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잠만자고출근
티티라는 열네 살 때 첫 고백을 받았다.
자신이 거절하자 용감하게도 가슴을 만지고 입을 맞추려 했다.
티티라는 그를 삼 층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녀는 뿌듯하게 자랑했다.
봤어? 나한테 까불면 죽어.
무리들은 앞에서는 그녀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뒤에서는 욕을 했다.
그녀에게 붙은 새로운 별명은 다음과 같았다.
사마귀.
사마귀는 내가 걔랑 잔 다음에 죽여야 하는 거 아니야? 난 걔랑 자지도 않았고, 죽이지도 않았는데.
“내려와.”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자기 또래의 남자애였다.
“넌 누군데?”
“안스카리우스.”
“이름이 바보 같아.”
“알아. 안스라고 불러.”
“너,이름은 누가 지어 줬어? ‘안스카리우스’는 너무 길어. 잘난 척하는 것 같아. 바보야?”
“이거 내 진짜 이름인데. 내 몸에 문신이 있어.”
“커져도 똑같네.”
“어?”
“몸이 커져도, 어깨 문신은 똑같아. 색도, 크기도.”
“그래? 난 안 보여서. 애들도 별말 없던데.”
“걔들은 널 잘 모르잖아.”
“안스, 이리 와 봐. 빨리.”
“머리 잘라 줘.”
“티, 솔직히, 옛날에…… 네가 오던 날, 하루 전부터 준비했어. 난 네가 너무 반가웠어.”
차가운 날이 조심스레 머리카락 사이로 배어들었다.
사각거리며 머리 끄트머리가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제 어깨로, 그의 무릎으로, 바닥으로 와스스 떨어졌다.
점차 목덜미가 시원해졌다.
마침내 한순간 머리가 풀려남과 동시에, 그녀는 자유로워졌다.
“앞으로 머리는 네가 잘라 줘.”
“좋아.”
“안스, 세 번째 가을에 보자.”
“절대 죽지 마. 네가 소조폴에서 미친 짓을 했단 소식이 들리면 정말 찾아가서 죽일 거야.”
“안 죽어. 난 죽어도 너한테 죽을 거야.”
“그 말 안 지키기만 해. 305년에 보자. 같은 날, 여기서…… 해가 질 때…….”
“알겠어.”
“난 계속 기다릴 거야.”
“‘친구를’.”
“그래. 내 친구를.”
티티라는 마른 계절의 불 같은 자신들이 가라앉아 다시 마주 볼 날을 고대했다.
내 다정한 친구.
티티라는 아홉 해를 기다린 언덕 위에 서 있었다.
그녀는 10월 1일, 오늘의 약속을 기억하자면 조금 힘이 빠졌다.
우리는 삼 년에 한 번씩 만나기로 했으니, 너는 벌써 세 번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세 해 전에도, 여섯 해 전에도 그러했듯, 그들의 약속은 성사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녀는 세 해 전에도, 여섯 해 전에도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몸을 돌렸을 때, 누군가가 성문 앞길을 비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딱 저 사람이 언덕을 지나가는 것만 보고 떠나겠다고 결심했다.
이건 미련이 아니야.
얼어붙었다.
티티라 돔니니는 안스카리우스를 발견했다.
그녀는 허둥지둥 언덕을 뛰어 내려갔다.
아무 생각도 없이.
아무 생각이 없다는 생각조차 없이.
오로지 중요한 것은 약속과 이름이었다.
“안스!”
티티라는 마침내 다다라 그를 껴안았다.
“삼 년 전에는 왜 못 온 거야? 아니, 육 년 전에는? 어떻게 된 거야?”
그의 눈은 자신이 기억하는 그대로 대단했다.
이 눈을 지닌 사람은 자신의 친구뿐이었다. 그토록 많은 사람을 만났어도, 이 망할 놈뿐이었다.
“티티라 돔니니.”
그러나 이 목소리는 아니다.
“안스카리우스?”
“그래. 네게 물어볼 것이 있다.”
“그 이름에 대답하는 걸 보면 안스는 아닌데, 누구십니까?”
“나는 소조폴의 총독, 안스카리우스 드라수스 바를라암이다.”
올해 첫날 부임한, 돼지 법황의 하수인.
구 년 전 소조폴을 점령하고 그 학살을 교두보 삼아 시노드 신넬 남부를 집어삼킨 교국敎國의 총독.
“티티라 돔니니, 따라와.”
