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 2021.07.21
앞ㆍ뒤ㆍ옆으로 세대면적 증축…신ㆍ구 바닥판 안정적 접합이 관건
수평증축 3大 기술 난제
아파트 수평증축 리모델링 시장이 뜨겁다. 그만큼 공사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안전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리모델링 기술경쟁도 치열하다. 리모델링은 기존 골조에 새 골조를 이어 붙이는 작업을 비롯해 지하주차장 증축, 엘리베이터 지하 연결 등 3가지 기술 장벽을 넘어야 한다. 손성현 DL이앤씨 도시정비사업팀 부장은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명품을 만드는 것처럼 수평증축은 신ㆍ구 바닥판을 일일이 단단하게 붙여주는 작업이 고되고 그만큼 시간ㆍ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국내 리모델링 준공실적 1위 쌍용건설과 올 상반기 리모델링 수주 1위에 오른 DL이앤씨(옛 대림산업)의 도움으로 수평증축 리모델링의 기술 난제를 상세히 풀어봤다.
1. 기존 건물과 어떻게 붙이나
바닥체에 강판 커넥터 부착 ‘일체화’ / 측벽은 사각통로 뚫어 새 건물과 연결
아파트 수평증축 리모델링은 건물 안전진단으로 시작한다. 스캐너와 철근 탐사기 등 각종 첨단장비를 동원해 건물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상세 구조 도면을 만든다. 아파트 내부 철거는 앞ㆍ뒤 베란다와 복도 부분을 케익 자르듯 폭 150㎝ 가량을 싹둑 잘라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복도식은 계단식으로 바꾸기 위해 앞ㆍ뒤 양쪽을, 계단식은 앞 부분만 도려낸다. 이 같은 통면 절단 방식은 수평 증축으로 세대 공간을 늘리는 한편, 엘리베이터 설치(신설) 공간 확보와 내부 마감재 철거 작업을 수월하게 도와주는 일석삼조 효과다.
모든 마감재와 발코니 등을 철거하고 골조만 남으면 세대별ㆍ부위별로 다시 정밀안전진단(안전진단 2차)을 한다. 이를 통해 기존 건물에 대한 보수보강 방식을 찾고, 내진 등 구조보강 폭에 따라 설계 변경을 진행한다.
앞ㆍ뒤, 옆으로 세대면적을 늘리는 증축 작업도 난공사다. 기존 슬래브(바닥판)와 새 바닥판을 이어주는 작업은 손이 많이 가고, 각종 신기술이 총동원된다.
기존에는 두 바닥판을 일체화시키기 위해 기존 바닥체의 접합면을 파쇄, 표면을 거칠게 만들고 노출된 철근에 새로운 바닥체 철근을 연결해 콘크리트로 일체화하는 방식을 주로 썼다. 하지만 작업기간이 길고, 폐콘크리트 발생량이 많다는 게 단점.
포스코건설은 이를 두 가지 방식으로 해결했다. 기존 바닥체 단면에 구멍을 파서 철근을 심고 톱니 모양의 홈을 만들어 새로운 바닥판과의 접합 안정성을 높이는 공법과 기존 바닥체 위에 강판 커넥터를 부착해 새 바닥판을 구조적으로 일체화시키는 기술이다.
아파트 좌ㆍ우 벽체(측벽)는 사각 통로를 뚫어 새 증축 건물과 이어준다. 이를 통해 2베이 가구가 3∼4베이로 확장된다. 벽체의 경우 보강을 위해 일부 커팅 후 철근을 용접하거나 벽체 두께를 키우는 작업이 이뤄진다. 보강 재료로는 철근 외에 탄소섬유까지 동원된다.
