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4월은 비오는 날이 잦은데 고사리 장마라고 한다네요. 비오고나면 고사리가 새롭게 싹을 올려서 고사리 꺾으러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4월 장마랍니다. 4월 한달 제주도살이하러 온 우리들에게는 결코 반갑지 않지만 그런 의미가 아니더라도 제주도 특유의 산림과 자연들이 더욱 깊어지고 짙어지는데 필요한 자원이라 다 용서됩니다.
오늘도 집에 그냥 있으려니 아이들 성화에 못 견디겠고 (리틀준이 성화가 가장 셉니다) 이럴 때는 동물쇼라도 보러가면 좋은데 두 꼬마녀석이 입장부터 관람까지 할 수 있을런지 도저히 자신이 없습니다. 가까운 곳에 베니스랜드도 있고 섭지코지 아쿠아리움도 있건만 진작부터 포기모드입니다.
우리에게는 사방이 훤하게 보이는 오름과 바닷가 물놀이가 최고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오늘같은 날은 자동차타고 하염없이 달려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게 성산에서 남원까지 해안도로를 타고 내려가면서 파도가 연실 밀려오는 바다풍경은 봐도봐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완이녀석은 먹을 것에 집착이 너무 심해 차안에 있는 내내 입을 가만히 놔두는 때가 없고, 외출=물에가기가 공식화된 리틀준이는 차가 멈출 때마다 내려달라고 악을 씁니다. 마음이 급하니 내 뒷좌석에서 내 팔을 막 잡아당기고... 아이고 이 녀석아, 나도 너무 내려주고 싶단다. 그래도 오늘은 빗줄기가 너무 굵고 강하다. 파도도 집어삼킬 듯 밀려오고, 이럴 때는 눈으로만 바다를 즐겨야 한단다...
오늘은 준이에게 약속한 피자접대의 날. 준이는 빵은 안 먹는데 피자는 참 좋아하고, 국수는 절대 안 먹는데 짬뽕은 참 좋아합니다. 준이 집안 사정상 일반적인 식사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 준이는인스턴트음식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조미김, 햄과 오뎅, 라면, 피자 등이 준이 애호음식 리스트입니다. 평일 그래서 인스턴트 식품을 피해서 주려고 노력하지만 가끔 먹는 패스트후드는 꿀맛이기도 합니다.
남원에 있는 시카고피자, 라지 한 판이 그야말로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다들 어찌나 잘 먹던지, 4명이 한꺼번에 달려드는 음식 찾기 쉽지 않은데 그게 바로 피자였습니다. 물론 리틀준이는 한 조각을 쥐어주면 처리를 못해 입에 들어갈 사이즈로 잘라 주어야 했지만 잠시나마 차 안을 술렁거리게 한 작은 파티였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눈에 띄는 서귀포 남원 하나로마트. 작년에 여길 들려 장보면서 즉석떡볶이 밀키트가 아주 맛있었던 기억이 있어, 그것 사려고 잠시 주차하고 사가지고 돌아왔는데... 차에 다가오자 스멀스멀 풍겨오는 악취. 이 냄새의 정체는 뭘까? 사가지고 온 것들을 트렁크에 넣고 운전석에 앉으려는 순간 기절초풍할 뻔 했습니다.
저보다 앞서 차에 갔던 태균이가 차에 못타고 서성거린 이유... 조수석에 또아리를 틀고있는 커다란 응가덩어리. 완이가 팬티까지 벗어던진 걸 보니 소변이야 차 안에 있던 컵으로 해결했는데 대변은 조수석이 최적이라 생각했는지... 그나마 머리를 쓴 흔적이 있네요. 자기가 앉을 뒷자석은 피한 것보니 최소한의 사리분간은 했다는 것...
운명적 예감이 있었는지 피자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는 사이 바로 앞 할인마트에 잠깐 들렸다가 사가지고 온 물티슈. 제가 물티슈쓰기를 좀 꺼려하는 편이라 잘 안 사는데 그 순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나 사들고 오길 어찌나 잘 했는지.
