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나무/단풍나무(플라타너스/버즘나무) (상)
물가에 심겨진 플라타너스처럼
이 나무는 무슨 나무인가?
성경에 단 2번 언급된 단어들, 즉 ‘dislegomena’(디슬레고메나) 중의 하나인 히브리어 아르몬(armon)은 불행하게도 우리말 성경 ‘개역한글판’에서는 서로 다른 2개의 단어로 번역됐다. ‘개역한글판’이 이 나무를 1번은 ‘신풍나무’(창 30:37)로, 다른 1번은 ‘단풍나무’(겔 31:8)로 번역한 것은 1925년에 나온 ‘신역 신구약전서’(新譯 新舊約全書, Gale 역)의 번역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그러다가 1977년에 출판된 ‘공동번역’이 두 경우 모두를 ‘플라타나스’로 번역함으로써 히브리어 아르몬의 의미를 새롭게 소개했다. 그러나 1993년에 출판된 ‘표준새번역’은 창세기 31장 37절에선 ‘플라타너스’로 번역하고, 에스겔 31장 8절에선 ‘단풍나무들’로 번역했다. 이것은 우선, 한 단어를 두 가지로 번역함으로써 역어의 통일성을 기하지 못했고 다음으로, 번역의 정확성에도 하자를 갖게 됐다.
다른 한편으로 영역 성경들을 보면, 1611년에 나온 ‘제임스왕역’(KJV)은 두 경우 모두를 ‘chestnut trees’(밤나무들)로 번역함으로써 역자들이 그 나무의 정체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음을 시사하고 있고, 현대에 와서 출판된 ‘개정표준역’(ASV)과 ‘새국제역’(NV)은 모두 ‘plane (trees)’(플라타너스(나무)로 통일되게 번역했다. 그리고 권위 있는 히브리어 사전들은 모두 아르몬 또는 에르몬(ermon)의 의미를 ‘plane-tree’(플라타너스나무)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개역한글판’에 신풍나무 또는 단풍나무로 번역된 나무는 동방 플라타너스(Oriental plane), 즉 학명으로 ‘Platomus orientatis(플라티누스 오리엔탈리스)인 것이 확실하다. 한편, 미하엘 조하리(MVichael Zohary)의 책을 번역한 식물학자 김준민은 이 나무를 ‘방울나무’로 번역했고, 다른 식물학자 이창복은 이것을 ‘버즘나무’라 칭했다. 버즘나무는 플라타너스에 대한 순수한 우리말 이름으로 정착돼 가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이 플라타너스는 팔레스타인과 메소포타미아 원산으로서 그 지방의 물가에 많이 자라고 있으며, 특히 이스라엘 북부와 상 요단강 지역에 많이 서식하고 있다. 잎은 크고, 그 표면은 암초록색이며, 그 아랫면에는 잔털이 나 있다. 이 털은 날카롭게 생겼고 쉽게 떨어져서 날아다니며, 이것이 사람의 피부나 눈에 닿으면 해롭다는 사실이 디오스코리데스(Dioscorides)와 갈렌(Galen)에 의해 알려졌다.
잎의 모양은 마치 포도나무 잎과 같이 생겼다. 가지들이 사방으로 길게 뻗어서 사람들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널찍한 그늘을 제공한다. 꽃은 단성화이고 수꽃과 암꽃이 같은 나무에서 핀다. 수꽃은 작은 녹색 꽃받침과 3~8개의 수술을 가지고 있으며, 암꽃에는 작은 암술이 있다. 가루받이는 바람에 의해 이뤄지며, 이렇게 생산된 작은 핵과도 바람에 의해 퍼진다.
꽃들은 연두색이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으며, 열매들은 수과로 공처럼 둥글게 생겼고 34개씩 긴 꼭지에 달려 있으며, 스파이크(spike)처럼 생긴 센 털로 덮여 있다. 플라타너스는 다른 나무들보다 성장 속도가 훨씬 더 빠르고, 키가 아주 높이 자라서 20여 m까지 이르며, 수명도 매우 길다. 외경 중의 한 책인 집회서(Eeclesiasticus)엔 의인화된 지혜가 하나님 앞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을 찬양한다.
“나는 레바논의 백향목처럼, 헤르몬산의 삼나무처럼 자랐고, 엔게디의 종려나무처럼, 여리고의 장미처럼 자랐으며, 들판의 우람한 감람나무처럼 또는 물가에 심겨진 플라타너스처럼 무럭무럭 자랐다”(집회서 24:13, 14).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플라타너스는 버즘나무과의 낙엽 활엽 교목을 통틀어 일컫는 이름이며, 이 나무는 세계 도처에서 가로수와 관상수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
남대극
삼육대 전 총장