 나부낄뿐 고즈넉했다. 잡지에 나오는 사진처럼 바닷가가 아름답다. 바다 풍경을 사진에 담고 싶던 차에 마침 비막이 쉼터가 있어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숙소에 뭘 두고 온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엄습해 왔다. 소지품을 확인해 보니 라이더들이 여권이라도 부르는 인증수첩이 없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인증도장 날인 후 부스 안에 놓고 온 것이 분명했다. 바로 덮으면 잉크가 이면에 번질지 몰라 마르라고 잠깐 펴 놓는다는 게 그냥 두고 온 것이다. 이미 7km 정도를 왔는데 이걸 어쩐단 말인가. 아쉽지만 찾으러 가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인증센터 부스에 간들 이미 누가 가져갔을 수도 있고, 휴대전화 앱에 '사이버 인증' 기록이 되었기 때문에 수첩이 없어도 자저거길 종주를 인정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찾는 걸 단념하고 막 출발하려는데 휴대폰 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전화번호다. '아, 수첩을 주은 사람이구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예상대로 인증센터 부스에서 주웠다고 했다.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찾으로 가겠다고 하고 자전거 방향을 트는데, 앞바퀴가 둔탁해지며 무겁게 구르지 않은가. 펑크였다. 난감했다. 일단 자전거를 끌고 방금 지나온 일반도로로 나오는데 주유소가 보였다. 잧아가서 다짜고짜 사정 얘기를 하자 표선에 가면 수리점이 있단다.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을 하자 직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준다. 곧 택시가 도착하여 자전거를 싣고 표선까자 다시 가서 타이어 튜브를 갈아 끼웠다. 그 길로 인증센터 부스에 가서 수첩을 돌려 받을 수 있었다. 수첩을 주은 이는 이는 40 전후의 남성으로 이미 자전거 국토종주를 마친 자전거마니아였다. 인천에 사는데 해변에 텐트를 치고 며칠 째 제주 관광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몇 번이나 고마움을 표하고 나는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뜻하지 않은 펑크 탓에 일정이 두 시간 정도 늦어졌다. 문제가 생긴 건 아니지만 종주를 마치고 오늘 저녁에 부산으로 가는 배를 타려면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될 거 같다. 다행인 건 날씨다.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다. 희망 섞인 기대일까. 어쩌면 오늘 비가 안 올 듯싶다. 한적한 자전거길을 홀로 콧노래를 부르며 달려가는데 뷰가 좋은 해안가가 나왔다. 동식물의 불법 채취를 금하는 경고문이 서 있는데 온평리어촌계장 명의로 돼 있는 걸로 보아 마을 이름이 온평리일 터. 성산읍 온평리, 내 다음에 제주에 또 오거든 이곳에서 하루쯤 머물고 싶다. 등대를 배경으로 한 여대생이 셀카 찍느라 바쁘다. 친구들과 놀러 왔는데 근처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단다. 사진 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자 정성을 다해 셔터를 여러 번 누른다. 곁에 60쯤 돼 보이는 남성이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금년 12월에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단다. 퇴직 전 6 개월 동안은 출근 대신, 자유롭게 퇴직 후를 준비할 수 있게 회사가 제도적으로 배려하는 덕에 제주에 와서 걷고 있다고 한다. 내가 몇 년 일찍 경험한 선배인 셈인데 그의 심정을 웬만큼은 이해할 수 있겠다.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장강( 長江,양자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
일대신인환구인(一代新人換舊人)
한 시대의 새사람이 옛사람을 대신하네
명대(明代) 말기에 편찬된 처세 격연집인 중광현문(增廣賢文)에 나오는 글귀다. 쉽게 말해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뚯이다.천세만세 누릴 것 같던 권세와 영예도 세월이 흐르면 다 내려 놓게 된다는 말이다. "먼 옛날 어느 분이/내게 물려 주었듯이//지금 어드메쯤/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그분을 위하여/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조병화 시인도 '의자'(椅子)'에서 세대 교체의 당위성을 노래했다. 퇴직을 앞둔 그 친구, 올레길을 걸으며, 끝없는 바다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서로 통성명도 하지 않았지만 부디 제주 해변에서 퇴직 준비에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되었기를 기대한다.