안스카리우스는 뒤돌았다.
마치 자신이 도망가지 않을 것을 알기라도 하듯 여유로웠다.
티티라는 품 안의 칼을 만지작거렸다.
누구야, 넌?
저놈을 죽이고 싶었다.
안스, 죽여도 돼?
안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책소개>
7살의 나이에 상단으로 팔려 간 티티라.
그녀는 그곳에서 소년 안스를 만나고,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다.
“티, 솔직히, 옛날에…… 네가 오던 날, 하루 전부터 준비했어. 난 네가 너무 반가웠어.”
하지만 10년 후, 교국敎國의 무자비한 침공으로 그들의 터전은 초토화가 되고,
두 사람은 전쟁 통에 헤어진다.
마지막 약속과 함께.
“안스, 절대 죽지 마.”
“안 죽어. 난 죽어도 너한테 죽을 거야.”
“그럼 3년 뒤에 보자. 같은 날, 여기서…… 해가 질 때…….”
그러나 3년 뒤에도, 6년 뒤에도, 9년 뒤 오늘도.
안스는 나타나지 않고.
티티라가 포기하고 떠나려던 그때, 안스가 나타난다.
옛 기억을 까맣게 잊고, 고향을 함락시킨 교국敎國의 총독이 된 채.
“나는 교국의 총독, 안스카리우스 드라수스 바를라암이다.”
티티라는 품 안의 칼을 만지작거렸다.
저놈을 죽이고 싶었다. 안스, 죽여도 돼?
과연, 그녀는 침략자를 향한 복수에 성공하고
잃어버린 친구를 되찾을 수 있을까?
바다가 얼었다는 소식을 들었네.
세상이 변했나 보오, 겨울 곁에.
우리가 헤엄쳤던 파도, 흔적이 없노라.
얼어붙은 수평선에서 네가 돌아오면
오, 한 줌 남은 기쁨으로 나를 불태워
네가 파도를 돌려주고 잿더미가 될 텐데.
볕드는 봄이 다시 오지 않아도 좋네.
네게 파도를 돌려주고 잿더미가 되면
일렁이는 파도에 네 웃음이 들리면
겨울 속에 익사해도 미풍 같은 죽음.
-소조폴의 뱃노래-
사마귀가 친구에게 - 윤진아
(갸는.. 리디북스에서만 볼 수 있다했슈....)
#로판 #기억상실 #재회물 #소꿉친구 #혐관 #후회녀
(본문의 내용은 작품에서 발췌했습니다. 문제 시 알려주세요.)
갓작 로판 ‘나무를 담벼락으로 끌고 들어가지 말라’를 쓰신 윤진아 작가님 작품이야!
글 쓸때마다 힘들어서 쓸까 말까 고민 많이 하는데
이 작품은 꼭 소개하고 싶었어 정말 존잼이야 ㅜㅜ
매력적인 캐.릭.터.
작가님의 미친 필.력.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전.개.
기억을 잃어버린 친구가 침략자가 되어 돌아왔다.. 심장뛰지 않아???🥺
희란국 연가
요한은 티테를 사랑한다
잠자는 바다
페르세포네를 위하여
답장을 주세요, 왕자님
누가 도로시를 죽였을까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절벽에 뜬 달
폐하, 또 죽이진 말아주세요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
메리 사이코
문제 시, 울면서 수정... 또는 삭제.....
첫댓글 로설..한때 밤새서 보다가 감정 소모 심해서 끊었는데 여시 글 보니까 다시 보고 싶다ㅠㅠ 정성스러운 글 고마워!
헐 나 완전 영업당했어 지금 보러간다
와 나도 읽으면서 영화인가 대체 제목이 뭘까 생각하면서 내렸는데 로설이었구나 나도 지금 제대로 영업당했어 존잼이겠다
나담… 나 읽고 미친듯이 감사했잖아 나 완결난 후에 이 작품을 접해서.. 그 작가님 거라면 심장을 움켜쥐고 내가 아는 언어로 쓰여진 어떤 삶의 이야기겠다 싶네ㅠㅠ 알려줘서 고마워! 읽으러 갈게!
22222
나담 써주신 거 정말 감사함 ㅠㅠㅠ 그 긴 장편을 ㅠㅠㅠ
여샤 글쪄줘서 고마워,,,, ♡
나지금 읽고있는데 내용이 이해가잘안가고..좀 문체도무겁고.. 나랑 안맞는거같어 난좀더가벼운걸 원했는데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