약간 지저분한 거를 감수하는 게 나은지, 물티슈를 쓰는 게 나은지 선택에 있어 저는 항상 전자편입니다. 물티슈같은 역할이 필요하면 휴지나 키친타월에 물을 적셔 닦아줄 정도로 막 쓰기에는 늘 나의 몸과 환경에 미안한 물티슈. 물티슈에 뒤범벅된 유해 화학물질을 저는 꺼리는 것이고 물티슈용 플라스틱 섬유재질이 환경에 남기는 것이 두렵습니다.
정화조 공사업자와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다 알게 된 사실... 인체의 분비물은 정화조를 막을 이유가 전혀 없지만 정화조의 흐름을 가장 많이 망가뜨리는 것은 물티슈랍니다. 그 만큼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물티슈를 너무 함부로 쓰고있습니다.
미국 GPL의 일을 하면서 근 5년간은 유기산 검사와 함께 독성화학물질 검사를 꽤 많이 진행했었지요.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밖에 없는 다양한 화학제품 속에 포함된 엄청난 유해 독성화학물질들, 특히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속에 남아있는 농약과 살충제 성분들, 매일 만지고 접할 수 밖에 없는 플라스틱과 비닐들, 별 생각없이 쓰게되는 섬유유연제까지 그야말로 유해한 독성 화학물질을 피해사는 방법은 이 시대에 없습니다.
사실 작금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자폐의 원인은 이런 유해 독성화학물질로 인한 유전자 변이가 원인입니다. 단순히 신체적 공격을 넘어서 마지막 성역인 뇌구성 유전자까지 변이시키는 무서운 재앙적 성분들입니다.
참고로 이렇게 유해화학물질들이 얼마나 유전자변이를 가져오고 있는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이 마당에 어떤 사이비전문가인지는 모르겠는데 발달장애 부모들 사이에서 이미 10년도 더 지난 과거에 잠깐 유행했던 중금속검사와 킬레이션 요법이 다시 성행한다니... 제가 보기에 시대착오적 행태입니다.
자식이 좋아진다면 뭔들 못하겠느냐는 말에는 공감하지만 구태의연하고 시대착오적인 접근방식에 저는 심히 반기를 드는 바입니다. 아이들의 뇌고장은 중금속이 아닌 유해한 독성화학물질들의 범람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물질들이 거의 나노형태 (분자보다도 더 작은 형태)라 킬레이션 방법으로도 배출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괜히 아이잡는 과거의 치료행태에 돈쓰고 힘쓰고 한숨파는 일이 없어야 할텐데요, 유해 화학물질을 배출하는 가장 우수한 특약은 바로 '땀흘리기'입니다. GPL의 독성화학물질 결과가 나쁜 경우, 처방은 단 하나, 바로 사우나입니다. 제가 오래 일했던 GPL연구소의 윌리엄 쇼 박사는 이 테스트 개발로 환경의학아카데미에서 2020년 수상자가 되기도 했지요.
윌리엄 쇼박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2011년) 태균이는 상태가 지금과 많이 달랐죠. 이 일을 한 덕에 정말 다양한 생의학적 접근을 할 수 있었고 그 덕에 태균이에게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놀랍지만 우리 아이들 대다수가 땀흘리기 기전에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것부터 개선하지 않는 한 간질로 가게되는 경기나 해독문제에서 자유롭지 못 할 것입니다. 운동을 또다시 강조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일기가 한참 옆길로 새긴 했는데요, 제가 예측컨데 리틀준이는 철은 없을지 몰라도 경기를 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수면문제와 땀배출 기전이 아주 좋기 때문입니다. 그런반면 이 두 가지 기능이 잘 가동되지 않는 완이는 이 문제에 있어 위험해 보입니다.
완이의 엽기행각으로 인해 그 처리과정에서 요긴하게 쓰인 물티슈 이야기가 오늘의 일기 절반이 되었네요. 태균이 키우면서 경험했던 엽기적 에피소드들도 적지않기에 다 용서되고 이해됩니다. 스스로도 잘못한거 아는지 빨리 바지입어! 하고 소리쳤더니 음찔하면서 바지를 입는데 아직 바지도 스스로 못 입는 녀석, 다리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서 막 서두릅니다. 벗는 건 그리 훌떡훌떡 해대면서 입는 건 이렇게 서툴기 짝이 없으니 그야말로 완이답습니다...
첫댓글 땀흘리기, 명심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