하늘에 낮게 깔렸던 비구름이 점점 옅어지는 걸로 보아 비는 오지 않을 것 같다. 발치에서 파도 소리 우렁차게 들리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더없이 부드럽다. 몸도 마음도 가볍고 평탄한 자전거길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바다풍경에 취해 천천히 페달을 밟는데 앞에 "성산일출봉 7km" 이정표가 서 있고 그 뒤에 바다 위로 솟은 듯, 직사각형 모양의 작은 산봉우리가 보였다. 그 유명한 성산일출봉인 모양이다. 어제도 비슷한 모양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산을 만났다. 성산일 거라고 추축했는데 아니었다. 하지만 이정표가 있으니 이건 틀림없을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10시가 지난 시간인데 길 모퉁이에 깔끔한 외모의 식당이 있다. "은희네해장국 성산점"이다. 얼른 다가가 식당 앞 벤치에 자전거를 세웠다. 손을 내멸면 닿을 듯 성산이 정면에 보이고 눈을 오른쪽으로 조금만 돌리면 하얀 파도가 넘실댄다. 식사를 며쳤는데 은근히 막걸리 생각이 고개를 든다. 반 병은 팔지 않는다 해서 할 수 없이 한 병을 샀다. 반찬으로 나온 깍뚜기를 안주삼아 자작으로 거푸 네 잔이나 마셨다. 적당히 취기가 올라왔다. 식당 밖 벤치로 가서 멀리 바다로 시선을 가져간다. 짭쪼름한 바닷바람이 다가와 스치며 볼의 열기를 식혀준다. 뭔지 모르겠지만 그냥 행복하다.
다시 페달을 밟아 이윽고 성산일출봉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젊은 라이더 두 명이 선 채로 담소를 나누며 쉬고 있다. 친구 사인데 대구에 산단다. 한 명은 직장인이고 다른 한 사람은 대학원생이라고 했다. 2박3일 일정으로 라이딩 중인데 오늘 표선에서 출발했다기에 왜 이렇게 늦었느냐고 물으니 튜브에 펑크가 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도 그랬다면서, 동일한 장소에서 비슷한 시간에 똑같은 곤란을 겪었다는 점에서 상련지정을 느낀다고 말하자 그들도 흥미로운지 크게 웃었다.
그들이 먼저 떠나고 성산일출봉을 다시 바라보았다. 멀리서 다가오며 본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날씨 탓에 희그므레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산뜻하다. 정감이 가고 귀엽게 느껴진다. 잔잔한 바다 위에 떠 있는 배 같기도 하다. 주변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큰 바위의 얼굴'일지도 모르겠다. 바다에 드리운 산 그림자가 잔 물결에 가냘프게 흔들렸다. 그런데 저 깍아지른 듯한 절벽을 어떻게 올라 일출을 감상한단 말인가. 언젠가 박인희의 음성으로 들은 "그리운 바다 성산포"가 생각났다. 바다와 섬, 고독을 노래한 시다. 성산포를 매개로 바닷가에서 살아가는 소시민의 고단한 삶과 애환을 노래한 시라고 생각했는데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임을 아름다운 제주도의 성산포 바다를 제재로 삼아 슬픈 어조로 형상화":한 시란다. 1부터 81까지의 번호가 매겨진 81편의 시다. 그때 어떤 부분을 들었는지 기억에 없지만, 암튼 시는 내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어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 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 나무에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나타난 버스에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을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취하라고
섬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 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 주었다
삼백육십오 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 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다시 자전거에 올라 길을 재촉한다. 높낮이 없는 평지의 자전거길은 힘 안들여도 두 바퀴는 잘 굴러간다. 눈길이 닿기만 하면 멀리 푸른 바다가 드넓게 펼쳐지고, 가까이는 하얀 파도가 원 없이 쏟아진다. 제주 제주 바다의 풍광을 맘껏 즐기며 나는 지금 제주를 일주하고 있다. 여기가 어디쯤일까. 지도를 펴보았다. 타원형 모양의 제주를 직사각형으로 단순화하면 오른쪽 세로의 가운데 부분을 막 지나 북쪽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다. 굽은 길을 돌아 찻집 앞에 멈췄다. 오래된 가옥을 찻집으로 개조했는데 고풍스럽고 바다를 조망하기 딱 좋은 위치다. 내가 들어서자 먼저 온 손님들이 뜨는 바람에 나 혼자 커피를 마신다. 잠시 후 여주인장이 자기집 자체가 포토존이라며 호들갑을 떨더니 사진을 여러 장 찍어준다. 불감청고소원이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사진 찍어주고 값을 쳐서 받는지 커피 값이 스타벅스보다 비싸다.