2. 지하주차장 증축 방법은
건설사, SPSㆍDBS 등 역타 공법 선호 / 흙막이 공사로 지하층 단단히 지탱
아파트 리모델링의 목적 중 하나가 주차난 해소다. 노후 아파트 상당수가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 탓에 출퇴근 시간마다 ‘주차 전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은 주차장을 넓히고, 엘리베이터를 지하주차장으로 연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첫 단추는 기존 지하주차장을 되메우는 작업이다. 리모델링 단지는 대게 지하주차장이 단층(1개층)이고 소규모여서 통째로 되메운 뒤 지하 2∼3층 규모로 새로 만드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우선, 지하공간을 파면 기존 건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지하층을 흙막이 공사로 단단히 지탱해줘야 한다. 특히, 기존 아파트가 지내력 기초이거나 선단이 깊지 않은 말뚝기초일 경우에는 주변 굴착으로 건물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기존 건물 하부에 영향을 최소화해주는 공법이 필요하다. 여긴엔 흙막이 변위 최소화와 지상층 작업공간 조기 확보를 위해 역타공법(Top-Down)을 많이 쓰인다. 건설사들이 선호하는 공법으로는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SPS(지하구조물을 이용한 흙막이용스트러트공법, 건설신기술 249호)’와 바로건설기술의 ‘DBS(이중격자보 시스템, 건설신기술 727호)’이 대표적이다. SPS공법은 흙막이벽을 영구 구조체로 쓴다는 점에서, DBS공법은 슬래브로 흙막이를 지지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두 공법 모두 지하공사와 지상층 리모델링 공사를 동시에 수행하는데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지하주차장 철거해체공사 때 되메우기가 필요없는 공법(PPSㆍPrestressed Pipe Strut)도 많이 쓰인다.
3. 엘리베이터 지하연결은
대규모 가설철골로 보ㆍ기둥 만들어 / 기존 엘리베이터 지하로 바로 연결
엘리베이터를 지하주차장으로 연결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가장 흔한 방식은 건물을 수평증축하면서 증축 공간에 엘리베이터와 계단 코어를 만들어 지하주차장과 연결시키는 방법이다. 기존에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지하로 연결하기 힘든 아파트에서 주로 쓴다. 이는 사실상 지하주차장과 엘리베이터를 신축(신설)하는 것이어서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이 경우에는 기존 건물의 지반과 기초를 보강한 뒤 지하를 파내려가는 언더피닝(Under Pinning)공법으로 본동의 영향을 최소화한다. 청담 청구아파트(현 청담아이파크)에 적용된 기술이다.
또다른 방식은 기존에 쓰던 엘리베이터를 지하주차장으로 곧장 연결하는 기술이다. 건물 지하공간 확보가 가능할 때 쓰는 방법으로,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높고 공사비도 많이 든다. 이 때는 엘리베이터 코어를 지탱하는 대규모 가설철골로 보ㆍ기둥을 만드는 방식을 쓰기도 한다.
최근에는 썬엔지니어링의 ‘에코선잭(Eco Sun Jack)’ 공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유압잭의 반력으로 강관을 압입해 기초를 보강하는 기술로, 비굴착ㆍ무진동 방식인데다 저층고와 협소한 장소에 적합해서 엘리베이터 코어 상부구조물을 지지하는 공법으로 제격이다.
고창우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아파트 단지 리모델링은 기존 뼈대 위에 새 아파트를 짓는 난해한 공사”라며, “건축구조ㆍ시공 이론보다 현장 여건에 따라 최적의 공법ㆍ기술을 순발력 있게 취사선택한다는 점에서 방어적인 진지전(War of Position)보다 공격적인 기동전(War of Movement)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수직증축 ‘기술 장벽’도 여전] 선재하 공법, 번번이 안전성 검토서 발목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위해선 늘어난 무게를 건물이 견딜 수 있게 구조 보강을 튼튼하게 해줘야 한다. 국내 상당수 아파트 단지는 수직증축용 보강기술로 ‘선재하(Preloading) 공법’을 택하고 있다. 선재하 공법이란 층수를 올렸을 때 커지는 하중을 보조 말뚝으로 분산해 주는 기술이다. 건물을 살짝 들었다 놓는 순간 기존 기초 말뚝에 집중됐던 하중이 새 말뚝으로 옮겨가는 원리다. 하지만 선재하 공법을 통한 구조 보강방식은 번번이 안전성 검토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처럼 대형 건물은 이론을 입증할만한 실물모형(Mock-up) 시험이 불가능해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개정한 ‘수직증축형 리모델링 전문기관 안전성 검토기준’에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안전관리원 등 전문기관이 신기술ㆍ신공법에 대한 안전성 검토를 수행할 공인기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선재하 공법의 2차 안전성 검토를 보다 원활하게 하겠다는 의도지만 실제 통과 단지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또다른 기술 장벽인 내력벽 철거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세대별 면적을 넓히고 2베이를 3베이로 확장해 채광ㆍ통풍을 개선하고 수익성을 높이려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에서 세대간 내력벽은 최대 장벽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 2016년 아파트 리모델링 시 안진진단 B등급 이상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가구 간 내력벽 일부 철거를 허용했다가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자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고 있다. 내력벽 철거 역시 이론과 달리 실제 건축물의 다양한 변수로 인해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