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포역 :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로 58번길 121 (중동 637-3번지)
푸른 모래의 포구 "청사포(靑沙浦)"
처음 해변열차의 탑승지였던 청사포정거장에 다시 돌아왔다.
해운대 블루라인파크의 중간 기착지로도 알려지고 다릿돌전망대 스카이워크로 많이 유명해지긴 했지만...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은 포구에 불과하다.
부산 해운대를 방문하면서 청사포 방문을 염두해 두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라는 얘기다.
해운대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 사이에 작은 포구 세 개가 존재하는데...
순서대로 해운대해수욕장과 붙어있는 미포, 그리고 해운대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 가운데에 위치한 청사포,
그리고 마지막으로 송정해수욕장 가까이에 있는 구덕포 이렇게 세군대 포구다.
와우산의 북동쪽, 미포와 구덕포 사이에 자리한 청사포의 원래 이름은 "푸른 뱀" 이란 뜻의 청사(靑蛇)였다.
예전에 이 마을에 금실좋은 부부가 살았었는데...
고기잡이 나간 남편이 바다에 빠져 죽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내는 해안가 바위에 올라 매일같이 남편을 기다렸다.
이를 애처롭게 여긴 용왕이 푸른 뱀을 보내어 부인을 동해 용궁으로 데려와 죽은 남편과 만나게 했다는 애틋한 전설이다.
그런데 마을지명에 뱀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것이 좋지 않다하여 최근엔 "푸른 모래의 포구" 청사포(靑沙浦)로 바뀌었다.
그리고 전설도 뱀에서 용으로 업그레이드해서 다릿돌전망대 스카이워크를 바다로 돌진하는 푸른 용을 형상화하여 만들었다.
Blue Dragon
그런데 사실 청사포의 일출은 일출사진을 찍는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성지같은 곳이라고 한다.
청사포에서 두 군데의 일출 포인트가 있는데...
한 곳은 청사포정거장에서 출발하여 후다닥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다음 동영상의 마지막 도착지인데
남방파제등대(하얀등대) 입구 쪽이고
나머지 한 곳은 반대편 북방파제등대(빨간등대) 입구의 왼편 부근 일대로
다음날 직접 일출광경을 목격하고 경험할 예정이다.
청사포정거장에서 미포쪽으로 이동하는데 철도 건널목에서 만나는 강아지 벽화갸 매우 인상적이다.
두개의 창문을 마치 선글라스로 표현하여 세련된 강아지의 모습을 그렸다.
바로 갤러리 카페 "북청화첩"이다. 전시회 관람도 하면서 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는 예술적인 감성을 지닌 공간이다.
모든 음료수는 다과 포함 4,000원이고... 구경만 하고 가도 된다.
영업시간은 매주 월요일인 휴무일을 제외한 주말포함하여 오전10시에 문을 열고 저녁7시에 문을 닫는다.
특이한 것은 소정의 돈을 지불하면 채색 도구를 대여하여 체험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청사포로 내려가는 길에 장어구이와 조개구이로 유명한 "수민이네"가 있는데...
예전에 비해 서비스는 떨어지고 무엇보다도 가격이 많이 올랐다. 물가가 많이 올랐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그 밑으로 중국음식을 코스로 비교적 저렴하게 만날 수 있는 "여의루"가 있고...
예쁜 마당을 가져 사진맛집으로 나름 한국적인 인테리어에 방점을 찍은 한옥라운지 카페 "청사포 驛(역)"을 만날 수 있다.
이어서 왼쪽으로 도는 길모퉁이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동화적 상상을 컨셉으로 독특하게 꾸몄지만
사실은 루프탑의 오션뷰로 청사포의 대표적인 뷰깡패인 "앨리스도넛"이 있다.
횟집을 함께 운영하는 또 하나의 조개구이 맛집 "청미가"로 들어가는 입구 바로 직전에
압도적인 비쥬얼로 시선을 사로잡는 300년 이상 된 커다란 소나무가 있는데... 청사포의 수호목으로 보호수로 지정되어있다.
그리고 청사포의 등대 뒤에 떠오르는 일출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앞에 있다.
허걱~ 그런데 마주보고 있던 빨간등대와 하얀등대 중 북방파제 빨간등대는 보이는데 하얀등대는 사라지고 없다.
아쉽다. 뭔일이 있었던 거니?
하얀등대가 있던 남방파제는 출입도 금지되어 있다.
그리고 좀 더 청사포를 둘러보고 싶었지만...