지금 시각 12시 40분, 용두암까지 41km. 정상적으로 달린다면 두 시간 반이면 충분하니까 3시 반에는 도착할 수 있다. 거기서 제주항까지 30분을 잡으면 4시에는 부산으로 출발하는 배에 승선할 수 있다. 하도·세화해수욕장을 지나는데 모래 사장은 한가롭고 동호인들인지 몇 사람만 바다에서 서핑을 즐긴다. 상공에는 행글라이더가 날고, 멀리 무리지어 서 있는 풍력발전기의 하얀 날개가 힘차게 돌아간다.
아무렴 비가 오지 않아 자전거 타기가 훨씬 수월하다. 가다가 힘들면 자전거에서 내려 주변 적당한 곳에서 쉴 수도 있고 멋진 경치를 만나면 잠시 즐기다 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오늘은 어제에 비해 알찬 라이이딩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도 어제 빗속에 무리했기 때문인지 자전거 속도가 어제만 못하다. 시간이 충분하다는 생각에 긴장을 슬그머니 놓았은 것도 한 이유일 테다. 다시 다리에 힘을 보내며 힘차게 바퀴를 돌린다. 곧 김녕성세기해변이 나왔다. 잠시 인증센터 부스 앞에서 호흡을 가다듬는데 30대의 젊은 부부 한쌍이 다가와 자전거를 세웠다. 남편은 전에 제주도 일주를 했는데, 자신을 위해 또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다며 부인이 멋쩍게 웃었다.
함덕서우봉해변에 도착했다. 이제 25km만 가면 되는데 자전거는 느리기만 하다. 해안선에 도로가 없는지 여기서부터 자전거길은 바다와 멀어지며 일반도로 귀퉁이를 빌려 쓴다. 조천읍을 지나고 계속 달려오건만 자전거길은 아직 바닷가를 잊은 듯하다. 한참을 더 달려 제주시 중심지에 들어왔다. 일주동로와 함께하던 자전거길은 제주박물관 정문을 지나면서 박물관을 우측에 두고 정북으로 향하더니 제주항여객터미널 앞 길에서 다시 바다와 조우했다.
여기서부터 용두암까지는 어제 아침에 갔던 길이지만 정신을 놓는 바람에 그만 길을 놓치고 말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경사진 도로를 오르락 내리락, 헛걸음을 몇 번 하고나서야 길을 찾았다. 어제 새벽에도 봤던 용두암이지만 반가웠다. 여행안내센터에 들러 제주환상 자전거길 종주 인정 스티커를 받았다. 별 거 아니지만 계획하고 목표한 것을 달성했는데 기쁘지 않을 수가. 생각해 보니 어제는 용두암 표지석 사진을 찍었을 뿐 정작 용두암은 사진에 담지 못했다. 용두암이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가서 인증샷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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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선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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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의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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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올레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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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평리의 아름다운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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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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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잉출봉 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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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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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일출봉인증센터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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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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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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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을 걷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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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다!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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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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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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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 여객선 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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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암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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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 인증 스티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