문제는 새벽부터 서울에서 달려 내려와 오시리안 산책길을 걷고 해변열차로 해운대를 구석구석 훑어보느라 비몽사몽이 되었다.
숙소에 가서 잠시 누웠는데... 날이 저물었다. 그래도 밖으로 나왔다.
어둠이 내려앉은 청사포정거장 고독한 정막감이 깊숙히 내려앉는다.
2층에 있는 뮤제드블루 갤러리 카페(Musée de Bleu Gallery & Cafe)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운영을 한다.
세기의 천재들이라 불리우는 미켈란젤로와 피카소 두 거장의 명작들
그리고 최첨단의 기술을 활용한 인터렉티브 뉴미디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뮤제드블루 카페에서 청사포 바다의 비경과 철길이 어우러진 진풍경을 마주하며
한국 속의 유럽에서 여유롭게 차 한잔을 즐길 수 있다.
갤러리 입장권은 8,000원이고 미성년자는 6,000원이다.
갤러리 입장권 1매와 카페 아메리카노 한잔을 결합한 상품도 10,000원에 판매한다.
청사포에 이런 저런 대형 시설물들이 등장하면서 작지만 의미있었던 추억의 공간들은 사라지고 있어서 안타깝기는 하지만...
지역개발이라는 당면과제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하고... 변화하는 모습이 꼭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다.
바닷가 쪽으로 조금 걸으니까 예쁜 등대모양의 버스정류장이 있다.
최백호의 청사포 노래에서도 말하듯이 푸른모래는 없다.
아주 오래전 청사포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둥근 기둥안에 위로 올라가는 좁은 회전계단이 있긴 하지만 오른쪽으로 가면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서
굳이 이 좁은 회전계단을 올라야 할 이유는 없다.
원래 청사포의 두번째 일출 포인트는 이 등대버스정류장 왼쪽으로 조금 더 가야 하지만...
이 등대버스정류장이 마음에 들어 바로 이 옆에서 일출을 보기로 한다.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지...
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
다음날 일출시간에 맞춰서 다시 찾았는데 벌써 여명이 비춘다.
방파제 테트라포드 위에 올라섰더니 장관이 펼쳐진다.
진짜 일출사진은 이런 빛의 아우라를 가진 힘있는 해의 모습이다. 그래서 태양이라고 말하는 거다.
소위 일출사진에서 달처럼 빛을 잃은 인위적인 빨간 해의 모습은 나름의 의미는 있을 지 몰라고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는 않는다.
등대버스정류장 바로 뒤에 자리를 잡았다. 청사포의 일출 포인트가 아니기에 다른 이들은 아무도 없다.
조용한 아침 이마트25 옆 건물공사장 소리가 시끄럽게 울러퍼진다.
일출을 보고나서 하얀등대가 있던 남방파제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으니 바로 북방파제 빨간등대를 방문할 예정이다.
하얀등대가 있던 자리가 궁금하다.
갯바위로 된 해안에 수려한 사빈이 펼쳐지고 배후에 송림이 우거져 보기 드문 해안 경승지이다.
급박한 일출의 순간을 직감하고 동영상 버튼을 눌렀다.
"해운대 지나서 꽃 피는 동백섬 해운대를 지나서 달맞이 고개에서 바다로 무너지는 청사포,
언제부터인가 푸른 모래는 없고 발아래 포구에는 파도만 부딪쳐 퍼렇게 퍼렇게 멍이 드는데...
해운대 지나서 바다와 구름언덕 해운대를 지나서 달맞이 고개에서 청사포를 내려보면 여인아
귓가에 간지럽던 너의 속삭임 아직도 물결 위에 찰랑이는데 찰랑거리는데..."
최백호 작사/작곡 "청사포"
하얀 등대가 사라져 버려서 그런지 빨간 등대 혼자 너무 외로워 보인다.
그렇게 있을 때는 몰랐는데... 없어지면 그리워지는 그런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이 정말 소중한 것이다.
등대는 쌍으로 역할을 하는 것인데.... 그럼 지금은 등대 역할도 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사진작가들이 찍는 일출사진과의 기술적인 한계는 있다. 그런데 정말 진짜 보이는 대로의 일출이다.
가끔 일출사진이라고 아우라를 잃어버린 완전 선명한 원형의 모습을 한 태양을 보게 된다.
태양같지 않은... 마치 빛을 잃은 달의 모습같은 인위적인 모습이랄까? 사실 우리 눈에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다.
개기일식을 볼 때 검게 그을린 유리판을 통해서나 보게되는 빛을 잃은 달과 같은 태양을 보고
무슨 소원을 빌고 찬란함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
사진작가들 끼리는 전용필터라든지 전문적인 지식을 공유하고 나름의 의미가 있을 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 자연스럽지 못한 인위적으로 빛을 잃은 빨간 태양의 모습을 일출사진으로 보고 싶지는 않다.
갯바위의 모습도 오늘은 빨간등대 처럼 애틋해 보이기까지 한다.
"바위섬"이라는 한마음이라는 화음이 진짜 멋졌던 부부 듀엣의 노래가 있었는데....
"나는 나는 갯바위...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파도....
어느 고운 바람 불던 날 잔잔히 다가와 부드러운 손길로 나를 감싸고 향기로운 입술도 내게 주었지...
세찬 비바람에 내 몸이 패이고 이는 파도에 맺듯이 부서져도 나의 생은 당신의 조각품인 것을
나는 당신으로 인해 아름다운 것을...
나는 나는 갯바위...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파도...
우린 오늘도 마주 보며 이렇게 서있네..."
노래 가사가 완전 한편의 시다.
개인적으로 한마음의 많은 노래들 중에서 "가슴앓이"를 좋아한다.
"아~ 어쩌란 말이냐 흩어진 이 마음을...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감성적인 그르부가 뛰어난 지영선 리메이크 버전도 좋다. 특히 권상우 문근영이 출연한 역대급 뮤직비디오도 볼 만하다.
등대버스정류장의 위로 올라가는 좁은 회전계단은 굳이 올라가지 않아도
조금 지나면 오르내리는 넓은 계단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바로 성큼 빨간등대가 다가온다.
방파제 끝에서 사이좋게 서 있던 하얀등대 빨간등대의 모습은 아니지만... 이 날의 사진 또한 특별한 사진이 될 것이다.
색깔이 주는 착각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여름에는 하얀 등대가 좋고 겨울엔 빨간 등대가 좋다.
두 개의 등대가 짝지어서 공동의 역할을 하겠지만...
어떤 날에는 아빠가 좋고 다른 어떤 날에는 엄마가 좋을 수 있지 않겠는가!
서로 다른 색깔의 남녀가 한 쌍이 되어 부부가 되는 것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여자가 뭐... 너스레를 떨어보는 아빠들도 엄마가 자식 다 키운다는 걸 왜 모를까
알면서 괜한 공치사 같고 해서 그냥 넘어가는 거지...
프리마도 알고 있다. "아내는 여자보다 아름답다!"
그런데 그냥 바라보면 말하지 않아도 아는 건 초코파이 뿐이다.
가까이서 보니 빨간동대의 규모가 꽤 크다.
사라진 하얀등대의 빈자리가 그래서 더욱 커 보인다.
하얀등대가 빨리 생겨서 다시 한 쌍으로 서로 마주하길...
청사포는 주목받는 핫플이긴 하지만 그에 비해 인프라 구축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달맞이터널에서 해안가로 내려가면 청사포에 도달하기 전에 청사포 몽돌해변을 만나게 된다.
1985년 10월 20일 북한 무장간첩선이 침투했다가 격침당했던 곳으로
그때부터 해변은 지난 30여년간 일반인의 접근이 차단되었다.
당시 전두환대통령은 1983년 아웅산 폭파 테러사건 이후 오히려 김일성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추진중이었다가
이 사건을 계기로 정상회담은 결렬되었다.
청사포가 요즘 핫플이 되면서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고
여기저기 공사를 하고 있거나 공사 예정지도 많다. 조용하던 청사포가 예전에 비해 정말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더불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미 관광지화되면서 임대료도 많이 오르고 덩달아 가게도 대형화 고급화되면서 가격도 더불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값싼 임대료와 저렴한 원재료를 무기로 해운대 여행객들의 조개구이 맛집들이 즐비하던 밤장사하던 그 예전의 청사포가 아니다.
그래도 여전히 한눈에 들어오는 작은 포구의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그런데 청사포의 속살은 이미 많이 드러나 버렸다.
하루 날잡아서 여기저기 갈 곳도 많고 둘러볼 곳이 많아 이제는 숙소도 잡아야 하고 낮에도 식당과 카페가 운영되는 관광지이다.
청사포의 개발과 발전이 왜 좋지 않겠는가!
해운대와 송정에 치우친 관광객들의 분산을 유도할 수도 있고 청사포 지역 경제 활성화와 균형적인 발전도 도모하고...
다만 화려한 상업화의 이면에는 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는 법이다.
결국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이디아, 할리스만 남게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